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352)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54화(354/385)
갱스터, 총, 그리고 전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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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대다수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첫발을 내딛게 되면 머리가 조금은 복잡해질 것이다.
자신이 이 바닥에서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거나.
혹은, 내가 여기서 뭘 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새로운 도전에 두근거리는 선수들도 있을 테고, 부담감과 압박감에 몸서리치는 선수들도 있다.
김권종도 조금은 긴장했었다. 기준을 강건우로 잡아서 리그의 수준 차이를 면밀히 관찰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려 했다.
멘탈이 가장 강점인 박용재는 대범하게 자기 공을 던지며 현실과 생각의 차이를 줄여갔다. 기대감 반 의구심 반으로.
정조준은 원래 불안할수록 더 말이 많아지는 타입이다. 미국으로 건너오기도 전부터 난리를 쳐댔다.
민승기 또한, 자기가 무너지면 오션스의 명예가 더럽혀 질 거라는 부담감으로 완벽하게 준비했다. 물론, 어느 정도 자의식 과잉이라는 것은 맞다.
그런데 강건우는 조금 다르다. 별로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듯 행동하고 있었다.
특히 다른 문화권에서 온 선수들은 적응에 애를 먹기 마련이지만,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흠. TRTS(수평 저항 훈련 시스템) 3번 기구의 고리가 조금 약한 것 같아.”
“아직도 그래? 시오가 어제 관리인에게 고쳐달라고 말하는 걸 분명히 봤는데.”
선수들이 대화를 나누며 투덜대는 걸 들은 강건우는 바로 옆에 서 있다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관리인 누구? 로드리게스에게 말한 거라면, 틀렸어. 그 친구는 TRTS가 뭔지도 모를걸. 로드리게스가 아니라, 그, 누구였지. 덩치 큰 대머리 백인. 맞아. 제임스. 제임스에게 말하면 바로 고쳐줄 거야.”
대화를 나누던 양키스 선수 둘은 약간 의구심 가득한 표정으로 강건우를 바라봤다. 여기 온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 것까지 아는 거지.
“오, 그래? 꽤 잘 아는 것 같네.”
“아주 잘 알지. 난 모르는 게 없어.”
정말 강건우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대답하고는 자리를 떴다. 양키스 선수들은 저 친구에 대해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핀 브룸과 시오도어 오닐의 장난을 적당히 으르렁거리며 받아내더니, 불펜 투수 매디슨이 아들과 통화하는 것을 듣고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조디에게 자전거를 사줄 생각이라면, 팔꿈치 보호대도 꼭 같이 사주도록 해.’
조디는 매디슨의 아들 조셉의 애칭이다. 매디슨은 별생각 없이 넘어갔지만, ‘내가 조셉에 대해 저 친구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며칠 후, 조디는 매디슨이 사준 자전거를 타다 넘어졌고, 팔꿈치 보호대 덕분에 골절을 피했다.
‘헤이. 네가 보호대 이야기를 안 했더라면, 조셉의 팔이 부러졌을지도 몰라.’
어쨌든, 이상한 녀석이었다. 심지어 수다쟁이 피니는 블로킹 훈련에 들어가기 전에 강건우에게 ‘낭심 보호대는 찼나?’라는 말을 들었다. 깜빡하고 착용을 잊었는데 그냥 훈련하려던 피니는 그 말을 듣고 보호대를 착용했고, 보호대를 찼음에도 급소에 공을 맞고 데굴데굴 굴렀다.
그래서 몇몇 양키스 선수들은 강건우를 두고 예언자나 점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흠. 어쩌면 저 친구 눈에 뭔가 보이는 건 아닐까?”
“동양의 신비 뭐 그런 거?”
“글쎄.”
“나라면 쟤랑 절대 안 좋은 일을 만들지 않을 거야.”
“미신을 믿는 거야, 지금?”
“그럼 넌 왜 성호를 긋고 있는 건데?”
“이건 그냥 습관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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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우의 적응력은 훈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투수조와 포수조가 먼저 소집되어 차분히 몸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강건우는 마치 예전에도 양키스 스프링 트레이닝에 참가해본 것처럼 행동했다.
분명 훈련 방식이 다른데도 익숙한 듯 훈련에 참여했고, 다른 선수들이 적응을 도울 필요도 없었다.
며칠이 지나고 야수조가 합류했을 때, 양키스 야수들은 투수들과 포수들에게 강건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을 보였다.
그리고 그때쯤, 강건우는 구속을 160km/h까지 끌어올렸으며 홈런성 타구를 뻥뻥 쏘아대고 있었다.
따아아아아아아악-!
훈련이지만, 이상적인 타구였다. 높고 멀리 날아간다. 아름다운 궤적을 바라보며 몇몇 타자들이 휘파람을 불어대기도 했다.
“벌써 100마일 가까이 던지는군. 시즌 중간에 퍼지는 거 아냐?”
“저 친구 최고 구속이 105마일 정도 된다던데?”
“뭐? 정말이야?”
“지켜보면 알겠지.”
물론, 항상 그렇듯 최고 구속으로만 던지진 않았다. 90마일(144.8km/h 가량) 정도의 포심을 던지기도 했는데, 사실 강건우는 기술 훈련보다는 체력 훈련과 근력 단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기술적으로 손 볼 부분은 별로 없다. 그저, 몸이 그걸 잊지 않게 하려고 필요한 정도만 해낼 뿐.
양키스 타격 코치는 강건우의 타격 훈련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오랜만에 양키스에서 신인왕이 나올지도 모르겠군.’
그리고 양키스 투수 코치는 구속을 더 끌어올릴 거라는 말을 듣기 전부터 강건우의 각종 변화구 구사 능력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신인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이 친구는 사이 영 상 수상자가 될 거라고.’
휴 브레드먼은 회의에서 그렇게 싸우는 두 코치를 보고, 정유리를 바라본 후 피식 웃었다. ‘멍청이들. 두 개 다 타고 MVP까지 탈 텐데.’
두 가지 다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코치들의 저런 이야기는 ‘투수 혹은 타자에 더 집중하게 만들어야 한다!’라는 주장에 가까웠다. 물론 휴 브레드먼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정유리로부터 강건우가 선발 투수로 더 뛰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KBO보다 체력 소모가 큰 무대인 만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강건우와 정유리를 지켜봐 왔을 만한 근거가 있으리라 믿고 있었다.
아무튼, 강건우에게 감명받은 사람들은 코칭스태프 뿐만이 아니었다.
양키스 선수들이 다들 강건우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이.
양키스의 에이스로 우뚝 선 데인 크리스티안이 강건우의 피칭을 보고 몸이 달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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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된다고?’
데인 크리스티안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다름 아닌, 강건우가 자유자재로 구속을 조절하는 것 때문이었다.
물론, 그냥 약하게 던지면 느리게 던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게 실전에 통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 패스트볼의 구속을 조절할 수는 있지만, 똑같은 투구 폼에 균일한 투구 동작의 속도가 나와야 타자를 속일 수 있다.
‘그것보다, 왜?’
당연히 그런 노력을 거치는 것보다 체인지업을 잘 활용하는 것이 훨씬 나은 길이다.
굳이 그런 길을 택하는 투수가 없는 이유다.
듣자 하니 62마일을 던진 적도 있다고 들었다. 결과는 삼진.
100마일(160.9km/h 가량) 정도를 던지는 자기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질 줄 아는데, 굳이 느린 공까지 던지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저렇게 해서 정말 여기서 잘 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챔피언이었다고 듣긴 했는데, 무대의 수준 차이는 분명히 있을 테니.
스윙을 보고 있으면 올림픽이 떠오른다. 무서운 것 없던 기대주 시절 참가한 대회. 결승전에서 자기 때문에 금메달이 날아갔다는 생각에 꽤 괴로워했다.
그래도 그건 예전 일이기에, 이젠 다를 거라 생각했다.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어느 정도 완급 조절하며 던지는 법을 배웠고, 체인지업을 연마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 붙으면 이길 수 있을까?’
작년, 한국에서 온 정조준이란 선수에게 좀 맞았다. 정조준은 이상할 정도로 자신에게 독기를 품고 덤볐다. 시즌 중 슬럼프가 찾아왔다가도 자신만 만나면 안타를 치고 타점을 올려 기세를 회복했다.
그리고 그 정조준은 한국에서 단 한 번도 강건우를 앞서지 못했다고 하지 않던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조금 기분이 안 좋아졌는데, 누군가가 옆에 슬쩍 다가와 말을 걸었다.
“혹시 악어를 좋아해?”
“What…?”
“그냥 해본 말이야.”
시애틀에서 건너온 또 다른 한국인 투수다. 크리스티안도 슬라이더를 잘 던지는 투수인데, 이 투수의 슬라이더는 꽤 흥미로웠다.
“건우, 보기보다 친절한 사람이야. 뭐 궁금한 거나 하고 싶은 말 있으면 그냥 가서 말하면 잘 받아줄걸?”
크리스티안은 조금 움찔했다. 선수들은 쉽게 노하우를 공개하거나 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질문할 때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칫 잘못 했다간 상대에게 큰 실례가 될 수도 있고, 자존심 문제도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크리스티안은 아직 강건우와 말을 몇 번 섞어 보지도 않았다. 나눈 대화라고 해봤자 마운드 흙이 좀 무르다거나, 투수 코치가 찾고 있다고 말을 전해준 적밖에 없다.
그보다는 자기 생각을 어떻게 알았는지 놀랍고 부끄럽기도 했다. 어쩌면 진짜 한국인들은 독심술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까지 크리스티안에게 한국인이란, 뱀 같은 혓바닥을 가진 자들이었다. 여기 눈앞에 있는 김권종도 데인 크리스티안보다 강건우가 좋은 투수라고 말하기도 해서 약간은 껄끄러웠고, 정조준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래?”
사실은 강건우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었지만, 겨우 시큰둥하게 대답하는 데 성공했다. 어릴 적부터 수많은 관심을 받아온 데인 크리스티안은 시크해보이는 얼굴 뒤에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 얕보이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보다, 악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What…?”
도무지 알 수 없는 놈이다. 크리스티안은 황당함을 감추기 힘들었다.
마침 훈련을 끝낸 강건우가 땀을 닦으며 새로 팀에 합류한 여성 코치를 향해 환하게 웃어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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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프링 트레이닝 내내 몸만들기에 집중했다. 항상 한국에서 하던 만큼만 해도 충분할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메이저리거 시절 느꼈던 그 강박관념이 살아 돌아온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때처럼 돌아갈 일은 없다. 가족이 있다.
유리는 스프링 트레이닝 초반에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현명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른 코치들처럼 훈련을 돕고 데이터를 만들어냈으며, 주로 내 자세를 교정하고 점검해줬다.
내 훈련 모습을 본 몇몇 선수들이 유리의 훈련 프로세스에 약간의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휴 브레드먼 감독이 ‘이 코치는 투수들에게 새로운 구종을 가르쳐 주는 데 세계 최고다. 혹은, 기존 구종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도 있고. 관심 있는 투수가 있다면 언제든 부탁해도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 덕분인지, 신인급 혹은 마이너리거이면서 스프링 트레이닝에 참여한 투수들 몇몇이 유리를 찾았다.
물론, 내 변화구 구사 능력을 본 투수들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내 와이프에게 배웠다고 한 영향도 있었다.
아무래도 메이저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은 아직 완전히 유리를 믿지는 않는 것 같다. 혹은, 새로운 구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유리는 그냥 자기에게 닥친 일을 똑똑하게 해내는 중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내 눈에 비친 유리는 날카로운 눈으로 사냥감을 관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보며 수시로 메모한다. 노트를 슬쩍 훔쳐본 적이 있는데, 대략적인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여기서 점점 발전시켜 나가서 선수 개인에 맞는 방향성을 찾아낼 것이다.
-데인 크리스티안. 팔 각도를 조금만 내리면 체인지업 위력이 좋아질 텐데.
-핀 브룸. 스윙할 때 뒷발이 땅을 제대로 밀지 못 함. 하체 집중 단련 필요.
-앨빈 펠튼. 오션스로 보내주고 싶음.
우리가 바쁠 때, 현수는 다움이를 데리고 거의 1주일간 디즈니랜드에 다녀왔다. 마음 어딘가가 불편했는데, 그래도 다움이가 즐거워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좀 나아졌다.
몸은 점점 만들어지고 있다. 의식적으로 일정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페이스 배분이 좀 필요하다.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언제든 뛸 수 있게 준비하기보다는, 패턴을 만들어내고 있다.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과거에 했던 일의 답습에 가깝지만.
아무튼, 조금씩 준비되어 간다. 오히려 마음이 편한 부분도 있다. 오션스에서 뛸 때는 다른 선수들도 살펴야 하고 팀 컨디션을 신경 써야 했는데 여기서는 나만 잘 하면 되니까.
오션스 소식은 주기적으로 듣고 있다. 최철이 오션스와 싸인했다고 한다. 정용이 형의 방송을 봤는데 최철이 벌써 게스트로 출연했다.
-사실, 마음이 편하지는 않아요. 아이언스 팬분들이 절 정말 많이 응원해주셨으니까요…
-나는 한 팀에서만 뛰어서 그 마음을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그 마음이 얼마나 무거울지 짐작은 가네요.
어디서 구했는지 계란 초밥 모자를 쓰고 진지하게 대답해주던 정용이 형은 갑자기 벌떡 일어서서 이상한 춤을 추며 외쳤다.
-아이고! 대양9959 선생님! 오늘도 찾아주셨네요! 감-사합니다!
└형 물고기 다 튀어요
└뉴비네 이 형 물고기 원래 못 잡음
시간은 계속 흐른다. 항상 그랬듯이. 시간이 거꾸로 가는 일은 없…지는 않지. 내가 겪어봐서 안다.
그런데, 보통은 그냥 흐른다.
그리고 시범경기 첫 경기.
나는 타자로만 출장해 2번의 타석에서 1개의 홈런과 1개의 2루타를 때려냈고, 다음 날은 투수로 마운드에 서서 2이닝 동안 4개의 삼진을 잡아내고 아무도 출루시키지 않았다.
조만간 승기 형과 조준이 형의 기강을 잡아줄 수 있을 것 같다.
훈련장에서 날 바라보는 데인 크리스티안의 눈빛을 애써 무시하며 내게 다가오는 권종이 형에게 말했다.
“뭐라고 말했길래 쟤가 저렇게 쳐다봐요?”
“데인? 우리 그냥 악어 이야기만 했는데?”
“악어 이야기?”
“데인 착한 애야. 악어도 좋아하고.”
쟤가 악어를 좋아한다고?
그…
투수 중에 정상인을 찾는 건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
시오도어 오닐이 권종이 형 허벅지만 한 팔뚝을 뽐내며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봐. 제기랄. 갱스터! 너클볼 던질 거면 말을 하고 던져야 할 거 아냐!”
“재미없었어?”
“재미는! 어쩐지 본 적도 없는 싸인을 내더라니!”
“그냥 훈련이었잖아.”
“앞으로 너클볼 싸인은 중지를 들어 올리는 거야! 기억해둬!”
“이렇게?”
“오, 빌어먹을…”
시오가 큼지막한 손바닥을 자기 이마에 착 소리 나게 얹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운 좋은 줄 알아라.
승기 형 만났으면 이마가 아니라 뒷목을 잡았을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