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323)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25화(325/385)
웨딩 로드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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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팬들은 상반되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홈에서 우승하는 거 보고 싶은데.”
“도라이가? 그럼 건우가 지란 말이가?”
하지만 부산의 어떤 사람들은, 오션스 팬 여부와 관계없이 오션스가 차라리 파이러츠 홈에서 우승하기를 바라고 있기도 했다.
“사직 아니라도 어디에서 어떤 사고가 벌어질지 모르니 전원 비상근무 체제란다.”
부쩍 부산의 음주 관련된 사고가 늘었다. 부산 경찰에는 비상이 걸려 있었다.
신난 야구 팬들이 난리를 쳐댄다. 개중에는 그리 심하진 않아서 훈방되는 일도 많긴 하지만, 때로 피를 볼 때도 있다.
작년 한국 시리즈 패배 후에도 사건이 많이 터졌다. 몇몇 사람들은 오션스가 우승하지 못했으니 세상이 끝난 것처럼 행동했다. 이번엔 그래도 우승 가능성이 크니 좀 낫다. 물론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긴장 상태이긴 하다. 그보다는, 창원 쪽이 문제긴 한데 제 코가 석 자다.
사직과는 달리 현대적이고 깨끗한 창원 파이러츠 파크 앞에서는 진풍경도 펼쳐지고 있었다.
근래 사직 구장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소식 중 하나는, 암표상이 구타당했다는 이야기였다.
암표상들이 사직 야구장 암표 판매를 보이콧했다는 믿기 힘든 루머도 있었다.
물론 모든 오션스 팬들이 그런 건 아니었기에 구장 앞에서 암표를 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파이러츠 팬들 사이에서 흉흉한 소문이 있었다.
“누가 열 배 쳐준다고 티켓 팔아라 하고 다닌다던데.”
“누가?”
“몰라. 오션스 유니폼 입은 사람들이 그란단다.”
“복장 뒤집으러 왔나.”
“그래서 20배 달라 했더니 오케이 했단다.”
“누가?”
“세찬이.”
“팔았다고?”
“어.”
“그럼 오늘 안 오나?”
“팔고 집에 갔다.”
“미친놈이네.”
“시바. 불길한데 나도 팔 걸 그랬나.”
홈 팀 응원단에도 오션스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 잡고 앉는 것이 그런 이유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무슨 일이 생겼거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더라도 시간은 흐른다.
강건우 선발에 대비해 정조준은 180km/h를 던지는 피칭머신으로 대비했다. 활로를 열 수 있는 건 자신뿐이다.
이전에 강건우에게 퍼펙트게임을 내주며 패배했다. 파이러츠 팬 몇몇이 오션스 팬들에게 그냥 티켓을 팔아버리고 집으로 가는 것도 어쩌면 그 기억 때문일지 모른다.
강건우는 그 경기에서 다른 선수들에게 140km/h 후반대의 공을 던지고 정조준에게는 전력투구했다.
다른 타자들도 대비한 훈련에 매진했다. 오션스에게 3경기 내내 당하다가 강건우 같은 선수를 상대로 특출난 모습을 보이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아주 흐릿한 희망에 걸고 있었다.
물러날 곳은 없다. 그냥 끝나게 된다. 여기서 4연승으로 시리즈 자체를 뒤집진 못하더라도, 한 경기라도 이기고 싶었다.
매번 그렇게 당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다음 시즌에 복수하며 왕좌를 되찾아오기 위해서라도, 무언가 수를 내야 한다.
“강건우…”
이를 악문 정조준이 숨을 몰아쉬며 결의를 다졌다.
이제, 누가 길고 누가 짧은지 대봐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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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는, 아무래도 파이러츠에게는 자존심이 걸려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션스로서는 그냥 압도적인 차이를 보여주고 싶어 하고 있고요.
-과연, 파이러츠가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혹은, 오션스가 기세를 그대로 이어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파이러츠는 강건우 선수의 마지막 선발 등판이 5개월 전이었다는 점에 기대를 걸어봐야겠죠. 하지만 말이죠. 강건우 선수가 프로 데뷔 후 첫 선발 등판에 퍼펙트게임을 기록했고, 그 한 달 뒤에 완봉승을 했다는걸 생각하면 경기 감각은 크게 상관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예. 파이러츠 선발 투수 이민호 선수가 나와서 몸을 풉니다.
-대졸 좌완으로 강건우 선수와 같은 해에 드래프트로 뽑힌 선수죠. 지명 직후 재활을 거쳐 1군에서 활약을 시작했고, 올 시즌 성적은 5승 7패 2홀드 평균자책점 5.43입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쏠쏠한 활약을 펼쳐 줬는데요. 오늘 선발로 예상되었던 에드손 타바레즈 선수는 등판하지는 않았지만, 로스터에는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제가 좀 있었던 것 같네요. 예. 경기가 시작됩니다! 오션스의 선두 타자는 서창열! 좌타자로 1~3번이 채워진 상황에서 좌투수 이민호가 좋은 시작을 끊을 수 있을지! 초구, 스트라이크! 서창열 선수가 지켜봤습니다! 구속은 146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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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완 이민호는 우리 팀의 좌타자 셋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웠다. 서창열-노경우-배영한. 사실, 어디 내놔도 그리 밀리지 않는 좌타 라인업이다.
마치 마무리로 올라와 던지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공 하나하나를 전력투구했다. 어쩌면 길게 던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여기서 지면 파이러츠는 끝이니까. 투수를 모조리 쏟아 부어버릴지도 모른다.
내 타석까지 돌아오지 않았고, 나는 마운드에 먼저 올랐다.
연습 투구에서 첫 공을 150km/h로 던졌고, 그 후로 기어를 올려 160km/h와 163km/h, 167km/h를 차례로 찍었다.
오션스 팬들이 환호한다. 평소와는 목소리가 좀 다르다. 목쉰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들리지는 않지만, 파이러츠 팬들이 욕설을 내뱉고 있는 듯하다. 파이러츠 선수들의 표정도 굳어 있다.
나는 우리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준 후, 유리가 있는 쪽을 향해 히죽 웃었다.
‘완봉 안 해도 되니까, 다치지 말고 잘 하고 와.’
유리는 경기 전, 나를 안아주며 그렇게 말했다.
의현이 형은 자기만 믿으라고 큰소리를 쳤다. 손은 괜찮은지 모르겠다. 예성이 형은 어제 늦은 밤까지 펑고를 받았고, 경기 전까지도 죽어라 펑고를 받고 있었다. 잘 해줄 거라 생각하고 있다.
파이러츠 선수들이 어떻게 준비했을지는 모른다. 다만, 타석에 선 박근수는 독기를 좀 품은 것 같다. 괜히 인상을 쓰고 침도 뱉고 욕도 한다.
우리 팀에 그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가 있어서 하는 말인데, 아직 어설프다. 입 모양의 디테일이 조금 부족하다. 기왕 상대 기죽이기로 마음먹었으면 제대로 해야지.
온몸에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싸인도 없이 투구 동작에 들어갔다.
포수들과 많은 논의를 거쳤다. 철저하게 상대를 당황하게 할 준비를 해뒀다. 오늘 경기만큼은 평소보다도 훨씬 더 완벽하게.
유연하게 준비한 몸이 부드럽게 동작을 시작해 끝맺었다. 어떤 방식으로 던지겠다고 생각은 해뒀지만, 내 의지와 관계없이 몸이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공은 내 의도와는 아주 조금 다른 곳으로 향했지만, 타자의 헛스윙을 끌어내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스트-라이크!”
슬라이더를 존 바깥쪽 낮은 곳에 넣을 생각이었는데, 조금 더 바깥쪽으로 흘러나왔다. 내버려 뒀으면 볼이었을 텐데, 내가 봐도 궤적이 꽤 훌륭했다.
2구는 몸쪽으로 파고드는 투심이다. 손끝을 떠난 공이 존 가운데에서 약간 낮은 곳으로 들어가는 듯하다가, 급격하게 꺾이며 몸쪽을 파고들었다.
“스트라이크!”
구속은 151km/h.
굳이 160km/h대를 던지지 않아도 헛스윙은 충분히 끌어낼 수 있다.
박근수가 배트를 티 나게 짧게 잡았다. 뭐가 오든 일단 갖다 맞히고 1루로 뛰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컨택 능력과 빠른 발을 생각하면, 꽤 많은 투수가 알고도 내야 안타를 내줬을 것이다.
검지와 중지를 벌려 사이에 공을 끼워 넣었다. 포크볼이다.
이게 바운드되고 포수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그런 거 무서우면 이런 공 못 던진다. 우리 포수는 믿을 만 하다.
배트 짧게 쥐고 왼발이 앞으로 훅 튀어나오며 무게 중심을 당겨 공을 어떻게든 맞혀 보려 했지만, 내 포크볼은 밑에서 누가 실을 걸고 잡아당긴 것처럼 뚝 떨어졌다.
자연스럽게 바운드 되었고, 회전하느라 살짝 중심을 잃은 박근수가 급하게 1루로 뛰었지만.
“아웃!”
의현이 형은 그새 왼발을 뻗어 공을 받아낸 후 자연스럽게 1루로 송구해 아웃 카운트를 하나 올렸다.
“강—건—우!”
다음 타자는 김해근. 아직 함성의 여운이 끝나지도 않았지만, 나는 빠르게 피칭을 시작했다.
좌타자 입장에서는 존 밖으로 달아나는 것만 같게 느껴질 투심. 헛스윙.
다음은 투심과 비교해 횡 무브먼트는 덜하지만, 종 무브먼트가 큰 싱커. 헛스윙.
침을 뱉고는 홈 가까이 선 김해근에게, 몸쪽으로 강렬하게 파고드는 150km/h 짜리 컷 패스트볼.
“스트라이크! 아웃!”
작전이 먹혀드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단 두 명의 타자를 상대했을 뿐이지만, 어딘가 미묘하게 타이밍이 안 맞다.
“니나니나니고릴라야-안타 한 방, 홈런 한 방! 정! 조! 준! 정-조-준!”
조준이 형이 타석에 나오고 있다.
여기서 만나면 형이고 뭐고 따질 것도 없다.
적절한 긴장감을 증폭시키자. 누구에게나 맞을 수 있지만, 저 상대는 누구나가 아니다.
심호흡하고.
손끝의 감각을 조금 더 예민하게.
마음은 수면 아래로.
스파이크를 신고 있지만 발끝에서 마운드의 흙이 느껴질 만큼, 털끝에서 공기의 흐름이 느껴질 정도로.
눈을 살짝 감았다가 떴다.
포수 미트와 타자만이 내 시야에서 색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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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작전은 이거야.”
감독이 내민 것은, 작은 메모지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쓰여 있는 ‘강건우’였다.
사실, 휴 브레드먼이라고 해서 100% 이긴다고 장담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자기 최면일지도 모른다.
만에 하나라도 이 경기에서 패배하면 다시 구상해야 한다. 강건우에게 휴식이 필요할 수 있고, 전력의 핵심 그 이상인 강건우가 빠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파이러츠가 강건우를 잡는다면 자신감도 회복될 것이다.
그래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던 것과는 달리, 마음 졸이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입은 거의 억지로 웃고 있는 상태였다. 어젯밤에는 작년에 실패했던 꿈을 꾸기도 했다.
상대 타자는 정조준. 마운드의 강건우는 역동적인 동작으로 초구를 던졌다.
‘Yes!’
초구에 헛스윙이 나왔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다. 전광판에 141km/h가 찍혀 있었다.
“투심인가?”
“예. 아직 안 주무셨네요.”
투수 코치 론버거 킨이 살짝 툴툴댔다.
정조준의 스윙은 꽤 맹렬했지만, 타이밍이 전혀 맞지 않았다. 아마 강건우의 최고 구속을 머릿속에 넣고 있었던 모양이다.
정조준이 타석에서 벗어나 한참이나 생각하다 타석에 돌아왔다. 원정 관중들이 야유를 퍼부었고 홈 관중들이 정조준 기죽는 꼴은 못 보겠다는 듯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2구.
딱!
정조준의 배트가 한참이나 나가서야 공에 맞았다. 맞히긴 했지만, 맞힌 사람의 표정이 이상했다.
전광판에 찍힌 구속은 140km/h.
스윙 동작 중, 힘이 다 빠진 상태에서 공에 맞았고 타구는 투수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타구.
“아아아아!”
정조준은 그런 타구에도 전력 질주했다. 강건우는 슬쩍 공을 잡아 1루로 송구했고, 1회 말 파이러츠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강건우 구속 왜 저럼?]└전광판 고장 난 거 아님?
└중계에서 아니라고 함
└그럼 구속 140대밖에 안나오는데 왜 정조준은 저거 못 침?
└시발 정조준도 맛 갔나
└좆됐네 진짜…
정조준은 큰 당혹감을 느꼈다. 160km/h 중후반의 공에 타이밍을 맞춰서 훈련했는데, 오히려 다른 타자들보다 더 느리게 던져 타이밍을 빼앗다니.
140km/h 초반의 구속에 다시 타이밍을 조정할 수는 있다.
그런데, 강건우가 다음 타석에서도 저 느린 공을 던질 것인가.
정조준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리고 이건 강건우의 계획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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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부산 오션스 0 : 0 창원 파이러츠.]-2회 초.
-4번 타자 강건우.
-투수 이민호.
-1구 볼.
└제구 좆망했네
└어디다 던지는거임 지금
-2구 볼.
└그냥 거르는거 같은데?
-3구 볼.
└쫄?ㅋㅋㅋㅋㅋㅋㅋㅋ
└쫄았내
└대근이형한테 뒤지게 맞고 싶냐
-4구 볼. 볼넷.
-5번 타자 양대근.
-파이러츠, 투수 교체.
-이민호->에드손 타바레즈.
└이거 뭐임
└위장선발이냐
└위장선발 뜻도 모르는 새키가 있네 퀵후크지 병신아
└그래서 이거ㅋㅋㅋㅋㅋ타바레즈 강건우한테 쫄아서 강건우 다음부터 던지는거?
└양캡한테 홈런 처맞은건 기억에서 날아갔나?
└닭대가리 ㅇ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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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손 타바레즈는 날 1루에 둔 상황에서 마운드에 섰다. 오늘은 도루할 생각이 없다. 선발 투수니까. 뛰다가 손톱에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모든 것이 엉켜버린다. 내가 선발 투수로 나서는 것은 여러 제약이 많은 편이다.
어쩌면 파이러츠도 내가 도루하지 않을 거라는 것에 걸었을지도 모르겠다. 에드손 타바레즈는 대근이 형을 삼진으로 잡아낸 후 포효했고, 시욱이 형은 좌익수 플라이에 그쳤다. 석규 형이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날려 우리는 득점권 상황을 맞이했지만, 의현이 형은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다.
“손 괜찮아요?”
“나 손의현! 아니, 박의현! 손이 강철로 된 남자!”
“손이 강철이면 공 받다가 튕겨 나올 거 같은데.”
“크으윽. 걱정 마라! 나는 괜찮다!”
조금 무리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만약 손이 아파서 타격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뭐, 그래도 포구는 잘 하고 있으니까.
베이스 러닝 할 때 전혀 무리하지 않았기에, 별다른 문제 없이 어깨를 조금 풀고 마운드로 올라갔다.
그나저나, 나한테 겁먹어서 그런거면…
다음 내 타석 때 또 교체되려나.
내가 상대할 다음 타자는 에릭 랜들러다. 그리고 이 타자는, 퍼펙트게임을 했을 때 잘 먹혔던 방법이 있다.
세 가지 다른 역회전성 공을 던져 타격감을 뭉개버리는 거.
초구로는 싱커를 선택하기로 했다. 좌타자 바깥쪽 낮게 들어가는 역회전성 공은 알고도 치기 어렵다.
딱!
“파울!”
구속은 146km/h. 그런데 배트를 길게 뻗어 맞히긴 했다. 투심을 노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다음 공은 서클 체인지업. 역회전성 공 중에 가장 느리다.
부웅-
“스트라이크!”
바깥으로 도망치는 134km/h의 공을 따라오지 못했다. 배트를 길게 잡은 것 치고는 컨택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원래대로라면 다음 차례는 투심이다. 우리는 시작 전에 각 타자의 첫 타석에 대한 전략을 이미 세워뒀고, 인터벌을 줄여 타자를 당황시키기 위해 빠르게 던지고 있었다.
그런데 계획을 바꿨다. 몸쪽 커터로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의현이 형은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뭘 어떻게 던지고 싶다고 싸인을 보내면 거부하는 법이 없다.
투구 폼을 똑같이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공을 던질 때 볼 종류마다 투구 폼이 다르다면 읽히기 쉽다. 내 계획은 타순 한 바퀴가 돈 이후 더 강력해지는 것이다. 아직 읽힌 적도 없고 읽힐 생각도 없다.
슈웅-!
힘껏 내던진 컷 패스트볼이 좌타자의 몸쪽을 향해 파고든다. 1회에 조준이 형에게 더 느린 공을 보여줬었다.
에릭 랜들러도 그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159km/h.
“스트라이크! 아웃!”
1루 측 관중들이 대부분 조용한 가운데.
몇몇 익숙한 색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1루 홈 관중석에서 펄쩍 뛰어오르는 것이 보인다.
저 사람들은 어쩌자고 저기까지 가서 앉아있는 걸까.
어쨌거나, 에릭 랜들러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찼을 것이다. 알고도 치기 힘든 바깥쪽 낮은 역회전 공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구속을 끌어올려 몸쪽에 던졌으니.
더 고민하고, 또 고민해라.
그럴수록 공을 때리는 것은 불가능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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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우 선수, 오늘 피칭 패턴이…예전과 굉장히 다릅니다.
-파이러츠 타자들의 표정을 보세요. 귀신이라도 본 것 같습니다.
-예, 다음 타자 유시훈! 빠른 공 대처 능력이 조금 줄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래도 시즌 후반부로 올수록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었죠!
-지켜봐야겠네요. 강건우 선수가 유시훈 선수에게 빠른 공을 던질지. 방금 던졌던 159km/h가 오늘 최고 구속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초구 스트라이크! 구속 145km/h! 유시훈 선수, 그냥 지켜봅니다!
-아쉬워 보이네요. 그리 특징적이진 않은 공이었거든요.
-바로 2구를 준비하는 오션스 배터리, 유시훈 선수! 타임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2스트라이크!
-엄청나게 인터벌이 빨라요. 투수가 투구 동작을 거의 마무리 한 상황이라 지금은 안 받아들여지는 게 맞습니다.
-유시훈 선수가 가볍게 항의합니다만, 예. 다시 투구를 준비하는 강건우, 타임. 이번엔 받아들여집니다.
-오션스 팬들의 야유가 쏟아지네요.
-물러서서 스윙 몇 번을 하고 심호흡하고 다시 타석에 들어옵니다. 강건우, 바로 던집니다!
-스트라이크! 커브가, 예! 마치 폭포수처럼 떨어집니다! 와, 저건, 진짜로. 저걸 어떻게 치냐 이거죠. 유시훈 선수 표정 좀 보세요.
-그리고 다음 타자는 최지용. 변화구에 약한 타자인데요.
-제가 강건우 선수면 그냥 슬라이더 던질 것 같아요.
-슬라이더를요? 강건우, 던집니다! 헛스윙! 예, 슬라이더였어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아까 슬라이더 각이 정말 날카로웠거든요. 우타자들 저 공 치기 힘들 겁니다.
-그런가요?
-다른 공도 치기 어려울 텐데, 특히 최지용 선수라면…
-2구! 또 헛스윙! 정말입니다! 연속 슬라이더에 배트가 또 헛돌았습니다!
-타격 메커니즘 자체가 최지용 선수는 저 슬라이더를 치기 힘들게 되어 있어요. 이게 왜냐하면…
-바로 던집니다! 3구! 삼구삼진! 삼구삼진! 예! 3연속 슬라이더로 거포 최지용을 허무하게 돌려세웠습니다! 아! 강건우! 해설위원님 말씀대로 됐네요!
-하하, 어쩌다 보니 맞추긴 했습니다만…최지용 선수, 오늘 저 슬라이더에 손도 못 대면 많이 어려울 듯해요.
-예! 이닝 끝났습니다! 무려, 9구만 던져서 3타자 연속 삼구삼진! 강건우 선수, 대체 어디까지 해낼 생각인 걸까요! 잠시 후 돌아오겠습니다! 오션스의 공격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