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345)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47화(347/385)
메이저리그 러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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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승기에게 접근하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꽤 많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는 천문학적인 돈이 굴러다니는 시장이고, 그들은 성과만 낼 수 있다면 어디에서라도 선수를 데려올 준비가 되어 있다.
게다가 민승기는, 한국에서는 고액 연봉자에 속하지만, 메이저리그 수준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박용재, 김권종이 안정적으로 정착해 성과를 내고 있다. 민김박으로 묶이며 비교 대상이 되었던 투수 중 남은 것은 민승기 하나고,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메이저리그 대부분 구단의 판단이었다.
어쨌거나.
민승기에게는 에이전트가 없다. FA 협상도 직접 했다. 사실, 협상이랄 것도 없었다. 요약하자면 이랬다.
단장 : 오션스의 전설이 되어 주십쇼.
민승기 : ㅇㅋㅇㅋ
단장 : ???!
민승기 : ㅎㅎ(싸인 중)
단장 : ???
보너스나 등 번호, 그리고 기타 등등 제반 사항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굉장히 순탄했다.
민승기는 오션스의 최초 제안에 바로 싸인했다. 오션스 단장 박준기는 충분한 여유 자금을 준비하며 협상에 임했지만, 그만큼의 여유가 생겨 서창열도 추가로 영입할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악명 높은 사람을 포함해 몇몇 에이전트가 접근했으나 민승기와의 계약에 실패했다. 스카우트들도 마찬가지였다.
만나주기는 했으나, 대화에 별 진전이 없었다. 그래도 아주 작은 관심이 생기긴 했다.
오션스에서 3년 연속 우승을 이뤄냈고, FA 계약 마지막 해다.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래도 가벼운 흥미 정도에 그치고 있었다. 그나마 조금 더 마음이 생긴 것은, 아내가 넌지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굉장히 멋있을 거라고 생각해.’라고 말해서였다.
물론, 자신의 실력이 통하는지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다. 박용재와 김권종이 성공적으로 안착해 활약하고 있으니 더더욱.
그런데 오늘.
끈질긴 접촉에 한 번 만나본 스카우트 한 사람이, 민승기의 잔잔했던 마음에 돌을 던져왔다.
“오션스라는 팀을 진심으로 사랑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오션스에서의 생활은 만족스럽다. 어디를 가나 민승기를 외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사직 야구장에서 자신이 등판하는 날 흥분으로 가득한 그 뜨거운 분위기를 사랑한다.
낯익은 다이아몬즈 팬 중 몇몇도, 자신이 오션스에 왔다는 이유만으로 오션스를 응원하고 있었다.
도전에 대한 열망보다는 현재의 행복이 크다. 어딘가 모를 갈증이 있긴 하지만, 그 갈증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다. 그 갈증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당신이 사랑하는 오션스라는 팀의 명예를 드높일 방법이 여기 있습니다. 오션스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이름을 날린 선수가 있습니까?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선수가 있기는 하지만, 거기에 명확한 성과를 남긴 선수는 없었죠. 아직도 메이저리그에는 메테오스에서 왔던 좌완 투수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컵스 팬들이 팍을 봤을 때 그 기억을 떠올리곤 했었죠. 어떻습니까? 오션스에서 온 민-승-기. 오션스 팬들에게 자부심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민승기가 움찔했다.
어라.
그럴싸한데?
“한국의 야구 팬들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선수를 굉장히 자랑스러워하죠.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바이킹스와 메테오스 출신의 투수들이 활약하고 있지 않습니까? 오션스가 낳은 영웅이 그들을 꺾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군요. 게다가, 아내분의 가족들이 보스턴에 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적응에도 문제가 없으실테고…”
민승기의 머릿속에서 이미 수많은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민승기. 오션스 유니폼을 입고 미국까지 찾아오는 오션스의 열정적인 팬들. 오션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낸 메이저리거 민승기. 메이저리그에서 큰 족적을 남긴 후, 한국으로 돌아오는 민승기를 격렬하게 반기는 오션스 팬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와 오션스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하며 우승 반지 추가.
말년에 뜨거운 눈물로 민승기를 놓아주는 오션스 팬들.
존경하던 선배 김정용의 은퇴 또한 그다지도 멋있지 않았던가.
스카우트가 계속 말을 이어가는 가운데, 혼자만의 망상을 끝마친 민승기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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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이 된 다움이는 어린이집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다움아. 오늘은 할아버지가 데리러 갈 거니까…”
“알아! 아빠 안녕!”
어릴 때는 아빠 껌딱지였는데.
이젠…
“다 컸어…”
“다 크긴 뭘 다 커?”
유리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 우리도 출근할 시간이다.
야구 선수란, 가족들과 함께 어울리기 힘든 직업이다. 시즌 중의 절반은 다른 지역에 가 있어야 한다. 물론 메이저리그보다는 훨씬 낫다. 한국에서야 무슨 일이 있으면 몇 시간 만에 어디서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
나는 면허를 땄지만, 여전히 운전은 유리가 한다.
영한이 형은 두 번째 FA에서도 오션스와 계약했다. 이제 벌써 한국 나이로 34살이다. 아무튼, 그 형은 작년에 운전하다가 목에 담이 와서 몇 경기를 결장했었다.
그냥 그런 이유로 운전을 보통 유리가 맡는다.
“요새 정조준 꽤 잘 치더라?”
조준이 형은 잘 하고 있다. 사실, 내가 과거로 돌아오기 전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 보다 더 낫다.
“누나가 자세 교정해줘서 그런 거 아닐까?”
“설마. 잠깐 봐줬는데.”
한국시리즈가 끝난 후에 유리는 조준이 형의 자세를 교정해준 기간은 2주 정도였다. 유리는 교정해주면서도 이런 말을 잊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진출 못 하고 파이러츠에 남아서 오션스 상대로 안타 치면 고소합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엄청난 도움이 됐을 것이다. 기간이 중요한 게 아니다. 퀄리티가 중요한 거지.
어쨌거나, 요새는 오리올스에서 5번 타자로 출장하고 있다. 타율이 0.325 정도고, 홈런도 꽤 치고 있다. 수비력은 좋다곤 말 못 하겠지만, 타격이 받쳐 주는 데다가 애당초 포지션이 좌익수니까.
여전히 입을 털고 다니는 편이다. 뭐, 그래도 괜히 기죽고 그러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호불호는 갈리는 편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다는 뜻이다.
김권종은 워낙 마이웨이인 스타일이라 별로 걱정할 필요도 없고, 박용재도 외부 요인에 흔들릴 타입은 아니라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놓고, 실력 문제보다는 멘탈 문제 때문에 실패하는 때도 꽤 많다. 내가 여기서 잘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
괜히 위축되고, 한 번의 실수에도 자신의 실력을 스스로 비하해버린다면 잘 해낼 수가 없다.
“아. 맞다. 승기 형이 이상한 소리 하던데.”
“응? 이상한 소리?”
승기 형의 4년짜리 FA 계약은 올해로 끝이다. 주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KBO에서 MLB로 자리를 옮긴 선수들이 잘 하고 있어서 그런지, 승기 형의 메이저리그 진출설이 끊이지 않는다. 오션스 구단 측에서야 승기 형이 남아주길 바라겠지만.
“어제 새벽에 메시지 보냈더라고.”
“뭐래?”
“자기가 없더라도 오션스를 이끌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던데.”
유리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승기 형이 메이저리그로 가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의 의미라기보다는, ‘그 중2병이 또.’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
“메이저리그 갈 생각인가?”
그런 표정도 잠시. 유리가 진지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구단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승기 형 정도 수준의 투수가 팀에서 빠지는 것이 달가울 리가 없다. 다른 투수들도 많이 좋아졌고, 재능있는 신인들도 수급되고 있으며, 그 신인들을 유리가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는 데다가, 오션스 구단주가 오션스에 보이는 관심이라면 FA로 충분히 대어급 투수를 수급할 수 있긴 하겠지만.
그건 그렇고.
진지한 표정을 한 유리의 옆얼굴이 너무 예쁘다.
내가 본 적 없었던 모습이지 않나. 엄마가 된 유리도, 능력을 발휘하며 팀에서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된 유리도.
물론, 미국에서도 능력을 인정받긴 했지만 그때는 프리랜서라고 봐도 무방했으니까.
“…누나.”
“하긴, 민승기면 메이저가서도…응?”
“누나 오늘 되게 예쁘다.”
과거로 되돌아와서 이렇게 말했을 때, 유리는 당황하거나 부끄러워한 적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 유리는, 그냥 픽 웃으며 말했다.
“뭘 그리 맨날 예쁘대?”
“오늘은 좀 더 특별히 예쁘다.”
“아이구. 우리 건우 누나한테 또 반했쪄?”
“응. 그냥 방금 생각나서 하는 말인데.”
“뭔데?”
“딸 낳으면 이름은 아름이로 하면 되나?”
“응?”
“둘째 낳을까?”
유리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더니, 아주 요망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야.”
“네.”
“오늘 홈런 치면 생각해보고.”
오늘 상대 팀 선발 투수가 누구더라?
하긴. 그게 무슨 상관인데?
“아직도 부끄러워서 그런 식으로 허락의 메시지를 전하는 거야? 홈런 그거 뭐 어렵다고. 다움이 일찍 재울게.”
“어디서 건방을 떨어. 홈런 두 방.”
“넵.”
오늘 채지성 선발이었던 거 같은데.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 단톡방에 말했다.
-나 : 저 오늘 홈런 두 방 때려야 할 것 같은데요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답변이 올라왔다.
-채지성 : ㅅㅂ 또 왜
-나 : 유리 누나가 두 방 치래요
-채지성 : 왜 맨날 나야???
-나 : 볼넷 금지 부탁드립니다
-채지성 : 눈 마주칠 때마다 고의사구
-나 : 그럼 홈스틸 도전합니다
-백준섭 : ???
-백준섭 : 야 다음 시리즈에 하면 안 되겠냐?
-조용한 : 뭔 소리야 ㅅㅂ
-조용한 : 나한테 떠넘기지 마라. 안 그래도 무릎아파 죽겠는데
-백준섭 : 아니 포수 때려치우고 지명타자 한다고 한지가 몇 년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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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자정리 거자필반.’
민승기는 마운드에 서서 되뇌었다.
나는 준비가 되었나.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다음 단계에 도전할 준비가 되었느냐는 질문이 아니다. 이미 그런 준비는 되어 있다.
아니.
나는 챔피언이다.
도전이란 단어는 내게 안 맞는다. 그냥, 내가 어딘가로 향한다면 응당 그곳을 정복하려 들 뿐이다.
그러니까 그 준비란, 바로 이거다.
“민-승-기! 민-승-기!”
“오션스! 승리! 민-승기! 오션스의 승리는! 민-승기!”
오션스의 승리=민승기.
이제 공식이 되어버린 그 이야기.
나는, 오션스를 뒤로하고 떠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
마운드의 흙이 낯익다. 손끝에 걸리는 공의 실밥도.
매번 선거철만 되면 신축을 하겠다며 공수표가 날아들지만, 여전히 낡아빠진 이 야구장 전체가.
이 팀의 유니폼을 입고 여기서 뛴 것은 고작 4년 차지만, 이 야구장이 지어졌을 때부터 함께한 것 같다.
그래.
마치, 영혼이 이곳에 각인되어 버린 것 같은.
사직 야구장과 나는 바로 그런 관계다.
고개를 들었다.
“승기야! 오늘도 잘 부탁한데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잠깐 떠나게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이곳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눈물로 나를 반길 것이 분명하다.
승기야. 니만 기다렸다. 승기야. 미국에서 직이드라. 승기야! 인자 니도 왔으니 또 우승 함 하자!
최선을 다하고, 최고가 되어.
이 유니폼에 부끄럽지 않게. 모든 것을 다 바친 다음, 오션스 팬들의 자부심이 된 후, 아름답게 마무리하자.
아내는 말했다. ‘어디든지 함께 가서 응원할 거야!’
민승기에게는 쌍둥이 남매가 있다. 민바다와 민태양. 아이들에게 더 멋진 아빠가 되려면, 절대 무너질 수 없다. 그건 메이저리그에 가게 되더라도 마찬가지다.
민승기의 눈빛이 바뀌었다.
감상적인 눈빛에서, 기쁜 눈빛, 그리고 차분해졌다가.
오직 승리 만을 탐하는 야수와도 같은 눈빛으로.
엔진스의 리드오프가 기다리고 있다. 민승기는, 온 힘을 다해 초구를 내던졌다.
퍽!
“어어억!”
너무 힘이 들어갔나. 허벅지에 강렬한 소리를 내며 공이 꽂혔고, 국가대표팀 동료인 정부원이 털썩 주저앉았다.
민승기는 차분한 눈빛으로 정부원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네 놈…운이 좋군.’
정부원은 아픔과 어이없는 감정을 섞어 민승기를 잠깐 바라보고는, 요란한 박의현에게 정신을 빼앗겨 자리에서 일어서서 절뚝거리며 1루로 향했다.
‘이 민승기의 퍼펙트게임을 단 1구로 저지하다니…!’
그렇게 생각하고 있긴 했지만, 아내에게서 배운 사회성이 몸에 익어 있었다.
모자를 벗고는 정부원을 향해 손을 들어 보였다.
그냥 실수라서 전혀 안 미안하지만,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아내가 가르쳐줬다.
일부러 맞힌 거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해서 적당히 타협한 결과다.
정부원도 고의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아픔을 참고 1루에 섰다.
“아프겠다.”
이건 약 올리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 공감해주는 것인지.
하지만 이렇게 말한 상대가 양대근이다. 절대 남을 약 올리는 타입은 아니다. 상대에게 도발할 거면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저 거대한 손바닥이 날아왔을 것이다.
“괜찮아요. 아니, 졸라 아프긴 한데…”
오션스 팬들이 외치고 있었다.
“마! 정부워이 니 운 좋네!”
“출루 쫌 하네!”
양대근이 애써 웃음기를 감추고 말했다.
“그러려니 해라…”
“그러려니 해야죠. 뭐…”
씁쓸하지만, 그러려니 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