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347)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49화(349/385)
메이저리그 러쉬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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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레드삭스 민승기, 선발 데뷔전 6이닝 1실점 9K 1사사구 승리! ‘레드삭스와 오션스 팬들에게 이 승리를 바친다.’] [전 오션스 감독이자 뉴욕 양키스 수석 코치 휴 브레드먼, ‘민이 양키스로 왔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정조준, 개막 후 1주일간 홈런 3방 맹폭! 주간 타율 0.450, 9타점.] [어느새 1선발로 우뚝 선 김권종. 홈 개막전에서 시즌 첫 승 달성. 4+2년 계약의 첫 네 번째 시즌이 끝난 김권종의 거취는?] [커티스 브렉과 컵스의 원투 펀치를 이룬 박용재, 친정팀 메테오스에 응원의 메시지 ‘올 시즌은 메테오스와 컵스의 동반 우승이 이루어졌으면.’]#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맹활약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람들은 KBO 탑 클래스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하게 되면 KBO의 인기가 식어버리지 않을까 걱정했었지만, 그건 또 별개의 문제다.
리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수들이 미국에서 활약하게 되더라도 KBO도 수준 있는 경기력을 유지하면 아무 문제 없다.
어떤 야구 팬들은 높은 레벨의 경기를 보고 싶어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야구 팬들은 나와 같은 도시에 존재하는 야구장에서 야구 경기를 보며 함께 호흡하기를 원한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어머니와 함께 치킨을 먹던 경기장을 쉽게 버리진 않는다.
누군가가 사라지면 또 다른 누군가가 나타나 그 자리를 메꾼다. 한 팀을 대표하거나, 혹은 리그의 간판격이었던 선수의 빈 자리를 온전히 메꾸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민승기나 김권종, 박용재도 자신보다 앞서 활약했던 선배의 빈 자리를 차지하며 나타난 선수들이다.
누구도 처음부터 거기 서 있을 순 없다. 그리고 그 어떤 선수라 하더라도, 영원히 이 무대의 주인공일 수는 없다.
-자, 어느새 메테오스의 기둥으로 우뚝 선 송태웅! 2사 1루 상황에서 강건우와 상대합니다!
-메테오스는 박용재 선수가 떠나고 잠깐 휘청했지만, 송태웅 선수가 에이스로 거듭나며 다시 떠오르고 있죠. 송태웅 선수도 메이저리그 욕심이 조금 있는 것 같아요. 팀 대선배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이것도 꽤 의미 있는 이야기거든요.
-예. 초구, 던집니다! 153km/h! 살짝 빗나가며 볼!
-요새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활약으로 한국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요.
-그렇죠. 메테오스에도 관심을 꽤 받는 선수들이 있지 않습니까?
-송태웅 선수는 아직 조금 남았지만, 당장 홍정수 선수에 대해 물어보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꽤 있거든요.
-아무래도 언더스로 투수다 보니.
-예. 그렇죠.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쉽게 보기 힘든 유형이고, 특히 외국인 타자들에게 강한 면모를 보여 왔으니까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복현성 선수도 성공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사람마다 어울리는 무대가 있을 수 있다. MLB와 KBO 사이에는 상당한 수준의 격차가 존재한다.
어쩌면 나도? 하는 생각을 하는 선수들이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도전에는 죄가 없다. 가서 실패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이런 붐으로 인해 생각지도 못했던 메이저리거가 탄생하게 될 수도 있는 법이다.
-2구, 던집니다!
따아아아아아아악-!
-아, 갑니다. 갔어요.
-예. 날아가네요.
-어디까지 갈까요?
-글쎄요. 아직도 가네요.
-넘어갔습니다.
-그렇군요.
-2점 홈런, 강건우 선수가 양손에 하트를 그립니다.
-하하. 하나는 정유리 코치에게, 또 하나는 아들에게 하는 하트죠.
-예. 송태웅 선수. 기죽을 필요 없습니다.
오션스의 새 감독이 된 론버거 킨은, 마음이 뒤숭숭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강건우가 떠나게 될 것 같다.
강건우 본인은 공식적으로 정확한 뜻을 밝히진 않았지만, 느낌이 꽤 있었다.
어쩌면 문제는 휴 브레드먼일지도 모른다. 뉴욕 양키스를 오래 이끈 감독이 곧 이 일에서 손을 떼게 될 것이고, 휴 브레드먼은 수석 코치로 팀을 파악한 후 그 자리를 이어받게 될 수 있다.
휴 브레드먼은 자신을 놀리듯 말했다.
-잘 들어봐, 론. 갱이 미국으로 오게 된다면, 아무래도 그를 아주 잘 아는 사람이 있는 곳이 편하지 않겠나?
론 버거킨은 대답했다. ‘그래서 내게서 갱을 빼앗아 가시겠다고?’
-자네도 아주 잘 알겠지만, 투타겸업이라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야. 그러니까, 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내가 그를 다루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나? 거기에 이 바닥에 정의 능력을 알아볼 놈이 있을지 의문이군. 추가로 조금 더 말하자면, 이봐. 듣고 있나? 그래. 음.
잠시 목소리를 가다듬은 휴 브레드먼이 말했다.
-아주 건강하게 쓰고 마치 새것처럼 돌려주지. 애지중지 다룰 거라는 뜻이야.
웃긴 이야기다. 곱게 쓰고 돌려준다? 강건우가 물건인가?
그보다는, 자신이 그때까지 오션스에서 자리를 지킬 것인가.
해고당할 수도 있고, 메이저리그 무대로 돌아가게 될 수도 있다.
어쨌거나 론버거 킨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어차피 결국 모든 것은 강건우의 선택에 달려 있을 것이다.
‘아니, 아니지. 모든 것은…’
론버거 킨 오션스 감독은 고개를 돌려 분석실을 힐끔 바라보았다. 저기 앉아 있는, QC(퀄리티 컨트롤) 팀장의 선택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나이나 경력은 짧지만, 다른 두 QC 코치들은 정유리가 팀장이 되는데 동의했다. 정유리가 보여준 능력이 워낙 놀라웠기 때문이다. 다른 두 코치는 정유리에게 오히려 일하는 방식을 배우는 입장이었다.
‘괜찮아. 빌어먹을. 만약 떠나게 된다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얻어내고 보내주지.’
물론, 강건우를 피골이 상접할 때까지 굴려 먹겠다는 뜻이 아니다. 정유리의 역할을 좀 더 확대할 것이다. 투수뿐만 아니라, 타자의 타격까지도. 그뿐만 아니라, 수비와 주루에서도!
강건우의 공백?
그런 걸 메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투수 강건우.
타자 강건우.
유격수 강건우.
주자 강건우.
네 가지의 강건우 중 어느 하나도 메꾸지 못한다.
스탯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에서도 그렇다. 경기에서 지고 있을 때, 역전 주자가 나가 있는 상황에서 강건우가 모습만 드러내도 투수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다 실투를 던지곤 한다.
1점 차로 이긴 상황에서 마지막 이닝을 맞이하면 상대 팀의 사기는 지하 끝까지 떨어진다.
어쩌면 투수들의 성적도 바뀔지 모른다. 아니, 분명히 그럴 것이다. 국민성과 이훈의 투심이 위력을 어느 정도 잃을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아무튼, 지금 당장은 즐기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래도 준비는 할 수 있는 만큼 할 것이다.
내심 국민성의 구속이 느려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아무래도 실력과 별개로 그 구속 때문에 해외에서의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일본 리그 스카우트들이 국민성에 관해 관심을 보인다는 소문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번에도 휴 브레드먼이다!
어쩌면 그 하이에나 같은 전 감독은 국민성도 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론버거 킨 감독은 그것만큼은 막고 싶었다.
‘만약 내가 메이저리그 감독 자리를 맡을 수 있다면…’
무조건 본인이 국민성을 데려가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국민성이 마운드에 올랐다. 요즘 표정이 꽤 풍부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알아채기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 국민성의 표정은 좋았다.
표정이 좋은 날이면 국민성은 마법 같은 피칭을 선보인다. 어딘가 뚱해 보일 때면(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1년 365일 내내 그렇게 보이지만) 얻어맞곤 했다.
국민성의 느릿한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 포수의 미트로 날아간다. 강건우의 피칭을 보고 있으면 ‘꽂힌다’라는 느낌이 드는데, 국민성의 피칭에 대한 감상은 ‘날—아—간—다—’같은 느낌이다.
그렇지만 타자들이 쉽게 공략해내지 못한다. 공은 느리지만 무지막지한 회전수가 있다. 맞아도 힘이 실리지 않는다. 무브먼트를 극대화한 투심은, 오히려 느려서 각이 더 크게 느껴지곤 한다.
컨디션 좋은 날 국민성의 제구력은 타자들을 절망에 빠뜨린다. 거기에 더해지는 것은, 상대 타자들이 투수가 독심술을 쓰는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하게 만드는 능력이다.
첫 타자에게 2구로 유격수 땅볼 아웃.
두 번째 타자는 1구로 포수 팝플라이.
세 번째 타자가 때린 2구 투심은 유격수 정면 땅볼 아웃.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홈런을 친 유격수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손을 바지에 툭툭 털며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투수.
론버거 킨 감독이 흐뭇하게 미소지으며 박수 쳤다. 미래가 어찌 됐건 지금은 행복할 따름이다.
사실, 잘해야 본전일지도 모르는 자리가 바로 지금 이 시점의 오션스 감독이다.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이뤄냈고, 민승기는 떠났지만, 황금기 멤버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약간의 문제는, 그 멤버 중 몇몇이 나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서창열과 배영한은 한국 나이로 35세가 되었고 양대근은 34세다. 양대근은 원숙한 기량을 여전히 선보이고 있긴 하지만, 서창열은 기동력을 잃어가고 있고 배영한은 부상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다시 한번, 신인들과 후보 선수들의 기량 증가에 힘을 쏟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론버거 킨 감독은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Hey! Dall-may(돌-멩이)들에게 그걸 보여주자고!”
이제 제법 한국어를 잘 하는 론버거 킨 감독이다. 심지어, 한국 야구 최적화도 꽤 잘 된 편이다.
선수들은 어처구니없어하면서도 웃었다. 이런 분위기가 중요하다. 어떤 선수가 빠지더라도, 팀 내 문화를 유지할 수 있다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리고, 머나먼 북미 대륙.
미국의 보스턴 근교.
민승기는 휴식일을 맞아 오션스의 경기를 보며 자신의 쌍둥이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저 팀이 바로 너희들의 마음의 고향이란다.”
민승기의 눈가가 촉촉했다. 떠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여전히 저곳이 그립다.
자신의 이름을 외치던 사람들이 사랑스럽다.
저곳에 서 있던 자신은 얼마나 찬란했는가.
스마트폰을 열어 애플리케이션을 켜 남몰래 숫자 12를 점멸시켰다.
주상욱에게 전세로 내준 집 거실에서는 여전히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저곳에서 은퇴하며 열게 될 사진전에서 민승기가 오션스에 없었던 시절의 작품 제목도 이미 정해두었다.
‘잠깐의 안녕…’
민승기가 잠시 감상에 빠진 사이, 아이들이 조잘조잘 떠들어댔다.
“노루 삼춘이다!”
“우와! 노루 삼초온!”
이시욱이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
“삼춘…”
헛스윙.
2구.
“노루 삼촌 어떠캐…”
또 헛스윙.
송태웅의 슬라이더에 자세까지 무너지는 헛스윙이었다.
이시욱이 눈을 한 번 뒤집고 타석에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슬라이더에.
허리가 빠진 상태에서도 풀스윙해 제대로 맞혀냈다.
-아! 이시욱! 저런 자세에서도 엄청나게 큰 타구를-! 넘어갑니다! 넘어갔어요! 오션스! 메테오스에 3대 0으로 앞서 나갑니다! 이시욱의 홈런!
-손목 힘 좀 보세요. 저렇게 때려서 넘길 수 있는 타자는 정말 몇 없거든요. 하하. 세레머니를 선보이네요.
-예.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세레머니…하하. 농담입니다.
민승기는 조용히 아이들의 눈을 가렸다. 윙크라니.
아이들은 꺅꺅거리며 노루 삼촌 보겠다며 난리를 쳤지만, 민승기의 마음은 그랬다.
이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것만 보여주고 싶다.
마침, 잠깐 외출했다 돌아온 아내가 소리 지르며 달려왔다.
“안-돼! 못 봤어! 다시 보여주세요, 케이비이에스으사아앙!”
민승기도 웃었고, 애들도 호들갑을 떨며 달려오는 엄마에게 가서 안겼다.
“노루상의 호오무란을 못 봤다구우!”
곧 홈런의 리플레이가 나왔다. 진심으로 오션스 팬인 표정을 하고 있는 아내를 보며 민승기가 다시 웃었다.
“노-루상…스고이…”
민승기는 올 시즌 오션스가 우승하지 못할 거라고 예측했다.
아무래도, 자신의 공백은 메울 수 있는 것이 아닐 테니까.
그런데 오션스는 여전히 순항하고 있다. 새 감독은 자리를 물려받았음에도 팀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고, 팀에서는 새로운 재능들이 조금씩 싹을 틔우려 하고 있었다.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항상 느꼈던 감정이다.
다이아몬즈에 있을 때 느꼈던. 오션스가 잘 되기를 바라지만, 나와 함께 잘 되었으면 하는.
스마트폰을 열어 오션스 단톡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민승기 : 내 빈자리가 너무나도 크겠지만
-민승기 : 대명문 오션스의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도록
얼마 전 강건우가 민승기를 이 단톡방에서 쫓아내려고 시도했었다.
오션스 선수 아니면 나가라고. 당연히 민승기는 나갈 생각이 없었다.
민승기는, 강건우가 여전히 겉과 속이 다른 녀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속으로는 이 민승기를 누구보다 인정하고 좋아하면서 겉으로는 부끄러운지 투덜대곤 하는.
과연, 나 없이 저 팀이 우승할 수 있을까.
오션스 우승 DNA의 핵심 고리는 이 민승기인데.
민승기 없던 오션스가 한국 시리즈에서 패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큭큭큭…”
아이들이 아빠가 왜 또 저렇게 웃나 쳐다봤다. 민승기는 다시 한번 그렇게 웃고는, 의미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세상은 생각보다 가혹하지, 강건우…큭큭큭…”
어쩌면, 큭큭큭 강건우의 전설이 진짜인 걸까.
강건우는 이 날 세 개의 홈런을 때려냈고, 인터뷰에서 민승기의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이렇게 말했다.
물론, 민승기는 거기에 댓글을 달았다.
└민승기 없으면 우승까지는 어려울 수도 있지
누군가 반대를 눌렀다. 민승기는 코웃음을 치고는, 아내의 스마트폰으로 뉴스 기사에 접속해 자신의 댓글에 찬성 하나를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