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348)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50화(350/385)
메이저리그 러쉬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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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이 머야?”
다움이는 질문을 엄청나게 많이 한다. 그리고 나는 의외로 아이의 질문에 차근차근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타자가 스트라이크 세 개를 당하면 삼진 아웃을 당하는 거야.”
내가 그렇게 설명해주고 있으면, 다움이는 중간에 다시 물어본다.
“서트라이끄는 몬데?”
“스트라이크는…”
그러고 있으면 유리가 기가 찬다는 듯 웃는다. 애한테 그렇게 설명하면 되냐면서.
“그럼 뭐라고 말해?”
“잘 봐. 다움아! 당근 세 개가 있어!”
“당근 시러!”
“다움아, 그게 아니라…”
“엄마 꺼!”
뭐, 그냥 그렇다. 나는 한국 최고의 야구 선수고, 유리는 세계 최고의 야구 전문 스포츠 과학자지만, 아직 육아에는 초보나 마찬가지다.
다움이는 세발자전거를 타기 시작했고, 신호등 색깔을 구분할 줄 알게 됐다. 공을 던지기도 한다.
“투수를 시켜볼까?”
유리가 진지하게 고민했다. 나는 그냥 웃었다.
글쎄. 어떨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나보다 뛰어난 투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애가 비슷한 또래보다 좀 크고 팔다리가 긴 편이다.
내 신체조건과 재능을 물려받고 유리에게서 두뇌를 물려받는다면?
음.
대단하게 클지도.
문득 예전 생각이 들 때면, 나도 모르게 이불을 발로 걷어차 버리곤 한다.
왜 그렇게 애를 안 낳으려 했을까.
그리고 예전부터 계속 하는 생각이다. 안 낳고 회귀해서 정말로, 정말로 다행이라고.
이젠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못한다.
유리와 어떤 일이 생겨서, 주변에 어떤 일이 생겨서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 전보다 뭐든지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다움이 만큼은 되돌릴 수 없다는 막연한 생각이다.
직업상 다움이와 온전히 많은 시간을 보내진 못한다. 그래도 우리 부모님과 장인어른, 장모님이 많이 도와주시니 조금 낫다.
야구를 하다 보면, 오늘도 하루가 끝났구나-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끝마치게 되고 그걸 반복하다 보면 일 년이 간다. 지금도 그렇긴 한데, 하루의 기준이 다움이가 되었다는 것이 다르다.
내가 자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움이가 자면 하루가 끝난다. 경기하느라 자는 것을 못 봤더라도 다움이가 잘 자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 끝이다.
나처럼 바쁜 유리는 주택에 거주할 때 해결해야 할 여러 일들 때문에 아파트에 대한 생각이 조금 생긴 것 같지만, 애가 신나게 뛰어다니는 것 때문에 아파트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우리 아파트로 이사하면 아래층에서 우리 죽이려고 하겠지…?”
그리고 하는 말이…
“옛날 생각이 나서. 엄마가 진짜 윗집에 공룡이라도 사는 거 아니냐며 엄청 화를 냈었거든.”
…그 공룡이 아마 나인 것 같다.
다움이가 세발자전거에 상당히 능숙해지고, 벽지에 찍찍 선만 긋다가 삐뚤빼뚤하게 동그라미나 네모를 그릴 때쯤, 나는 KBO에서 6번째 올스타전에 출전했다.
계단을 오를 때 손을 쓰지 않고 꽤 잘 오르기 시작하고, 그네도 혼자 낑낑대며 발을 굴러 타고, 동물 이름을 달달 외울 때쯤.
[오션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확정!]오션스에서의 6번째 가을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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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버거 킨은 처음으로 맡은 감독 일을 꽤 잘 소화해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이. 그리고 자신이 모르거나 다른 코치들보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들에게.
정유리 QC 팀장에게 상당한 업무량이 몰린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정유리는 대부분의 업무를 거의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이번 시즌 선발 로테이션은 국민성-호세 킹-커크 심슨-이훈-이병준으로 돌아갔다.
공백이 생기면 강건우나 전태재, 그리고 몇몇 투수들이 등판했고, 불펜 투수들의 질과 양도 좋아졌다.
강건우가 메이저리그로 갈 것 같았다. 그러면 당연히 정유리도 움직일 것이다.
정유리는 론버거 킨의 요청에 따라 선수 훈련 프로세스를 정립했다. 자신이 없더라도 오션스는 계속 강팀이길 바라는 마음이 컸기에 제법 훌륭한 육성 프로그램이 짜였다.
현재의 포스팅 시스템은, 포스팅 대상 선수가 발표되면 30일간 30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하는 구조다. 그리고 계약 금액에 따라 이적료가 책정된다.
금액이 커질수록 원소속 구단이 받을 수 있는 보상이 커진다.
[강건우 포스팅 얼마 나올까 ㄷㄷㄷㄷㄷㄷㄷ]└포스팅 금액+강건우 연봉 하면 진짜 어마어마한 액수 나오는거 아님?
└이제 따로 포스팅 입찰 안 하는데? 그냥 선수랑 합의 해서 거기에 따라 이적료 냄
└언제바뀜?
└글쎄…한 15년 전에…?
└언제 그렇게 바뀜?
└15년 전에 바꼈다고
└아니 그러니까 언제
└이새끼 패도 무죄임?
└무죄 ㅇㅈㅋㅋㅋㅋ
└포스팅 방식이 바꼈다고???
└패는 김에 얘도 좀 ㅋㅋㅋㅋ
아직 한국시리즈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은 강건우의 이적을 기정사실화했다.
사실, 돈만으로 움직일 상황은 아니었다.
복잡하고 씁쓸하게 끝나긴 했지만, 강건우는 메이저리그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을 벌어들였던 경험이 있다. 물론 그건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기는 하다.
대부분의 메이저리그 팀들은 강건우에게 관심이 있다. 종합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다.
네 명의 한국인 메이저리거는 자신의 기량을 MLB 무대에서 증명하고 있었고, 강건우는 그 선수들 보다 몇 단계는 위에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활동 무대를 바꾸었을 때 어느 정도의 활약을 펼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구단마다 해석의 여지가 달랐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강건우를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이 있는 양키스가 가장 앞서 있었다.
“얼마를 줘야 하냐고? 메이저리그 최고 대우 정도는 해줘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실패한다면요?”
“실패를 두려워하다가 레드삭스가 그를 채가기라도 한다면, 우린 앞으로 몇 년 정도는 레드삭스의 월드 시리즈 경기를 구경만 하게 되겠지!”
같은 리그, 같은 지구에 속해 있으니 두 팀이 함께 월드시리즈에 올라갈 일은 없다.
어쨌거나 차기 감독으로 내정된 휴 브레드먼은 다른 부분에서도 우위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와이프를 무조건 우리 코치로 영입하겠다는 약속도 해야 해! 이것도 절대로 양보 못 합니다!”
단장은 휴 브레드먼에게 물었다. ‘당신, 양키스의 수석 코치가 아니라 그 선수의 에이전트인 거 아닙니까?’
물론, 치열한 물밑 작전도 펼쳐지고 있었다.
-정조준 : 강건우
-정조준 : 남자의 팀 오리올스로 컴온
-박용재 : 건우야
-박용재 : 컵스가 오션스랑 진짜 비슷한 면이 잇다니께???
-민승기 : 레드삭스 아니면 갈 곳이 없지
-민승기 : 정신 똑바로 차려라 강건우
-민승기 : 네 영혼의 파트너는 보스턴에 있다…!
-김권종 : 건우 어디갈지 미리 언급좀 해줄래?
-정조준 : 형은 또 왜;
-정조준 : 설마 강건우 따라 가려고??????
그리고 론버거 킨은, 휴 브레드먼이 한국시리즈에서 취했던 태도를 거의 비슷하게 유지하려 하고 있었다.
“아이언스와의 한국시리즈 첫 번째 경기 선발 투수는…”
상대에 맞춰 선발 투수를 내고, 결정타는 강건우로.
“국-민-성. 국이 오션스의 에이스입니다.”
아직도 국민성의 느린 구속에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론버거 킨은 국민성이야 말로 상대에 무관하게 최고의 경기에 걸맞은 투수 중 하나라 생각하고 있었다.
방출 후보에서 한국시리즈 1선발까지.
국민성은 드디어 자신의 시기가 왔다는 생각에 감격해 마지않았다.
감격과 결의가 뒤섞인 표정.
물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조금 달랐다.
“와…쟤는 어떻게 무슨 일이 있어도 표정 변화가 하나 없냐.”
“진짜 얼굴만 봐도 살 떨리네.”
사실 이건, 오션스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다르긴 했지만.
“민성이 표정 봤어?”
“예. 좀 혼란스럽네요.”
“이제까지 그런 표정은 못 본 거 같은데…”
“건우가 민성이 형 표정 좀 잘 구분하지 않아요?”
“그렇지? 건우야. 민성이 표정 봤지? 의견 좀 말해봐.”
강건우는 슬쩍 웃으며 대답했다.
“다 찢어버리겠다는 표정 같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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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4세 시즌을 아이언스에서 보내고 있는 박정신은 예전보다 꽤 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다지 사이즈가 큰 편이 아닌 박정신은 나이를 먹어가며 장타력이 꽤 줄었다.
하지만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332에 출루율 0.421, 11홈런에 94타점.
여전히 빼어난 실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물론 왕년에 20개 이상 가능했던 도루 능력이나 리그 상위권으로 평가받던 수비력은 실종된 상태이긴 해도, 여전히 팀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한국시리즈 상대가 오션스다. 그리고 이 한국시리즈는, 박정신이 출전하게 된 첫 번째 한국시리즈였다.
첫 FA 때 오션스에 남았더라면, 바로 그해에 한국시리즈에서 뛸 기회를 잡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벌써 몇 개의 우승 반지를 손에 꼈을 수도 있다.
박정신은 픽 웃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조금 우습게 느껴졌다.
공교롭게도 자신이 떠난 후 오션스는 체질이 완전히 바뀌었다. 전혀 다른 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혹시 내가 오션스의 암적인 존재였나?’
암적인 존재는 다른 선수들이었다. 박정신은 그저 조금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했을 뿐.
아이언스도 많이 달라졌다. 백전노장 오대서 감독은 여기저기서 낡은 야구를 하는 구시대적 야구인이라며 욕을 먹었지만 아이언스 선수들에게 야구를 제대로 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줬고, 결국 여기까지 이끌었다.
박정신 같은 베테랑들의 경기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알고 있고 신인들에게도 엄하지만 정 많은 할아버지 같은 모습으로 발전을 도왔다.
이번 시즌 37홈런을 때린 지형욱이나 처음으로 10승 투수가 된 서영수 같은 선수들이 오대서가 키워낸 인물들이다.
가끔, 그냥 걷기만 해도 무릎에서 빠드득하는 소리가 난다. 오대서 감독에게 그만둘 때가 됐다고 얘기했다가 호통을 들었다.
‘그럼 안타 치고 1루까지 느릿느릿 걸어서라도 가라! 안 뛴다고 욕 안 할 테니까! 수비 못 하겠으면 지명타자로 뛰고!’
분명히, 우승 반지에 대한 갈증은 있다.
아이언스로 이적할 때만 하더라도 오션스보다는 아이언스가 훨씬 가능성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때가 기억난다. 강건우 리그라고 불렸던 그해, 오션스는 엉망이자 개판이었으며, 오션스 팬들은 강건우 데려왔으니 이제 고생 끝이라고 말했었다.
물론, 그런 건 하위권 팀들의 단골 멘트다. 드래프트에서 누구 데려오려고 일부러 10위를 했다며 정신승리를 시도하는 것이다.
그때만 해도 그냥 그런 이야기인 줄 알았지. 정말로 강건우가 게임을 뒤집어버릴 놈일 줄이야.
어쨌거나.
아이언스 캡틴 박정신은, 아이언스 선수단과 함께 사직 야구장에 도착했다.
김정용과 박정신.
한때 오션스 투타의 핵심이자 오션스의 희망으로 불렸었다.
얼마 전에 김정용의 방송을 봤다. 다정하고 사려 깊은 성격으로 후배들을 감싸주던 김정용이 꽃게 모자를 쓰고 낚시를 하고 있었다.
-정신이. 연락은 잘 못 해요. 근데 이번 시즌에 정말 잘했더라고. 아이언스에서 잘 하는 모습을 보니 되게 뿌듯해. 빈말이 아니라 진짜로. 진짜 안 좋은 환경에서도 되게 열심히 하는 동생이었고, 내가 언급하기엔 미안할 정도로 잘 하는 선수라서…
그리고 약간 촉촉해진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아무튼, 자랑스럽죠. 같이 더 야구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박정신은 그 날 처음으로 인터넷 방송에 후원이란 것을 해 보았다.
-Mentalpark123님이 1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그리고 박정신은 꽃게 모자를 쓴 ‘정용이 형’이 낚싯대를 놓고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꽃게 모션을 취하면서 하는 멘트에 정신을 놓고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이고오오! 멘탈팍123님! 뭐 이런 걸 다! 감~사합니다~! 반드시 좋은 곳에 쓰겠습니다!”
여전히 김정용은 오션스의 팬이다. 자신에 대해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오션스를 응원할 것이다.
박정신은 화면에서 봤던 김정용처럼 주름진 눈가에 웃음을 띄웠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옅어진다. 조금 더 젊을 때는 꼭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자신을 괴롭히곤 했지만, 잘 할 수 있게 노력한다는 것의 의미를 조금 더 되새길 시기가 됐다.
숨을 몰아쉰 박정신은, 한때 자신의 이름으로 가득 찼던 사직 야구장을 바라봤다.
이제 이곳에 박정신의 흔적은 없다. 박정신이 사구(死球)라도 맞으면 투수를 죽여버릴 것처럼 흥분하던 팬들은, 이제 다른 오션스 선수에게 그런 애틋함을 발휘할 것이다.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아니, 안 아쉽다. 이제 아이언스 팬들에게 자신이 그런 존재니까.
물론 지형욱이나 조현원에게 더 그렇긴 하겠지만.
“형님. 감회가 새로우세요?”
끽해야 후보 정도에 그칠 거라던 평가를 받았으나, 이제는 주전 중견수가 된 조현원이 옆에 다가와 넉살 좋게 물었다.
박정신은 의식적으로 주름을 잡아당기며 대답했다.
“너도 나중에 오션스 가서 아이언스 홈 와보면 알거다…”
“예? 전 아이언스에 뼈를 묻을 건데요?”
“누구나 그렇게 말하지.”
“전 진짭니다, 형님.”
“농담이다, 농담.”
박정신은 그렇게 말하며, 돌잡이 때 아이언스 유니폼을 잡았으며 아이언스 홈구장 앞에 자신의 동상을 세우는 게 꿈이라고 했던 어떤 포수를 떠올렸다.
FA로 아이언스에 합류하고 아주 잠깐 봤던 그 포수는 지금, 오션스 왕조의 핵심 선수가 되어 오늘도 선발로 출장할 예정이다.
그리고 저기 멀리서 이상한 자세로 랩 같은 것을 하고 있었다.
“Yo! 나-는 박! 의-현! 오늘도 사직 구장에 출-현! 내가 나타나면 어디든 기자회-견!”
이훈이 비트박스를 하고, 강건우가 쓰레기 쳐다보듯 박의현을 바라보고 있다. 박정신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뒤돌아섰다.
“가자. 마무리 준비하게.”
“예! 형님!”
자신이 있을 곳은 여기였다. 저기가 아니라. 어쨌거나, 그건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