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303)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05화(305/385)
구도 -7-
#
사람들의 감독에 대한 평가는 항상 갈리곤 한다.
그 감독이 어떤 짓을 하더라도 팀을 우승시키면 결국 명장 소리를 듣는다.
선수를 다그치고 욕설을 하는 감독이 팀을 우승으로 이끌면 맹장이 되고 가을야구도 진출하지 못하면 그냥 십새가 될 뿐이다.
선수들을 부드럽게 포용하는 감독의 팀이 우승했다면 덕장이되, 그렇지 못했다면 그냥 허수아비다.
심지어 우승팀 감독이더라도 욕을 먹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감독이 한 일이 뭐냐, 어차피 선수들이 다 한 거 아니냐며 깎아내리려 든다.
경기 자체만으로 보면 종종 감독은 그냥 앉아있기만 하는 걸로 보이기도 한다. 작전 지시를 어떻게 내리더라도 선수가 소화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 없다. 이게 또 반대로 정말 아무것도 안 했는데 선수가 알아서 잘 해낼 때도 있는 법이다.
어쨌거나, 유망주 키우기에 정평이 나 있는 불도저스 문호철 감독은 자신의 젊은 선수들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야. 겁먹지 말고 붙어버려. 어? 쟤들도 사람이야, 사람.”
오늘 선발로 내세우는 투수는 2년 차 김이든.
선발로는 이 경기가 세 번째 등판이다.
첫 등판에서 다이아몬즈를 상대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따냈다. 최고 154km/h까지 나오는 좌완 파이어볼러의 등장은 좌완 프랜차이즈 스타 서현우를 빼앗긴 불도저스 팬들의 마음에 불을 댕겼다.
다음 등판에서 파이러츠에게 4.1이닝 6실점으로 좀 두들겨 맞기는 했지만, 이제 프로에 첫발을 디뎠을 뿐이다.
일단 왼손에 강속구를 던진다는 것만으로도 뭇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는 충분하다. 그리고 불도저스 감독은 김진종이나 김선혁 같은 다른 젊고 유망한 선발 투수들을 대신해 김이든에게 한 번 더 등판할 기회를 주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성적은 무의미하기에 감독에게 부담은 덜하다. 물론, 팀의 미래이자 현재 불도저스에서 귀한 좌완이 괜히 오션스를 상대로 두들겨 맞고 자신감을 잃어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모든 위대한 투수는 얻어맞으며 성장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강건우는 어디 가서 제대로 얻어맞은 적이 없지만, 그쪽은 정상인의 범주에 넣을 수 없으니 제외해야 한다.
“예. 감독님. 알겠습니다!”
김이든은 굉장히 씩씩하게 대답했다. 문호철 감독은 이런 김이든을 아꼈다. 좌완에 공 빠른 투수는 귀하다. 그런데 겁 없이 용감하게 던지는 데다가 어리기까지 하다?
감독이 아끼고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강건우 혹은 다른 오션스 타자들에게 좀 맞을 수도 있다. 그렇게 자신감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잘 해내리라 믿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따아아아아아아악-!
비록 김이든이 1회 초에 비거리 150m짜리 초대형 홈런을 맞기는 했지만.
“…저거 언제까지 날아가냐?”
문호철 감독의 말에, 옆에 서 있던 수석 코치가 한참 있다가 대답했다.
“…지금쯤 떨어졌겠는데요?”
감독의 지시대로 하더라도 결과가 안 좋을 수도 있는 것이 야구다. 그럼에도 감독의 역할은 확실히 중대한 부분이다.
강건우의 다음 타석에서 김이든이 제 공을 던지지 못하고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잠실 야구장은 크기로만 따지면 세계에서 15위 정도에 속하는 구장이다. 그런데 상위의 14개 구장 중 최상위 프로 레벨에서 현역으로 쓰이고 있는 구장은 두 곳뿐이다.
그나마 한 군데는 고지대에 위치해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볍게 경기장 바깥으로 홈런을 날려버리는 강건우의 괴물 같은 비거리에 겁먹은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특히 신인 투수니까 더더욱.
게다가 강건우에게 도루를 허용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김이든은 좌투수기는 하지만 어떤 주자들은 좌투수들을 상대로 더 잘 뛰기도 한다. 픽 오프(견제)동작이 아직 거친 편인 김이든은 강건우를 묶어두지 못했고, 타율 0.297에 11홈런으로 타격에서는 상당히 좋은 포수지만 수비력은 평균을 살짝 웃도는 포수 박지훈도 강건우를 잡아내지 못했다.
2루에 견제구를 두 번 던지고 정작 타자에게 폭투를 던진 김이든은 가득했던 용기를 잃었다.
그 용기를 되찾을 수도 있고 그대로 살아갈 수도 있다. 양대근의 타구는 중견수에게 잡혔지만 강건우는 태그 업 해서 홈을 밟았고, 다음 타자에게 볼넷을 내주자 감독이 직접 마운드로 올라왔다.
#
나는 개인적으로 기록에 엄청난 비중을 두지는 않지만, 그래도 홈런은 당연히 좋다.
사실 스윙 자체가 홈런을 위해 만든 폼이기도 하고, 팀을 승리로 이끄는 가장 좋은 타격이 홈런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변함이 없다.
메이저리그 보다 훨씬 홈런을 때리기는 쉽다. 홈런을 치면 승리할 확률이 올라간다.
도루는 홈런을 더 때리기 위한 포석이다. 굳이 내 목표가 50-50은 아니었는데 자꾸 볼넷만 내주는 팀이 있어서 도루하다 보니 50-50이 되어 버렸고, 이러다 조만간 60-60을 찍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홈런과 도루의 또 다른 장점은…
“건우야. 이러다 진짜 60-60 하는 거 아니야? 응? 근데 도루 너무 많이 하다 다치면 어떡하지?”
유리가 좋아하면서도 걱정해준다는 거? 유리가 좋아하는 거야 당연히 좋고, 음.
걱정시키는 것은 그리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생각을 해준다는 거니까 이게 막 싫은 것은 아니다.
도루를 해대다 언젠가는 다칠지도 모른다. 그런 불의의 부상은 준비한다고 해서 다 피해지는 것이 아니다. 경기 전에 안전하게 도루하기 위해 특히 하체의 근육을 제대로 풀어 두는 편이지만 경기 중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제 도루 그만둘까?”
“응?”
유리가 눈을 데굴데굴 굴린다. 그러더니 씨익 웃었다.
“난 건우 안 다치는 게 최고야. 안 해도 괜찮지 않을까?”
“60-60보고 싶지 않아?”
“물론 보고 싶긴 한데.”
“그런데?”
“아, 울 건우 그런 거 안 해도 최고니까, 괜찮아!”
그런 거라니. 그래도 씨익 웃는 얼굴이 어딘가 가슴을 후벼 파 버릴 정도로 예뻐서, 나는 이유 모를 위안을 얻었다.
“그럼 올해까지만 하고 내년부턴 가끔만 할까?”
“그것도 괜찮고.”
괜찮으면 괜찮은 거다.
뭐, 도루 안 하면…
볼넷 한 200개씩 얻고 그러는 거 아닐지 모르겠네.
지금까지 올 시즌 볼넷은 126개를 얻어냈다. 작년 기록도 126개였고, 그게 KBO 역사상 한 시즌 볼넷 2위 기록이었다. 1위 기록은 나보다 한 개 많은 127개. 2001년의 오션스 용병 타자가 남긴 기록이다.
“근데, 불도저스 감독 인터뷰 봤어?”
불도저스 감독은 그 경기가 끝난 후, 자기가 나와 정면승부 하라고 투수에게 요구했다고 털어놓았다. 홈런을 맞은 후에도 그냥 붙어버리라고 했다는데, 두 번째 타석에서는 제대로 겁을 먹은 모습이었다.
내가 아는 김이든은 겁대가리 없이 막 던져대는 투수였는데.
혹시나 내가 저 투수의 미래를 장외홈런으로 망쳐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봤다.
홈런 한 방으로 사람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 그런데 뭐, 그렇다고 해서 살살 해줄 이유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본다.
그리고 김권종의 뒤를 이을 국대 좌완 소리까지 들었는데, 그 정도는 극복해내겠지.
“요새 감독들 좀 겁대가리가 없는 거 같지 않아?”
“나한테 정면승부 지시해서?”
“잠실 홈으로 쓰는 팀 감독들이 좀 그런 거 같은데. 잠실 빨 믿고 그러는 건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유리 귀여워.
“그럼 9개 구단이 다 잠실 홈으로 쓰면 좋겠네.”
“응?”
“홈런 100개 치게.”
유리가 재밌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나는, 경기 전에 만난 기자에게 말했다. 기자는 내게 60-60을 노리고 있느냐고 물었다.
“부상 안 당하고 롱런하는 게 목표 중 하나라서요. 생각을 조금은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왕 하는 김에 타격 전 부문 기록을 갈아치워 보는 것도 재밌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하긴 했지만.
KBO 역대 도루 1위가 무려 84개라서.
사실, 메이저리그 기록은 130개다. 도루는 그냥 필요할 때만 조금씩 하는 거로 하자.
#
[‘세계 최초 50-50’ 강건우, 60-60포기? 부상 우려 때문에 자제할 수도.]└아니 어제도 도루 두 개 하더만 뭔 포기임
└이게 맞지 도루 그냥 하지 말자
└엔젤스빠임?
└엔젤스팬 맞네 즈그랑 경기 한다고 도루 하지 말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5개 밖에 안 남았는데 그냥 엔젤스 전에 다섯개 채우고 그만해도 괜찮을듯
└시발 우리한테 자꾸 왜 그러는건데 개족같은 꼴션스새끼들아 우리 동맹이라며
└크보에서 동맹찾고 자빠졌네 ㅋㅋㅋㅋㅋㅋㅋ
└엔젤스&메테오스특)오션스랑 동맹이라고 주장하다가 경기 지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오션스한테 쌍욕박음
└꼴션스특)개못하다가 잠깐 반짝했다고 존나 잘난척함
└시발롬들아 우린 잘난척도 못 하냐?
└ㄴㄴ잘난척이 아니라 존나 잘난거지
└느그가 잘났냐 강건우가 잘났지
└꼬우면 오션스팬 하쉴?
└오션스팬특전)잘난척 존나 마음껏 할 수 있음
└부산 여행 왔는데 쳐돌았음 진짜 도시 전체가 야구 가지고 축제 분위기임
└야구말곤 할게 없으니 그렇겠지
└야구 못할땐 야구조차도 없었다 십새야
#
KBO 리그에서 확실한 5인 선발 로테이션을 돌리는 팀은 그리 많지 않다. 사람들은 오션스의 성적을 볼 때 강건우의 괴물 같은 기록에 집중하거나, 거액 FA 선수들의 활약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지만, 종종 부상 등의 이슈로 빠질 때는 있더라도 굳건한 5인 로테이션은 오션스 호성적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엔젤스는 시즌 내내 세 명의 선발 투수는 제자리를 확고하게 지켰다. 시즌 초에 4선발로 낙점받았던 오성진이 시즌 중반 이후 잔 부상으로 부진을 겪었으니, 나머지 두 자리는 여러 투수가 거쳐 가는 수밖에 없었다.
잠깐은 신인이 나타나 몇 경기 확고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지금까지 상위권 싸움을 해내고 있다는 것은 그래도 엔젤스가 공백을 잘 메꿔냈다는 뜻이다.
짜임새 있는 타선과 탄탄한 불펜. 어쩌면 약점은 선발의 두 자리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포스트시즌에 나가게 된다면 4인 선발 로테이션을 가동하게 될 테니 약점이 조금은 가려지게 될 것이다.
박재정 감독은 경기 직전, 강건우가 도루를 자제할지도 모른다는 인터뷰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놓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강건우의 도루 능력도 무지막지하지만 항상 문제는 경기를 뒤집어 놓는 그 홈런이다.
어제 바로 이 구장에서 투수의 멘탈을 터뜨리는 장외홈런을 때려내지 않았던가. 목 두껍고 팔뚝이 어지간한 어린아이 허리만 한 수준의 전통적인 거포 체형이 아님에도 사람 미치게 만드는 타구를 날려댄다.
오션스 팬들을 환장하게 만들고, 맞는 투수도 환장하게 한다. 끔찍한 놈. 내 선수면 얼마나 좋았을까.
박재정 감독도 다른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상상은 해봤다. 만약 자신이라면 강건우를 지명 타자로 썼을 것이다. 선발 투수로 돌리며 선발로 등판할 때는 지명 타자를 포기하고 강건우를 타선에 투입하고, 등판하지 않을 때는 지명 타자로만.
물론 강건우의 수비 능력은 쉽게 포기하기 힘든 수준이지만, 지금 엔젤스의 팀 사정을 생각해본다면.
수비로 리그 상위권 유격수인 윤세환이 있으니 괜찮고, 선발 로테이션에서 강건우 같은 투수가 던져준다?
엔젤스 팬들 사이에서 별명이 빡대가리 박재정의 줄임말인 ‘빡재정’이 아니라 ‘빛재정’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상상 따위는 아무 의미 없다. 오늘 선발은 안현기. 소위 말하는 노망주로, 올 시즌 11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평균자책점 4.27에 4승 3패를 거뒀다.
한국 나이로 29세에 드디어 빛을 보나 싶었다가, 중간에 부상만 안 당했더라도 확실히 자리를 잡았을 텐데.
아무튼, 안현기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 구위로 짓누르기보다는 존에 살짝 걸치는 포심과 꽤 잘 먹히는 체인지업으로 타자를 살살 약 올리다 훅 떨어지는 포크볼로 마무리하는 타입이다.
정수호가 눈여겨보고 많은 도움을 줬다.
강건우가 정말로 도루를 하지 않는다면 붙어볼 만할 것이다. 인터뷰에서 한 말을 100% 믿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온화한 성격의 안현기는 마운드에서 영리한 모습을 보인다. 박재정은 안현기에게도 정면 승부를 요구하진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외국인 투수 둘은 원체 구위를 믿고 공격적으로 투구하는 스타일인지라 가장 잘 하는 것을 하라고 요구했을 뿐이다.
경기가 시작됐다. 엔젤스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우는 것은 든든하기는 해도 때로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션스 팬들이 꽤 많이 자리를 차지했다.
안현기는 하던 대로 했다. 하지만 오션스 타자들이 만만한 상대는 아닌지라.
서창열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는데 8개의 공을 던져야 했고, 배영한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하는데 6개.
‘괜찮다. 잘 하고 있다.’
선발 투수가 어느 정도 버텨주면 잘 구성된 불펜을 가동하면 된다. 어제 인천에서 정수호가 8이닝을 던져준 덕분에 불펜은 싱싱하다.
강건우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안현기는 그렇게까지 겁먹지는 않았다.
29세에 처음으로 받은 제대로 된 기회다. 이미 쓴맛은 다 봤다. 앞으로 단맛만 보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쓴맛이 낯설지도 않다.
강건우에게 6개를 던졌다. 1회 초에 던진 공만 무려 20개.
하지만 실점은 없다. 강건우가 1루에 나가기는 했지만.
‘도루는 안 한다고?’
조금 안심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도루 잘 하는 주자는 베이스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투수에게 부담감을 준다.
상대할 타자도 만만하진 않다. 어쩌면 1회에만 30개 가까이 공을 던져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안현기는, 자기가 승리 투수가 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는 마인드를 가진 투수다. 3이닝이나 4이닝까지만 던지더라도 소임만 다 해낸다면 관계없다.
‘하던 대로만 하자.’
살살 꼬셔보자. 양대근은 자신만의 존을 가지고 있는 타자라 쉽지는 않겠지만. 일단, 초구 체인지업. 속으면 좋고 안 속으면 어쩔 수 없고. 다만, 타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몸쪽 낮게.
“볼!”
존 밖이다. 양대근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강건우가 움직였다.
“세이프!”
시즌 56호 도루.
안현기는 속으로 생각했다.
‘도루 안 한다며?’
강건우의 인터뷰 기사를 봤던 엔젤스 팬들이 가볍게 야유를 퍼부었다. ‘도루 안 한다며!’라는 뜻이었다.
박재정 감독도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도루 안 한다며.”
일종의 언론 플레이에 당했다고 봐야 하나.
그렇다고 도루 안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항의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안현기는 심호흡했다. 그리고 바깥쪽 낮게 포심.
“아!”
“야!”
“야! 강건우!”
“강건우 이 사기꾼아!”
비명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공을 던지지도 못한 포수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3루를 바라보고 있었고, 강건우는 1회 초부터 옷에 흙을 잔뜩 묻힌 채 시즌 56호와 57호 도루를 성공시켰다.
박재정 감독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도루 안 한다며…”
아마도, 엔젤스 팬 대부분이 그 말 혹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테지만.
오션스 팬 중 한 명이 외쳤다.
“그걸 믿나!”
그리고 정유리는 신나서 소리 없이 두 팔을 흔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