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346)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48화(348/385)
메이저리그 러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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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야구를 하다 보면 종종 그렇게 정신없이 흘러가곤 한다.
2032년.
내가 과거로 돌아온 후 5년째.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일이 생기고 있다. 만 29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승기 형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메츠에서 필리스로 이적한 앤디는 메츠 팬들에게 거친 야유와 욕설을 들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후련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전 오션스 투수 앤디 가필드, 필리스와 싸인하며 ‘끔찍한 도시에서 세계 최고의 도시로 오게 되어 영광.’]메이저리그 팬들은 KBO 출신 선수들이 한국에서 인터뷰를 이상하게 배운 것이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했다. 뭐, 아무튼 다행이다. 행복하게 야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데.
지난 시즌 오션스에서 빼어난 성적을 거둔 커크 심슨은 일본에서 다시 러브콜이 왔으나 그냥 남기로 했다. 여러 이유가 있을 테지만, 오션스 입장에서는 당연히 좋은 일이다.
창열이 형과 영한이 형은 한국 나이로 34살이다.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하다. 영한이 형은 적당한 금액에 싸인하며 오션스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게 될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창열이 형을 볼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자리 없으니까 이제 나가.”
둘은 동갑내기다. 창열이 형은 어처구니없어한다. 이번 시즌 중간에 유준 형이 전역해서 돌아오게 될 것이고, 다른 신인이나 저연차 선수들도 호시탐탐 한 자리를 노리고 있다.
상욱이 형은 지명 타자로도 출전하고 있다. 시욱이 형은 좌익수와 3루수로 번갈아 가며 나오고 있는데, 수비 범위는 여전하다. 다만, 외야에서 의외의 강견을 발휘하곤 한다.
“메가 노루 레이저 포오오오오오!”
만화에서 기술 이름 외치듯이 그렇게 소리 지르며 던진다.
선수들 몇몇이 점점 나이를 먹어가며 출전 기회를 돌려쓰고 있다. 분명,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누군가에겐 감상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노경우는 여자친구한테 차인 뒤 야구에 좀 더 진지해졌다. 글쎄. 음. 아주 사적인 영역이긴 하니까.
그리고 뭐, 결혼이란 게 쉬운 것이 아니다. 아주 심각한 고난과 역경을 겪고 이겨낸 뒤에야…음.
아무튼,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속내를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메이저리그 나도 갈 수 있을까?”
다이빙 캐치 안 하고 풀스윙 안 하면 가능하다고 말해주려다가, 꽤 진지하길래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줬다.
요약하자면, 토할 때까지 매일 운동하면 될 거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진짜 토할 때까지 운동하더라. 뭔가 개인적인 목표가 생기는 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다.
의현이 형은 뭐.
여전하다.
“사직의 아들! 붓산 씨민 여러분의 각설이! 박-의이이이이이이이-혀어어어언! 예! 저 박의현! 강건우 처럼 홈런은 못 치지만! 볼넷 정도는 얻어 보겠습니다아아아아!”
경기 시작 전에 그라운드에서 가까운 관중석에서 그렇게 외치곤 넙죽 큰절을 올리고 온다.
그리고 나는, 은퇴하고 유튜버가 된 정용이 형의 간곡한 요청을 들어주기로 했다.
-어. 건우야. 방송은 아니고. 그냥 팬 한 분이랑 셋이서 식사 한번 해줄 수 있겠냐?
“어떤 팬이길래요?”
-나도 아직 만난 적은 없는데…아. 오해하지 마라. 뭐 돈 받고 너 소개해주는 게 아니라, 내가 방송 시작한 날부터 진짜 도움 많이 받은 분이라 감사해서 하는 거거든.
방송에는 나가고 싶지 않다. 그런데 식사쯤이야. 그리고 정용이 형이 이상한 짓을 할 사람도 아니고.
정용이 형은,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허름한 갈치 전문점을 골랐다. 겉보기에는 허름하지만, 맛은 진짜다. 정용이 형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만 데려가는 곳인데, 여기서 만나자고 했다길래 조금 놀랐다. 아직까지 본 적도 없다면서.
“가게 간판만 보고 이상하다 싶어서 도망친 거 아니에요?”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내가 그렇게 말하자 정용이 형은 웃었다.
“미리 말씀드렸어. 겉보기엔 좀 많이 허름해 보이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라고.”
사람이 워낙 좋아서. 잠깐 기다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어차피 여기저기서 들어서 팀 사정은 다 알고 있을 거다. 그래도 팀 이야기를 하니 꽤 좋아했다. 우리가 오션스 선수단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가게에 누군가 도착했다.
단정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60대 정도의 남성이…
…어디서 본 적 있는 거 같은데?
“반갑습니다. 김정용 선수, 강건우 선수.”
정용이 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그 사람에게 다가갔다.
“아이고오! 대양9959님! 정말 한 번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그, 음. 혹시 저희 어디서 만난 적 있었을까요? 분명 처음 뵙는 거 같은데 낯이…”
아.
구단주?
맞는 거 같은데?
“야구장에서 봤을 겁니다.”
“아이고, 그런가요?”
정용이 형이 생각보다 눈썰미가 없는 타입이었나?
“야구장에 오신 팬분들을 전부 기억하진 못하는데…그런데…”
정용이 형은 괴상한 표정을 짓더니, 드디어 떠올린 듯했다.
“…회장님?”
“맞습니다. 대양 회장입니다.”
구단주는 허허 웃었고, 정용이 형은 눈을 껌뻑이다가 외쳤다.
“아! 어쩐지! 아이디가!”
…대양9959가 아이디면, 한 번 정도는 의심해보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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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승기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해보겠다는 의사를 구단 측에 밝혔다.
오션스는 민승기의 도전을 서포트 해주기로 했다.
서로 눈치 싸움을 벌이거나, 자존심을 세울 일은 없었다.
그리고 구단주는 강건우를 만나서 놀라운 말을 했다.
몇몇 구단에서 강건우 특별법을 만들어 포스팅 시기를 당기는 안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고.
“그리고 오션스는, 강건우 선수가 원한다면 동의할 생각입니다.”
강건우는 대답했다. ‘별로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구단주가 말했다. ‘다만, 꼭 하나 약속해줬으면 합니다.’
“은퇴식은 꼭 오션스에서.”
구단주가 김정용을 지긋이 바라봤다.
“성대한 은퇴식을 못 치러줬다는 점이 너무 마음에 걸렸습니다.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군요.”
씩 웃은 구단주는 복잡한 이야기는 그만하자며, 손수 소맥을 말았다.
오션스가 한 30년 연속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선수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수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은 이미 느꼈다. 재계인의 밤에서 다른 구단주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야구도 못 하는 것들이.’
그때 다른 구단주들의 표정을 똑똑히 기억한다. 어쨌거나, 자신의 버킷리스트 최상단에서 하나를 지웠다.
구단주와 만난 후, 강건우는 정유리에게 물었다.
“누나. 미국 가는 건 어떻게 생각해?”
정유리는 그런 강건우를 힐끔 쳐다보고는, 부드럽게 웃었다.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
“진짜?”
“당연하지. 크보는 너한테 너무 좁잖아.”
“누나한테는?”
“나? 나는 왜?”
“누나는 안 가게?”
“뭐래. 당연히 가야지.”
“나 가면 당연히 누나도 메이저리그 코치 해야 하는 거 아냐?”
“내가? 어떻게?”
“능력 되잖아.”
“내가?”
“메이저리그 어떤 코치보다도 능력 있는데?”
“설마?”
“진짜.”
“에이.”
“누나 안 가면 나도 안 가지.”
정유리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강건우는 진심이었고, 정유리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것도 뭐, 누가 시켜줘야 하는 거지. 내가 하고 싶다고 그냥 할 수 있나?”
“시켜주긴. 모셔 가야지.”
“말이라도 고맙네.”
“아니, 진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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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4년 연속 통합 우승에 성공했다.
2029년부터 시작해서 2032년까지.
이 레이스가 아직 끝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더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휴 브레드먼 감독이 자리를 떠난다. 그리고 그 자리는, 론 버거킨 코치가 내정되어 있었다. 이번 시즌 론 버거킨은 선수단에 조금 더 영향력을 확대했으며, 구단 측에서는 팀 운영에서 지속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황석규는 오션스와 FA 계약을 체결했다. 서창열도 다시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팬 여러분. 저는 오늘 그 어느 때보다도 무거운 마음으로, 여러분께 한가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정장을 멀끔하게 차려입고 퀭한 눈으로 모습을 드러낸 민승기가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발표했다.
오션스에서의 4년.
134경기 89승 18패. 평균자책점 2.45.
민승기는 자신이 오션스를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으며, 여기서 뛰는 동안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구구절절 이야기했다.
“…꼭, 돌아오겠습니다. 돌아오는 날, 오션스 팬 여러분이 제게 이렇게 말해주는 꿈을 꾸고 있겠습니다. 승기야. 갔다 왔나. 욕봤다. 보고 싶었다.”
거기까지 말한 민승기는 오열했다.
그리고 KBO 팬들 사이에서 ‘강건우 특별법’이라 불리는 안건이 통과되었다.
요지는, 강건우가 한 시즌을 더 뛰고 나면 포스팅으로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한 시즌이 당겨지는 것뿐이다. 명분은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맹활약으로 한국 야구 위상 향상이니 그런 것들이긴 했지만, 사실 KBO 관점에서 반길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강건우는 한국 야구의 부흥을 이끈 선수다. 그런 선수가 빠지면 티켓 판매나 중계권 부분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10개 구단 구단주 및 단장 전원 찬성.
[시발 그럼 우린 뭐 먹고 사노???]└그래도 존나 행복했으니까 보내줘도 될듯
└다른 팀 구단주 새끼들 ㅈㄴ치졸한거 아니냐?
└근데 강건우 가도 우리 좀 쎄지 않나
└ㅇㅈ훈이 있으니까
└시발 훈이가 든든하게 느껴지는 날이 올줄이야ㅋㅋㅋㅋ
└노경우도 있잖음
이훈은 3점대 평균자책점에 두 자릿수 승리가 보장되는 투수가 됐다.
노경우는 0.322의 타율에 21홈런-29도루로 3할 20-20이 가능한 2루수로 자리 잡았다.
사직 야구장에 국민성이 등판하는 날이면, ‘우주민성’이라고 마킹된 유니폼이 교복이라 불린다.
아무튼, 민승기는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계약에 합의했다.
정조준이 있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같은 아메리칸 동부지구.
[정조준, ‘(민)승기 형? 메이저리그 신인에게 메이저리그의 쓴맛을 보여줄 것.’] [민승기, ‘조준이 많이 컸네.’] [정조준, ‘팔 각도 좁히는 법 가르쳐 주겠다.’] [민승기, ‘정조준은 오션스랑 붙을 때마다 변비에 시달렸다.’] [정조준, ‘오리올스 팬들은 4연타석 홈런을 볼 준비가 됐다.’]가벼운 탐색전이 있었지만, 오리올스 팬들은 이제 그냥 그러려니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첫 시즌에 타율 0.315에 31홈런을 기록했다. 게다가 도루도 25개. 결정적인 순간에 홈런도 곧잘 때려내며 오리올스에 없어선 안 될 타자로 자리 잡았다. 주로 5번에서 활약하며 105타점을 올려 원래 해냈을 성적보다 더 훌륭한 활약을 보였다.
[JJJ가 저러는걸 보니 꽤 괜찮은 투수인가 본데?]└맞아. JJJ는 강한 상대에게 더 시끄러워지니까.
└하필 레드삭스네.
└좀 찝찝하긴 해. 빌어먹을 레드삭스.
└JJJ를 보면 겁먹은 개가 생각이 나. 엄청 짖어대고, 난리를 치지만 결국 물진 않지.
└내 생각에는 너희 팀이 JJJ에게 물린 게 아닐까 싶은데, 어때?
└양키스 팬이겠지. 내버려둬.
└너흰 착각을 하고 있어. 양키스만 JJJ를 싫어한다고 생각해?
└무슨 상관이야? 너희가 싫어하거나 말거나, 저 친구는 오리올스의 신인왕이라고!
오리올스는 아쉽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당연히 같은 지구 팀의 전력 보강이 달갑지는 않았다.
민승기가 13개에 달하는 계약 제의에도 레드삭스와 계약한 이유는, 아내의 친척들이 보스턴에 살고 있었던 것도 있지만, 레드삭스 구단이 민승기의 오션스 사랑을 잘 간파한 덕분도 있었다.
민승기는 한국을 떠나기 전 정유리에게 특별 과외를 받고 떠났다.
“오션스의 이름을 더럽힐 순 없으니까.”
놀랍게도, 정유리도 민승기의 이 말에 깊게 공감하며 민승기 개조에 매달렸다.
2033년.
강건우는, 지금까지 자신이 과거로 돌아와 바뀐 수많은 일을 떠올렸다.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소한 것부터, 꽤 큰 것들까지. 아들 다움이와 놀이공원에 다녀오는 길에, 녹초가 되어 잠든 다움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메이저리그라…’
다시 갈 일이 있을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한 시즌만 더 보내고 나면 메이저리그로 갈 수 있다.
가는 게 맞는지는 아직 판단을 내리기 힘들었다. 거기에서 뛰게 되면, 다움이와 함께 지낼 시간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까.
소위 말하는 강건우 특별법 제정 이후, 메이저리그 구단 측에서 정유리의 거취를 포함한 제안을 들고 자신과 접촉하려는 시도가 늘었다.
웃긴 일이다. 강건우 없이도 정유리는 자신의 능력만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이름을 충분히 날릴 수 있는 사람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정유리 혼자 할 수 있다고 같은 팀에 가지 않을 이유는 없다. 결혼해서 애도 낳고 행복하게 같이 살고 있지만, 또 떨어지는 것은 사양이다.
-민승기 : 큭큭큭 강건우
-민승기 : 보스턴에서 기다리고 있으마
-민승기 : 레드삭스로 와라!
민승기는 마지막까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보스턴 레드삭스 사이에서 고민했다. 팀 이름이 마음에 든다나.
가기 전에 강건우에게 눈물을 보이며 말했다. 나 없는 오션스를 잘 부탁한다. 오션스를 꼭 지켜줘야 한다.
그래놓고서 자기 있는 팀으로 오라니. 어느 장단에 맞춰달란 말인가.
강건우는 집에 도착해서 차를 세우고 나서야 답장했다.
-나 : 나랑 붙기 무서워서 레드삭스 오라는 거 맞죠?
민승기의 자의식 가득한 답장이 도착했다.
-민승기 : 나 없으면 너도 우승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텐데
-민승기 : 2028년을 떠올려라, 강건우.
강건우는 생각했다. 저 말을 다시는 못 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민승기 없는 이번 시즌에도 꼭 우승해야 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