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304)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06화(306/385)
구도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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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부산은 야구 열기로 아주 뜨겁다는데요. 작년, 11년 만에 2위로 가을 야구에 진출한 부산 오션스가 올해는 무려 창단 후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습니다! 1982년 한국 프로야구 리그 창설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서 더욱 부산 야구 팬들의 심금을 울리는 듯합니다. 한기영 기자가 부산 야구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사직 야구장에 나가 있습니다.
뉴스에서 한 기자가 마이크를 들고 살짝 격앙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그 뉴스를 본 한 20대 남자가 별생각 없이 중얼거렸다.
“1982년 이후로 처음? 그게 말이나 되나?”
그러자 바로 옆 테이블에서 50대 남자가 숟가락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으며 말했다.
“어이. 총각.”
“예?”
“지금 오션스를 무시하는 기가?”
“아뇨, 그게 아니라…”
-지금 이곳은 부산 오션스의 홈구장인 사직 야구장인데요. 오늘 경기가 없는 날인데도 오션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부산 시민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현재 이곳에는 다음 홈 경기 팬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기도 합니다. 선수들의 사진이 새겨진 현수막을 이곳저곳에 설치 중이고, 다른 이벤트를 위해 여러 부스가 준비되고 있습니다.
“자네는 어디 팬이고?”
“저는 야구 안 봐서…”
“아. 그래? 아니, 난 또. 다른 팀 팬이 욕하는 줄 알았네. 미안해요.”
아저씨의 표정이 온화하게 바뀌었다. 혼자 부산 여행을 온 20대 남자는 야구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오션스 팬이신가요?
TV에서는 기자가 인터뷰를 시도하고 있었다.
인터뷰 대상으로 삼은 사람은 누가 봐도 오션스 팬이었다. 흰색 오션스 유니폼을 입고 있었는데 유성펜으로 휘갈긴 자국이 가득했다. 오션스 선수들의 싸인이었고, 유니폼에는 이런저런 기념 배지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예. 오션스 팬입니다.
-오늘 경기도 없는데 유니폼을 입고 사직 야구장을 찾아오셨네요.
-당근 하기로 해서…
-당근이요?
-예. 그, 제가 민승기 선수 와펜을 팔기로 해서…
-어떤 와펜인가요?
-오션스 우승 기념 와펜인데 황금 와펜은 선수별로 하나씩뿐이거든요. 근데 제가 민승기 선수 와펜을…사실 팔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일본인 오션스 팬분이 너무 간곡히 원하셔가지고…
야구에 전혀 관심 없었지만, 조금 흥미가 생기긴 했다. 어떤 매력이 있길래 사람들이 저렇게 야구에 미치고 심지어 일본인마저도 오션스 팬이 되는 걸까 하고.
꽤 붙임성 있는 성격의 20대 청년은, 초면에 다짜고짜 무례하게 말을 걸어온 아저씨에게 물었다.
“오션스 경기 보려면 그냥 사직 야구장 가서 티켓 사면 될까요?”
아저씨의 미간이 꿈틀댔다.
“경기 함 볼라고?”
“조금 궁금하긴 하네요.”
야구 팬들이란, 다른 사람을 자신이 빠져 있는 그 구렁텅이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좋아하는 족속들이다.
3년 연속 10위를 할 때도 영업을 멈추지 않는데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던 이런 시기라면?
마다할 리가 없다.
“총각.”
“예?”
“오션스 홈 경기 티켓 얼마 하는지 아나?”
“많이 비싼가요?”
“그냥은 못 구한다. 암표상이 100만 원 부르다가 낭심에 돌려차기 맞고 병원 실리간 이야기 못 들어봤는갑네.”
“100만 원요?”
청년의 눈이 커졌다. 물론 아저씨의 말은 과장이 좀 섞여 있었지만, 그래도 그 정도면 포기할 수밖에 없다.
조금 아쉽긴 해도 어쩌겠는가. 청년의 표정을 본 아저씨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마. 운 좋은 줄 아소.”
“예?”
“야구는 혼자 보면 재미없다. 그라고, 야구 잘 모르는 거 같은데. 누가 옆에서 가르쳐 주고 해야 좀 볼 맛이 나지. 안 그렇나?”
“그렇긴 한데…제가 혼자 여행을 와서요.”
아저씨가 자랑스럽다는 듯 가슴을 쭈욱 펴고 말했다.
“내가 티켓도 구해주고 자네랑 같이 야구도 봐주고! 어? 이런 기회 흔치 않타!”
“예? 아까는 티켓 100만 원이라고…”
“걱정 마라. 내가 누군지 아나?”
옆자리에서 돼지국밥 먹다가 갑자기 시비조로 말 건 아저씨요…라고 대답하려다가 가만히 있었다.
누군지 알 리가 있나.
“내가 어? 강건우의 여자친구의 엄마의 오빠다! 티켓 두 장 구하는 거 그거 아무것도 아니다!”
강건우는 그래도 들어봤다. 뉴스에서도 이름이 자주 나오는 편이고.
붙임성 좋은 청년은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는 잘 몰랐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는 않다. 그래도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았다.
“감사합니다! 오늘부터 오션스 팬 하겠습니다!”
아저씨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TV에서는 여전히 오션스에 대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오션스의 선전으로 인해 올해 추산되는 부산 경제 파급 효과가 4,000억 원이 넘는다는 발표도 있었는데요. 올해 오션스의 행보는 놀랍기만 합니다. 이상, 한기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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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패배는 사기를 떨어뜨리게 만든다.
승패는 단순히 한 번의 플레이로 결정되지 않는다. 야구는 양 팀이 27번 아웃당할 동안 진행된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도, 내 도루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모양이었다.
엔젤스 투수 안현기는 아주 잘 아는 선수는 아니지만, 침착한 스타일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어찌 보면, 민성이 형의 다운그레이드 버전 정도? 많이 다르긴 하지만.
어쨌거나 안현기는 흔들렸다. 솔직히 별생각 없었다. 그런데 엔젤스 팬들이 내게 화가 좀 난 모양이었다. 언론 플레이로 내가 엔젤스를 기만하고 속였다나.
물론, 우리 팀 팬들은 그런 건 신경도 쓰지 않고 승리에 기뻐할 뿐이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엔젤스 팬들과 죽어라 싸우고 있다.
이 경기와 관련된 기사들에서 모조리.
[오션스, 엔젤스 상대로 승리하며 시즌 99승 달성!]└사기쳐서 이기면 좋냐?
└존나 좋음 근데 그게 무슨 사기임?
└솔직히 속은놈이 잘못 ㅋㅋㅋㅋ
└아니 속은것도 아니고 그냥 뇌피셜 ㅋㅋㅋㅋㅋ
└욕하는 놈들 그 기사 다시 읽어보고 와라 정확하게 안 한다고 한 적 없닼ㅋㅋㅋㅋㅋ
[휴 브레드먼 감독, 강건우의 도루에 대해, ‘도루? 난 모르는 일이다. 갱이 그냥 알아서 하게 내버려두는 것을 선호한다.’]└아니 감독이 선수 도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게 말이 됨?
└말이 될 수도 있지
└느그 감독 허수아비냐?
└그럼 허수아비한테 줫털린 니네감독은?
└우리 감독은 뭐 그냥 빡대갈이지
└ㅇㅈ
└ㅇㅈ
[허탈한 표정의 박재정 감독, ‘패배는 내 탓이다. 선수들 욕은 하지 말아달라.’]└ㅇㅋ
└십새야
└나가죽어라
└사퇴해라 빡재정
└딱 한번만 송병재가 빡재정 엎어놓고 빳따치는거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번트 댈때 배트 말고 빡재정 대가리로 치면 안 되냐?
└오)어휴 엔젤스 팬 수준;;; 감독이 뭐 죽을 죄를 지었나;;;
└감독 사형시켜달라고 청원 올린거 오션스 팬 아니었냐
└오)지난일에 연연하지 말자
└지난일은 시발 감독 죽이려고 한건 지들이 젤 심하면서
그냥 마침 유리와 그런 이야기를 했고, 기자가 도루에 관해 묻길래 무심코 대답했을 뿐인데 내가 정말로 도루를 안 할 거라고 기대하기라도 한 걸까.
우리 팀 선수들은 딱히 신경 안 쓰는 것 같았다. 화난 엔젤스 팬이 퇴근길에 뭔가를 던졌는데, 창열이 형이 그걸로 제기차기를 해버렸다. 다들 놀랐는데 혼자만 태연했고, 선수단 매니저가 쇳덩어리나 흉기 종류면 어떡할 뻔했느냐고 말했지만 창열이 형은 당당하게 코를 팠다.
참 무심한 사람이구나 싶었는데, 나중에 듣고 보니 자기도 그 생각을 못 하고 무심결에 해버렸다나 뭐라나.
아무튼, 의도치 않게 다른 팀 감독에게 욕을 먹였다. 전혀 신경 쓰지는 않지만.
-송병재 : 강건우 도루 안 한다며?
-나 : 진짜 안 한다고 한게 아니라 생각해본다고 했는데 다들 오해하신거 같아요
-나 : 혼돈을 드려 죄송합니다
-백준섭 : 그냥 안 하면 안 되냐?
-민승기 : 준섭이 형 스윙 안 하면 건우 도루 안 하도록 조치해둘게요
-백준섭 : 야 양심터진 소리 그만 좀 해줄래?
-채지성 : 준섭이 형 그냥 스윙 안 하면 안 돼요?
-정수호 : 건우 코시에서 나 만나면 견제구 100개 던질거니까 그렇게 알아둬
-정조준 : 형 엔젤스가 코시를 어케 가요
-송병재 : 야 우리가 갈 수도 있지
-정조준 : 에이 아무래도 우리가 젤 가능성 높지 ㅎ
-손용기 : 설레발 좀 치지 마라 부정탄다
-박용재 : 형님들 말씀하시는데 죄송헌디
-박용재 : 올 시즌 코시는 오션스 대 메테오스입니다
-조용한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용재 : 아니 왜 그렇게 웃는다요???
-민승기 : 용재
-박용재 : 예???
-민승기 : 코시에 가고 싶은 그 진정성을 증명해라
-박용재 : 어떻게???
-민승기 : 메테오스 코시 진출 실패지 오션스 입단…
-민승기 : 그 정도는 걸어야 간절함을 남들이 알 수 있겠지.
-박용재 : 저양반이 오늘도 뭘 좀 잘못 잡솻나
뭐, 그냥 그랬다. 승기 형은 뜬금없이 오션스 영업을 했고, 조준이 형이 태클을 걸었고, 김권종이 나와서 조준이 형을 정리해줬다.
이번 시즌이 이제 다섯 경기 남았다. 솔직히, 음.
내 생각보다는 훨씬 빠르게 우승에 근접하게 된 것 같다. 처음 오션스 왔을 때만 해도 이게 가능은 할지, 결혼도 못 하고 노총각으로 늙어가진 않을지, 혹시나 유리의 오션스 우승 소원이 비혼 선언은 아닌지 걱정했었지만.
어쩌면 운 좋게도, 많은 것들이 잘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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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년 10월 6일, 오션스는 아이언스와의 시즌 최종전을 홈에서 준비했다.
부산은 완전한 축제 분위기였다. 굳이 더 설명할 필요 없을 정도로.
이미 정유리의 차라고 알려진 허머는 꽤 눈에 띄는 차였고, 흥분한 부산 시민들은 정유리의 허머가 나타나면 앞다퉈 길을 비켜줬다.
“부산 사람들 되게 운전 젠틀하게 하지 않아?”
콧노래를 부르며 말한 정유리에게, 강건우는 그냥 웃어주는 거로 대신했다. 정유리가 행복하다면 사소한 착각 따위는 어찌 됐거나 괜찮지 않겠는가.
마침 주말 경기다. 야구 팬들이 꽤 많았다.
“와. 저기도 건우고 여기도 건우네.”
아무래도 강건우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띈다.
민승기가 센세이션한 활약을 펼쳤고, 다른 선수들도 성장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강건우만큼의 임팩트는 없었다.
현재 강건우의 성적은 타율 정확히 4할, 출루율 0.543, 장타율 0.973. OPS가 무려 1.516이다.
데뷔 시즌도 1.413의 OPS로 몬스터 시즌을 보냈는데, 무려 1할이 더 상승했다.
64홈런 147타점 138득점. 57도루에 볼넷만 128개.
38세이브를 올린 평균자책점 0점대 마무리 투수이기도 하다.
“누나 이름도 꽤 보이는 거 알아?”
“아, 난 선수도 아닌데…”
정유리는 여전히 자신에게 쏟아지는 인기가 조금은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구단 측에서 선수도 아니고 선수 출신도 아닌 코치의 이름이 박힌 유니폼을 판 전례가 없어서 판매하지 않았는데, 팬들은 공동구매로 정유리의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결국 오션스는 정유리의 유니폼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판매량이 꽤 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아. 오늘 삼촌 경기 보러 온다더라. 현수는 무슨 일이라도 있는지 못 온대.”
홈 경기에 빠질 녀석이 아닌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강건우는 비밀을 잘 지키는 사람이다. 그리고 정현수는 다른 가족들에게는 비밀로 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건우는, 정유리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제외하고는 비밀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
“어. 현수, 여자친구 생겨서 여자친구랑 둘이서 경기 보고 싶대서 내가 따로 티켓 구해줬어.”
“뭐? 정말? 정현수가 여친이 생겨?”
“응. 누나 와펜 가지고 있던 여자분.”
“허.”
“착하던데?”
“허.”
“왜?”
“착한 사람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정현수 같은 놈이랑?”
강건우는 그냥 낄낄 웃었다. 정현수가 맨날 하는 말이다. ‘형은 대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우리 누나랑…’ 물론, 강건우는 그런 말을 하면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 너네 누나 같은 사람 만날 수 있는 거다.’
어쩌면 남매는 원래 그런 걸까.
조금 궁금해졌다. 정유리와 아이를 둘 낳았는데 그 아이들의 사이도 저럴지.
괜히 실실 웃는 걸 본 정유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요즘, 건우가 저렇게 웃는 일이 많이 늘었다. 나쁠 건 없다. 웃는 얼굴이 꽤 귀엽기도 하고.
“으악!”
주차장 근처에서 정유리가 비명을 질렀다. 강건우가 놀라서 왜 그러냐고 묻자, 정유리는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한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미쳤어 진짜…”
그쪽에는 팬이 만든 듯한 플래카드가 여러 장 붙어 있었다.
-강건우 유리 누나 울리면 죽는다
-☆야구 여신 정유리☆
-존경을 담아 ‘누나’라고 불러라
-유리 누나 말만 잘 들으면 자다가도 우승이 생긴다
-유리 누나 나가요! 내 마음에서 나가!
민망해하는 정유리와는 달리, 강건우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틀린 말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