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310)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12화(312/385)
각본 없는 드라마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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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할 타율이라는 게, 말이 쉽지…
-말이 쉽다뇨. 말도 어려워요.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죠. 아무튼요. 역대 1위가 0.412거든요? 근데 그건 KBO 원년의 기록이에요. 그때는 경기 수가 총 80경기였고, 72경기에 출전해서 나온 기록입니다. 그것도 대단한 기록이긴 한데 아무래도…다르긴 하죠. 현대 야구, 144경기에서의 4할은요.
-그것도 강건우 선수는 홈런 타자잖아요. 홈런 타자들이 고타율을 기록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강건우 선수를 제외하고 원년부터 지금까지 3할 7푼을 넘긴 13명의 타자 중 40홈런 이상은 한 명, 40개 미만 30개 이상을 친 타자도 2명뿐이거든요.
어딜 가나 강건우 이야기뿐이었다. 해설위원들이 모여 2029시즌 KBO 결산에 대해 토론하는 TV 프로그램에서 강건우에 관한 이야기가 절반 이상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죠. KBO에서 시즌 출루율 5할은 딱 세 번 나왔습니다. 그 중 두 번이 강건우 선수예요. 강건우 선수? 2년 차죠. 김태윤 아나운서가 경기 중에, 막 그랬죠? 울먹이는 얼굴로. 지금 우리는 강건우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아나운서의 성대모사를 시도하자 패널들의 웃음이 터졌다.
-근데 그게 맞는 거 같아요. 저는 진짜 궁금한 게, 아직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 게, 메이저리그 안 가고 오션스에 입단한 이유가…
-아, 또 그 이야기야? 그거 맞다니까.
-정말로 여자 친구 때문에요?
-맞다고 내가 한 오십 번 정도는 얘기했던 거 같은데?
-세기의 사랑이네요. 정말로.
-저 진짜 솔직하게 한마디만 해도 돼요?
-하세요. 아무도 안 말려요.
-여자 친구 때문에 KBO를 개박살을 내다니…
-저기요. 황 위원님.
-예?
-존경심을 담아서 누나라고 부르세요.
-이야! 누나 나왔어!
-시청자 여러분. 저는 존경심을…
심야에 나오는 스포츠 케이블 방송이다 보니 다소 자유스러운 분위기였다.
한참이나 강건우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다시피 했다. 아무래도 말할 것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민승기를 포함한 오션스의 다른 선수들 이야기를 한 후에야 바로 다음 날 있을 메테오스와 아이언스의 5위 결정전에 관해 이야기했다.
-어느 팀이 올라갈 거라고 보세요? 아, 일단 투표 한 번 하죠.
-무기명인가요?
-당연하죠. 메테오스가 이긴다고 생각하시면 왼손, 아이언스라고 생각하시면 오른손 들어주세요.
-그게 무슨 무기명이야!
다섯 명 중 두 명이 왼손, 또 두 명이 오른손을 들었다.
그리고 남은 한 명은 카메라 눈치를 보다가 오른손을 들었다.
-그럼 왜 그렇게 생각들 하시는지 말이나 들어보죠.
-아무래도 타선 응집력이 아이언스가 좋잖아요. 전체적인 선발 퀄리티는 메테오스가 좀 낫긴 한데, 이거 어차피 단판 승부라서.
-메테오스에서 박용재 나오면 왼손 들었을 건데. 아이언스에서는 최철 나오잖아.
-근데, 비토 로드리게스도 만만한 투수는 아니거든요. 박빙의 승부가 될 겁니다. 여기서 올라가면 메테오스가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고요.
-와일드카드 결정전 박용재 등판?
-정태구 감독님도 승부수를 던진 게, 아무래도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 비토 로드리게스 내고 2차전에 박용재 낼 생각이었던 거 같거든요. 올라간다고 보고.
-그렇겠지.
-근데 와카 1차전에 지면 끝인데 박용재를 또 아낄 수 있을까요?
-어우. 어렵다.
대부분 스포츠가 그렇듯, 야구도 예측이란 것이 그리 쓸모 있는 종목은 아니다.
어쨌거나 메테오스와 아이언스에게는 자비 없는 일정이 이어졌다. 부산에서 일정을 마친 메테오스는 대전으로 돌아가 5위 결정전을 준비해야 했다.
2028년 메테오스가 7위, 아이언스가 8위였기에 메테오스가 홈 권리를 갖게 된 것이다.
치열한 승부가 될 거라는 전망 속에서, 아이언스가 약간 우세할 거라는 예측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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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을 2위로 마쳤던 작년에는 잠깐의 휴식을 가졌었다.
그런데 유리는 내게 말했다.
“누나 출근하는데 따라갈래?”
“출근해?”
“응. 말 안 했나? 불펜 투수들 점검 좀 하려고.”
불펜 투수들의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평소에 좀 잘 할 것이지…
“누나 가면 나도 가야지.”
“그래!”
어차피 내가 따라나설 거란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준비를 마치고 노경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 훈련장 ㄱ
-경우 없는 놈 : ?
-경우 없는 놈 : 펑고 받으라고?
-나 : 알면 빨리 ㄱ
-경우 없는 놈 : 난 이미 훈련장인데?
-경우 없는 놈 : (사진)
…세상에 이런 일이?
자율 훈련은 종종 겉보기에는 그럴싸하고 좋아 보이나 실제로는 알맹이가 없을 때가 많다.
내가 없었던 오션스를 떠올려 보자. 휴 브레드먼 감독의 팀 기조인 자율 훈련이 제대로 돌아갔을까?
훈련 때 열심히 한다고 후배 갈구는 선배가 있는 팀에서 그럴 리가 있나.
하지만, 오션스는 많이 바뀌었다.
유리와 함께 훈련장에 도착하자 대부분의 선수들이 훈련장에 나와 있었다. 유리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불펜 투수들은 자기들끼리 나와서 팀으로 몸을 풀고 유리에게 투구를 분석해달라고 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
어쨌거나, 의외의 모습은 매우 많다.
솔직히 말해서 조금 반성하고 있다. 여기 처음 도착했을 때, 난 배영한 이라는 사람에게 조금 오해를 하고 있었다. 술이나 퍼마실 줄 알고 여자나 밝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그 사람만의 방어 기제였던 것 같기도 하다.
더 열심히 야구하고 싶었는데, 당연히 자기가 있을 거라 생각했던 원소속 팀에 있을 곳이 없다는 걸 알게 된 후 어딘가 살짝 어긋나 버린 그런 거.
“팔꿈치 몸통에 딱 붙이고 휘둘러. 그래. 그렇지. 야. 우리 같은 똑딱이들은 그렇게 스윙해야 해.”
똑딱이라기에는, 몇 시즌 전에 잠실에서 20홈런도 치고 그랬으면서. 어쨌든 지금은 후보 선수들 타격을 봐주고 있다. 뭐, 한때 천재 타자로 불렸던 사람이기도 하고. 어디 부상이라도 크게 당하지 않으면 내후년쯤 2,000안타를 달성할 타자다.
백업 타자들이 토 달지 않고 얌전히 따라갈 만한 선배라는 뜻이다.
그리고 서창열. 창열이 형.
편견과는 다르다. 저 사람이 오션스를 선택한 이유는, 우승 가능성 때문이었다.
훈련하는 선수들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쓱 둘러본다. 그리고 대충 하는 선수가 있으면 괜히 옆에서 욕을 좀 해준다.
“야.”
“예.”
“오션스 오기 전엔 네가 제일 열심히 할 거라고 생각했거든?”
“예?”
“근데 너 보다 열심히 하는 애들이 많다?”
그, 원래는 안 그랬다고…
그렇게 말하려다가, 나는 그냥 슬쩍 웃고 대답했다.
“형도요.”
“무슨 뜻이냐?”
“아니, 뭐 그냥 그렇다고요.”
“노경우 이 새끼가 또.”
노경우가 갑자기 왜 나오는진 모르겠지만, 노경우 미안.
아.
“경우 찾으러 가세요?”
“어.”
“저 경우 펑고 쳐주려고 했는데.”
“그 펑고 내가 친다.”
음.
경우 미안.
훈련장 한쪽에서 선베드를 가져다 놓고 선글라스를 낀 채 옆에는 우유를 두고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시선이 느껴진다. 그가 슬쩍 상체를 일으키는 모습이 보인다. 어쩌면 내게 다가와서 또 쓸데없이 혼자 비장한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자리를 피해야 할 것 같다.
“앗! 거누거누! 나 박의현, 사직 홈 플레이트에 묻히기 전에 네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아아앗!”
최악보다는 차악이 낫지. 좀 정신없긴 해도, 난 의현이 형에게 순순히 끌려가기로 했다.
“이번 한국 시리즈만큼은 꼭! 완주해내고 싶다! 작년에는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른다! 그리고 네가 선발로 등판할 수도 있으니 배터리 간의 찌릿찌릿한 대화의 시간을 가져보는 게 어떻겠는가!”
…큭큭큭 강건우보다는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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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의현이 형과 대화했다. 중간에 상욱이 형도 끼었다. 상욱이 형과도 호흡을 맞춰야 할 수도 있으니 같이 이야기하자면서 의현이 형이 불러서.
등판하게 된다면 어떻게 던질 거냐고 묻길래, 나는 가감 없이 대답해줬다.
“죽어라 던질건데요.”
특히, 그 경기에서 한국 시리즈 승자가 누군지 가려진다면 그럴 것이다. 마운드에 오르면 타석에 섰을 때 보다 더 최선을 다하게 된다.
솔직히, 메이저리그에서 투타 겸업하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나는 타자보다는 투수에 조금 더 비중을 뒀었다.
지금 타자를 메인으로 하는 이유는, 그냥 그게 오션스 우승에 더 이바지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나는 포수들에게 정확히 내가 뭘 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잘못 들으면 자의식 과잉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이야기다.
하지만 의현이 형은 진지하게 메모해가며 내 이야기를 들었고, 상욱이 형은 입맛을 다셨다.
시즌 중에는 가끔 지겹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매일 경기를 준비하고, 타석에 나서고 수비한다.
경기가 없는 날이 오히려 색다르게 느껴지곤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간은 간다.
아직 시즌의 여운이 남았는지 훈련 강도와 시간에 조금 어색해하던 선수들은, 각자의 길로 향했다.
“…나 죽는다, 강건우…”
미친 듯이 펑고를 받아낸 노경우를 외면하고 도망쳤다. 승기 형이 자기 집에서 5위 결정전을 보자고 했지만, 거절했다. 의현이 형이 그 제안을 수락한 모양이었다. 상욱이 형이 뒤에서 집에 가라고 싸인을 보냈지만 못 본 건지 안 본 건지는 모르겠다.
나와 유리는 우리의 예비 신혼집에서 둘이서 경기를 보기로 했다. 조용히 분석하면서 보고 싶다고 하는데…
나야 좋지.
우리는 치킨을 시켰다. 예전에는 이런 음식은 입에도 안 댔는데. 심한 강박증을 버리니 먹을 건 먹고 행복할 수 있고 좋다.
경기가 시작됐고, 치킨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유리의 입가에 묻은 치킨 양념을 손으로 닦아주자 유리가 ‘헤’하고 웃으면서 날 안으며 내 입가 옆을 핥았다.
“너도 묻었거든!”
“우와. 누나.”
“응?”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하는 거 하나하나가 예쁠까.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아.”
“오. 파운데이션 바꿨는데 귀신같이 알아본 거?”
조용히 분석하면서 야구 보고 싶다던 유리는 분석은커녕 내 어깨에 기대서 발을 까닥거리며 경기를 봤다.
좋은 향기가 난다. 마음이 푸근해진다. 이렇게 야구 본 게 얼마만…아니, 없었던가.
비토 로드리게스는 박정신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포효했다. 아이언스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던 최철은, 이번 시즌 7홈런에 그친 메테오스의 베테랑 외야수 채정준에게 뜬금포를 맞았다.
각자 24, 29, 31개를 넘긴 최종국-이성혁-빅터 발타사르는 잘 잡아내더니.
카메라는 종종 박용재를 비췄다.
올해 포스팅을 선언할 수 있는 박용재는 득점권 상황이 나올 때마다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메테오스와 아이언스를 가리지 않고.
시즌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5위 싸움을 했던 두 팀은 경기 중에 실책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누가 봐도 이기고 싶어 하는 모습들이었다.
“두 팀 다 진짜 절실해 보인다, 그치?”
유리는 입술을 작게 움직이며 말했다.
이번 시즌 유력한 신인왕 후보인 아이언스 지형욱은 비토 로드리게스에게 적시타를 때려냈고, 메테오스 대표적인 교타자 복현성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순간 자기가 타이밍을 못 맞추겠다고 생각했는지 스퀴즈 번트를 성공시켰다.
박정신이 홈런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에 질세라, 유병성이 볼넷으로 출루 후 2루를 훔치고 다음 타자의 짧은 타구에 미친 듯이 뛰어 홈에서 살아남았다.
“투수들이 잘못 던진 게 아닌데…”
맞다. 투수들이 못 던진 게 아니라, 타자들이 집중력을 끝까지 발휘했다.
아이언스 1루수 이종섭은 결정적인 찬스에서 병살타를 친 후, 자기 손으로 배트를 부러트리고는 뜨겁게 눈물을 흘렸다. 191cm 거구의 눈물은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9회 초.
메테오스가 7대 6으로 앞선 상황.
아이언스의 마지막 아웃 카운트는 중견수 플라이였다.
-메테오스! 메테오스가 승리합니다! 메테오스가 7대 6으로 아이언스를 꺾고! 2018년 이후, 11년 만에 가을 야구 진출을 확정 짓습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2029 시즌 KBO 준플레이오프는 대전 메테오스와 서울 엔젤스의 맞대결로 결정됐습니다!
메테오스 선수들을 보면서, 어딘가 기시감을 느꼈다.
어떤 선수는 그라운드에 무릎 꿇고 흐느꼈고 또 어떤 선수는 너무 신났는지 멈출 줄 모르고 팔짝팔짝 뛰어다녔다. 그 선수가 박용재라는 점이 굉장히 낯설다. 저 사람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저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하고도 허허 웃으며 뒷짐 지고 걸어 다니던 사람인데.
메테오스의 5위는 월드시리즈 우승보다 더 놀라운 일인 걸까.
아이언스 선수들은 허망한 표정으로 물러났다. 승자는 기뻐하고, 패자는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 바닥에 공동 승자 같은 건 있을 수가 없으니까.
유리는 물끄러미 그 모습을 보더니 말했다. ‘재밌었다.’
순위표 밑바닥에서 거의 붙은 채로 몇 년이나 엎치락뒤치락하던 두 팀이라 어느 정도는 동질감이 느껴지는 걸지도.
유리가 갑자기 심장 쪽을 잡고 울상을 지었다.
“갑자기 긴장돼.”
“한국 시리즈 때문에?”
“응.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누난 충분히 잘 하고 있어.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고.”
“그렇겠지? 내가 실수해서 지면 어쩌지? 응?”
나는 그냥 웃으며 유리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나만 믿어.”
“정말?”
“응.”
“홈런 한 열 개 정도 치고 완봉도 해줄 거야?”
“약속할게.”
그제야 유리의 얼굴이 밝아졌다.
홈런 열 개라. 음. 좀 더 적극적으로 쳐야겠고…
퍼펙트나 노히터도 아니고 완봉이면 뭐.
해볼 만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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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승기 : 강건우
-민승기 : 박용재에게 연락이 왔다
-민승기 : 한국 시리즈에서 기다리라고 하더군.
-민승기 :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다.
-민승기 : 메테오스가 올라올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올라온다면 본때를 보여줄 준비는 됐겠지.
-민승기 : 더 열심히 준비해라 (1)
-민승기 : 이번만큼은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다 (1)
-민승기 : ? (1)
-민승기 : 1이 사라졌는데 어째서 답장이 없는 거지? (1)
-민승기 : 대답해라 강건우 (1)
-민승기 : 나와 함께 왕관을 쥘 준비가 되었는가 (1)
-민승기 : 강건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