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306)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08화(308/385)
각본 없는 드라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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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기 전, 조준이 형과 캐치볼을 하고 있었다. 새삼스럽지만 좀 이상한 그림이기는 하다.
파이러츠 홈구장은 사직 구장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런 곳에서 내가 일단은 파이러츠 간판선수랑 캐치볼을 하고 있다?
나는 공을 던지면서 그립을 살짝 비틀었다. 역회전 성으로 날아가는 공에 조준이 형이 살짝 비명을 지르며 잡아냈고, 그래놓고도 뻔뻔하게도 쉽게 잡은 척 코웃음을 쳤다.
자기도 그립을 이상하게 잡아서 던지려는 듯 공을 잡고 꾸물대길래 말을 걸었다.
“형.”
“왜 임마.”
“진짜 메이저리그 갈려고?”
“내가 가야지 누가 가냐?”
내가 피식 웃자, 그제야 그립을 잡았는지 힘껏 던졌다.
조준이 형은 한국에서야 어깨가 평균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보자면 그리 훌륭한 편은 아니다.
그래도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은 것은 거기서도 20-20을 몇 번이나 기록할 정도로 재능이 있어서다. 코너 외야수에게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타격이니까.
있는 힘껏 던졌지만, 그립이 엉성해서인지 공이 붕 떴다. 궤적이 조금 이상하긴 했어도 잡아내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냥 옆으로 두어 걸음 움직여 쉽게 받아내자 조준이 형이 민망한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못하면 그냥 평범하게 해.”
“마. 누가 못해? 내가? 나 정조준인데?”
“형.”
“뭐!”
“나도 안 가는 메이저를 형이?”
조준이 형의 표정이 볼만하다.
“나 정도면 갈 만하지!”
물론, 갈 만하다. 가서도 성공할 거고.
올 시즌 성적이 타율 0.352에 출루율 0.440, 39홈런 27도루 정도인가. 다만, 내 홈런 기록에 자극받아서 그런지 장타력을 늘리려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해서 조금 둔해 보인다. 도루 성공률이 떨어졌고 낙차 큰 변화구에 살짝 약점을 보일 때도 있다.
KBO에서야 홈런 숫자와 장타율이 늘어나니 괜찮을 수도 있지만, 2년 전 MVP 시즌과 비교하면 타율이 1할 가까이 높아졌는데 출루율이 소폭 하락한 상태다. 메이저리그에서 원래보다 조금 더 안 좋을지도 모른다.
“나도 안 가는데?”
그렇게 말하며 공을 던지자, 조준이 형은 버벅대다 공을 놓칠 뻔했다.
조준이 형의 얼굴이 살짝 벌게졌다.
“30-30이 우습게 보이나!”
“아직 30-30안 됐잖아. 그렇게 치면 난 60-60이게.”
“딱 봐라. 오늘 내가 30-30 찍는다.”
“30-30이면 충분한가?”
“존나 충분하지!”
“형 그냥 FA 되면 메이저리그 가지 말고 오션스 와라.”
“내가 왜!”
“오션스 오면 내가 안타 치는 법 가르쳐 줄게.”
“…”
“수비하는 방법도?”
“…오늘 홈런 한 개 치고 도루 13개 해서 40-40한다.”
“40-40해도 한참 부족하지 않아?”
“으아아아아아아아!”
조준이 형은 온몸을 비틀면서 최대한 강력하게 공을 던졌다. 그리고 내가 별 미동 없이 받아내자, 혼자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제법이군…”
아무래도 역효과가 난 것 같다.
“내 공을 받아내다니…네 녀석…”
설마, 제2의 민승기가 지금 탄생해버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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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니후니.”
“네.”
“아까 강건우에게서 특급 첩보가 들어왔다!”
“네?”
“오늘 정조준이 도루 13개를 예고했다고 한다!”
“도루 13개요?”
이훈이 입을 쩍 벌렸다. 도루 13개?
타자가 한 번 타석에 나서서 해낼 수 있는 최대치의 도루는 3개다. 홈스틸까지 해야 한다.
그런데 13번? 최소한 타석에 5번 들어서야 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훈은 살짝 풀죽은 듯 고개를 숙였다.
“후니후니! 기죽지 마라! 강건우가 알려준 비책이 있다!”
“비책이요? 뭔데요?”
“그건 바로…! 도루를 못 하게 발모가지를 작살내면 된다고 강건우가 알려줬다!”
“예?”
“물론! 농담이겠지! 농담이다! 요즘 정조준이 낙차 큰 변화구에 약점을 보인다! 후니후니! 그렇다면 우리는!”
“포크볼?”
“그렇지! 다행히도 후니후니 너는 포크볼의 명인! 그리고 나는 블로킹의 달인! 정조준을 상대로 포심-포크볼의 패턴으로 간다아아아앗!”
“…포심 던지다 홈런 맞으면 어떡하죠?”
이훈 포심의 약점은 피장타율이 높다는 점이다. 그래서 투심을 장착했던 것이고.
이훈에 대해 잘 아는 박의현은 무신경하게 ‘맞아도 된다. 어차피 우린 우승했으니까아아앗!’이라고 말하진 않았다.
대신, 민승기가 귀신처럼 나타났다.
“…이훈.”
“승기 형. 언제 오셨어요?”
“네 단점이 무엇인지 아느냐.”
“어…저는…”
우물쭈물하던 이훈이 자신 없게 말했다.
“제구력이랑…어, 회전수요?”
박의현은 소리 없이 입 모양으로만 외쳤다. ‘아니야! 아니라고! 후니후니! 넌 네 생각보다 강하다! 그건 사직 야구장 홈플레이트를 묫자리로 예약해둔 내가 보증한다!’
민승기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것도 무려 8번이나.
“아니. 네 약점은…”
민승기의 얼굴이 단호한 표정에서 온화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훈의 어깨를 다정하게 붙잡으며 말했다.
“자신의 실력을 믿지 못한다는 점…”
“예…?”
“널 믿어라. 아니, 그게 힘들다면. 나를 믿어라. 나는 오션스에 오기 전부터 너를 주목하고 있었다…! 너는, 바로, 오션스의 향후 십 년을 이끌어나갈 만한 재목…!”
이훈의 눈이 흔들렸다.
오션스의 향후 십 년?
내가?
저 괴물 같은 민승기가 오션스에 오기 전부터 날 주목했었어?
“저, 정말로요…?”
민승기가 눈을 감았다가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8번이 아니라 1번이면 충분했다.
“그래. 나는 두말하지 않는다…!”
팀을 이끌어야 한다. 모든 구성원의 잠재력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도울 의무가 있고, 이 팀을 항상 최상위 레벨으로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리더의 의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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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초를 무사히 마친 파이러츠! 이제 1회 말 공격에 나섭니다!
-오늘 파이러츠 홈구장에 오션스 팬들이 거의 절반 정도는 되는 것 같네요.
-예. 아무래도 인접한 지역이기도 하고, 창원 인근에도 여전히 오션스 팬들이 많이 남아 있기도 하고요. 게다가 역사상 첫 우승으로 오션스 팬들의 열기가 정말 뜨겁지 않습니까? 사실 파이러츠에게도 꽤 중요한 경기거든요. 엄청난 응원전이 기대됩니다.
경기장은 입추의 여지 없이 가득 차 있었다. 거의 1루측과 3루측이 정확히 반으로 나뉜 것처럼 다른 색 유니폼을 입은 팬들의 기 싸움이 대단했다.
“마! 고마 파이러츠 때리치우고 오션스로 다시 돌아 온나!”
“뭐라 씨부리노! 거 개똥 같은 팀 응원할 바에 야구 안 보고 만다!”
“그럼 인자 보지 마라!”
“느그나 보지 마라!”
서로를 꽤 잘 아는 팬들이다.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위치한 이 구장에서는, 양 팀 팬들이 한 글자로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마!”
“산!”
“마!”
“산!”
이훈이 파이러츠의 첫 타자를 상대로 2구 만에 아웃 카운트를 잡아냈다.
꽤 날카롭게 들어온 투심에 박근수가 배트를 냈지만 유격수 땅볼.
소위 말하는 후니단, ‘이훈 잘알’들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오늘 훈이 공 직이네.”
“저건 몬 친다. 절대 몬 친다.”
물론 이훈은 기복의 화신이라는 소리를 듣던 투수다. 잘 던지다가도 언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를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 이훈은 꽤 좋아 보였다.
자신의 시즌 마지막 등판이고, 결의에 가득 차 있었으며 동기 부여가 잘 되어 있었다.
‘후니후니! 오늘 잘 던진다면, 한국 시리즈에서 파이러츠를 상대하게 될 때 사람들은 널 찾을 것이다!’
박의현이 경기 전에 한 말이었다.
물론, 과도한 관심은 여전히 조금은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팀에게 보탬이 될 수 있다면 기쁠 것이다.
엔젤스 골수 팬인 이훈은 내심 엔젤스와의 한국 시리즈를 꿈꾸고 있었다. 물론 엔젤스가 올라온다 하더라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파이러츠에게 조금이라도 타격을 준다면 어느 정도는 엔젤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이훈, 2번 타자 김해근을 상대로 4구째 투심을 던져 두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냅니다!
-노경우 선수, 사이드 스텝이 정말 좋아졌어요. 데뷔 초만 해도 발은 안 움직이고 엉덩이만 움직이다 넘어지면서 놓치곤 했거든요.
-예. 완전 딴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타석에 정조준 선수가 나옵니다! 올해 커리어 하이 성적을 노리는 정조준!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요!
40홈런을 코앞에 둔 정조준이다. 져도 되는 오션스와는 달리 파이러츠에게는 이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도 충분하다.
바짝 따라붙은 엔진스의 추격을 떨쳐내야 하고, 한국 시리즈에서 만나게 될 수 있는 오션스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패배로 끝내고 싶진 않았다.
오늘 경기, 이훈은 6개의 공 모두를 투심 패스트볼로 던졌다. 다소 타자 친화적인 창원 파이러츠 파크에 걸맞은 피칭.
파이러츠에도 까다로운 타자들이 즐비하다. 배트를 짧게 쥐고 정확하게 때린 후 1루로 내달리는 박근수는 3할이 확보되는 리드오프고, 김해근은 어느 타순에서도 제 역할을 해낸다. 최지용은 걸리면 넘어가는 파워와 부족한 선구안을 가져서 오션스 팬들에게 창원의 노루라고 불리긴 했지만, 올 시즌 30홈런을 달성했다.
그 중에도 가장 까다로운 것이 정조준이다. 입을 너무 털어대서 가끔은 파이러츠 팬들의 조금 아픈 손가락 취급받기는 하는데, 성적만 봐도 알 수 있다. 어쨌거나 파이러츠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다. 입을 털거나 말거나 상관 없었다.
만약 이번 시즌 강건우가 없었더라면 민승기와 함께 유력한 시즌 MVP 후보로 손꼽혔을 것이다.
그리고 각자 동기 부여가 잘 된 두 선수의 승부가 시작됐다.
-오! 스트라이크! 정조준 선수가 하이 패스트볼에 헛스윙합니다!
-오늘 경기 첫 포심이네요. 조금 용감한 코스인데요. 저런 코스에서 정조준한테 잘못 걸리면 그대로 넘어가거든요.
2구 포심은 정조준이 그냥 지켜봤다. 1볼 1스트라이크.
그리고 3구째.
이훈의 포크볼이 발톱을 드러냈다.
-헛스윙 스트라이크! 이훈 선수의 포크볼이, 이야. 정말 훅 떨어지는데요!
포크볼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면 누구나 속을 수밖에 없는 그런 공이었다.
정조준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포심-포크볼?
한동안 거의 투심만 던져대던 투수가 갑자기 자신의 타석에서 패턴을 바꾼다?
‘강건우 이 새끼가…?’
자세한 내막을 당장 알 수는 없지만, 강건우의 수작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강건우는 다른 타자들에게 비교적 느린 공을 던지고 자신에게만 빠른 공을 던지기도 했다.
그리고 경기에서 단 한 번도 던지지 않았던 공을 던져 자신을 농락하기도 했고.
그래도 정조준은 카운트가 몰렸다고 스윙을 소극적으로 가져가거나 접근법을 바꾸는 걸 좋아하는 타자가 아니었다.
머릿속에 포심을 굳혔다.
포크볼에 당하긴 했지만, 초구 포심이 퍽이나 인상적이었던 탓이다.
‘어차피 인생은 모 아니면 도다.’
배트를 굳게 쥐었다. 풀스윙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훈의 입 모양이 조금 신경 쓰였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정조-준 홈! 런!”
파이러츠 팬들이 외쳤고.
“4-구 삼! 진!”
오션스 팬들이 소리 질렀다.
이훈의 공이 날아온다. 살짝 높아 보인다. 정조준은 계획한 대로 배트를 크게 휘둘렀다.
걸리면 넘어갈 것이다.
그런데 이훈의 공이 갑자기 누가 밑에서 잡아당기기라도 한 것처럼 뚝 떨어지기 시작한다.
배트를 집어넣기에는 늦었다.
궤적을 수정해서 본능적으로 맞히려 들었다.
일부러 하체를 무너뜨리며 어떻게든 궤적을 수정해야 한다.
부웅-
하지만, 포크볼이 땅바닥을 스치며 들어왔다. 자세가 완전히 무너진 정조준은 볼품없이 한 바퀴 돌면서 흙바닥을 굴렀고, 튀는 공을 급소로 막아낸 박의현은 얼른 공을 주워 정조준에게 태그했다.
“아웃!”
넘어진 정조준이 인식한 것은.
영 안 좋은 곳에 공을 맞아서 ‘윽! 억! 으! 으억! 윽!’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는 박의현과 해맑게 웃으며 주먹을 불끈 쥔 이훈.
그리고, 한쪽 입꼬리만 올린 채 자신을 보고 웃고 있는 강건우.
“야이…오션스으으으으으…!”
뭔가 또 당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모는커녕 빽도가 나온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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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2위 싸움에 기름을 퍼부은 이훈의 인생 투.] [오션스 이훈, 8이닝 1실점! 시즌 12승!] [파이러츠 정조준, 오션스 선발 이훈에게 3번 삼진당한 후 마지막 타석에서 솔로 홈런 작렬. 커리어 첫 시즌 40호 홈런 달성!] [춤추는 투심과 폭포수 같은 포크볼. 두 얼굴의 사나이 이훈.] [이훈, ‘구단 모든 사람이 절 도와주셨어요. 특히 오늘은 민승기 선배님의 조언이…’] [휴 브레드먼 감독, ‘한국 시리즈에서 파이러츠와 만난다면 이훈의 활약을 기대할 만한 피칭이었다.’]└ㄹㅇ야잘알 빵동님
└ㅎㄴㅎㄴ
└ㅎㄴㅎㄴ
└갓-훈
└빵동님 미국 가실 때 후니 데려가심 안됨니다 후니 없으면 오션스 망해요
└;;;
└오늘은 걍 봐주자…후니 오늘 개잘하긴 했음…
└한 번만 봐준다 후니단…
[파이러츠 서창원 감독, ‘변한 건 없다. 우리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용길의 야구회로) 오션스가 만들어낸 국가대표급 키스톤 콤비. 이제는 세계 올스타급?]└아 이건 좀…
└아재요…
[정조준, ‘이게 전부 강건우 때문이다.’ 무슨 뜻?]└남탓 오지고요 ㅉㅉㅉ
└탓션스가 남탓 하는걸로 타팀 선수 까는 거 우습지 않음?
└우린 이제 더이상 탓션스가 아니다 덕션스라 불러달라
└또 뭔 개족같은 드립 치려고 밑밥 까는거임?
└강건우 덕 유리누나 덕 빵동님 덕 천재단장 박준기덕
└ㅅㅂ
└더해줌?
└니 좃대로 하셈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