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35)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7화(37/385)
증인을 찾습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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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우가 KBO에 남기로 결정하면서 바뀐 것들은 한 둘이 아니었다.
원래대로라면 오션스는 우투좌타 유격수 유병성을 뽑아서 외야수로 전향시켰을 것이다. 지금 메테오스 유니폼을 입은 유병성은 2군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원래 메테오스에 지명되었을 대졸 좌완 이민호는 파이러츠로 가서 수술 후 재활을 거치고 있으며, 입단 즉시 백업으로 활약하다 미래에 파이러츠의 주전 포수가 됐을 대졸 포수 정현덕은 하필 최고의 포수가 있는 바이킹스에 입단해 2군에서 시작하게 됐다. 노경우도 오션스에 오지 않았을 사람이었다.
많은 것이 변했다.
지금은 백업인 김세완이 강건우와 노경우 때문에 조급함을 느끼지도 않았을 테고, 정귀현의 음주운전으로 주전 유격수 자리를 쉽게 차지했을 터였다.
정귀현과 친한 고은태의 눈치를 보고 지냈을 테니 갑작스런 의욕 과다로 인한 고은태와의 그 일도 없었을테고.
박의현은 아이언스에서 백업으로 몇 년 더 지내다가 야구를 그만두고 자동차 판매왕이 될 사람이었지만, 오션스에서 고작 몇 경기 만에 주전 포수로 도약했다.
강건우의 선택으로 인해 대한민국 자동차 업계에 지각 변동이 생긴 것이다.
당사자인 강건우조차도 자각하지 못 하는 일들이 많이 있었다.
외국인 투수나 에이스급 선발 투수, 내로라하는 마무리 투수들이 얻어맞고 있는 것도 그 중 하나였다.
“포심을 던지면 홈런을 맞고 투심을 던지면 2루타를 맞고…”
당연히 100% 확률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두 번째 2루타를 맞은 라우리 잭슨을 보는 다이아몬즈의 정용호 감독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그래도 홈런 맞는 것보다는 낫지 않…”
투수 코치가 멋쩍게 말하다가 감독의 눈빛을 보고 급하게 입을 다물었다.
바이킹스, 아이언스, 선더버즈, 불도저스.
지금까지 강건우를 상대한 모든 팀이 홈런을 내주었다.
홈런을 내준 투수들이 다 어떤 투수들인가.
외인 중에서도 검증된 선수들뿐만 아니라 김권종과 봉재석, 용수현 같은 구위 좋기로는 긴말이 필요 없는 투수들이다.
쯧 하고 혀를 찬 정용호 감독이 투수 코치를 구박했다.
“아니, 쟤가 아무리 잘해도 그렇지 신인 하나 어떻게 못 해? 너 그래 가지고 나중에 프로팀 감독할 수 있겠어? 감독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죄송합니다…”
투수 코치가 꼬리를 내리자, 현역 시절 3할을 밥 먹듯 쳤던 타격 코치가 조금이나마 편을 들었다.
“쟤 스윙, 영상으로 본 거 보다 훨씬 좋습니다. 저거 진짜 물건인데요. 감독님. 이거 투수 잘못 아닙니다.”
“나도 알아. 야. 내가 야구 짬밥이 몇 년인데 그걸 모르겠어? 근데 스윙 죽여준다고 저놈한테 맞으면 홈런이 0.5점 되나? 평균자책점 절반만 올라? 야구에 졌지만 잘 싸웠으니까 0.1승이라도 올려주는 법 있으면 가져와 봐.”
“아닙니다…”
“아닌 거 알면 커크인지 쿠쿠밥솥인지 하는 저놈 조질 궁리나 해.”
“예.”
구위 자체는 앤디 가필드보다 못하지만, 빼어난 제구력을 바탕으로 훌륭한 멘탈을 가진 커크 심슨은 주자를 출루시키더라도 흔들림 없는 피칭을 가져가고 있었다.
“더러워서 감독 때려치우든가 해야지 원.”
임기 3년 중 첫해를 제외하고 2년 연속으로 가을 야구를 맛보며 3년 연장에 서명했던 정용호의 계약 마지막 시즌이었다. 6년째 팀을 맡았지만 최근 두 시즌 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해 자리가 위태로워진 정용호는 어느 때 보다 까칠해진 상태였다.
“야! 배터리! 미트질할 거면 제대로 시키던가! 내가 쪽팔려서 진짜.”
양대근이 볼넷을 골라냈다.
포수는 완전히 빠지는 공을 겨우 잡아내고도 습관적으로 미트를 존 안으로 프레이밍했고, 심판은 본 체도 하지 않고 볼넷을 선언했다.
배터리 코치는 고개를 푹 숙이며 생각했다.
‘씨발. 자기가 시켜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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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가 타자를 상대할 때 가장 힘든 건 어디로 던져도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다.
그리고 그럴 때는 신기하게도 꼭 맞게 되더라.
내가 해봐서 안다.
정타 안 맞으려고 존 끄트머리로 던지겠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하게 되면 오히려 제구가 안 된다.
맞으면 어쩔 수 없다는 마인드로 던지고, 맞더라도 그걸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뭐, 그게 잘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볼넷!”
그런데 이게 또 맞는 게 무서워서 볼넷 내주고 나면 자괴감이 밀려든단 말이지.
투수고 타자고 멘탈이 중요한 이유다. 볼넷도 주고 나면 깔끔하게 잊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대부분은 둘 중 하나가 된다.
정신 못 차리고 다음 타자에게 볼넷을 또 내주거나, 정신 놓고 공 던지다가 두들겨 맞거나.
“볼넷!”
공 던지는 동작을 수천수만 번 몸에 익혀서 완전히 숙달된 것 같아도, 멘탈이 나가버리면 내가 어떻게 해왔는지 기억이 안 날 때가 있다.
아, 둘 중 하나가 대부분이지만 차례로 둘 다 겪을 수도 있다.
따아아아악-!
연속 볼넷을 내주고 흔들린 상태에서 어떻게든 던지다가 공갈포한테 잘못 걸리면 골로 가는 거지.
공갈포가 왜 공갈포인가.
존 밖으로 빼거나, 제대로 유인구를 던지지 않으면 그대로 홈런이다.
메이저리그 시절, 타율은 2할 3푼인데 시즌 홈런 40개를 치는 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 느낀 감정을 기억한다.
절대 실투를 던져선 안 된다는 강박관념.
뭐, 어쨌거나 저런 타입의 타자를 상대할 때는 어쩔 수 없다.
“아오오오오오오오오!”
“울프팩! 울프팩!”
홈을 밟은 울프팩이 고릴라처럼 자기 가슴을 두드렸다. 내가 그건 울프 말고 킹콩 아니냐고 했더니, 울프팩은 아무 상관 없다는 듯 소리 질렀다.
“울프킹콩이 왔다!”
그렇게 소리치곤 나와 대근이 형에게 어깨동무를 시도했다. 대근이 형은 은근 깔끔 떠는 스타일이다. 울프팩의 축축한 겨드랑이에 닿자마자 경악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투덜거림을 입안으로 집어삼키며 울프팩을 축하해줬다.
“나이스 샷. 울프. 굿 샷. 빅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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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가 다시 3연승을 거두자 팬들의 기세가 보통이 아니다.
-유리 누나 : (링크)[어쩌면 강건우는 신이 아닐까???]
-유리 누나 : (링크)[건우 욕하는 새끼들 피디에프 따옴 이거 파출소에 갖다주면 되는거냐??]
-유리 누나 : (링크)[쿨타임 찼다 강건우 붓싼 갈매기 부르는거 보고 가라]
-유리 누나 : 야 사직 아이돌
-유리 누나 : 인기 많아서 좋겠다???
-나 : 오션스 팬들이 나 좋아하는 거 다 합친 만큼 누나가 나 좋아해 주면 좋겠다
-유리 누나 : ;;;;;;;;;
-유리 누나 : 야 잠깐만
-나 : 왜?
-유리 누나 : 방금 발언 좀 어지러울 정도였어
어쨌든, 9승 2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야구가 항상 뜻대로 될 수는 없다. 연승 분위기를 타면서 팀 분위기도 좋아졌지만, 연패 기간에 돌입했을 때 팀이 어떻게 대처할지는 잘 모르겠다.
약점이 분명한 만큼 시즌 내내 이렇게 좋은 분위기를 가져가긴 힘들 것이다.
선수 개개인도 슬럼프가 있지만, 팀도 슬럼프가 있다. KBO가 메이저리그보다 레벨은 확연히 낮지만, 나도 그냥 뜬금없이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다.
홈런이 될 법한 타구가 1인치 차이로 외야수에게 잡힌다거나, 호수비의 연속, 혹은 그냥 운이 나쁘거나.
그리고 우리는 다음 경기에서 패배했다. ‘김퀄’이라는 별명을 가진 김정용 선배가 퀄리티 스타트에 실패하며 경기 초반에 무너졌다.
인터넷에서 팬들의 실망감이 쏟아져 내렸다.
[김저퀄 퇴물 다 됐네 슬슬 은퇴식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님?]ㄴㄹㅇ홍석헌 상대로 커브 존 중앙에 쑤셔 박다가 홈런 처맞는 거 보고 눈을 의심함
ㄴ홍석헌한테 작년에도 약하지 않았음?
ㄴ은퇴식은 개뿔 걍 치킨집이나 차려라 가서 팔아주게 ㅅㅂ
ㄴ진정한 꼴데레네
ㄴ꼴빠새끼덜 이재윤 현역 때 죽일 듯이 욕하다가 치킨집 차리니까 매일 출근도장 찍는 거 모르냐 ㅋㅋㅋ
ㄴ재윤이형 조만간 닭 팔아서 빌딩 올리겠더라
ㄴ솔직히 김정용이면 이재윤네 닭집보다 몇 배는 잘될 듯
원정 응원 온 팬들은 화를 내다가도 대근이 형이 가서 고개를 꾸벅 숙이자 갑자기 괜찮다고 잘했다며 말을 바꾸긴 했다.
팬들이 약간 오락가락 줏대가 없는 것 같긴 하다.
해체하라고 욕을 퍼붓다가도 안타 하나만 치면 오션스 승리하리라 하고 노래를 부른다. 하긴 유리가 그러는걸 하도 많이 봐서 그렇게까지 낯설진 않다.
그래도 몇몇만 그럴 줄 알았지 만 명 단위로 현장에서 그럴 줄은 몰랐다.
-어머니 : 아들
-어머니 : 김정용인가 하는 투수는 제구가 안 되는 편이니?
야구에 크게 흥미가 없던 어머니마저도 예비 장모님을 좀 따라다니시더니 이렇게 변한 걸 보면…
-나 : 아니요 제구 꽤 좋아요
-어머니 : 그런데 왜 커브를 중간에 넣어서 홈런을 맞는 거니???
-어머니 : 토토 하는 거 아닌지 슬쩍 물어봐봐
야구가 사람을 망치는 걸까, 아니면 오션스 야구가 그만큼 해로운 걸까.
-어머니 : 그리고 박은수 걔 있잖아
-어머니 : 채소 좀 먹으라고 해
-어머니 : 배만 불룩 튀어나와 가자고 다리는 얇아 보이는데 그거 복부 비만이다?
…아무래도 오션스가 원죄가 이만저만이 아닌 듯하다. 분명 어머니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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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로테이션상, 공교롭게도 다이아몬즈의 에이스 민승기와 오션스의 이훈이 맞붙게 되었다.
민승기. 2002년생의 우완 선발로 박용재, 김권종과 함께 현재 대한민국의 선발 Top 3로 꼽히는 투수다.
최고 154km/h의 강속구를 뿌리는데 이닝 소화 능력도 좋은 선수. 지난 시즌 탈삼진 195개로 탈삼진 1위 타이틀을 차지하기도 했다.
득점권에 주자가 나갔을 때 흔들리는 경향이 있고 다른 두 투수, 박용재나 김권종에 비해 제구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훈과의 맞대결이라면 오션스 팬들조차도 민승기의 손을 들어줄 것이 분명했다.
‘오션스라…’
민승기에게는 비밀 아닌 비밀이 하나 있었다.
오션스에게 맺힌 한.
그건 바로, 오션스가 자신을 지명하지 않은 것.
‘나를 뽑지 않은 무지몽매한 자들.’
민승기는 어릴 적부터 오션스의 팬이었고, 언제나 오션스에서 뛰는 상상을 했었다.
오션스가 자신을 거르고 뽑은 것은 무려 박은수였다. 오션스 불펜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박은수. 무려 지난 시즌 평균자책점 4.89의 그 박은수!
‘그 실수를 오늘도 다시 한번 뼈에 사무치게 새겨주지…’
중학교 시절부터 민승기의 별명은 민중2병이었다. 물론, 대놓고 그 별명을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언제나 진지한 투수. 진지함이 지나쳐 중2병이라는 평가를 듣지만, 그것조차 에이스의 숙명이라고 생각하는 남자.
자기 자신에게 너무나도 진지한 나머지, 주자만 득점권에 나가면 지나치게 생각이 많아지는 민승기가 1회 초 마운드에 올랐다.
‘황석규.’
오션스의 1번 타자는 오늘도 황석규였다.
‘나보다 한 살 어린 오션스의 1차 지명자.’
오션스에서 성골 취급을 받는 3루수. 장타력도 있고 컨택 능력도 평균 이상이며 발도 빠르지만 선구안이 다소 부족한 선수.
‘내 패스트볼로…’
민승기는 가장 자신 있는 무기를 골랐다.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회전수와 무브먼트 모든 면에서 뛰어난 포심 패스트볼.
‘짓뭉개주지!’
파앙!
“스트라이크!”
민승기는 이 초구가 만족스러웠지만, 그렇다고 해서 웃음을 보이진 않았다.
민승기에게 에이스란 항상 고독하고도 카리스마 넘치는 존재였다. 양쪽 시력이 1.5임에도 항상 안경을 끼고 등판하는 민승기는 송진 가루, 신발 끈, 양말, 안경, 모자챙을 차례로 만지고 두 번째 공을 준비했다.
“스트라이크!”
초구를 그냥 흘려보냈던 황석규가 스윙했지만,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포수는 이 유리한 카운트에서 슬라이더 싸인을 냈다. 하지만 민승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2스트라이크에서 변화구는 새가슴들이나 할 발상이지.’
득점권에서 비교적 약해지는 민승기를 두고 팬들이 새가슴이라 부르곤 했지만, 민승기는 그게 자신을 시기하는 자들의 근거 없는 헛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3구째도 고집을 부려 포심 패스트볼.
‘내 영혼을 담아서 던진다!’
빠각!
배트가 부러질 정도로 강렬한 몸쪽 속구였다. 포수 머리 위로 높게 솟아오른 타구.
“아웃!”
포수가 높게 뜬 공을 깔끔하게 잡아낸 후, 자기도 모르게 이마에 흐른 식은땀을 닦으며 생각했다.
‘휴. 이거 못 잡았으면 설교 1시간짜리였겠지.’
언제나 야구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견지하는 민승기는 다른 선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싫다고 티를 내기도 좀 그랬다. 항상 훈련장에 가장 먼저 나오고 제일 늦게 퇴근하는 선수다. 감독의 총애를 받는 것은 물론, 누가 봐도 다이아몬즈 최고의 선수이기도 하니까.
‘배영한. FA 70억…’
다음 타자를 맞이하는 민승기의 얼굴이 조금 더 결연해졌다.
‘내가 그것보다 훨씬 큰 계약을 따내 주지.’
민승기에게는 야심이 있었다.
그건 바로, 어마어마한 금액을 받고 FA 때 오션스로 이적해 그 답 없는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것이었다.
딱!
배영한이 초구를 때렸고, 타구는 비교적 손쉽게 유격수 글러브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민승기가 반드시 맞붙기를 고대하던 타자가 타석으로 나오고 있었다.
“갱! 건! 우우우우우우우!”
다이아몬즈 홈 경기임에도, 홈 팬들보다 더 많이 자리를 차지한 오션스 팬들의 격렬한 응원을 받으면서.
‘강건우. 패스트볼 킬러.’
민승기가 강건우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 찬 숨을 토해냈다.
‘하지만 나의 패스트볼은 남들과는 다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