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321)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23화(323/385)
웨딩 로드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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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투수라도 특정 선수에 대한 대응법을 가지고 있다. 여러 세분화된 과정이 있을 수 있지만, 단순화시키자면, 전력분석팀에서 만든 자료를 바탕으로 해당 코치가 선수에게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는지 숙지시킨다.
복잡하지만 단순한 일이다. 어떨 때는, 투수 코치가 9명의 타자를 분석해주면서 매번 똑같은 말을 할 때도 있다.
“이 친구는 컨택 능력이 좋아. 정확하게 때리고 2루까지 뛰어버릴 수 있으니 보더라인 투구를 하고, 이놈은 힘이 좋아서 정타로 맞으면 비거리가 많이 뽑히니까 보더라인 투구를 하자고. 다음 타자는 선구가 좋아서 존에서 많이 벗어나면 안 속아. 그러니까 보더라인 투구로 잡아야 해.”
보더라인 피칭은 스트라이크 존 끄트머리에 걸치도록 던지는 것이다.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타자가 헷갈리게 되고, 존 끝자락에 들어가는 공이므로 존 안에 들어가더라도 빗맞은 타구가 만들어지기 쉽다.
투구의 기본이다. 존 중앙에 일부러 던질 때도 있을 수 있겠지만, 투수들은 대부분의 경우에 보더라인 투구를 하려고 노력한다.
코치도 그렇게 던지라고 요구하고, 투수 본인도 그렇게 던지려고 하는데 실전에서 그런 투구가 그렇게까지 많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빌어먹을.’
그냥 안 되기 때문이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1년 내내 자기가 원하는 대로 던지는 투수?
없다.
말콤 게일은 결코 존 중앙에 던질 생각이 없었다. 이시욱 같은 타자에게 그런 공을 던지는 것은 자살 행위다.
그냥 제구가 안 됐을 뿐이었다. KBO에서 제구가 좋은 편에 속하는 투수라도 마찬가지다.
강건우 또한 그렇다. 때로 제구가 잘 안 될 때는 차라리 제구를 포기하고 구위에만 집중해 던지곤 한다. 160km/h 중후반의 포심이 바로 그런 공이다. 힘을 빼고 제구에 집중한다 하더라도 KBO에서는 상위권인 140km/h 중후반의 공을 던질 수 있다.
제구력 하나만큼은 강건우보다 뛰어난 국민성도 실투를 던질 때가 있다. 타자들의 머릿속에, 저 투수는 제구력이 어마어마하다는 생각이 박혀 있어 실투가 나와도 배짱 투로 포장되곤 한다. 본인이 주장하지 않았음에도.
말콤 게일은 홈런을 맞았지만,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나마 1점짜리를 맞아서 다행이다. 상황은 달랐겠지만, 울프팩을 병살로 처리하지 못하고 저 타자에게 홈런을 맞았다면 실점은 더 컸을 거다.
-7번 타자 황석규(시즌 타율 0.296, 17홈런 96타점)
-5구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130km/h)
└커브 존나 개쩌네
└노루 저거 어케 넘겼음?
└‘노루니까’
침착하게 황석규를 속여 넘겼다. 직전 타자에게 홈런 맞은 공을 결정구로 다시 쓸 배짱이 있는 투수다.
-8번 타자 박의현(시즌 타율 0.241, 10홈런 67타점)
-5구 타격(131km/h)
-2루수 땅볼 아웃.
└노루한테 홈런 처맞고 갑자기 제구 더 좋아진거 같은데
└노루가 대단한거라고
두 타자에게 너클커브로 연속 아웃 카운트를 따냈다. 말콤 게일이 빠르게 제구를 재조정하고 자신의 커브가 여전히 훌륭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9번 타자 노경우(시즌 타율 0.302, 14홈런 71타점)
└말콤 사슴과에 약하니 노라니도 한방 때릴듯
└말콤 sns에 사슴 사냥한 사진 있던데
└??? : 동족들의 복수다 십새야!
-초구 타격(145km/h)
-우익수 앞 안타.
└ㅋㅋㅋㅋㅋㅋㅋ노루에 이어 노라니까지
└저새끼 사슴 알러지 있네
그래도 첫 타석에서 안타를 맞았던 서창열에게 너클 커브를 던져 3루 땅볼로 잡아냈다. 힘에 비해 선구안이 안 좋아서 오션스 팬들에게 짭시욱이라고 놀림당하는 최지용이지만, 수비력 하나만큼은 국가대표 3루수인 박정신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지용의 멋진 수비에 파이러츠 팬들이 환호했다.
이닝이 끝나고 앤디는 이닝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병살 하나를 유도하며 무실점으로 마무리했다.
-물론 가필드 선수의 싱커도 매우 훌륭했지만요, 강건우 선수, 타격에서도 엄청나지만, 한국시리즈 들어 수비 집중력이 진짜 좋거든요.
-맞습니다. 동작에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고, 판단이 틀린 적도 없어요. 솔직히 타율이 2할이라 할지라도 저런 유격수면 수비만 보고도 써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말콤 게일은 여전히 지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감을 되찾았다. 까다롭기 그지없는 배영한에게도 너클 커브를 던져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오늘, 너클 커브가 제대로 먹힌다.
너클 커브는 일반적인 커브와는 다르다. 각은 조금 작지만 구속이 빠른 편이고 회전을 강하게 걸 수 있다. 커브 특유의, 손에서 놓는 순간 공이 위로 살짝 튀는 듯한 움직임이 적어 제대로만 던진다면 타자를 속여넘길 수 있다.
같은 팀의 어떤 투수는 강건우와 눈이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악몽을 꾼다고 고백했지만, 말콤 게일은 그런 투수는 아니었다. 벤치에서는 투수가 싸인을 보내면 자동고의사구를 하기로 했지만, 1사에 주자 없는 상황이다.
자신의 공에 자신감이 생긴 말콤 게일은 싸인을 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따아아아아아아악-!
그건, 명백한 판단 미스이자 착오였다.
-강! 건우! 강건우의 타구가! 멀리, 멀리까지! 어디까지! 아직도! 아직도! 아직도! 날고 있습니다! 아아아! 아직도 날고 있어요! 어디까지! 아직도! 이제야! 떨어집니다! 외야 스탠드 가장 먼 곳에 떨어진 강건우의 홈런 타구! 말콤 게일의 커브가 아주 멀리까지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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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아주 때때로 긴장감을 풀어준다. 2대 1로 미세하게 앞선 와중에 약간 쌓였던 스트레스가 홈런 타구와 함께 날아갔다.
스트레스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적절하고 일관된 수준의 스트레스는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스트레스 쌓는 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그냥 내가 잘못했던 일을 떠올리면 된다. 미국에서 할로윈 데이에 마녀 옷을 입고 나랑 파티하려고 했던 유리에게 나는…
아.
여기까지만 떠올렸는데도 스트레스가 올라간다. 끝까지 용서받을 방법은 없을 거다. 유리가 모르는 일에 대해 사과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그리고 스트레스를 적정 수준으로 내리는 방법은…
“창열이 형.”
“왜 또.”
“목마를 땐 어느 방으로 가면 될까요? 1번, 비어 있는 방, 2번…”
“2번.”
“땡.”
“…”
“Beer 있는 방엔 맥주가 있으니까.”
그냥 팀 선수들이 대화하고 있는 곳에 가서 이상한 이야기를 엿들으면 된다.
그런데 창열이 형이 갑자기, 주먹을 불끈 쥐더니 석규 형의 허벅지를 강하게 내리쳤다.
“악!”
“에이 시발. 나도 모르게 갈겨 버렸네. 야. 미안하다. 고의는 아니었다.”
주먹으로 때려놓고 고의가 아니면, 그럼 고의로 때렸으면 어떻게 되는 건데?
어이가 없어서 상승했던 긴장감이 다 날아가 버린 것 같다.
다시 그때 생각을 좀…
“프흐흐…”
“…”
“제 개그가 너무 재밌어서 형도 모르게 그만…”
창열이 형이 주먹을 다시 쥐고 치켜올리자, 석규 형은 맞지도 않았는데 펄쩍 뛰어올랐다.
“…뭐 하냐?”
에라이.
내 집중력.
어떡할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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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는 신중하게 공을 고르고, 더 신중하게 공을 던졌다.
사실 신중하게 던진다고 해서 항상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매 상황이 다르다.
파이러츠 타선도 쉬운 타선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내 개인적으로는 저 팀의 타선은 KBO 팀 중 2~3위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다음으로, 엔진스 혹은 파이러츠.
신중하고 명확했다. 최지용 같은 타자에게는 하이 패스트볼을 보여준 후 뚝 떨어지는 커브를 선택했고, 공을 많이 고르려 하는 유시훈에게는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섰다.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는 김해근에게는 매번 다른 공을 던지려 했고, 내야를 꿰뚫을 힘이 부족한 오현태나 옥시경에게는 집요하게 싱커로 승부했다.
홈런을 친 조준이 형에게는 볼이 쌓이는 것을 감수해가며 어렵게.
그렇게 6이닝을 던졌을 때 앤디의 투구 수는 103개가 되어 있었고, 스코어는 여전히 3대 1이었다.
앤디는 상쾌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앞선 두 투수처럼 9이닝을 다 채우진 못했지만 자신의 할 일은 끝났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 경기에서 또 승리 투수가 되지 못한다면, 그들은 손가락을 목구멍에 집어넣어 초밥을 모조리 토해내야 할 거야.”
그렇긴 하다. 파이러츠 상대로 6이닝 1실점이면 충분하고, 이제 푹 쉬다 못해 꿀 빤다는 소리나 듣고 있는 불펜이 일할 때가 왔다.
7회 말에는 휘은이 형이 등판했다. 파이러츠의 선두 타자는 최지용이다.
꽤 흥미로운 매치업이다. 리그에서 가장 공격적인 불펜 투수 중 하나와 가장 공격적인 타자 중 하나의 대결.
결국, 힘대 힘의 대결이 된다. 승부는 단 한 순간에 결정 날 것이다. 투수는 타자가 휘두를 거라고 생각하고, 타자도 투수가 존에 공을 쑤셔 넣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아마 등판하지 않을 것이다. 투수 코치님이 말하기를, 남은 3이닝 동안 투수가 열 명 정도 등판해도 놀라지 말라고 했다.
빠각!
3구째, 컷 패스트볼.
몸쪽으로 강렬하게 파고들다가 살짝 꺾어 존 안으로 꿈틀대며 들어오려던 타구를 최지용이 후려갈겼는데, 배트 부러지는 소리가 난다.
타구는 내야를 살짝 벗어나려 했다. 이런 걸 놓치면 안 된다. 나는 내가 잡겠다고 크게 소리친 후, 살짝 무너지는 듯한 자세로 달려가 그대로 공을 받아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오션스 팬들의 함성이 파이러츠 팬들의 탄식을 덮어 버렸다. 휘은이 형은 부러져 날아오는 배트를 피하려다가 착지가 조금 잘못된 것 같았다.
“던질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럴 수 있겠지.
하지만 뒤에 불펜 투수들이 줄을 서 있다. 좌타자 이금석을 상대로 휘은이 형의 몸쪽 컷 패스트볼은 위력을 발휘할 테고.
하지만 투수 코치님은 결국 공을 받아 들었다.
다음 투수는 정혁이 형이다.
이 두 사람은 날 대신해서 마무리로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이다. 내가 없을 때 마무리 역할을 맡았던 휘은이 형이 한 타자만 잡고 내려간다?
코칭스태프의 생각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뭔가 복안이 있지 않을까.
파이러츠는 좌투수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대타를 냈다. 오늘 벤치에서 시작한 주전 리드오프 박근수다.
정혁이 형은 과감하게 던졌다. 선발로 출장하지 못해서 불만이 있었던 건지, 아니면 경기 리듬에 아직 적응하지 못 한 것인지 박근수의 타구는 1루 앞 평범한 땅볼.
국가대표 내야수 옥시경이 3루 방향으로 내야 안타를 쳤다. 노루 형이 잘못했다기보다는 타구 속도와 방향이 워낙 절묘했고 옥시경의 발이 빨랐다.
파이러츠에서는 이번 한국시리즈 무안타에 그친 강태오를 대신해 대타를 냈다.
“이-훈! 이-훈! 이-훈!”
“훈아아아아아아아!”
“훈이 오늘 마무리가! 2.1이닝 순삭 함 가자!”
벤치의 선택은 훈이 형이었다.
그럼 마무리는?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훈이 형이 주자 옥시경을 견제구 한 번으로 잡아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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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은 7회 말 2사 1루 상황에 등판해 견제구 하나로 상황을 정리했고, 유시훈을 상대로 2볼 2스트라이크에서 포크볼을 던져 삼진을 잡아냈다.
바닥에 튕겨 오를 정도로 날카롭게 떨어지는 포크볼이었다. 박의현은 공과 같이 펄쩍 뛰어오르며 가슴으로 공을 떨궈 놓은 후 이 악물고 1루로 뛰어가는 유시훈보다 빠르게 1루수 미트에 공을 꽂아 넣었다.
-아, 이훈 선수! 오션스의 비밀 병기였나요!
-앞선 두 경기에서 불펜 소모가 아예 없었던 오션스거든요. 완전히 몽땅 쏟아붓고 있습니다!
에릭 랜들러에게 이훈은 투심 두 개를 던졌다. 파울 두 개.
파이러츠는 투심 투수로 완전히 변신한 이훈이 투심을 던질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유시훈도 그러다가 포크볼에 제대로 당했고, 이훈은 3번째 공으로 다시 포크볼을 선택했다.
-이훈, 던집니다-아! 스윙!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이훈 선수 완전 물이 올랐는데요! 견제 아웃 하나에 헛스윙 삼진이 두 개! 제대로 준비됐습니다!
-포크볼이 정말 날카롭게 떨어지네요! 박의현 포수가 정말 잘 잡아줬습니다! 유시훈 선수에게 던진 포크볼은 높게 튀어 오르는 걸 가슴으로 받아냈고, 이번에는 튀어 오르기 전에 미트로 눌러버렸어요! 파이러츠! 이제 남은 아웃 카운트는 4개뿐입니다! 그 전에 반격해야 합니다!
-오션스는, 예. 아주 잘 던진 이훈 선수를 내리고 투수 교체를 단행하는군요. 다음 투수는, 장태영! 장태영입니다!
장태영의 어깨가 들썩이고 있었다.
울지 않는다.
웃고 있다.
이상하게 기뻤다.
정말, 너무나도 기뻤다.
퇴출 직전까지 몰렸던 신세였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시리즈에서 던질 준비를 하고 있다.
그것도, 파이러츠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타자를 상대로 선택받았다.
예전 같았더라면 부담스러워서 몸이 굳었겠지만, 이젠 너무나도 즐거웠다.
정조준은 좌타자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언더스로 투수는 좌타자를 상대로 등판하지 않는다.
투수 코치는 말했다. ‘네 차례야. 이런 순간을 위해 자넬 데려왔었지.’
정조준의 굳은 입가. 힘이 넘쳐 보이는 두 손. 다 죽여버릴 것처럼 날카로운 눈빛. 다부진 어깨.
그래서, 뭐?
초구, 업슛.
부웅-
“스트라이크!”
느낌이 좋다. 마운드의 흙바닥을 손끝이 거의 스치듯 지나갔고, 공은 맹렬하게 치솟았다. 정조준의 배트는 공에 닿지도 못했다.
2구.
또 업슛.
부웅-
“스트라이크!”
제구는 안 됐다.
위로 치솟아야 할 공이 몸쪽으로 크게 호를 그리며 날아 들어갔다.
투수도 예측하지 못한 궤적인데, 타자는 어땠겠는가. 위로 솟아오를 타구를 예상해 어퍼 스윙을 가져간 정조준이 침을 퉤 뱉었다. 자칫했다간 몸에 맞을 뻔한 공에 헛스윙이라니.
조금 조급하다. 저 투수가 던지는 공은 이상하다. 제대로 맞힐 수 있을까.
장태영은 경기 전에 먹었던 장어 초밥을 떠올리며 히죽 웃었다.
‘맛있었는데.’
정조준은 그 웃음을 보며 기죽지 않으려고 괜히 눈가에 더 힘을 줬다.
‘집에 갈 때 사가야지.’
팀의 운명을 어깨에 얹은 타자와 가족을 등에 업은 투수가 대결했다.
공은 땅에 닿을 듯 낮게 시작해 채찍처럼 치솟아 올랐다. 실제로 떠오르는 공을 치기 힘든 이유는, 정확한 타격점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공과는 접근방법 자체가 다르다. 생소하고 익숙하지 않다.
딱!
정조준의 배트가 결국 공에 닿았다.
하지만, 공의 아랫부분.
높게 떴지만 크게 뻗지 못한 공은, 미친 듯이 달려내려 온 서창열의 슬라이딩 캐치에 아무 결과도 내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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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오션스가 2이닝을 막는데 투수 네 명을 등판시키는 것을 보고 이야기했다.
“이제 끝났네.”
“강건우 올라온다. 점마들 끝났다.”
휴 브레드먼 감독은 선발 투수 셋을 쓰겠다고 공언했다.
그래서 당연히 마무리 투수로 강건우가 올라올 거로 생각했다.
“뭔데?”
“호세?”
“쟈가 와 지금 올라오노?”
호세 킹이 9회 말에 마운드에 올랐을 때, 사람들이 웅성거린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파이러츠 마저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휴 브레드먼 감독의 표정은 꽤 자신 있어 보였다.
-호세 킹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워낙 공이 빠른 선수라 마무리에도 잘 어울리긴 합니다만, 이렇게 되면…내일 경기에 강건우 선수를 등판시키겠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그러려면 마무리 투수로는 이휘은 선수가 어울리지 않나 싶긴 한데요.
-뭔가 생각이 있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호세 킹은 꽤 길게 쉬었다. 10월 8일이 마지막 등판이었고, 오늘은 11월 6일이다.
근 한 달간의 공백.
그리고 그 한 달과 마무리 투수 투입이라는 이야깃거리 사이에서.
호세 킹은 첫 타자 김해근을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삼진! 삼진입니다! 저 공은 뭘까요!
-움직임은 투심 아니면 싱커로 보이는데요. 구속이, 157km/h가 나옵니다. 낙차나 움직임이 엄청 크진 않은데, 배트를 피해 달아나는 것 같은 무브먼트네요!
호세 킹이 씩 웃었다. 요란한 퍼포먼스를 하지는 않았다.
투구 폼도 어딘가 달라져 있었고, 생소한 공을 던지는 것에 사람들이 놀라워하고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변화는 그 누구도 캐치하지 못 했다.
호세 킹은 한 달 동안, 시즌 중간에 시작했던 투구 자세 교정을 거의 마무리 지었다.
카메라는 호세 킹의 드래그라인이 60cm 정도를 그리고 있다는 것을 잡아내지 못했다.
하체를 활용한 피칭을 체득했다. 최대 161km/h의 포심을 던지는 호세 킹이 157km/h의 싱커까지 던지게 됐다.
고작 1이닝을 던지기에는 아깝다는 생각마저 들었지만, 호세 킹은 오현태를 상대로도 삼진을 잡아냈다. 데이터에 없던 엄청난 구속의 싱커를 당장 상대해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또 삼진입니다! 5구째! 또 157km/h!
관중석에서는 투수가 어떤 공을 던졌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그래도 어떤 팬들은 스마트폰으로 중계를 켜 상황을 파악했고, 아닌 팬들은 어쨌거나 2타자 연속 삼진이라는 결과에 미친 듯이 환호했다.
전광판에 찍힌 구속도 오션스 팬들을 미치게 만들기 충분했다.
-완전히 다른 모습인데요! 대체 한 달간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러게요. 어디서 신체 개조라도 한 것 같은데요.
그리고 다음 타석에는, 파이러츠의 30홈런 타자 최지용이 들어왔다.
한국시리즈 들어서 극히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지만, 최지용 같은 타자를 빼고 대타를 투입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다른 타자가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어땠을지는 모른다.
다만.
호세 킹은 161km/h의 포심을 하나 보여준 후 155km/h에서 157km/h에 달하는 싱커를 3구 연속으로 던졌고.
-삼-진! 삼진! 삼진! 삼진입니다! 놀랍습니다! 호세 킹 선수의 환골탈태! 오션스! 오션스는 정말 이번 시즌 놀라움의 연속을 선사하는군요! 오션스가 3경기도 잡아냅니다! 앤디 가필드가 승리 투수가 됐고, 호세 킹 선수가 세이브를 기록했습니다! 아! 오션스! 정말 환상적입니다! 예측이 불가능한 팀입니다! 오션스가 3대 0으로 통합 우승에 한 발만 남겨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