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340)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42화(342/385)
시작이 있다면 -1-
#
“용재요? 잘 하죠. 우리 팀 타자들에게 용재에 대해 알려줬어요. 사실 저랑 붙으면 승률은 이제 반반 정도 될 것 같아요. 한국에서 뛸 때는 9대 1 정도 봤거든요. 제가 9고요. 아. 제가 용재보다 훨씬 잘해서 9대 1이 아니라, 그때 메테오스 타선이 약했어서…그래도 여긴 메이저리그잖아요. 타선 생각해서 5대 5 정도 될 것 같아요.”
메이저리그에 먼저 진출해 있던 김권종과 올해 진출하게 된 박용재.
김권종이 속한 시애틀 매리너스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의 팀이고, 박용재가 계약한 시카고 컵스는 내셔널리그 중부 지구 소속이다.
마침 올해가 AL 서부와 NL 중부가 3년 만에 인터리그에서 만나는 해라, 어쩌면 두 선수의 맞대결이 성사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게다가 시범 경기에서 두 팀은 같은 캑터스 리그에 속해 있기도 하다.
어쨌거나, 한 언론의 인터뷰에서 입을 연 김권종의 발언에 메테오스 팬들은 분노했다.
[김궞좆 돌았음?]└ㄹㅇ바이킹스 순위표나 보고 씨부릴것이지
└지금의 메테오스는 강하다
└아가리 존나 자유분방하네 여전히;;
하지만, 납득하는 메테오스 팬들도 있었다.
[김권종 말이 사실이긴 했지;;;]└27시즌 박용재 성적보면 앎
└평자 2.34찍고 8승 12패 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용의 눈물이었음
└그 전에도 3점 극초반에 6승한 시즌 있지 않냐
└솔직히 그때는 용재가 타자들 다 죽탱이 돌려도 무죄였지
└강건우 그쉑 용크라이 보고 투수 안 하고 타자 하겠다고 했을거임 존나 합리적 의심임
└그냥 갑자기 좆건우가 존나게 밉다
└너두?
└나두
└ㄹㅇㅋㅋ
박용재는 알고 있었다. 김권종의 발언이 도발 같은 것이 아닌, 그냥 솔직한 발언일 뿐이라는 것을.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강건우가 과거로 돌아오기 전의 박용재는 은퇴 후 메테오스에서 한 시즌만이라도 뛰어달라는 팬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에서 은퇴해 안락한 삶을 즐겼던 사람이지만, 지금의 박용재는 다르다.
메이저리그의 시카고 컵스와 계약이 완료되었음에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경기를 보고 눈물 흘려주던 팬들을 두고 가는 것이 옳은 선택인지 확신할 수 없었고, 언젠가 다시 돌아와 메테오스 유니폼을 입고 박수받으며 커리어를 끝내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메테오스의 투수들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내놓았다. 박용재가 없는 메테오스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음. 권종이 형이 한국 뜬지 좀 돼서 모르시나 본데, 지금 메테오스 대 바이킹스로 붙으면 제가 9.1에 권종이 형이 0.9 정도 될 거에요. 메이저리그 소속으로 붙으면…제가 9.5 정도 되지 않을까요? 음, 예. 고 컵스 고!”
두 사람은 꽤 친한 사이이기에 그렇게 주고받아도 별일이 없지만, 이번엔 바이킹스 팬들이 불타올랐다.
[돌멩이 많이 컸네 ㅅㅂ 이런 소리도 하고]└창열이만 남아 있었어도…
└훈기 빠진것도 컸다
└꼴빠들 나대는것도 쇼크사직전인데 돌빠들도 나대니 심정지 올것 같다
그리고, 뜬금없이 컵스 팬들도 불타올랐다. 어떤 컵스 팬의 오역으로 인해서.
[우리 팀 새 투수의 인터뷰를 봤어? 컵스가 우승할 확률이 95%라고 하던데?]└야구를 좀 아는 녀석이 왔나보군…
└전혀 모르는 놈 같은데. 5%는 어디 갖다 버린거야?
└공 던지는 거 보니 별로 대단할 거 없어 보이던데
└올림픽에서 멕시코에게 7이닝 2실점, 그리고 결승전에 미국을 상대로 선발로 등판한 투수야. 결승전에서는 그리 좋지 못 했지만 우승팀인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에 뛸 수 있는 투수라는 뜻이지.
└시애틀의 그 한국인 만큼만 해준다면 환영이지.
└슬라이더만 던지는 그 변태?
└그 친구랑 라이벌이었어. 저 인터뷰도 그 변태랑 주고받는 이야기고.
└나쁘진 않네. 그래서, 우리 새 투수가 공 던지는 영상은 어디 있지?
└손가락이 다 부러졌냐? 직접 찾아봐
└미안. 내 손가락은 전부 네 똥구멍에 들어가 있어서. LOL.
└내 엉덩이에 들어와 있던게 네 손가락이었어? 빌어먹을, 난 그냥 완두콩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작은걸 보니 네 물건도…
메이저리그엔 이런 말이 있다. 미국 야구장 어딜 가든 두 종류의 사람이 보이는데, 컵스 유니폼 혹은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라고.
그만큼 인기가 많은 팀이다. 최근 우승이 2016년이었고, 그 이전 우승은 1908년이었다.
인기가 많은데 성적이 나쁜 팀.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이 팀 팬들의 성향은, 아무래도 그런 종류의 팀 팬들이 항상 그렇듯 거칠고 정열적이다.
그리고 박용재는 연습 경기와 시범 경기를 거치며 자신의 발언과는 관계없는 이런 질문을 끝도 없이 받아야 했다.
“어때요? 이 경기장에 갱-거누라는 선수와 비교할 만한 선수가 있었나요?”
꽤 곤란한 질문이다. 프로로서 상대 선수에 대한 분석은 언제나 해야만 하는 기본적인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다른 선수에 대한 평가를 입 밖으로 꺼내 놓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어, 그러니까. 아직 다들 몸이 덜 풀린 시기잖아요.”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박용재는 순간, 김권종에게 속으로 욕을 하면서 그냥 자기를 내려놓기로 했다.
괜히 쉽게 그런 말을 했다가 나중에 홈런이라도 맞으면 역풍이 불겠지만, 그것도 별로 상관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외국에 나오니 이게 좋다. 괜히 남 눈치 안 봐도 되고. 누구 욕 좀 한다고 야구계 대선배님께서 밤에 전화해서 술자리에 나오라고 하지도 않을 테니.
“그, 뭐, 예. 어디에 있긴 하겠죠. 강건우처럼 치는 선수가…권종이 형이 그러던데 많지는 않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또 건우는 잘 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치는 거 이상으로 잘 던지잖아요. 예. 메이저리그에 완전히 강건우 같은 선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아니, 얼마나 강건우 이야기를 하고 다녔길래 기자들이 나만 보면 강건우 이야기를 꺼내는겨?”
메이저리그 시범 경기, 캑터스 리그.
컵스와 매리너스의 경기가 있는 날.
경기 전 김권종을 만난 박용재가 투덜댔다. 김권종은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냥, 메이저리그 수준을 잘 모르니까 기준을 건우로 생각하고 보게 되더라고.”
“기준?”
“처음 왔을 때 좀 그렇지 않아? 이 공이 통할까 안 통할까 고민되고.”
“그야 그렇지.”
“그래서 그랬어.”
“뭐라는겨?”
“모든 타자가 강건우라고 생각하고 던져봤거든.”
“그려?”
“첫 단추라도 잘 끼우자는 생각에.”
“첫 끗발이 개 끗발인디.”
“아무튼, 그러다보니 무의식적으로 강건우 이야기를 하게 돼서…”
그렇다고 한다. 문득 박용재는, 그게 썩 괜찮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지 처음은 힘들다. 실력과 별개로 적응도 잘 해야 한다. 데뷔 후 초반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려. 나도 그렇게 던져 봐야겄네.”
“너 오늘 뛰어?”
“어. 형은?”
“나도.”
“언제?”
“몰라.”
“아니 뭘 아는 게 없어?”
“나 아는 거 많아.”
“많긴 뭐가 많어. 강건우밖에 모르는 거 아녀?”
#
[MLB 시범 경기, 시애틀 매리너스 대 시카고 컵스! 한국인 더비 성사되나?] [(속보) 3회 초 김권종 등판. 1이닝 1K 무실점.] [3회 말 박용재 등판. 1이닝 1피홈런 1실점 3K.] [김권종(1.2이닝 2K 무실점)과 박용재(2이닝 4K 1실점)! 슬론 파크에서 등판 맞대결!] [피홈런은 아쉬웠지만 날카로운 커브로 탈삼진 쇼 보여준 박용재.] [김권종이 던지는 세 종류의 슬라이더에 맥을 못 추는 메이저리거들.]#
KBO도, 메이저리그도 시작됐다.
일단 시즌 초반, 오션스는 약간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국민성과 이훈의 부상 이탈. 그리고 새로 온 외국인 투수의 난조.
김정혁도 최근 몇 시즌 신나게 던진 여파인지 컨디션이 제때 올라오지 않아 2군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고, 박의현도 약간의 이상으로 전력에서 빠져 있었다.
물론.
민승기가 있다. 호세 킹도 강력하다.
야수보다는 투수 쪽에 문제가 생기자 휴 브레드먼 감독은 강건우를 일시적으로 선발로 활용하기로 했다.
[씨발 좆건우 또 우리냐?]강건우의 임시 선발 전환 첫 경기가 파이러츠 전이었다. 파이러츠 팬들의 한탄이 창원의 하늘을 뒤덮을 정도였다.
세 투수는 강하다. 하지만, 현대 야구는 세 명의 선발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갈고 닦은 전태재와 이병준이 선발 로테이션의 남은 두 자리를 메꾸기 위해 분투했지만, 이병준마저 1루 커버 도중 발목에 부상을 입자 김정용이 다시 선발로 나서기 시작했다.
[김정용, 선발 복귀전에서 엔젤스 상대로 7이닝 1실점 호투!] [김정용,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강건우의 장기간 선발 기용은 휴 브레드먼 감독에게 어느 정도 부담이 있었다. 물론 강건우는 풀타임 선발로 뛸 수도 있다. 오션스 모기업은 여전히 정유리의 육아 지원에 온 힘을 쏟고 있었고, 돌아온 정유리의 밀접 케어를 받는다면 더더욱.
그래도 휴 브레드먼은 장기적으로 보자며 강건우를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했다. KBO에 5선발 로테이션까지 부드럽게 돌아가는 팀은 그리 많지 않다. 한 자리는 어떻게든 메꿔가며 가면 된다.
[김정용, 선발 2연승! 불도저스에게 6.1이닝 2실점!] [김정용, 파이러츠 상대 노 디시전. 6이닝 1실점.] [선발로 돌아온 김정용, 3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86, 19.1이닝 11K 9사사구.] [(이용길의 야구회로) 제대로 농익은 김정용. 왕의 귀환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버티는 와중, 국민성이 돌아왔다.
새 외국인 투수를 내보내고, 일본 리그에서 뛰던 커크 심슨을 다시 데려오기로 했다. 커크 심슨은 지난 시즌 막바지에 부상으로 방출되었고, 최근 완전히 회복되었다는 판단으로 복귀가 결정되었다. 커크 심슨도 오션스에서 뛰었던 시간에 대해 아주 좋은 기억이 있었고, 빠른 외국인 교체를 결정한 오션스에게 꽤 좋은 카드였음은 확실했다.
이훈의 복귀도 임박했다.
[휴 브레드먼, ‘킴(정용)은 현재로서는 우리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하지만 휴 브레드먼 감독은 잘 던지고 있는 김정용을 제외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훈은 불펜에서 다시 시작하게 됐고, 실전 적응을 거치게 될 것이다.
[김정용, 시즌 5승째. 메테오스 상대로 퀄리티 스타트.]김정용은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정용 본인은 알고 있었다.
어쩌면 이 시즌을 온전히 끝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그래도 후회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후회할 이유가 있나. 불가능할 것 같았던 우승 반지도 두 개나 얻었다. 비록 자신이 그 우승에서 큰 힘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 우승을 만들어내기 전의 십여 년간 자신이 팀을 지탱해왔다는 자부심은 있었다.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오션스 팬들은 야유하기보다는 박수를 보내줬다.
“마! 고개 들어라! 김정요이! 괘안타!”
김정용은 고개를 들고 그렇게 외쳐준 팬에게 꾸벅 인사했다.
올 시즌 최악의 피칭이었다. 그 전 등판에서도 그리 좋지는 못했었다. 그때는 타선의 힘으로 패전을 모면했지만, 이번 김정용은 직감했다. 그리고 감독실의 문을 두드렸다. 어딘가 평화로웠다.
휴 브레드먼은 김정용의 말을 듣고 잠깐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이제 그만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모든 선수는 언젠가는 은퇴한다. 그리고 모든 은퇴하는 선수가 예우받으며 떠나진 못한다.
하지만 휴 브레드먼은, 이 투수에게 충분한 존경을 담아 보내주고 싶었다.
그래서 물었다.
“원하는 게 있나? 뭐든지 말이야. 은퇴식, 코치 연수, 물론 이건 자네가 원할 때.”
김정용은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자기가 원하는 바를 입 밖으로 내놓았다. 사실, 어떻게 끝낼지는 이미 생각해뒀다.
“그냥 한 경기만 더 던지고 싶네요. 은퇴식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야구에서 떠난다는 것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뜻할까.
야구와 관련된 일은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은퇴식을 하면 뭔가 야구와 완전히 이별하게 되는 것 같았다.
물론,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김정용 본인의 생각이 그랬다.
“한 경기만?”
휴 브레드먼도 조금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통역사의 표정도 비슷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조금 쉬면서 은퇴식을 준비하고, 모두가 그를 보내줄 준비를 하고 끝내도 된다.
김정용은 흐릿하게 웃었다.
“그 경기를 망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음. 팀에 폐를 끼치고 싶진 않은데, 그냥 그렇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경기 도중에 어깨를 붙잡고 실려 나올 수도 있지만요.”
휴 브레드먼 감독은 몇 번이고 되물었다. 더 할 수도 있다. 아무도 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김정용은 그냥 웃을 뿐이었다. 이 사려 깊고 친절한 투수의 고집을 꺾을 수 없겠다는 것을 깨달은 감독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단장과도 이야기를 해봐야겠지만, 좋아. 자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내가 더 아쉽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전 그렇게 끝내고 싶어요.”
휴 브레드먼은 김정용이 내민 사진 한 장을 무력하게 내려다보았다.
어깨가 한계치에 도달해 있었다. 수술할 수도 있겠지만, 김정용은 이제 여기서 끝내겠다고 결정했다.
여전히 감독에게 아쉬움이 남는다. 팀이 필요할 때 던졌고, 자존심보다는 팀을 위해 물러났던 투수다.
“난 모르겠어. 이게 옳은지.”
김정용이 어깨의 통증을 참아내며 다시 웃었다.
“항상 옳은 행동을 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저를 위해서 결정했습니다. 이해해주세요.”
감독은 입맛을 다시며 대답했다.
“그렇게 말한다면, 제기랄. 절대 거절할 수가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