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349)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51화(351/385)
메이저리그 러쉬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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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에서 오션스를 맞아 리그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고배를 마시고 돌아섰다. 표본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강건우와 상대해 통산 0.098의 타율을 기록한 정조준은 메이저리그에서 3할에 30홈런을 쳤다.
김권종, 박용재, 민승기. 민승기야 1시즌만 상대하고 같은 팀에서 뛰었기에 그리 많이 두들겨 맞지는 않았다지만, 저 선수들도 강건우에게 홈런을 어마어마하게 허용했다.
강건우에게 죽어라 두들겨 맞던 외국인 투수가 메이저리그로 돌아가 썩 괜찮은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심지어는, 강건우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호흡 곤란을 호소하던 투수는 재계약에 실패 후 미국으로 돌아가 커리어 하이 성적을 내기도 했다.
강건우는 KBO 선수들에게 벽이었다. 넘어서지도, 무너뜨리지도 못하는.
몇몇 선수들은 강건우가 데뷔했을 때쯤 전성기를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강건우의 KBO 생태계 파괴가 끝나려 하는 시점에서.
그 선수 중 몇몇은 커리어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박정신도 그런 선수 중 하나였다. 강건우가 신인 드래프트에서 오션스의 부름을 받았을 때 만 28세로 한국 야구의 전설적인 3루수 중 한 명이 될 거라고 기대받던 박정신은 이제 만 34세가 되었으며, 여전히 몇 시즌 정도는 좋은 기량을 선보일 수는 있겠지만.
기대한 만큼 한국 야구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진 못했다.
어쩌면 그건 강건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강건우는 모든 기록을 다 먹어치웠고, 모든 이목을 자신에게만 쏠리게 했다. 어떤 타자가 커리어 처음으로 30홈런을 때려도, 누군가가 첫 3할 타자가 되더라도, 신인 투수가 10승을 달성하더라도.
[신인 10승이 뭐 대단하냐?]-강건우 미만 잡 아님?
[와 서우주 저 나이에 3/4/5 ㄷㄷㄷㄷㄷㄷ]└강건우특)4/5/9
3할 타율, 4할 출루율, 5할 장타율은 완성형 타자의 기준이나 마찬가지다. 컨택, 선구안, 장타력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4할 타율, 5할 출루율, 9할 장타율을 기록했던 강건우가 있으니 명함도 못 내밀 지경이었다.
사실, 박정신은 이게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만약 4할 치는 타자가 10명 있는 리그라면 자신의 0.332라는 타율이 형편없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0.332는 타격 4위에 해당됐다.
이번 시즌 오션스의 리드오프로 활약한 타격 3위 노경우의 타율은 0.334이고 타격 2위 정부원은 0.342. 강건우의 타율은 0.395로 격차가 꽤 크지만, 강건우를 빼놓고 보면 리그 상위권의 기량을 증명한 시즌이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치우자.’
할 수 있는 것.
타석에서 집중력 잃지 않기. 주자가 없으면 출루를, 주자가 있으면 상황에 맞는 타격을.
베이스에서는 발이 느려진 만큼 정확한 플레이. 객관적인 판단력을.
수비 범위가 줄어든 만큼 한 발 더 먼저 움직이고 안정감을.
덕아웃에서는 후배들에게 적절한 조언과 도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국민성을 상대로 안타를 두 개나 뽑아냈다. 공을 조금 더 지켜보고 배트 스피드를 최상으로 유지해 의도한 곳으로 타구를 날려 보내려 노력했다.
강건우 쪽으로 타구를 보내면 안 된다. 아이언스의 첫 타점도 박정신이 뽑아냈고, 추가 득점도 박정신이 기록했다.
수비에서는 한 번의 실수도 없었고, 오래 손발을 맞춘 내야의 합도 훌륭했다.
그런데, 경기가 끝났을 때.
“강-건-우우우우! 강-건-우! 강건우! 오션스 강건우-!”
“갱! 건! 우!”
오션스 팬들은 단체로 어디에 취하기라도 한 것처럼 강건우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강건우의 오늘 성적은 3안타(2홈런) 6타점 3득점.
그놈이 또 오션스를 승리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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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스는 베테랑 3루수 박정신을 포함해 1루수 이종섭, 2루수 조경태가 30대다.
포수 정현덕과 유격수 정종훈이 20대 후반.
외야의 지형욱과 조현원이 20대 중반으로, 야수진 연령대가 고루 분포되어 있다.
한때 부동의 주전 외야수로 아이언스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으나 오대서 감독의 눈 밖에 났던 구건석은, 거의 4년간의 기 싸움 끝에 백기 투항하고 쥐죽은 듯 지내면서 종종 활약했다.
어쨌거나, 아이언스는 외국인 선수 영입 대성공으로 2위를 기록하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3.06의 평균자책점에 16승 7패를 기록한 에이스가 첫 경기에서 탈탈 털렸다.
두 번째 날, 3.32의 평균자책점과 14승 8패를 기록한 또 다른 외국인 투수가 사직에서 제구 난조 끝에 무너졌다.
하루 휴식 후, 광주.
최철(평균자책점 3.38, 13승 10패)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강건우가 메이저리그로 가면 진짜 숨통이 트일까?’
다들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강건우가 이 한국시리즈 이후 메이저리그로 진출한다면 이제 진짜 시작이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제 진짜 시작?
뭐가?
강건우가 있으면 당연히 오션스는 못 이기는 팀이고, 없으면 해볼 만한가?
최철은 강건우의 엄청난 팬이다. 진심으로 저런 야구 선수는 처음 봤다. 사실, 남몰래 강건우가 너무 멋있어서 타격 연습을 해보기도 했다.
안되는 건 안 되는 거다. 투수들은 안다. 타자 강건우가 홈런을 미친 듯이 때려대고 유격수 강건우가 블랙홀처럼 안타가 될 타구를 아웃으로 바꿔놓지만, 강건우의 진짜 가치는 마운드에 있을 때 드러난다는 것을.
어떤 투수들은 강건우에게 적개심을 느끼기도 하지만, 또 많은 투수가 강건우를 롤모델로 삼거나 우상화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저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따라 해보려고 노력조차 하기 힘든 투구를 하니까.
어쨌거나, 이런 생각이다.
‘저기서 강건우 빼도…존나 세잖아.’
배영한과 서창열? 내년이면 만 34세가 될 것이다. 여전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이다.
양대근은 성적이 아주 일정하게 좋다. 이시욱은 아직도 20대다. 노경우는 현시점 국내 최고 2루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외에도 마찬가지다.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강건우에 가려져 있지만, 좋은 선수들이 즐비하다. 강건우가 없으면 약해지는 것은 명백하지만, 강건우가 없다 하더라도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주눅 들고 말았다.
경기 시작 시각이 다가올수록 조금씩 초조해진다. 그런데 어느 순간, 초탈한 감정이 최철을 지배했다.
‘강건우한테 맞는다고 해서 부끄러울 것 없고, 오션스한테 진다고 해서 이상할 일도 아니지 않나?’
일반적으로는, 강건우에게 지나치게 겁을 먹거나 한번 해보자고 붙다가 두들겨 맞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이런 최철의 홀가분한 마음은 꽤 도움이 됐다.
1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 타석에 강건우. 마운드에 최철.
-아! 최철! 강건우 선수에게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끌어냅니다! 헛스윙 삼진 아웃!
-와. 슬라이더 각 좀 보세요. 강건우 선수가 제대로 노리고 휘둘렀는데 공에 마치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흔들리면서 배트를 피해갔어요. 이야. 최철, 정말 칼을 갈고 나왔네요. 저건 못 쳐요. 절대 못 쳐요.
-예! 철라이더가 1회를 삼자범퇴로, 그것도 강건우를 상대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며 끝냈습니다! 아! 소름이 돋네요, 정말! 저 슬라이더! 크으으!
강건우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것만으로도 아이언스 팬들의 기대감이 폭발하기는 충분했으며, 해설자들이 흥분하기에 충분했다.
-여기 기록이 있네요! 이번 헛스윙 삼진이 강건우 선수의 한국시리즈 첫 헛스윙 삼진이었습니다!
이 완벽했던 슬라이더의 유일한 문제가 있다면, 바로 이거였다.
‘내가…강건우한테 헛스윙 삼진을?’
다소 혼탁해 보이던 최철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그러고 보니, 강건우가 내 슬라이더를 두고 슬라이더만 놓고 보면 권종이 형 슬라이더보다 낫다고 했었지…?’
최철의 어깨가 올라갔다. 나는 최철이다. 나는 강건우가 인정한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다!
최철은 이번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아직 진로는 결정하지 않았다. 아이언스 측에서는 당연히 좋은 대우를 해주겠노라고 언질을 줬지만, 최철은 조금 갈팡질팡한 상태였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해볼까?’
강건우에게 삼진을 잡아내고 마운드에서 내려와 덕아웃으로 걸어 돌아오는 그 짧은 시간. 최철의 머릿속에는 메이저리그 입단과 신인왕 수상, 그리고 사이 영 상 수상 및 월드 시리즈 우승으로 헹가래를 받는 자신의 모습까지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철이 오늘 진짜 좋네! 최고다!”
투수 코치의 한껏 고무된 목소리에 씩 웃은 최철은.
2회 초.
따아악-!
-아! 양대근 선수의 깔끔한 안타! 외야수 사이로 타구가 빠집니다! 양대근 선수는-2루까지! 2루에 들어가는 양대근!
-워낙 코스가 좋았어요. 정말 깔끔한 타구였네요.
따아아악-!
-이시욱의 펜스 직격하는 큼지막한 안타! 양대근! 홈으로! 홈으로! 홈에서-세이프! 오션스가 선취점을 따냅니다!
딱!
-쉴 새 없이 몰아칩니다! 배영한, 초구를 밀어쳐 3유간 빠지는 안타! 무사 1, 3루!
“볼넷!”
-아, 최철 투수. 1회 초에는 정말 좋았는데요. 황석규 선수가 볼넷을 얻어냅니다. 무사 만루. 투수 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합니다.
-한 번 끊어줘야죠.
-이상하네요. 잘 던지고 있었는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허어. 이렇게 되면 아이언스 쉽지 않은데요.
-투수 교체가 이루어질까요?
-오대서 감독의 성향상, 그대로 끌고 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예. 말씀하신 대로, 최철 선수가 계속 던집니다. 타석에는 포수 박의현! 이번 시즌 타율 0.260에 홈런 7개. 출루율이 0.369로 눈 야구가 되는 타자입니다.
따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박의현의 타구는.
-어어? 어어? 타구, 타구가, 타구가-!
펜스를 훌쩍 넘겨버렸다.
-넘어갔어요! 넘어갑니다! 박의현! 만루 홈런! 자신의 친정 팀으로 돌아와! 친정팀 팬들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습니다! 만루 홈런! 4점짜리! 박의혀어어어언! 박의현!
사실, 아이언스 팬들은 박의현을 볼 때마다 착잡한 마음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기존의 주전 포수였던 최유현은 FA로 팀에 남았지만 잦은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고, 트레이드로 데려온 정현덕은 분명 좋은 포수지만.
-이야. 이거, 아이언스 팬들이 속 좀 쓰리겠는데요…?
박의현의 수비 기량이 워낙 빼어나기도 하고, 박의현의 반대급부로 데려온 고은태가 한 시즌도 못 써보고 날아갔으니 더더욱.
최철은 마운드 위에 쭈그려 앉아서 생각했다.
‘좆됐네…’
맞다.
그렇게 됐다.
한국시리즈 3차전, 시리즈 스코어 2대 0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
2회 초, 아웃 카운트 하나 못 잡고 5실점.
덕아웃에서 오대서 감독이 뒷목을 잡고 있었고, 투수 코치가 얼굴이 시뻘게진 채 마운드로 올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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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버거 킨 감독은 자신에게 주어진 무기를 휘두르기 주저하지 않았다. 3차전까지 내리 3연승을 거두고 꺼낸 카드는 4차전 강건우 선발.
그렇게 아이언스의 도전은 끝났다.
일부 팬들은, 최근 몇 시즌 간 그랬듯 진짜 우승은 아이언스라고 떠들어대기도 했다. 오션스는 제외하자는 이야기다.
오션스 팬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승리의 기쁨에 도취했다. 어딘가에서 불이 났지만 별일도 아닌 것으로 취급받았고, 술 먹고 지구대에서 형제가 상봉하는 일도 있었다.
“마! 느그 내가 누군지 아나! 내 동생이 어?”
“어, 행님. 여긴 우얀 일이고?”
“정호야! 점마들이 내 막 억지로 잡아가지고! 어? 너거는 이제 좆됐스!”
“뭐야. 정호 형이야?”
“예. 무슨 일로…?”
“정호야.”
“예.”
“너희 형이 그러더라. 동생이 경찰서장인데 우리 모가지 다 날린다고.”
“…대가리 박겠습니다.”
“정호야! 니 뭐하노!”
“아! 햄! 내 경찰서장 아니라고!”
아무튼, 오션스의 통합 우승 이후에는 모든 야구 팬들이 주목할 만한 이야깃거리가 있다.
[오션스 강건우, 메이저리그 가나?] [론버거 킨 감독,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강건우, ‘일단 포스팅은 신청할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제안이 아니고서는 수락하지 않을 생각.’]완벽한 제안이 아니라면, 수락하지 않는다.
이 말을 두고 논쟁도 있었다. 강건우가 생각하는 완벽한 제안은 무엇일까.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30개 팀이 강건우에게 접촉을 시도했다.
민승기는 레드삭스에서의 첫 시즌을, 무려 평균자책점 2.97에 16승 6패로 마무리했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거둔 성적이다. 정유리는 바쁜 와중에도 민승기에게 꾸준히 데이터와 교정 방향을 제시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강건우가 민승기보다 뛰어난 투수고, 정조준보다 빼어난 타자라고 결론지었다.
일부 구단은 상당히 큰 금액을.
그리고 몇몇 감을 잡은 구단은, 정유리를 강건우의 개인 코치로 고용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강건우를 고민하게 만든 제안은 단 두 곳.
강건우가 고용한 에이전트가 한국으로 날아와 강건우 앞에 앉아서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양키스와 레드삭스…”
잠시 뜸을 들이고.
“두 팀이, 당신의 부인을 정식 코치로 고용할 예정이라고 알려왔습니다.”
강건우가 희미하게 미소를 보였다.
그럴 줄 알았다. 그 두 팀이라면.
한 곳에는 휴 브레드먼이, 그리고 다른 한 곳에는 민승기가 있다. 민승기가 레드삭스에 어떤 말을 했을지 궁금하지만, 굳이 알고 싶지는 않았다.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인스트럭터로 초청하겠다고 하더군요.”
아마 정조준도 강력하게 이야기 한 모양이다. 강건우는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레드삭스와 양키스의 제안을 자세히 들어보죠.”
“알겠습니다. 일단 이걸.”
에이전트가 조심스레 서류 두 뭉치를 내밀었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한때 자신이 몸담았던 곳으로 갈지, 혹은 그 팀의 가장 치열한 라이벌 팀으로 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