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325)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27화(327/385)
사랑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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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기뻤다.
솔직하게 말하자. 처음에는 그냥 유리를 위해서 ‘해보지 뭐.’ 정도의 가벼운 마음이었다.
나 정도면 한국 프로야구팀 정도는 어찌 됐건 우승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조금 안일하게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계약 전후로 팬들이 좋아할 만한 말을 한 것은 립 서비스일 뿐이었다. 나는 오션스가 중요하다거나 오션스를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딱히 그렇게 생각하고 한 말은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말하는 것이 정석이니까.
그리고, 유리가 그렇게 하기를 바라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 진심이 되었다.
나는 이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시절 던지던 그 어떤 경기보다도 진심으로 던졌다.
경기가 끝난 후 마운드에 무릎 꿇고 소리 지른 것 또한, 진심으로 행복해서 그랬다.
천지가 진동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댔다. 마운드에 무릎 꿇고 앉은 채, 나는 동료 선수들에게 파묻혔다.
다들 정신이 나가버린 것 같았다. 프로 운동선수들에게 깔린 채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강건우’였다.
“야! 강건우!”
“이 미친 강건우!”
“강건우 진짜!”
우리 주전 선수들도 그렇지만, 백업 선수들도 다들 역할을 해냈다.
오늘 삼진을 몇 개나 잡았더라?
아무튼, 삼진을 꽤 많이 잡긴 했는데, 그래도 예성이 형은 수비 기회가 올 때마다 침착하게 공을 잡아냈다. 그리고 기습 번트로 내 만루홈런의 물길을 열었다.
대타로 출장했던 울프팩은 희생 플라이로 1타점을 올렸다. 홈런 친 것처럼 알통 세레머니로 분위기를 더 열광적으로 몰아갔다.
유준 형은 대주자로 나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열정적인 주루 플레이로 팬들의 박수를 받아냈다. 짧은 타구에 1루에서 3루까지 내달려 울프팩의 희생 플라이에 1점을 추가했다.
세완이 형도. 노루 형을 대신해 대주자로 투입됐다가 3루 수비를 맡은 뒤로는 우리 내야를 더 탄탄하게 해줬다. 수비력이 원래 그렇게까지 좋은 선수는 아니었지만, 집중력을 발휘했으며 타석에서도 투수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상욱이 형은 말할 것도 없다. 공 놓칠 바에서 차라리 죽겠다더니, 죽을 만큼 긴장한 것 같긴 했지만, 실수를 하지는 않았다. 의현이 형이 마지막에 못 버텼던 것을 생각하면 짧은 이닝이었지만 제 역할을 충분히 해줬다.
혼자서 우승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분명히 잘못된 생각이었다.
그게 불가능해서 잘못된 생각이라고 하기보다는, 음.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고 나니까 확실히 알게 됐다. 지금 이 순간이, 내가 야구를 한 후로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을.
그 어떤 우승이나 개인 수상보다 성취감이 느껴진다. 즐겁다. 노루 형 입 냄새가 나고 노경우의 엉덩이가 날 깔아뭉개고 있지만, 좋다.
유리를 보고 싶다. 유리는 지금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너무 행복해서 울고 있지 않을까. 아니면, 기절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기뻐서 자기를 주체 못 하고 소리 지르고 날뛰고 있을지도.
“건우야!”
유리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여전히 파묻혀 있고, 만 명 이상이 내 이름을 부르고 있지만, 유리의 목소리가 정확하게 들렸다.
음.
그런데…
여기서 나갈 수가 없다.
누나 나 좀 꺼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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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러츠 팬들 대부분이 급히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옆집 나쁜 놈들이 우리 집 안방에서 사상 최초 통합우승 축하 파티를 벌이는 것은 상당히 아니꼽긴 하지만, 그 파티를 보고 있을 이유가 없어서였다.
오션스 팬들은 다들 여기 남아 있었다.
원정 구장이지만, 뭐 어떻겠는가.
관중들 대부분이 직접 경기장에서 오션스의 우승을 본 적 없는 사람들이었다.
경기장에서는 선수들이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었다. 서로에게 샴페인을 뿌리는데, 대부분의 샴페인은 강건우를 향하고 있었다.
“아! 아! 행님! 왜 내만! 아!”
양대근은 오른손으로 이시욱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왼손으로 샴페인을 면전에서 터뜨리고 있었으며, 그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선수들이 초대형 구단 기를 들고 팬들 앞에 섰다.
응원단장이 흐느끼고 있었다.
우승할 때까지 은퇴하지 않겠다던 다짐을 저버리고 눈물로 은퇴했던 전임 응원단장이 단상에 함께 서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선수들이 휴 브레드먼 감독을 들어서 집어던지고, 받고 또 집어던졌다. 휴 브레드먼 감독은 비명을 지르며 높게 헹가래 쳐졌다가 내려왔을 때 론버거 킨 투수 코치를 향해 소리쳤다.
“잘 봤겠지! 이게 바로 우승하는 방법이야!”
론 버거킨 코치는 코웃음을 치면서 아까 빼돌렸던 샴페인을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웃기시는군.”
헹가래가 끝나면 코앞에서 터뜨려 버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오션스 매니저가 응원단장에게 귓속말했다.
-자! 여러분! 팬 여러분! 예! 감사합니다! 오션스 팬 여러분! 잠시만요! 예! 잠시만요! 잠시만 강건우 선수와! 정! 유리! 누나! 코치님에게! 시간을 주세요!
강건우는 미리 준비해둔 물건을 받아 들고, 정유리 앞에 무릎 꿇고 앉았다.
이쯤 되면 누구나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다.
울다가 웃다가 샴페인을 맞고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된 정유리가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물론, 손가락 사이로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한쪽 무릎만 꿇고 앉았던 강건우가 손에 든 작은 상자를 열었다.
“우승 반지 아직 안 만들어졌대. 부족하지만 이거라도 받아줘. 누나. 나랑 결혼하자.”
공개 프러포즈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수많은 선배들이 경고한 바 있지만, 이 경우에는 조금 달랐다.
목이 다 쉬어버린 오션스 팬들이 목소리를 쥐어짰다.
“받아줘! 받아줘! 받아줘!”
“결혼해! 결혼해! 결혼해!”
“뽀뽀해! 뽀뽀해! 뽀뽀해!”
“마 뽀뽀로 되긋나!”
정유리가 반지를 받아들고,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줄줄 흐르는 채로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는 것이 오션스 우승 세레머니의 클라이맥스였다.
양대근은 이 커플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관중석에서 자신을 지켜보던 부인을 찾아가 꽃다발을 건넸다.
-자! 사랑이 넘치는 밤입니다! 팬 여러분!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오래 기다려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너무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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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 KS, 결국 오션스의 4대 0 압승으로.] [(2029 KS) 부산 오션스 9 : 0 창원 파이러츠.] [(KS) 오늘의 히어로 : 강건우(퍼펙트게임(20K), 강건우(2홈런 6타점 3득점 2사사구)] [한국시리즈 4차전은 시작부터 끝까지 ‘강건우’] [강건우, 2홈런(6타점)에 포스트시즌 최초 퍼펙트게임까지!] [(이용길의 야구회로) KS는 Korean Series가 아니라 Kang Gun-woo Series의 약자였다.]└강건우 G 쓰던데
└조또 안 중요한걸로 태클 ㄴ
└ㄷㄷㄷㄷㄷㄷㄷㄷㄷ꼴빠회로 대폭발
└솔직히 우승하고 결혼한다길래 비혼 선언인 줄 알았다;;;
└ㄹㅇ;;; 결혼 안 하고 즐기기만 하려는 씹새인줄 알았지;;;
└??? : 결혼 참 쉽죠잉?
└시발 이게 되네;
[패장 서창원 파이러츠 감독, ‘우리가 약한 것이 아니라, 강건우가 너무 강한 것이다.’] [파이러츠 정조준, 기자회견 중 눈물.] [오션스 통합 우승 타임라인.]└시발 오십년짜리 타임라인이 나올줄이야
└반세기를 기모아서 발사한 메가오션스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오십년 아니라고 ㅡㅡ
[오션스 휴 브레드먼 감독, ‘우리는 챔피언으로 이루어진 팀이다. 그런데 갱(건우)은 챔피언 중의 챔피언이다. 모두가 그것을 봤을 것이다.’] [정유리 인턴 코치, ‘건우 너무 멋있지 않아요?’]└인턴이었음?
└아직 대학생임
└???그럼 우리 팀이 스카웃하면 안됨?
└될거같냐ㅎ
[강건우, ‘꿈이 이루어졌다.’ 무슨 꿈? ‘유리 누나가 오션스 우승시키면 결혼해준다고 해서 목숨 걸고 야구했다.’]└씨발
[(PHOTO) 광란의 세레머니가 벌어진 창원 파이러츠 파크.] [(PHOTO) 선수들은 창원에 있지만…불꽃놀이로 마무리된 사직 야구장.] [(PHOTO) 불타오르는 부산의 야경.]└아니 비유적인 표현인 줄 알았는데 진짜 불타고 있네;;;
└???이거 뭐임
└;;;;;;
└야구가 밥맥여주냐;;;
[오션스 구단주, ‘오션스의 날’ 선포.]└오션스의 날에 뭐 함?
└우승 기념 유니폼 1만벌 공짜로 뿌림
└아니 우승 첨 해보냐 왜케 호들갑임?
└팩트)37년만이다
└팩트2)통합우승은 처음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호들갑 준내 떨만하네
└마 느그 이제 앞으로 30년은 아무도 우승 못 할건데 그때쯤 되면 우리 마음 알게 될거임
└30년간 오션스가 우승한다고? 이새끼들 또 병 도졌네 ㅋㅋㅋㅋ
└30년도 보수적으로 잡은거다
└보수적ㅋㅋㅋㅋㅋㅋㅋ
└즐기시게 둬
└어쩐지 부산에 보수동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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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올려보면, 메이저리그 우승은 그렇게까지 큰 감흥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냥 남들이 다 기뻐하고, 기뻐해야만 하는 것 같아서 기뻐했을 뿐.
사실, 나본다는 유리가 더 기뻐해 줬었다.
그리고 지금은 목표를 달성했다는 점 외에도 그냥 기쁘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스포츠 기사는 여전히 오션스와 내 이야기로 가득하다.
팬들은 여전히 우승에 취해 있다. 기자들이 내 이야기를 한마디라도 더 들으려고 애쓰고 있기도 하다.
나는 그 늪에서 나를 꺼냈다. 아니, 유리가 꺼내줬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거다. 어쨌든 너무 집중해서 그런지 한동안은 조금 멍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박용재 : 야 건우야
-박용재 : 너땜시 큰일났다
-박용재 : 여자친구가 메테오스 우승시키고 프로포즈하기를 은근히 바라는 것 같은디
-박용재 : 이거 어쩔겨?????
선수들에게도 많이 연락이 온다. 박용재…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본인의 몫이다. 나 때문에 무언가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부담감은 가지지 않기로 결심했다.
-민승기 : 내년은 양보하지 않겠다
승기 형은 이런 메시지를 남기고 한동안 연락이 두절됐다. 상욱이 형에게 물어봤더니 이런 답장이 왔다.
-주상욱 : 승기 형?
-주상욱 : 산 타러 나갔는데???
다들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음. 아닌가.
일상은 야구고, 지금은 휴식 기간이다.
그런데 휴식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우승에 행복해하고 내 프러포즈에 또 행복했던 유리는 마무리 훈련을 소화하느라 바쁘다.
“자넨 안 돼. 출입 금지야.”
주전 선수들 대부분은 마무리 훈련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래도 유리를 따라 훈련장에 가려고 했는데, 나는 감독님에게 그런 통보를 받았다.
아니, 보통 외국인 감독들은 마무리 훈련 지휘 안 하고 집에 간다고 하던데…
왜 남아서 날 유리랑 같이 못 있게 하는 것인지.
예능 프로그램 같은 데서 출연 제의도 좀 받았는데, 그런 데 나가는 것이 괜찮을지 고민하고 있다.
어디 운동이라도 할까 해도 밖에만 나가면 난리가 나서 어디 움직이기도 쉽지가 않다.
아무튼, 집에만 있자니 좀이 쑤시는 와중에.
“건우야. 손님 왔는데?”
“예? 손님요? 누구요?”
나는 과거로 돌아온 사람이다. 미국에서 치열하게 야구만 하느라 과거의 인맥은 거의 다 사라졌었고, 돌아온 이후에 연락 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다시 야구와 유리에 집중했다.
이렇게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어머니가 살짝 어색하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그, 파이러츠 정조준 선수.”
“조준이 형요?”
“응. 밖에 와 있더라. 미리 약속 안 하고 왔나 봐?”
조준이 형은 4차전이 끝나고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전화했더니 안 받길래, 연락하기도 좀 뻘쭘해서 내버려 둔 상태였다.
그런데 연락도 없이 찾아왔다니.
밖으로 나가보자 초췌한 얼굴의 조준이 형이 서 있었다. 그런데 눈빛이 흉흉하다.
현피인가.
“…야.”
“전화도 안 받더니, 갑자기 무슨 일이야?”
태연하게 대하려고 애썼다. 보자. 무기는 없는 것 같고…
“너 왜 나한테 느리게 던졌냐.”
그거 물어보려고 왔나?
솔직하게 대답해주기로 했다. 굳이 숨길 필요까지는 없으니.
“빠른 공 노리고 있을 거 같아서.”
“…어떻게 알았냐?”
“그냥 느낌.”
“그냥 느낌으로 코시에서 그런 짓을 해?”
“그러게. 근데 정말 그럴 거 같아서 그랬어.”
그렇게 말하고는 그냥 씩 웃었다. 그러자 조준이 형이 한숨을 푹 쉬더니 계단에 털썩 주저앉았다.
“에이, 시발.”
“왜?”
“존나 답답하더라고. 보통 투수들이 무슨 생각하는지 어느 정도는 보이는데, 전혀 감이 안 와서.”
“근데 형.”
“어.”
“춥다.”
“안 추운데.”
“들어가자.”
“난 여기까지 걸어와서 안 추운데.”
“땀 식으면 추워.”
“안 춥다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게 이끌려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어머니는 장 보러 간다고 잠시 자리를 비켜주셨다.
“야.”
“왜.”
“난 내가 천재라고 생각했거든.”
“천재는 나고.”
“이 미친놈이.”
“형은 백재 정도?”
“…”
석규 형이 하던 개그인데, 역시 안 먹힌다.
“네 공 어떻게 하면 칠 수 있냐?”
“공 잘 보고…”
“공보고 잘 치라고 하면 죽인다.”
“나 곧 결혼해서 못 죽어.”
“후.”
끝도 없이 쓸모없는 대화가 반복됐다. 충격이 꽤 컸던 것 같다. 글쎄, 나는 유리가 조준이 형에게 해줬던 조언을 떠올렸지만, 그냥 그 말보다는 내가 느꼈던 이야기를 해줬다.
“설마 너 내가 홈런왕 경쟁자 될까 봐 홈런만 노리지 말라고 말하는 거 아니냐?”
그냥 말하는 방식이 원래 저렇다.
자세히 이야기해줬다. 강하게 치려고 하니까 유연성이 떨어졌다. 웨이트만 하다 보니 순발력이 달리게 됐고, 홈런만 의식하니까 더 그렇다고.
“메이저리그 갈 거면 좀 더 부드럽게 치는 게 좋을걸.”
“…”
“왜?”
“…나 메이저리그 갈 수 있겠냐?”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 같은 표정이다.
나한테 너무 당해서 자신감을 잃은 걸지도 모르겠다.
“갈 수 있지.”
“…”
“가서도 잘 할걸.”
“…진짜냐?”
“거기 가도 나보다 못하는 놈들 널렸거든.”
“하. 미친놈.”
어머니가 장 보러 돌아오실 때까지 그런 대화를 이어나갔다. 어머니는 조준이 형에게 저녁 먹고 가라고 말했고, 이 형은 그걸 또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회성이 있는 건지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잠깐 캐치볼이나 하러 가자.”
“나 지금 밖에 못 나가.”
“왜?”
“공 한 번 던지고 싸인 스무 번 해야 하거든.”
“선글라스 끼고 마스크 써라.”
“그렇게 해도 알아보던데.”
캐치볼 집착남은 끈질긴 시도 끝에 결국 포기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 유리가 우리 집에 도착했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어? 조…오…옹조준 선수?”
깜빡하고 조준이 형이 있다는 말을 안 했나 보다. 조오옹조준이라고 말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자기도 모르게 좆준이라고 말하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조준이 형이 벌떡 일어나더니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정유리 코치 누나님.”
저건 또 어디서 나온 말이야? 유리가 조금 당황한 사이, 조준이 형이 말을 이어갔다.
“저 야구 좀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유리가 조준이 형을 빤히 바라보다가 나를 한 번 보고, 어머니를 힐끗 보더니 정색하며 대답했다.
“제가 왜요?”
의도한 건 아닌데, 웃음이 빵 터져버렸다. 내가 엄지를 치켜세우고 웃는 걸 노려본 조준이 형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그, 저, 그게…”
유리는, 착하고 예쁘고 귀엽고 친절한 내 예비 신부가 아닌 오션스 골수 팬이자 오션스 코치가 되어 대답했다.
“오션스 오시면 가르쳐 드릴게요.”
내게 살짝 윙크하면서.
“건우 공 치는 방법.”
조준이 형이 뭐라 할 말을 못 찾는 사이, 내가 외쳤다.
“그래. 그냥 메이저리그 가지 말고 여기서 왕 노릇이나 하자! 형 FA 될 때쯤이면 영한이 형 지명타자로 뛸 수도 있지 않겠어?”
아님 말고.
그러고 보니, 나한테 왜 공 느리게 던졌느냐고 묻고 유리한테 내 공 치는 법 좀 가르쳐 달라고 하려고 창원에서 여기까지 걸어온 건가?
진짜 미친 사람이네.
오션스에 딱 맞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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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현 : 그대로 사직 구장 홈 플레이트 아래 묻히는 듯 했으나…
-박의현 : 저 박의현! 귀신같이 부활!
-양대근 : 귀신이면 부활이 아니지 않아?
-배영한 : 퇴마 한 번 해야 하나?
-박의현 : 아앗 안됩니다 형님들!
-주상욱 : 손은 좀 어때?
-박의현 : 오! 우기우기! 내 걱정 해주는 건 너 뿐이로구나!
-이시욱 : 우기우기 하길래 낸줄 알았네
-박의현 : 오! 여기도 우기우기!
-황석규 : 건기건기는 없나? 우기가 있으면 건기도 있어야지
-서창열님이 대화방을 나갔습니다.
-황석규님이 서창열님을 초대했습니다.
-김정용 : 어휴
-김정용 : 야 니들 그거 아냐?
-김정용 : 건우가 8회 끝나고 나한테 던지라고 했던거?
-이훈 : 진짜요???
-김정용 : 나 깜짝 놀랐잖아
-김정용 : 갑자기 은퇴 무대를 만들어주려고 그래
-김정용 : 가늘고 길게 좀 더 해먹을건데
-박의현 : 강건우…퍼펙트게임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남자…
-박의현 : 하지만 그게 더 멋있어!
-서창열 : 초대좀 하지마 ㅅㅂ
-양대근 : ㅎㅎㅎ
-이시욱 : 근데 대근햄
-이시욱 : FA때 딴팀 갈거 아니죠?
-이시욱 : 햄 딴팀 가면 건우한테 존나 털림
-이시욱 : 그냥 남으셈
-양대근 : 야
-양대근 : 내가 가긴 어딜 가냐…
-서창열 : 바이킹스에서 대근이 노린다던데?
-양대근 : 안 갈겁니다
-강건우 : (사진)
-서창열 : 저새끼 뭐야
-서창열 : 좆준이 저 새끼 뭐 현피라도 왔냐?
-강건우 : 현피와서 저희집에서 밥 얻어먹는 중이요
-서창열 : 어휴 저새낀 ㅉㅉㅉ 돈도 많이 버는 놈이 쏘진 못 할 망정
-이시욱 : 대근햄 그럼 FA 대박 내서 함 쏘나?
-양대근 : 쏘지
-양대근 : 오늘 쏠까?
-강건우 : 오늘 안됩니다
-양대근 : 결혼 준비하느라 바쁘지?
-강건우 : 예 ㅎㅎㅎㅎ
-양대근 : 그래. 바쁠거다.
-강건우 : 경우야
-노경우 : 왜임마
-강건우 : 니 여친 부케 안 받는다던데?
-노경우 : …
-강건우 : 싸웠냐?
-노경우님이 대화방을 나갔습니다.
-강건우님이 노경우님을 초대했습니다.
-노경우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