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326)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28화(328/385)
사랑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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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찾는 곳이 너무 많다. 솔직히 말해서, 귀찮을 정도다.
야구 선수라고 해서 야구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딱히 여기저기 움직이면서 부수입을 올리거나 유명세를 얻고 싶진 않다.
음…
돈?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존트론 도입 확정.]심판 노조나 보수적인 야구계 인사들의 반대가 있었으나, 결국 역사의 흐름대로 흘러가게 됐다. KBO에서 존트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도 부작용이 없었고, 심판의 권위 실추는커녕 심판들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고…
[존트론, 자율주행 부품 테슬라에 수출 확정.]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존트론 주가가 30만 원을 찍어버렸다.
이제 CF 찍는 것도 귀찮다.
오션스 구단주이자 대양생명보험그룹 회장님은 오션스의 우승이 정말 기뻤던 것 같다.
역사상 최고 승률을 찍어버리더니, 한국 시리즈에서 인근 지역팀인 창원 파이러츠를 4대 0으로 눌렀으니 더더욱.
CF 출연료를 대폭 상승시켜준다던데, 이제 사실 그냥 야구 안 하고 놀고먹어도 될 정도로 벌긴 했다.
그래서 유리한테 야구 연구 센터 같은 거나 만들어줄까 하고 물어봤는데, 유리는 그냥 오션스 코치가 좋다고 한다.
다른 팀에서 스카웃 제의도 들어왔다고 들었다.
“어디서 오래?”
“파이러츠.”
“그래서 뭐랬어?”
“연봉 100억 불렀지.”
“진짜?”
“아니.”
“그럼?”
“부산으로 연고지 이전하면 간다고 했지.”
“정말?”
“아니.”
유리는 내게 농담하는 게 재밌는 듯했다. 내 표정을 보고 마구 웃어댔다.
“다이아몬즈에서도 연락 왔더라.”
“거기선 뭐래?”
“코치 하다가 경력 쌓이면 감독도 시켜줄 거란 식으로 말하던데?”
“그래? 감독은 별 관심 없다며?”
“그래서 단장시켜달라고 했지.”
“그러니까 뭐래?”
“거짓말이야. 그냥 정중히 거절했어.”
그 외에도 두 개 팀에서 더 연락이 왔다고 한다. 물론 유리는 다 거절했다. 현재 삶의 질이 그만큼 높은데 굳이 오션스를 떠날 이유가 없긴 하다.
어쨌거나, 다들 유리의 능력을 알아본 것 같아서 뿌듯하다.
나야 뭐 그렇다 치고, 승기 형도 예외로 두더라도 훈이 형이나 태영이 형 같은 투수들을 살려낸 것을 두고 야구 팬들 사이에서 명의로 불렸었다.
그런데 한국 시리즈에서 호세 킹이 마무리로 등판해 압도적인 구위를 보여주고 난 후에는 네크로맨서로 통하고 있다.
호세 킹이 인터뷰에서 유리에 대한 무한한 감사를 표현하면서 한 달간의 투구 자세 교정에 대해 말했는데, 호세 킹을 시즌 중도에 다른 선수로 교체하자는 내부 회의에서 유리가 반대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그런 이야기가 더 커졌다.
별명이 많기도 하다. 로봇공학자부터 화타, 네크로맨서에 산타클로스까지.
산타클로스?
노루 형과 노라니 스윙을 고쳐서 사람 만들어놨다고 생긴 별명이다.
루돌프는 순록이라며 노루 형이 반발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라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큰 무대에서 자신의 능력을 떨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곳에서 즐겁게 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그런 면에서 나와 유리는 가장 좋은 환경을 찾은 것 같다.
그리고 겨우 승기 형과 연락이 닿았다. 마무리 훈련을 위해 출근하는 유리의 옆에 앉아서 승기 형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민승기? 맨날 훈련하는 거 구경하러 오던데. 내가 말 안 했었나?”
나만 힘들게 연락이 닿은 모양이다. 맨날 나왔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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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승기는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기분으로 며칠을 보내다가 땅으로 내려왔다.
‘오션스의 우승…’
염원해 마지않던 일이다.
그것도 자신이 FA로 합류한 그해.
시즌 23승을 거두며 선두에서 활약했고, 한국 시리즈 1차전에서 완투승을 거두며 우승을 견인했다.
…그런데.
국민성의 노히트노런.
강건우의 퍼펙트게임.
한국 시리즈에서 자신보다 크게 조명받은 두 사람의 투수가 있었다.
물론, 시샘하거나 질투하진 않았다. 어찌 됐거나 모두가 한 팀이지 않은가. 그저 다음 시즌에는 자신이 그런 활약을 펼치겠노라고 다짐했을 뿐이다. 정신 수양과 하체 단련을 위해 등산을 좀 다녔고,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훈련하는 것을 좋아하는 민승기는 최근 시간이 날 때마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일본인 팬과 연락하고 있었다. 강건우에게 연락이 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래저래 바빴다.
그리고 강건우와 지금 만나기로 했다.
“승기 형.”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강건우가 나타났다. 민승기는 보통 투수가 아니다.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도 가지고 있고, 언제가 되더라도 강건우를 따라잡겠다는 승부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민승기의 정체성은 누가 뭐래도 오션스 팬이다.
한국 시리즈 4차전 강건우는 그냥 신이었다. 언젠간 뛰어넘어야 할 벽이기 이전에, 그리고 오션스 팬이기 이전에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경탄할 수밖에 없었다.
“왔냐.”
그래서 민승기는 환하게 웃었다. 지금 생각해도 정조준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99km/h 커브는 환상 그 자체였다.
어떻게 그 상황에서 그런 공을 던질 생각을 했을까. 160km/h 중후반의 공을 던져대고, 150km/h 대의 공은 완급 조절용으로 써먹는 놈이 어떻게, 100km/h도 안 나오는 그런 커브를.
그리고 환하게 웃는 민승기를 본 강건우가 멈칫했다.
“어…”
“잘 지내나 보네. 얼굴 좋아 보인다.”
“예…”
“왜? 와서 앉아라. 커피 마실래?”
“아…”
사실, 롤렉스 시계 두 개만 팔아달라고 하려고 온 건데.
민승기가 이상하다.
어째서 저렇게 정상적으로 말하는 거지.
적응이 안 된다.
혹시, 오션스가 우승해서 민승기에게 씌여 있던 누군가가 성불하기라도 한 걸까.
멈춰서 한참을 서 있던 강건우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민승기 앞에 앉았다.
“형.”
“왜?”
“큭큭큭 안 해요?”
“무슨 소리야?”
“혹시 굿 같은 거 했어요?”
“난 미신 같은 거 안 믿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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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준비는 착착 되어가고 있다. 사직 구장에서의 결혼식은, 일반 팬들에게도 개방하기로 했다. 평소 야구 경기 때처럼 티켓을 구매한 팬들이 입장할 수 있게 하되, 티켓 판매 금액은 전액 부산 유소년 야구부에 기부하기로 했다.
식음료는 모기업에서 제공. 12월에 야외에서 하는 결혼식이라 상당히 추울 것 같긴 하지만, 유리가 좋아하니까 됐다.
어찌 보면 결혼식이 아니라 오션스 마케팅 행사 같은 느낌이다. 결혼식 사회는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의현이 형이 맡기로 했다. 결혼식 주례를 맡아주겠다는 몇몇 정치인의 제안이 있었지만 모조리 거절했다.
그리고 축가는 오션스 팬으로 알려진 꽤 유명한 가수가 초청되었다. 섭외하려면 꽤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하던데, 오히려 그쪽에서 무상으로 해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하나 조건을 걸었는데, 자기 유니폼에 내가 직접 싸인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같이 셀카 찍기.
유리가 그때 그랬었다. 여기선 야구만 잘 하면 뭐든지 공짜라고. 그게 농담이 아닌 것 같다. 그 외에도 결혼식에 물품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거나,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들었다.
하긴. 창단 47년 만에 첫 통합 우승이다. 47년 묵은 야구 귀신들이 아주 난리가 났다. 우리가 창원에서 우승을 확정 짓고 세레머니를 하고 있을 때, 사직은 눈물바다였다고 한다.
두 번째 결혼식도 따로 준비 중이다. 음. 정확하게 말하면 내 기준으로는 세 번째겠지만.
사직에서 올리는 결혼식은 팬 서비스와 유리의 로망 실현을 위한 결혼식이다. 가족들과 가까운 지인, 그리고 선수들을 초대하는 스몰 웨딩 또한 유리가 바라는 부분이고.
이제 다시는 실수하지 않을 준비가 됐다.
아. 노경우.
노경우는 여자친구랑 싸운 것은 아니었다.
-야. 건우야.
“어. 헤어졌냐?”
-헤어지긴 누가. 우리 잘 만나고 있거든?
“근데 왜 부케 안 받는대?”
노경우는 나름대로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아직 결혼하기에는 이른 나이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직 21살이다. 그래서 선배 선수들에게 고민 상담을 좀 했다나.
그런데 그걸 알게 된 여자친구가 어이없어했다고 한다. 사실, 연상이긴 한데 그쪽도 결혼하기에 어린 나이인 것은 마찬가지라서.
대근이 형은 빨리 결혼해서 안정되는 것이 꽤 도움이 될 거라고 조언해줬고, 영한이 형은 뭐.
그 사람은 나한테도 그랬었다. 그러다 헤어지면 평생 흑역사라느니, 헤어지고 다른 여자 만나면 관뚜껑에 못 박힐 때까지 갈굼 거리라느니, 세상에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벌써부터 그러냐느니.
“그런 말 한 걸 어떻게 알았대? 메신저라도 훔쳐봤나?”
-아니.
“그럼?”
-내가 말했거든.
“뭘?”
-전부다.
노경우는 솔직한 놈이다. 때로 경우 없을 정도로 솔직한데, 아무래도 이번에도 안 해도 될 이야기까지 했던 모양이다.
“으이그 등신아.”
-등신이라고 하지 마라…
“등신한테 등신이라고 하지.”
-아니까 더 기분나쁘다…
뭐, 그거야 자기들 알아서 할 일이다.
보기 좋네. 풋풋하기도 하고.
어쨌거나, 나는 시상식에서 상이란 상은 다 싹쓸이했다.
타율, 타격, 홈런, 타점, 득점, 출루율, 장타율, 도루, 세이브.
시즌 MVP까지.
여기에는 크게 감흥은 없었다. 팀이 우승을 확정 지었을 때는 정말 기뻤는데, 개인 수상에 별 의미가 있을까.
그냥 시상식에서 유리 이야기만 잔뜩 늘어놨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유리가 부끄러워서 테이블에 고개를 묻고 끅끅대는 동안 나는 유리 덕분에 여기에 왔고, 여기까지 왔으며, 앞으로도 함께 나아갈 거라고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더 기쁜 일은 시상식이 끝난 직후에 들려왔다.
[(오피셜) 오션스 1루수 양대근, 오션스와 6년 120억 FA 계약 체결 완료!] [대양맨! 양대근맨! 오션근맨! 양대근, ‘오션스 외의 다른 팀은 생각조차 해본 적 없다.’]└바이킹스가 시작부터 6년 100억 질렀는데 오션스 단장이 무조건 20% 더 주겠다고 미리 말했다고함 ㅇㅇ
└썰 풀려면 계약 전에 해야지 계약 후에 그랬다고함 하면 누가 믿어줌?
└바이킹스가 접촉한 건 맞음
└다이아몬즈에서 6년 150억 찔러봤다던데
└그걸 믿냐?
└킹준기 일 개잘함 ㄹㅇ루 FA 죄다 성공함 ㄷㄷㄷㄷㄷㄷ
└갓준기보고 물단장이라고 한 새끼들 다 사직 앞에 대가리 박아라
-양대근 : 제가 쏩니다
-양대근 : 한☆우★무○한●리◎필
-양대근 : 주◇류◆는□두■당△맥▲주▽한◁캔
-양대근 : 대◀리▷운▶전♤비♠용♡지♥원♧
-양대근 : 금♣일◉6◈시▣입◐장∇
-이시욱 : 행님 폰 고장났습니까
-이시욱 : 문자를 다소 보이스피싱 용의자처럼 보내시네
-배영한 : 양캡 축하한다
-배영한 : 그런데 맥주 한캔씩은 너무한 거 아니냐?
-양대근 : 회식은 즐겁고 배부르게 회식 이후에는 가족과 함께
-양대근 : 가족들이랑 여자친구랑 다 데리고 오세요
-서창열 : 야 경우 여친 없지?
-노경우 : ???
-노경우 : 있는데요???
-서창열 : 차인거 아니었냐?
-노경우 : 저 안 차였는데요
-노경우 : 진짠데요
어쨌거나, 우리는 모두 모여 대근이 형의 FA 잔류 계약 축하 파티를 벌였다.
나는 승기 형에게 강탈하다시피 한 롤렉스 시계 두 점을 의현이 형과 상욱이 형에게 선물했다. 민성이 형이 연봉이 많이 오르긴 할 테지만, 작고 귀여운 그 연봉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기에 그냥 이걸로 대신하자고 이야기했다.
“아니, 내가 이걸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네…”
상욱이 형은 조금 민망해했다. 이해한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잘 모르시겠으면 그냥 의현이 형 주셔도 되고요.”
“아니다. 고맙다. 잘 쓸게.”
정상인이 된 승기 형은, 내가 롤렉스 시계를 두 개 팔라고 하자 난감해했다. 이유는 그거다. 자기가 해낼 퍼펙트게임이 아직 한참 많이 남았다고…
아무튼, 대근이 형은 두당 맥주 한 캔이라고 말했지만 고삐가 풀린 선수들은 주장의 말 따윈 듣지 않았다. 일 년에 하루 정도는 괜찮지 않겠느냐며 마셔대는 테이블이 있었는데, 어째 정신을 차려보니 유리가 거기 있었다.
“야! 강건우!”
술이 센 편인데. 조금 많이 마시긴 했는지, 꽤 취한 유리가 소리치자 다들 ‘오오’하는 소리를 내며 조용히 해주었다.
유리가 왼팔을 척 들어 올려 내게 삿대질하며 외쳤다.
“강건우 너!”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럴까. 시선이 집중됐다. 난 그냥 유리를 보며 씩 웃었다.
무슨 말을 해도, 무슨 짓을 해도 좋다. 그냥 저 사람을 사랑한다.
웃으며 그냥 보고 있으니 진지한 표정으로 날 노려보던 유리가 바보처럼 웃고는 소리쳤다.
“잘생겼어!”
곳곳에서 야유가 터져 나온다.
“와, 진짜. 돌아삐겠네! 그런 말은 집에 가서 하세요 코치님!”
“못생긴 노경우 서러워서 살겠나!”
“예? 전 또 왜요? 저 잘생겼는데요?”
그리고 유리가 한마디로 정리했다.
“야구 잘 하면 잘 생겼으니까! 우리 건우가 제일 잘 생겼어요!”
그 말에는 누구도 반박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른 선수의 놀림에 풀죽은 노경우를, 노경우의 여자친구인 온천장 불나방이 달래줬다.
잘 화해했나 보다. 이제 부케 받을 사람 생긴 건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큭큭큭, 강건우…”
살짝 등골이 서늘해진다. 뒤를 돌아보니, 와인잔에 포도 주스를 채운 승기 형이 서 있었다.
“후…”
“큭큭큭…왜 한숨을 쉬는 거지?”
그러게.
그냥 뭐라고 해야 하나.
뭔가 안심되고 그래가지고.
사람은 안 하던 짓을 하면 죽는다잖아.
어이가 없네. 이런 거로 안심이 되고 그러는 내가.
이놈의 오션스.
정말 기가 막힌 팀이다. 정말 사직 구장 아래에 지독한 수맥이 흐르는 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