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315)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17화(317/385)
웨딩 로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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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팬들 사이에는 이런 말이 돌았다.
[올해 우승은 파이러츠고 준우승은 엔젤스임]└ㅇㅈ함ㅋㅋㅋ
└아이언스도 가을야구 한거나 마찬가지인것ㅇㅇ
└솔직히 시바 오션스는 반칙이지
└오션스특)50년 기모아서 올해 터뜨림
└아직 50년 안 채웠다 시발롬아
└‘아직’ㅋㅋㅋ
└거의 다 채웠다는 뜻 ㅋㅋㅋㅋ
오션스가 상식을 파괴하는 성적을 냈다. 그 중심에는 KBO의 기준을 한참 넘어선 강건우가 있었고, 심지어 강건우가 없더라도 다른 선수들의 성적도 좋았다.
서창열(타율 0.314 출루율 0.418 9홈런 21도루 120득점)
배영한(타율 0.335 출루율 0.399 12홈런 123득점)
강건우(타율 0.400 출루율 0.542 65홈런 60도루 152타점 141득점)
양대근(타율 0.341 출루율 0.446 27홈런 131타점)
울프팩(타율 0.287 출루율 0.376 35홈런 124타점)
이시욱(타율 0.294 출루율 0.360 31홈런 118타점)
황석규(타율 0.296 출루율 0.388 17홈런 20도루 96타점 91득점)
박의현(타율 0.241 출루율 0.369 10홈런 67타점 87득점)
노경우(타율 0.302 출루율 0.372 14홈런 28도루 71타점 98득점)
주전 9명 중 5명이 3할. 100타점을 넘긴 타자만 4명.
야구에는 우산 효과라는 ‘설’이 있다.
오션스 타자들의 성적에는 강건우가 큰 역할을 해냈다.
서창열과 배영한. 투수들은 강건우 앞에 주자를 쌓지 않으려고 이 두 국가대표급 외야수들에게 정면 승부를 걸었다.
그리고 강건우가 출루한 상태라면, 도루 이후 양대근의 적시타 패턴이 꽤 활발했었다.
양대근은 0.341이라는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강건우가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싹 비워버리면 0.446의 출루율에서 알 수 있듯 출루로 힘을 보탰고, 자신 앞의 세 타자가 발이 빠르다는 것을 이용해 홈런보다는 타점을 올리는 안타 위주로 플레이했다.
강건우에게 출루를 허용하면서 주자가 자연스레 쌓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울프팩과 이시욱은 그 과정에서 꽤 수혜를 입었다. 두 타자의 공통점은 빠른 공에 강하고 변화구에 약하다는 점이다. 테이블 세터-강건우-양대근까지 출루율이 높다. 베이스가 채워진 상태에서 또 볼넷을 주기 부담스러운 투수들이 정면승부를 택하게 되고, 두 타자는 나란히 30홈런-100타점을 넘겼다.
심지어 하위 타선의 출루율도 좋다. 여기서 쉬어가겠답시고 잠깐만 정신을 놓으면 순식간에 다시 상위 타선으로 이어진다.
FA 영입생은 돈값을 해줬고, 대부분의 타자가 지난 시즌보다 발전했다. 비율 스탯에서 주전 선수 중 유일하게 타율이 하락한 박의현(0.249->0.241)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루율이 상승해(0.356->0.369) 타율의 하락이 그렇게까지 치명적이진 않았다.
선발진은 선발 전원 두 자릿수 승리에, 민승기는 한술 더 떠서 22승 3패를 거두며 리그를 정복했다.
그러니 사람들이 파이러츠가 오션스를 꺾지 못 할 거라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전망은, 3할 5푼의 타율에 4할 4푼의 출루율 및 40홈런을 기록하며 또 한 번의 MVP급 시즌을 보낸 천재 타자 정조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강건우 잘 하는 거 알겠는데, 왜 우리가 당연히 질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네. 존나 자존심 상하게. 형. 나만 그래요?”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안다고 생각했다. 물론 4승 12패로 시즌 전적은 압도적으로 밀리긴 했으나, 이건 한국시리즈다. 7번 경기해서 4번 이기면 이길 수 있다.
항상 다른 팀 선수들 앞에서는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타박하는 손용기도, 이번만큼은 같은 생각이었다.
“원래 다들 진다고 한 놈이 이길 때 카타르시스 더 쩔어준다. 그러니까 준비나 잘 하자.”
“드디어 댓거리 피묻은 토스트 보여주시나?”
“보여줄 테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봐라.”
강건우가 자신을 집중력의 늪 속으로 밀어 넣는 사이, 정조준도 나름대로 준비를 마쳤다.
조금 요란했다.
“감 완전히 올라왔으! 강건우 내가 때려 잡는다!”
자신감을 피력하고.
“아니, 형들. 이제 와요? 코시 우승하기 싫어요? 그건 아니죠? 열심히 하면 쪽팔릴까 봐 어디 가서 몰래 개인훈련하고 왔지? 그지?”
훈련장에 가장 먼저 나와 가장 늦게 들어갔다.
겉보기와는 달리 고뇌도 많았다.
정말 강건우를 이길 수 없나 하는 고민부터 시작해서, 다른 쪽으로는 자신이 생각하던 한계 그 위의 영역이 있다는 깨달음까지.
강건우는 정조준의 이번 시즌 성적을 보고 조금 걱정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정조준을 교정해주거나 도와주려 하진 않았다.
그 바탕에는, 어차피 잘 할 선수라는 인식이 깔렸었다.
정조준은 자신이 목표한 바는 꼭 이루고 마는 타입의 선수다. 물론 시즌 전 목표였던 50홈런까지는 한참 부족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접근법에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한다는 것은 알았다.
수정하는 정확한 방법은 모른다. 그냥, 그게 될 때까지 한계 없이 훈련할 뿐이다.
정조준은 메이저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한국 역대 최고 타자 논쟁에 빠짐없이 등장할 사람이다. 물론 강건우는 논쟁에서 비껴간, 역대 최고 야구 선수로 인정받았던 선수다.
그건 다 강건우가 과거로 돌아오기 전의 일이었다.
지금 시점에서 정조준이나 파이러츠 팬들은 ‘타자 강건우’의 유일한 대항마가 정조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짭션스 새끼들 좆준이로 킹갓우한테 비비는거 꼴사나우면 추천]└누가 니들 짭이냐???
└존나 꼴사납지 ㅇㅈ 추천
└우리보다 우승 횟수도 적은 놈들이 우리한테 짭이라고 하면 좀 양심 터진거 아님?
└꼴빠특)그딴거 터진지 오래
└씨발 터질게 있어야 터지지
└인간적으로 비빌걸 비벼라 시발ㅋㅋㅋㅋㅋ
└파이러츠 팬인데 누가 비볐냐? 솔직히 그냥 좆건우는 넘사벽이긴 함;;
당연히 오션스 팬들의 의견은 달랐다. 오션스 팬들은 4대 0으로 시원한 승리를 예상하고 있었다. 이 또한, 파이러츠 팬들의 의견은 달랐다.
[시리즈 시작되고 초반에 존나 조져야함 이기려면 그거밖에 없음]└ㄹㅇ임 엔젤스한테 첫 두 경기 밀린거 생각하면 존나 끔찍함
└체력 떨어지기 전에 조져야지
└오션스는 경기감각 떨어졌을거고 우린 바짝 올라왔으니 해볼만함
└플옵 3연승 한 기세 살려서 가자
└초반에 누굴 존나 조진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풉ㅋ
└함 조져봐라 이게 조지고 싶다고 조져지나
그리고, 오션스 팬들이 그렇게 기다리던 한국시리즈 첫 경기가 사직에서 시작되는 날이 다가왔다.
사상 두 번째로 사직 야구장에서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다. 1999년 KBO 리그는 양대리그로 열렸고, 드림리그 2위였던 오션스와 매직리그 2위를 기록한 메테오스가 맞붙었으니 정규 시즌 우승을 통한 사직 야구장 홈 경기는 아니었다.
“오오오션스 승리하리라!”
“오늘도오오오오오!”
“내일도오오오오오!”
“어제도으아아아아!”
사직 야구장 앞에는 경기 한참 전부터 인파가 몰려들었다. 여기저기서 돼지머리를 두고 고사를 지내는 팬들도 있었고, 버스와 지하철은 사람들을 토해내다시피 했으며, 경기장 앞 도로에서는 난장판이 벌어졌다.
“도라이가! 거, 보소! 차 좀 빼라! 돌아삐겠네 진짜!”
“씨바 눈깔 있으면 니가 빼라! 요 막힌 거 안 보이나!”
“마! 싸우지들 마라 쫌!”
“그래! 이 좋은 날 만다고 싸우노!”
“니가 먼저 욕했잖아!”
“내가 은제!”
“아까!”
“안 했다!”
“했다!”
오션스 자경단을 자처하는 이들이 암표상을 집단 구타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주차할 곳이 없자 어떤 사람들은 도로에 그냥 대놓고 딱지 끊으려면 끊으라고 큰소리를 쳤다. 구장 앞 대형마트 계산대에서 직원이 실신하는 사고도 벌어졌고, 오션스 공식 샵 앞에 매니저가 비장한 얼굴로 나타나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민승기 선수, 강건우 선수 유니폼 재고 없습니다!”
경기장 외벽에 선수들의 초대형 플래카드가 펄럭이고 있었다.
오션스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그리고 첫 한국시리즈 직행.
게다가 부산-창원(마산)으로 거리도 짧아 모든 경기 매진은 떼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였다.
역대 최초이자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 지금.
대흥행에 성공한 KBO와 방송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사직 야구장입니다!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렸는데요!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이에 오션스 구단 측은 경기장 앞 광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입장하지 못한 야구 팬들이 경기를 볼 수 있게 배려했는데요. 일부에서는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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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왜 이렇게 심각해?”
감독님은 라커룸에 들어오자마자 너스레를 떨었다. 상당히 긴장한 거로 보이는 세완이 형에게 다가가 어깨를 주물러 주고, 대근이 형의 주먹을 보며 뭐라고 농담을 던진 다음 가운데에 섰다.
“자네들은 역대 최고로 진지한 챔피언일 거야. 내가 장담하지.”
오늘의 선발 매치업은 승기 형과 파이러츠 외국인 투수 에드손 타바레즈다. 감독님은 정말 자신이 있는 건지 혹은 긴장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자신감 넘치는 척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꽤 여유로워 보였다.
“자, 좋아.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오션스.”
조금 과장된 동작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김태수 통역사는 통역사치고는 꽤 창의성을 발휘하는 타입으로, 감독님의 뉘앙스와 동작까지 따라 하고 있었다.
“난 말이야. 야구가 꿈을 주는 스포츠라고 생각해.”
꿈을 주는 스포츠라.
코치진 한쪽 끝에서 살짝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는 유리를 생각하면 맞는 말이다. 우리 관계에서도.
“여기 모인 저 많은 팬이 계속 꿈을 꾸게 해주자고. 사실, 누군가의 꿈을 짊어진다는 것은 끔찍한 일일지도 몰라.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크거든.”
내 옆에 앉은 노경우가 침을 꼴깍 삼켰다.
어쩌면, 맞다.
그냥 공놀이에 이 팀의 팬들은 열정을 바치고 있다. 자기 자신이 직접 하는 것이 아님에도. 수십 년을 기다려왔다.
반대편에서는 파이러츠 팬들이 그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야구는 우리 팀 팬들만 행복하게 해주면 되는 스포츠다.
“하지만 오션스는 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팀이지. 저 거대하고 오래된 꿈을, 누구 하나가 아니라 우리가 다 함께 짊어지자고. 우린 준비됐어. 알다시피. 그리고, 혹시라도, 아. 앤디. 잠깐 귀를 막아 주겠나?”
앤디가 영문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도 귀를 틀어막았다.
“혹시나, 정말로 혹시나. 오늘 진다면, 우리가 내일 더 극적으로 이길 기회를 얻게 된다는 걸 잊지 마. 물론 프린스 민이 질 거로 생각하진 않지만 말이야.”
아무래도 징크스에 집착하는 앤디가 ‘진다’라는 말을 듣지 않게 하려는 배려였던 것 같다.
감독님이 앤디를 향해 귀에서 손을 떼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승기 형이 웃었다.
“큭큭큭…나는 지는 법을 모르는 남자…”
스위치가 켜진 것 같다.
과연 어떨까.
승기 형 생일이 떠오른다. 만원 관중의 생일 축하 노래를 들으며 시작한 그 경기에서, 그래. 그때 상대 팀이 파이러츠였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파이러츠의 1, 2번 타자가 둘 다 초구에 홈런을 때려냈었다.
승기 형은 울었다.
그리고 내가 홈런 네 개를 치며 승기 형을 수렁에서 꺼냈었다.
그때와 같은 압박감을 느끼진 않을지.
“사직 야구장…한국 시리즈…에이스, 1선발 민승기…큭큭큭…”
승기 형이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중얼거렸다. 감독님은 그런 승기 형을 애써 외면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자! 이제 일어서! 내 챔피언들! 가서 우리가 어떤 팀인지 보여주자고!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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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승기는 고독했다.
아니.
고독하다고 믿고 있었다.
“민-승-기! 민-승-기!”
수많은 팬들이 이름을 외친다. 이 거대한 소란 속에서, 민승기는 자신의 고독한 감정이 득이 되리라 믿었다.
팀을 이끈다. 다른 선수들도 그걸 돕는다. 오른손 끝에서부터 무언가가 타고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운드를 마음으로 닦았다. 경건하고 엄숙하게.
오늘 전광판 위 시계의 11이라는 숫자는 평소보다 조금 밝았다. 민승기는 전설적인 선배에게 이 승리를 바치고자 했다. 오늘만큼은, 숫자 12에 빛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수없이 많은 사람의 염원, 의지, 희망.
‘이 어깨에 올라타고 있다…’
하지만,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아웃!”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1번 타자에게 삼진을 잡아냈다. 이제는 과거와 같은 실수는 없다.
‘내가 응당 짊어져야 할 무게일 뿐.’
응원단장이 관중석 어딘가에 설치한 높은 기둥 위에 올라서서 힘껏 소리친다. 민승기의 이름을.
2번 타자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함성이 커진다.
‘더, 더, 더 크게!’
완전히 올라왔다. 손끝에 무언가가 피어오르는 듯하다.
3번 타자 정조준이 타석에 나오자 홈 관중들이 무시무시한 야유를 쏟아부었다.
‘내게 힘을…!’
팬들이 힘을 보태주고 있다. 정조준은 어려운 타자다. 눈빛을 보아하니 저쪽도 상당히 준비가 잘 된 것 같았다.
‘큭큭큭…하지만 나는.’
민승기가 심호흡하며 자세를 잡았다.
‘나 혼자가 아니다…!’
정면승부였다. 칠 테면 쳐보라고 던지는 민승기의 156km/h 포심.
대기를 찢어발길 듯 날아가는 포심에 정조준이 반응했다.
따아악-!
정조준의 배트가 살짝 밀렸다. 타구가 높게 떴지만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정조준이 배트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는 달려나갔고, 서창열이 펜스에 등을 기대고 잡아냈다.
조금만 더 날아갔더라도 홈런이었다. 하지만 민승기는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나 혼자였다면 넘어갔겠지…’
외야에서 팬들이 소리를 질러서, 공이 팬들이 내뱉는 공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덜 날아갔다고.
민승기의 차례가 끝났으니 이제 에드손 타바레즈 차례다. 이 파이러츠 외국인 좌완 선발 투수는 이번 시즌 12승 8패에 평균자책점 3.78을 기록했다.
서창열과 배영한은 이런 큰 무대에서 제격인 선수들이다. 경험 많은 베테랑들.
1회 말 오션스의 공격이 시작되자 오션스 팬들의 함성이 더 커졌다. 서창열이 풀카운트에서 볼이라고 판단하고 배트를 내지 않았지만 존트론이 스트라이크라고 판정했다. 아쉬워하는 서창열이 물러나며 괜히 에드손 타바레즈를 노려봤고, 배영한과 짧은 대화를 나눴다.
배영한은 2구 커브를 툭 때려냈다. 유격수 옥시경의 키를 살짝 넘겼다. 서창열이 가장 잘 하는 타격을 복사한 듯한 안타였다.
에드손 타바레즈가 살짝 한숨을 내쉬며 새 공을 받아 이마에 흐르는 땀 한 줄기를 닦았을 때.
“강-건-우!!!!!!”
관중석에서 어마어마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근 50년을 묵힌 함성이다. 에드손 타바레즈가 깜짝 놀라 관중석을 돌아볼 정도였고, 투수가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앞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갑자기 땀이 비 오듯 흐르기 시작했다.
강건우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배트를 왼쪽 겨드랑이 아래에 끼운 채, 목을 양옆으로 꺾으면서, 천천히, 뚜벅뚜벅.
강건우의 걸음에 맞춰 환호가 폭발했다. 평소와 달리 표정에 여유가 넘치진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긴장한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흉흉한 눈빛. 31세 투수 에드손 타바레즈는 어릴 적 마을에서 끔찍한 범죄자로 유명했던 누군가의 눈빛을 보는 것 같은 착각까지 해버리고 말았다.
대부분의 외국인 투수들이 저 타자를 힘으로 잡아내고자 했다. 에드손 타바레즈도 그랬었다.
그러나 저 타자가 한 발씩 타석에 가까워질수록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었는지 궁금해졌다.
제발 그냥 돌아가기를 바랐다. 그게 뭐든 문제가 생기기를.
하지만 결국 강건우는 타석에 섰다.
사직 야구장이, 땅이 뒤흔들리는 것 같은.
“강-건-우우우우! 강! 건! 우! 강건우! 오션스 강건우-!”
“강건우우우우우우!”
“강! 건! 우!”
“건우야아아아아아!”
강건우가 다리를 벌리고 자리를 잡았다. 투수의 머릿속이 순백색으로 물들었다.
분명히 이건 야구인데.
타석에 사람이 아닌 무언가가 걸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