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322)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24화(324/385)
웨딩 로드 -11-
#
한국시리즈 스코어가 3대 0으로 벌어졌다.
역대 한국시리즈 첫 네 경기에서 3패를 하고도 뒤집은 적이 있긴 하다. 엔진스와 불도저스의 2013년 한국시리즈가 그랬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첫 경기나 1~2차전을 패배하고도 기세를 뒤집어 우승한 케이스가 있기는 하지만, 첫 세 경기를 내리 지고도 역전 우승을 달성한 적은 없었다.
경기가 끝난 후, 파이러츠 팬들의 표정에서 그런 것들을 읽을 수 있었다.
“에이, 씨바. 점마들한테 개발리노.”
지금은 젊은 팬들의 유입으로 많이 희석되긴 했지만, 꼴리건과 마산 아재로 불리는 KBO에서 대표적으로 난폭한 사람들이었다. 파이러츠가 창단된 이후 유입된 팬들을 빼놓자면, 파이러츠 팬들의 대부분이 오션스 팬 출신이기도 했다.
창단 과정에서 충돌도 있었고, 창단 이후에도 두 팀의 감정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니, 무슨 꼴션스가 우승이고? 말이나 되나 이게?”
역대 두 팀의 상대전적은, 파이러츠가 60% 이상의 승률로 오션스에 앞서 있다. 이것마저도 최근 2년간 오션스의 선전으로 줄어든 격차였다.
파이러츠 팬들에게 오션스는 승리 자판기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오션스에게 당하다 못해 한국시리즈까지 와서 3대 0으로 밀리다니.
정규 시즌에 꽤 밀리긴 했지만, 단기전은 다르다는 인식이 있다.
게다가 오션스는 포스트시즌에 약한 팀이다. 작년,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긴 했으나 한국시리즈에서 결국 패배하기도 했다.
“괘안타. 이제부터 4연승 하면 된다.”
“4연승? 말이가 방구가? 타자들 꼬라지 못 봤나?”
1차전에서 민승기가 완투하는 동안 유일하게 낸 점수는 정조준의 투런 홈런이었다.
2차전은 더 심각했다. 안타 하나를 못 뽑았다.
3차전은 시작부터 정조준의 홈런이 터지며 그나마 해볼 만하지 않나 생각했지만, 선발의 6이닝 1실점 호투에 이어 남은 3이닝 동안 투수 다섯 명을 쪼개어 퍼부으며 꽁꽁 틀어막았다.
과거의 오션스에게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강건우를 대신해 호세 킹이 나왔을 때는 그래도 기대를 좀 걸었다. 호세 킹에게 KBO 첫 패배를 안겨줬던 것도 파이러츠였다.
“시바 이라다가 내일 강건우 선발로 뛰는 거 아이가?”
0승 3패로 몰려 업셋 가능성은 극히 낮아졌지만, 그래도 야구 팬들이란 혹시나 모르는 가능성이 기대는 사람 들이다.
불안감이 감돈다. 강건우를 왜 아꼈을까.
물론, 마무리로 올라와 미친 공을 던져대던 호세 킹을 생각하면 그 결정에 일리가 없지는 않았다. 강건우가 공을 던질 준비가 안 됐을 수도 있다.
타격과 투구에 쓰는 근육이 다르니 가벼운 부상이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온전히 타격과 수비에만 집중하게 해주려는 배려일 수도 있다.
민승기가 나오더라도 어려울 것은 확실하다. 1차전에서 9이닝 2실점의 피칭을 보여줬고, 올 시즌 이견 없는 풀타임 선발 투수다.
하지만 3일 휴식 후 올라오면 또 다를 수 있다. 오션스의 외국인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3명의 선발을 사용할 거라고 공언했고, 그것보다는 강건우에게 당했던 그 압도적인 퍼펙트게임이 파이러츠 팬들의 머릿속에서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더 불안한 점은, 내일 선발로 나설 파이러츠 선발 투수다. 1차전에서 죽도록 얻어터진 에드손 타바레즈가 이미 멕시코로 돌아갔다는 소문까지 있다.
“시바. 답이 안 나오네, 답이.”
파이러츠 팬들이 투덜거리며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그 시각.
오션스 팬들은 남의 집에서 승리의 여운을 만끽하고 있었고, 휴 브레드먼 감독은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쉽게 자신의 말을 뒤엎고 있었다.
“내일 선발 투수는 갱-거누입니다. 그가 우리를 위해 던질 준비가 되어 있고, 우리는 팬들에게 누가 챔피언인지 보여주고자 합니다.”
#
[(2029 KS) 부산 오션스 3 : 1 창원 파이러츠.] [(KS) 오늘의 히어로 : 호세 킹(1이닝 3K 세이브), 강건우(2안타(1홈런) 1타점 2득점) [강건우, 한국시리즈 3경기 5홈런째. 큰 경기에서 더 강하다.] [불펜 총동원 오션스. 5명의 불펜 투수가 3이닝을 쪼개 무실점 피칭.] [시리즈 스코어 3대 0. 오션스 구단 역사상 최초의 통합 우승 앞둬.] [승장 휴 브레드먼, ‘내일 선발은 강건우.’]└씨발 선발 세명만 쓴다매 양키새끼야
└강건우특)마무리 투수임
└강건웈ㅋㅋㅋㅋㅋㅋㅋ9이닝 세이브 기록하러 간다 앜ㅋㅋㅋㅋㅋㅋㅋ
└씨발새끼들아 말장난치냐?
└양심적으로 강건우 선발 낼거면 타선에선 빼라 개십새기들아
└꼴션스 새끼들 신난거 보니 기분 존나 구리네
└우리도 신날때 됐지 않았냐
└아니 왜 강건우 쳐내냐고
└그래서 민승기 나오면 이길 자신은 있고?
└솔직히 파이러츠는 훈이 선에서 정리 가능할듯
└이훈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니네 타자 정조준 뿐이던데 훈이가 죠스로 보이냐?
└ㄹㅇㅋㅋ 니네 3경기 동안 3점낸거 전부 좆준이 홈런 ㅋㅋㅋㅋㅋㅋㅋ
└좆준이 싫어하는데 걔 혼자 야구하드라 ㅇㅈ
[(PHOTO) 승리 투수 앤디 가필드의 잇몸 미소.] [한국시리즈 오션스 유일한 실책 이시욱, 속죄의 홈런 터뜨려.]└잘못은 민성이 선발때 해놓고 왜 속죄는 앤디 선발때 함?
[(이용길의 야구회로) 역사상 최고의 한국시리즈.]└‘강팀에게 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와대 홈페이지에 이용길 사형 청원 올린거 파이러츠 팬이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꼴빠아재 요새 제대로 돌아버린듯ㅋㅋㅋㅋㅋ
└솔직히 기사라기 보다는 그냥 블로그 글 보는 느낌
└그게 꼴빠회로의 묘미임
└아니씹ㅋㅋㅋㅋㅋ 4차전을 기권해도 이해해줘야 한다<<<이거 뭔데 ㅋㅋㅋㅋㅋㅋ
└꼴용길 파이러츠 홈구장 출입 금지 먹었다는 루머 진짜임?
└마산아재들 꼴용길 잡으면 용접기로 사직구장 철문에 용접해버릴거라고 하던데 ㄷㄷㄷㄷㄷㄷ
└용접기 ㄷㄷㄷㄷㄷ
[호세 킹의 환골탈태. 대체 한 달간 무슨 일이 있었나.]└사실 유리 누나는 인체개조 전문가임
└호세 킹 아닌거 같은데
└폴 브렉슨 데려와서 성형시키고 내보낸거 아님?
└치졸하다 좆션스 ㅅㅂ
└아니 근데 저렇게 던지면 바로 메이저리그 가는거 아니냐?
└아니 진짜 완전 다른 투수가 됐네;;
[강건우, ‘내일 등판을 위해 많이 준비했다. 마무리나 선발 투수나 오션스가 우승하기 위해서라면 뭐든 좋다. 내가 한 경기도 못 뛰는 대신 팀이 우승한다면 나는 기꺼이 벤치에서 팀을 응원할 것이다.’]└팩트)강건우 없으면 우승 못함
└건우ㅠㅠㅠㅠㅠㅠㅠㅠ
└ㄹㅇ복덩이
└유리누나 만세
└건우 없어도 파이러츠 정돈 이길듯
└그럼 쓰지 마라 씨발
└ㅋㅋㅋㅋㅋ
#
감독님이 내가 선발로 뛰게 될 거라고 말한 후, 주변이 엄청 시끄러워졌다.
우리 팀 선수들은 알고 있었던 이야기다. 만약 3차전에서 이기지 못했더라면 내가 4차전 선발로 나서진 않았을 것이다.
아마 승기 형이 선발로 나섰을 거라 생각했지만, 호세가 실전에서 던지는 걸 보니 호세가 뛰어도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1이닝만 던졌으니 6이닝 이상을 맡았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하체 밸런스가 좋아진 걸 보면 투구 수가 늘어나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마무리로도 꽤 잘 어울리는 투수다. 맞아도 기죽는 타입은 아니라서.
어쨌거나, 나는 스마트폰을 꺼버렸다.
올 시즌 마지막 경기다.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마지막 경기가 되도록 애써야 한다.
기자들에게 전화가 올까 봐 꺼놓고, 장난감 무전기를 샀다. 하나는 유리에게 주고, 나는 숙소 방에서 혼자 명상을 하고 있었다.
신체적인 단련은 끝냈다.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준비를 마무리할 생각이다.
어떤 피칭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다. 파이러츠 타자들이 조준이 형을 제외하고는 타격감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조준이 형의 컨디션은 좋다. 때린 타구가 모두 안타가 되거나 홈런이 되는 건 아니었지만, 타구 질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조준이 형이 날 상대한다면, 어떤 공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설까.
아무래도 내 최고 구속의 포심 패스트볼을 노리지 않을까 싶다. 내가 KBO에서 두 시즌 동안 내준 실점은 홈런 두 방뿐이었고, 그중 하나가 조준이 형이 내 빠른 공을 친 거기도 했다.
전에는 또 파이러츠 다른 타자들에게는 비교적 느리고 제구 잘 되는 구속으로 던지다가 조준이 형에게만 빠르게 던지기도 했었고.
나는 손을 뻗어 무전기를 들었다. 그리고 버튼을 누르고 말했다.
“누나. 뭐해?”
무전기에서 치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게 음질이 좋진 않은데, 그래서 그런지 묘한 감성이 있다.
-응, 건우야. 나 지금 —있어.
바쁜가?
“누나 보고 싶다.”
무전기가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누나 지금, —–이랑 같이 있어서.
아. 다른 선수들이랑 같이 있어서 보고 싶다고 하니까 좀 부끄러우시다?
“잘 안 들리네. 누나. 보고 싶어.”
-건우야, –가, — 있— 다시 —게.
놀려 보고 싶다.
나도 모르게 번지는 미소를 지우지 못하고,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크게 말했다.
“누. 나. 너. 무. 보. 고. 싶. 어. 사. 랑. 해.”
다시 무전기가 조용해졌다. 음. 민망해서 잠시 껐나?
그런데 잠시 후, 밖에서 우당탕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누군가가 문을 요란스럽게 두드렸다.
“강건우!”
유리의 목소리다. 내가 문을 열자, 어딘가 급한 표정의 유리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코칭스태프 회의 중이었는데!”
“응? 회의 중인데 그냥 와도 돼?”
“감독님이 다음 선발 케어해주라고 해서!”
“잘 왔네.”
유리는 허탈하게 웃으면서도 들어와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룸서비스 시켜줄까?”
“배고픈 거 어떻게 알았어?”
“누나 배고프면 왼쪽 눈썹이 살짝 내려가.”
“정말?”
“응.”
내 장난에 유리가 왼쪽 눈썹을 매만졌다.
“내일 공 느리게 좀 던져볼까?”
“응? 왜?”
“조준이 형이 160키로대만 노리고 들어올 것 같아서.”
“음.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정조준 말고 다른 타자들한텐 변화구 위주로 승부해도 괜찮겠다.”
조준이 형은 한 번 막혀도 계속 밀고 나가는 성향이 있다. 160km/h대 공 노리면서 140km/h대 공에 타이밍 몇 번 놓치면 언제 다시 조정할지가 관건이긴 한데.
어쨌든, 포수들과 모여서 다시 의논하기로 했다.
“누나. 프로포즈까지 1승 남았다. 알지?”
유리가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는 곧 표정을 바꾸어 내게 귀엽게 호통쳤다.
“야! 홈런 열 방치고 완봉도 한다고 해놓고! 홈런 다섯 개밖에 안 되면서 우승하겠어?”
“경기 나가서 홈런 다섯 개 치고 완봉하면 되겠네.”
유리가 다시 웃었다.
“말이 쉽지.”
“그래서, 홈런 다섯 개랑 완봉 못 하면 프로포즈 안 받아줄 거야?”
“아니, 뭐, 안 받아준다는 말은 아닌데…”
나도 웃었다. 유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말했다.
“우승만 해, 우승만. 으휴. 강건우 네가 설레발을 얼마나 쳐놨는데. 너 아니면 난 시집도 못 간다 이제.”
“계획대로야.”
“으이그, 진짜.”
#
한국시리즈 4차전이 열리는 날. 꽤 많은 오션스 팬들이 마산으로 향했다.
3연패에 실망한 파이러츠 팬 일부가 관람을 포기했고, 오션스 팬들이 소량의 취소 티켓을 노렸다.
그리고 사직 야구장에서도 사람들이 모였다. 오션스 구단 측에서는 사직 야구장 전광판으로 한국시리즈 4차전을 방영하기로 했고, 이마저도 티켓이 완판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역 라이벌 파이러츠를 상대로, 한국시리즈에서 3대 0으로 앞선 채 맞는 4차전.
게다가 선발은 강건우.
“돌겠네! 그럼 우리는 어디 가서 야구 보라고!”
오션스 팬들을 미치게 만들기는 충분했다.
“닭집 가서 보자.”
“닭집도 꽉 찼다!”
“그럼 돼지 집 가자.”
“거기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역사적인 경기다 보니.
근 50년 가까이 묵은 오션스 팬들의 기대감은 한계 없이 올라간 상태였다.
선발 라인업이 공개됐다.
[부산 오션스.]1. 서창열(CF)
2. 노경우(2B)
3. 배영한(RF)
4. 강건우(SP)
5. 양대근(1B)
6. 이시욱(3B)
7. 황석규(LF)
8. 박의현(C)
9. 정예성(SS)
[창원 파이러츠.]1. 박근수(CF)
2. 김해근(DH)
3. 정조준(LF)
4. 에릭 랜들러(1B)
5. 유시훈(RF)
6. 최지용(3B)
7. 오현태(2B)
8. 옥시경(SS)
9. 강태오(C)
오션스에서는 변화가 있었고, 파이러츠는 소폭 변화를 주긴 했으나 정규 시즌과 거의 흡사했다. 지난 경기에서 가져간 타순 변경이 큰 재미를 보지 못했었으니 정석으로 돌아간 느낌이 있었다.
서창원 감독의 얼굴은 상당히 수척해 보였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목소리에 힘이 빠진 것이 느껴졌다.
“아직 끝난 건 아닙니다. 물론 강건우 선수가 좋은 투수기는 한데 마지막 선발 등판이 6월이었고…어제 오션스가 불펜을 많이 쓴 만큼, 불펜 싸움으로 가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올 거로 생각합니다.”
어제 경기에서 오션스 불펜은 강력했다. 질과 양 모두에서.
그런데 만약에.
오늘 경기에서 오션스 불펜을 가동하게 만들고 어떻게든 승리를 따낼 수 있다면, 기적을 꿈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하루 휴식일이 있어 5차전까지 끌고 가면 5일 휴식한 민승기가 나오겠지만.
그리고 휴 브레드먼 감독의 표정은 꽤 산뜻한 편이었다.
“어쩌면 뉘앙스의 문제가 있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선발 투수를 세 명 쓴다고 했었으니. 어쨌든, 오늘 타선 변경에 관해서는, 노-갱우는 충분히 2번 타자 자리에서 역할을 해낼 수 있습니다. 배-영-한은 어느 팀에 가더라도 중심 타자를 맡을 수 있죠. 홈 팬들 앞에서 우승을 보여드리지 못하는 점은 아쉽지만, 이제 여기가 거의 홈처럼 느껴질 정도군요.”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음에도 이미 승리한 것처럼 말하는 휴 브레드먼에게 반감을 사는 이들도 있고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휴 브레드먼도 알고 있다. 이렇게 말해놓고 지기라도 한다면 더 큰 역풍을 맞게 될 거라는 것을.
하지만, 강건우를 내세우고 질 거라는 가정을 하고 싶진 않았다.
솔직한 심정으로 시즌 내내 강건우를 선발로 쓰고 싶었다. 강건우를 제외하고도 불펜이 안정되면서 그런 마음은 더 컸다.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올해를 오션스의 해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그 아껴놨던 카드를 꺼낼 시간이다.
지명타자로 나서는 30홈런 외국인 타자 울프팩을 벤치에 앉히는 것을 고민할 필요도 없는 라인업.
포수 박의현이 체력보다는 정신력의 한계치 가까운 곳에 도달해 있긴 한데, 그 포수는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올 시즌 급성장했다.
퍼펙트게임 두 번에 노히트노런 한 번.
고작 1년 만에 그런 경험을 한 포수가 있을까.
주상욱이 한국시리즈 3경기 동안 대타 혹은 대수비로 잠깐 나서긴 했지만, 이런 경기에서 박의현을 뺄 수는 없다. 본인도 팔이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뛰고 싶다고 말했다.
민승기는 자신을 찾아와 이번 경기에서 필요하다면 불펜으로 뛰게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울프팩도 대타로 나서기 위한 준비를 진지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주전뿐만 아니라 백업 멤버들도 단 한 번의 출장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자신이 출장하지 못하더라도 팀의 마지막 1승에 소름 돋을 정도로 집중하고 있다.
감독은 기자들과 만남을 끝내고 론 버거킨 코치를 불렀다.
“어떤 사람들이 그러더군. 내가 하는 게 뭐냐고.”
“야구 감독이라는 직업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은 항상 그렇게 떠들어대죠.”
“이봐.”
“말씀하세요.”
“그들은 야구 감독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일지도 몰라.”
“뭐라고요?”
“잘 봐. 갱을 경기에 선발투수로 낸다는 건, 그가 마운드에서 타자들을 몽땅 쓸어버리고 타석에서 투수를 울리는 것을 구경한다는 것을 뜻하지. Fuck, 나는 그냥 자리에 앉아서 선글라스를 끼고 보고 있기만 하면 돼. 솔직히 말해봐? 선글라스를 끼고 잠이 들어도 경기에 아무 영향이 없을지도 몰라.”
“…”
“이게 감독이라는 거지, 어때. 부럽지?난 그냥 의자에 앉아서 움직이지도 않을거야! 경기가 끝나고 나서 그냥 갱의 칭찬만 몇 마디 해주면 나는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명장이 될 수 있어! 하하, 자넨 가서 일이나 해, 투수 코치. 가서 갱의 어깨와 발을 주물러 주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