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327)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29화(329/385)
사랑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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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와 잠깐 떨어지니 시간이 정말 안 가는 느낌이다. 그런데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과는 달리 날짜는 빨리 가는 것 같다.
지난 시즌의 FA 대 이동과는 달리, 이번 시즌 FA 시장은 대부분 원 소속팀에 남는 분위기다. 대근이 형이 스타트를 끊었고, 스포츠 뉴스에서 설레발을 친 것과는 달리 훨씬 조용하다.
하지만, 특별한 뉴스가 있었다.
물론 나는 수십 년 전에 알고 있었던 이야기지만.
[(오피셜) 바이킹스 김권종,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 4+2년 최대 500억 계약 완료.]-조용한 : 잘 가라 권종아…
-민승기 : 대 명문 오션스의 2선발 투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걷어 차다니
-김권종 : 다녀오겠습니다
-김권종 : 메이저리그에 강건우 같은 선수 또 있는지 가서 보고 알려드릴게요
-정조준 : 아 뭘 거기까지 가서 찾아 여기도 하나 있는데
-백준섭 : 누구?
-정조준 : 저요
-조용한 : 아주 저 새끼는 족까는 소리만 매년 늘어나는거 같아
-정조준 : ????
-강건우 : 형은 가서도 잘 하실거에요
-강건우 : 평자 3점 초중반 정도에 13승 정도
-백준섭 : 얘는 또 왜이렇게 구체적이여??
-김권종 : 나도 그 정도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정조준 : 아니 메이저리그가 장난이야?
-채지성 : 건우야 형은 메이저 가면 어느 정도 할 것 같냐?
-조용한 : 지성이는 건우 피해서 메이저로 튀려고?
-채지성 : 예
-채지성 : 저 강건우 땜에 못해먹겠어요
-백준섭 : 야이놈아 형이랑 천년만년 엔진스에서 해먹기로 약속했잖아
-백준섭 : 그리고 강건우 땜에 못 해먹겠다고 오션스 가면, 9개구단 투수들 다 오션스 가게?
-채지성 : 근데 다이아몬즈에서 돈 디게 많이 준다는데요 형
-채지성 : 저 어떡함?
-백준섭 : 에이 ㅅㅂ
-민승기 : 채지성…오션스의 2선발 투수가 되어보지 않겠는가
-채지성 : 오
-백준섭 : 오는 무슨
-백준섭 : 죽고 싶냐 진짜???
계산이 서는 선발 투수야 많으면 좋긴 하겠지만, 지금 우리 팀 구성을 보면 딱히 외부 FA를 영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물론, 그런 건 내 일도 아니고 야구는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사차원인 저 투수는 메이저리그로 향했다. 거기서도 잘 해낼 거고, 음. 어쩌면 내가 과거로 돌아오기 전보다 더 좋은 데뷔 시즌을 보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메이저리그에서 장착했던 새 슬라이더를 나 잡겠다고 이미 장착한 상태라서.
그리고 헤어지게 될 사람들이 있다. KBO의 다른 팀 선수인 김권종은 그렇다 치고라도, 같은 오션스 소속이었던 선수 중에서도.
-헤이. 좀 어때? 잘 지내지? 난 괜찮아. 그런데 결국, 이 말을 해야 할 때가 왔어.
시즌이 끝나고 미국으로 돌아간 앤디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말을 줄줄 늘어놓는 걸 듣고 느낌이 왔다.
이 투수도 갈 때가 됐구나.
가진 구위에 비해 멘탈이 약점이던 앤디는 오션스에서 멘탈을 확실히 단련했다. 수비 실책이 나오면 화를 내고 잘 던지고도 승리를 못 따내면 글러브를 집어 던지던 앤디는 이제 없다.
“좋아. 들을 준비 됐어. 일단 축하부터 하고. 축하해. 넌 메이저리그에서 한국보다 더 많은 승리를 따낼 수 있을 거야.”
앤디는 크게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좋아. 난 뉴욕으로 가게 됐어.
“양키스?”
-아니. 메츠.
“오.”
-왜? 메츠를 별로 안 좋아하나?
“아니, 아니야. 좋은 팀이지. 정말 축하해.”
-고마워. 나중에 미국에서 만날 수 있겠지?
“글쎄. 유리가 원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앤디는 웃으며 그럴 줄 알았다고 대답했다. 메츠는…음.
뭐.
한국에서도 불운을 많이 겪었으니 미국에서는 행복해졌으면 했는데. 어쩔 수 없겠지.
한국에서 2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때려냈고, 선구안과 컨택 능력을 개선한 울프팩은 클러치 능력을 인정받아 일본 리그로 향하게 됐다.
한국으로 돌아와 노경우를 붙잡고 이렇게 말했다.
“호미, 정말 즐거웠어.”
노경우와 정말 많이 친해지긴 했었다. 울프팩은 선수들을 초대해 삼겹살을 샀다. 미나리에 삼겹살을 싸 먹으면서 김치와 마늘을 불판에 붓다시피 해서 굽고 있는 거구의 흑인이라.
분명히 진풍경이다.
마지막에는 살짝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여기서 너무 행복해서 떠나고 싶지 않았어. 내 친구들, 시즌 중에 방출당하면 놀러 올게.”
살벌한 농담을 살벌한 얼굴로 하는데 얼굴에 웃음과 울음이 공존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한 달 만에 등판해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음을 보여줬던 호세 킹은 구단에 잔류하기로 했다.
임팩트는 있었으나 시즌 내내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었기에, 한국에서 좀 더 뛰면서 다음 단계를 향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2년간 잘 부탁해, 니거.
선수들 몇 명이 모였을 때 영상통화에서 호세 킹은 그렇게 말했다. 구단과 2년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나쁘지 않은 결정이라고 본다. 타고난 피지컬 덕분인지 회복력이 빠르고 부상도 거의 당하지 않는 편이다. 애당초 그런 뻣뻣한 투구자세로 160km/h를 던지면서도 부상이 없다는 점이 더 놀랍다.
두 명의 외국인 선수를 새로 뽑아야 할 테지만, 지금 이 팀이라면 외국인 선수들이 조금 부진하더라도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이게 될 거로 생각한다.
오션스는 골든글러브 시상식도 싹쓸이했다.
투수 : 민승기(오션스)
포수 : 백준섭(엔진스)
1루수 : 양대근(오션스)
2루수 : 노경우(오션스)
3루수 : 이시욱(오션스)
유격수 : 강건우(오션스)
외야수 : 정조준(파이러츠), 서창열(오션스), 배영한(오션스)
지명타자 : 울프팩(오션스)
항상 시상식 다음에는 싸움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오션스 팬들은 의현이 형과 석규 형이 없다며 크게 반발했고, 타 팀 팬들은 특히 노루 형의 수상에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의현이 형은 시상식에서 포수 골든글러브에 백준섭이 호명되자 일어서서 진심으로 박수를 쳐주었다. 3할에 홈런 20개를 넘긴 포수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 퍼펙트게임 2회와 노히트노런 1회를 받아낸 포수다. 오션스 선수들끼리 합심해 의현이 형에게 황금 포수 마스크 모양의 트로피를 제작해주자, 의현이 형은 진심으로 펑펑 울면서 말했다.
“저 박의현! 죽을 때까지 오늘을 잊지 못할 남자! 골든글러브보다 수천 수만 배는 값진 이 선물에 진심으로 감동했습니다! 저를 앞으로 골든 마스크라고 불러주셔도 됩니다! 죽을 때 관 속에 넣어서 천국까지 가져가겠습니다!”
우리는 그 모습을 보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골든 마스크가 아니라 골든 마우스 아니냐?”
“잠깐. 가만 생각해보면 이번 시즌 승자는 의현이 같은데?”
“왜?”
“롤렉스 세 개 받아, 황금 마스크 받아. 야. 마스크 턱 부분 떼주라. 억울해서 안 되겠다.”
“앗! 안됩니다! 이것만큼은! 대대로 물려줄 가보!”
“관속에 넣어서 죽을 때도 가져간다며?”
뭐, 그냥 그런 이야기다. 모두가 행복했습니다, 그런 종류의.
나는 유리가 바쁜 사이 혼자 많은 일을 준비했다. 웨딩 촬영이나 청첩장 같은 것들.
마무리 훈련을 끝내고 웨딩 드레스를 보러 가기 전, 대근이 형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건우야.
“예. 형.”
-형 말 잘 들어.
“듣고 있어요.”
-형이 말이야.
원래 이렇게 말을 질질 끄는 사람이 아닌데. 대근이 형의 말을 들은 나는 웃어버렸다.
-드레스 입은 모습 보고 울면서 기립박수 쳐야 한다는 말이 농담인 줄 알았거든? 근데 아니더라. 넌 똑똑하니까 형이 무슨 말 하는지 알지?
대근이 형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게 도움이 안 되는 말을 해준 적이 없었다.
나는 유리가 드레스를 입고 수줍은 얼굴로 등장했을 때 이미 의자에서 일어나고 있었으며, 유리가 웃는 것을 보고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물은 자동으로 나왔다.
이 모습을 다시 보게 될 수 있을 줄이야.
유리는 내 모습을 보고 당황했고, 드레스 샵의 실장님은 옆에서 부추겼다.
“아이, 예비 신랑님이 예비 신부님을 정말 사랑하시나 봐요.”
당황한 유리는 두리번대면서 말했다.
“이, 이거야? 이걸로 해? 하나 밖에 안 입었는데? 진짜 이거?”
뭐, 그 뒤로도 열 벌 정도를 더 입었다.
그중 선택받은 드레스는,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른 드레스였다. 다 예뻐서 뭘 입어도 괜찮았을 거라 생각하지만, 유리는 내 리액션 중에 그게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홈런 치고 포효할 때 보다 목소리 더 크더라.”
“그래서 그거 한 거야?”
“뭐, 내 마음에 들기도 했고.”
웨딩 촬영도 진행했다. 사실, 우승 이후에 결혼 준비를 하느라 시간이 좀 빡빡하긴 했다.
그런데 뭐.
여기저기에 오션스 팬 천지인 곳이 바로 이 지역이다. 예약이 몇 개월 치가 밀려 있는 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건우야.”
“응.”
“…웨딩 촬영 힘들어서라도 결혼 두 번은 못 하겠다…”
기나긴 촬영 끝에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린 유리가 완전히 늘어져서는 그렇게 말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여기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해선 안 될 말은 숨기고 해도 될 말만 입 밖으로 꺼내 놓았다.
“결혼식은 이걸로 끝일 거야.”
팀 우승 반지도 제작이 완료되어서, 촬영할 때 우승 반지를 끼워주는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같이 우승 반지를 손에 끼고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유리는 날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그건 왜 안 빼?”
정체 모를 마법의 반지다. 세 개의 점 중 두 개가 빛나고 있다. 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누나가 나한테 처음 준 반지라서 빼기 싫어. 내 행운의 부적 같은 그런 거니까.”
유리는 이해 안 간다는 듯 웃었지만, 따로 별말은 하지 않았다. 사진 속의 나는 작은 장난감 반지와 비까번쩍하게 빛나서 일상에서는 절대 끼고 다닐 수 없을 것 같은 화려한 우승 반지를 동시에 끼고 있었다.
초라한 모습이라도 무슨 상관이겠어.
나는 어떤 상황일지라도 유리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아니,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행복이다.
유리에게는 처음이고, 내게는 두 번째인 결혼식은 차근차근 준비되어 갔다. 우리는 신혼집에 채워 넣을 가구와 가전제품을 쇼핑하기도 했고, 시즌 중에 거의 할 수 없었던 길거리를 걷는 데이트를 하기도 했다.
“강건우 아이가!”
“마! 데이트 하는 거 안 보이나! 냅두라!”
물론, 아직도 2029시즌과 한국시리즈 이야기를 질리지도 않고 해대는 오션스 팬들이 어딜 가나 우리를 알아보긴 했지만, 우리는 그런 것들에도 아주 익숙해졌다.
자연스레 시즌 준비를 조금 소홀히 하고 있긴 하지만 아무 걱정도 없다.
행복하면 야구도 더 잘 될 거다.
아니 뭐.
야구 좀 못 해도 행복하면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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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이 완전히 끝났음에도 사직 야구장 앞이 북적이고 있었다. 경기장 주 입구에는 기증하기 위한 쌀 포대가 산더미처럼 쌓였고, 인산인해를 이룬 사람들이 오션스의 겨울 점퍼를 입고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걸 보고 어이없어하기도 했다.
└지옥을 보고 온 사람들임
└아니 이해가 안 감
└지옥에서 꺼내서 천국에 데려다준 은인인데 결혼식 참석 정도는 해줘야 예의 아님?
어쨌거나, 결국 그 날이 오고 말았다.
어쩌면 야구에 미친 사람들이 만들어낸 진풍경일 수도 있다. 강건우는 최소한 오션스 입단 이후에는 처음으로 야구장에서 긴장하고 있었고, 양가 부모님들도 어처구니없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딸내미 결혼식을 사직 구장에서 할 줄이야…”
“야, 너도?”
두 사람의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며 유쾌하게 웃었다.
유례없이 특별한 결혼식일지, 아니면 희대의 해프닝일지.
박의현이 마이크를 잡고 응원단상에 섰다.
-안녕하십니까! 수백 수천만 오션스 팬 여러분! 이 자리에서 인사드리게 되어 영광입니다! 예! 저는 박의현! 사직 야구장 홈 플레이트 아래에 묻히고 싶은 남자! 저는 돌잔치에 오션스 유니폼을 잡았으며, 잘 때는 오션스 잠옷을 입고 잠드는 박의현이라고 합니다! 이 특별한 결혼식의 사회를 맡은 박의현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의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는 박의현이라고 합니다!
자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의 웃음이 터졌다. 최소한 여기 자리 잡은 사람들치고 박의현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박의현은 여전히 자신이 무명 신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신의 이름을 강조했다.
-저도 언젠가는! 오션스의 레전드가 되어! 신랑 박의현 군의 이름으로 이곳에서 팔천만 오션스 팬분들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식을 올리고 싶지만! 저 박의현! 야구만 하느라 아직도 여자친구가 없는 불쌍한 남자!
관중석에서 한 아저씨가 우렁차게 외쳤다.
“마! 그럼 우리 딸 데꼬가라!”
박의현이 잽싸게 되받아쳤다.
-장인어르으으으은! 거기 계셨습니까아아아아!
다들 웃음이 터졌지만, 옆에 앉은 여자의 외침에 잠시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아! 아빠! 나는 민승기라니까!”
-…
“괜찮아! 괜찮아!”
-그, 죄송합니다. 예. 제가 주제도 모르고…하지만! 저 박의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남자! 기왕 이렇게 된 거, 비밀 하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뭇 여성 팬분들의 마음을 떨리게 만든 민! 승! 기 선배님이! 예! 제 인생의 등불, 저 박의현이 존경하는 인물 1위! 민승기 선배님의 여자친구 분이 오늘 부케를 받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예! 두 분은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장장 1개월의 열애 끝에 결혼을 약속했으며! 아앗! 비밀이었는데! 죄송합니다! 승기 형님! 그건 그렇고, 장인어른! 따님은 제가 어떻게든 설득을…! 예. 실망하신 표정을 보니 제가 또 괜한 소리를 했나 봅니다! 꿩대신닭이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틀렸습니다! 다른 장인어른 안 계십니까아아앗!
“와. 박의현이 이빨 진짜 장난 아니네. 점마는 야구 안 했어도 뭐라도 먹고 살았을 거다.”
“야구 말고 뭐 개그맨이나 그런 거 했어야 할 사람 아이가?”
“그래도 박의현이 없으면 안 된다!”
“그건 맞지! 의현아! 니는 그냥 오션스랑 결혼해라!”
소란스러운 가운데, 대형 전광판에서 강건우의 올 시즌 하이라이트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앗! 드디어 준비가 끝났습니다! 예! 여러분! 기다리고 기다리던, 신랑 입자아아아아앙!
턱시도를 차려입은 강건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의 박수가 쏟아졌고, 한참이나 이어진 하이라이트 영상이 끝나자 박의현이 목을 가다듬었다.
-예. 여러분.
다시 한번.
-여러분! 지금! 치킨 드실 시간이 아닙니다! 잠시만! 내려놓으시고! 오늘의! 주인공이! 예! 맞습니다! 더 베이스볼! 강건우를 오션스로 데려 와준! 야구 기계 강건우를 만든 천재 과학자! 유리! 더! 누나! 정! 유! 리! 코치님입니다! 예! 존경과 경애를 담아 누나라고 부르겠습니다! 유리 누나!
정유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대형 전광판에 정유리의 모습이 비쳤고,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보냈다.
“우와! 유리 누나! 예쁘다아아아!”
“정-유리! 정-유리! 정-유리!”
정유리가 쑥스러운 얼굴로 등장했다. 오션스 팬들의 환호와 축하를 받으며, 행복한 얼굴로.
강건우는 마운드 위에서 웃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웃음으로, 그런데 박의현이 외쳤다.
-신랑! 가능한 한 크게! 사직 야구장 외야 가장 멀리 앉은 팬분들에게도 들릴 정도로 크게! 사랑한다고 외쳐주십쇼! 안 그러면 이 결혼식 더는 진행이 불가능합니다아아!
강건우가 있는 힘껏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담아 외쳤다.
“유리 누나! 사랑해!”
-외야 끝에 계신 팬여러분! 강건우 목소리가 들리십니까아아아!
“정유리!!! 사랑한다!!! 유리 누나!!! 사랑해!!!”
-한 번만 봐 드리겠습니다! 홈런은 저기까지 가는데 목소리는 안 닿는 것 같지만! 예! 신-부-입-자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