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354)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56화(356/385)
갱스터, 총, 그리고 전쟁.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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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우의 공이 대기를 찢고 날아가, 가상의 입체 도형을 통과한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3루수가 눈을 부릅뜨고 공을 지켜본 후 이건 분명 볼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심판은 존트론이 보내주는 신호를 받고는 다리를 기막히게 벌리며 땅바닥을 향해 한이라도 맺힌 듯 일곱 번이나 주먹질하며 외쳤다.
“Strike—out-!!!”
오늘 홈 개막전의 심판은 꽤 쇼맨십이 있는 사람이다. 이 심판은 강건우가 초구를 던지는 것을 보자마자 남몰래 웃음을 감추며 이렇게 생각했다. ‘Fuck. 좋아. 오늘 몸살 나서 드러눕는 한이 있더라도 한번 해 보자고.’
화제성 큰 신인이다. 신인이라고 하기에는 다른 리그에서 말도 안 될 정도로 압도적인 기록을 쌓았기에 데뷔하기도 전부터 저 선수가 신인왕 후보에 오를 자격이 있는가 하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메이저리그는 다른 리그에서의 경력은 인정하지 않는다.
깐깐하고 까탈스러운 양키스 팬들은 ‘저 녀석이 크리스티안을 대신해서 개막전 선발로 나선다고? 어디 한 번 지켜보지.’라고 생각하며 팔짱을 끼고 근엄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한국에서 건너온 ‘신인’을 바라보며 정신을 놓아버리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Punch out! 갱이 에드가를 덕아웃으로 돌려보냅니다! 방금 뭐였죠? 뭐가 지나간 거죠?
-100mph(160.93km/h)짜리 투심 패스트볼이었어요! 존 밖으로 나가는 것처럼 타자를 속인 다음, 존 안으로 맹렬하게 꺾여 들어왔죠! 와우! 에드가는 아무래도 기계 고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만, 아니에요! 분명히 존 안으로 걸쳐 들어왔습니다! 어마어마한 무브먼트에, 제구까지 갖추다뇨!
-경기는 방금 시작했습니다만, 이대로만 해준다면 양키스가 괴물을 뉴욕으로 데려온 것 같군요…
-그 말을 들으니 킹콩이 떠오르네요.
-하하. 그런가요? 예. 과연, 캐나다 팀이 킹콩을 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네요.
-저 구위를 계속 유지한다면 쉽진 않겠죠.
누구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저 선수는 여기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고, 초반의 구위를 경기 중후반까지 끌고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타 팀들의 분석이 마무리되면 또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이런 순간은 야구 팬으로서 즐기지 않을 수가 없다.
처음 양키 스타디움 마운드에 오른 투수가 104마일 포심에 100마일 투심, 그리고 63마일 커브를 던지며 개막전 상대를 농락하고 있다?
“Gang! Gang! Gang!”
“Gun! Gun! gun!”
“War! War! War!”
뒷일 따윈 지금 생각할 필요가 없다. 물론, 강건우는 전혀 그런 걱정은 하지 않고 있었다.
-삼진! 삼진! 삼진! 갱이 1회 초를 삼진 세 개로 끝냈습니다! 쓰리 핀치 스트라이크 아웃! (3구 삼진) 그리고, 무결점 이닝! 9개의 공으로 삼진 세 개!
-좋아요. 정리해보죠.
-어떻게요?
-블루제이스 입장에서요.
-듣고 있어요.
-What the fuck?
-오. 이런.
-난 이 말 말곤 생각이 안 나. 이게 내 한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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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블루제이스 덕아웃이 분주해졌다. 강건우의 한국 시절 투구 영상이나 시범경기 투구는 이미 많이 분석했지만, 영상 혹은 몸풀기 피칭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빠른 공 던지는 투수는 많다.
제구 좋은 투수도 있다.
변화구를 잘 쓰는 투수도 있다.
최소한 1회 초에 보인 강건우는 그 셋 모두를 가진 투수였다.
물론, 강건우의 실전 피칭에 놀란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포수 시오도어 오닐은 자신의 예감이 틀리기는커녕 강건우가 실전에서 더 좋은 투수란 것을 깨닫게 됐고, 마운드 뒤에서 지켜보던 유격수 브룩 헨슨과 2루수 라울 페레르는 자신들이 잘못 본 게 아닌가 생각했다.
양키스 덕아웃도 부산하다. 다만, 여기서 여유 있는 사람은 휴 브레드먼과 정유리뿐이었다.
“더 좋아진 것 같네.”
“그럼요.”
“솔직히 선발로 써도 되는지 의문이었지만.”
“괜찮아요. 스테미너 단련에 몰두했거든요. 그리고 제가 계속 체크할 거에요.”
“완벽해.”
어쨌거나, 1회 말 공격이다. 양키스 팬들은 여전히 흥분한 상태로 소리 지르고 있었다.
1번 타자 웨스 아델만은 그게 조금 불편했다. 조용히 야구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어쨌거나, 웨스 아델만이 다시 양키스 팬들을 소리 지르게 만들었다. 초구를 그대로 때려 2루타.
그래도 개막전 선발 투수라면 팀 내 에이스가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에이스 게리 그레이엄이 양키스 2번 타자 발레리 코팔을 삼진으로 잡아냈다. 체인지업이 좌타자를 속였다.
지난 시즌 0.311의 타율에 33홈런을 때린 1루수 기예르모 고메즈의 타구는 유격수 정면. 웨스 아델만이 급히 몸을 날려 귀루해 병살은 면했지만, 순식간에 무사 2루에서 2사 2루가 된 상황.
-갱이 나올 차례네요. 정말 궁금하군요. 마운드에서 어마어마했던 저 선수가 타석에서는 과연 어떨까요?
-글쎄요. 무엇도 장담하진 못하겠죠. 그런데, 저 선수가 본인은 투수라고 말하지만, KBO에서 타자로 모든 기록을 박살 냈다는 것을 떠올려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걱정했지만, 맞아요! 단 1이닝 만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게 한 저 선수 잘못입니다! 제 잘못이 아니라고요!
게리 그레이엄이 97마일(156.1km/h) 패스트볼을 존 살짝 벗어나는 곳에 던졌다.
볼이 선언되자 살짝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강건우는 대수롭지 않은 듯한 얼굴을 하고 서 있었다. 괜히 배트 길이를 눈으로 재거나, 타석 주변에 침을 뱉거나, 발로 흙을 차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냥 본인의 평소 타격 자세를 잡고, 호흡을 조절하고 있을 뿐.
포수가 말을 걸어왔다.
“이 기계, 한국에서 왔다더니. 혹시 네가 해킹이라도 한 거 아냐?”
강건우가 코웃음을 쳤다.
“누가 네 머릿속이라도 해킹했나?”
포수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대답했다. ‘방탄 헬멧이라도 쓰고 나왔다?’ 강건우는 혀를 차고 말했다. ‘야구 헬멧이랑 방탄 헬멧도 구분 못 해?’
물론, 이 포수가 화가 난다 하더라도 강건우의 머리에 공을 던지라곤 못 할 것이다. 투수에게 헤드샷을 던진다? 그건 지금 당장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사실, 이게 현명한 접근법은 아니었다. 포수는 자기 앞에 서 있는 이 선수가 104마일을 언제든지 자기 머리통에 꽂아버릴 수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잠시간의 신경전은 투수가 공을 던질 준비를 하는 순간 끝난다. 포수는 이 주목받는 신인을 살짝 긁어볼 의도였을 뿐이었지만, 뜻밖에도 당차게 행동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의 도발을 할 생각은 접었다.
쉽진 않을 것이다. 게리 그레이엄은 지난 시즌 2.8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기록을 썼다. 준비도 잘 됐고, 웨스 아델만에게 2루타를 맞긴 했지만 다른 두 까다로운 타자를 잘 처리했다.
‘좋아. 이번엔 슬라이더.’
이 타자의 실력을 확신할 수 없다. 볼 하나를 먼저 주고 시작했지만, 1루가 비어 있다. 5번 타자로 나선 라이언 넬슨도 까다로운 타자이긴 하지만, 조심스럽게 승부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자고로 신인들은 인내심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KBO에서 독보적이었다지만, MLB에 온 아시아 선수들은 데뷔 초반에 적응하기 힘들어하곤 한다.
부드러운 투구폼에서 슬라이더가 나온다. 바깥으로 살짝 달아나게.
빠르게 날아오다 훅 꺾이는 게 아니라,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날아오는 슬라이더다. 각이 커서 존 안으로 들어올 거라 생각한 타자들이 헛치곤 한다.
타자의 배트가 나온다. 슬라이더 제구는 좋다. 존 밖으로 살짝 떨어져 나갈 것이다. 잘못 때려서 그라운드볼로 끝나면 좋고, 헛스윙이라도 괜찮다. 메이저리그 레벨의 슬라이더에 기죽은 타자가 스윙에 조금 소극적이게 변하면 일은 쉬워진다.
따아아아아아아악-!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다.
각 좋은 슬라이더가 존 밖으로 나갈 테고, 범타 아니면 헛스윙을 유도할 거라고.
그런데 팔이 길어지는 것처럼 리치를 늘리더니, 그걸 그대로 걷어 올렸다. 어마어마한 소리가 났다.
그리고 야구공은 날고 있다.
-맞았습니다! 날아가고 있어요! 훨-훨 날아갑니다! 아! 정말인가요? 거짓말은 아니겠죠? 호머! 2점을 따내는 양키스! 데뷔 첫 이닝에서 3구 삼진을 세 개 잡아내고, 데뷔 첫 타석에서 거대한 홈런을 때려냈습니다! 이거 아주 끔찍하군요!
-잠깐만요. 혹시 캐나다 사람인가요?
-2대 0! 아니요! 브록턴 출신입니다!
-메사추세츠 주의?
-예. 그런데 그게 왜요? 이 멋지고 거대한 홈런을 두고 제 고향에 관해 이야기할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요!
-그럴 줄 알았어. 당신, 레드삭스 팬이었군요. 그래서 끔찍하다고 말한 거군. 좋아요. 이해합니다. 저 스윙 보셨습니까? 아주 파괴적이고, 깔끔하고, 중심 이동이 완벽했어요. 레드삭스 팬들에게는 그리 좋지 않은 소식일 것 같군요.
-오해하지 마세요. 전 2살 때 뉴욕으로 이사 왔다고요.
-알게 뭐야! 아무튼, 축하해요! 양키스! 당신들이 이겼어! 레드삭스는 좀 더 큰 제안을 넣지 못한 걸 후회하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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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타석에서 2점짜리 홈런을 때려내고 절제된 손 키스를 날린 강건우는, 팀 동료들의 ‘침묵 세레머니’따위에는 신경도 안 쓴다는 듯 자리에 앉았다. 카메라가 자신을 비춘다는 것을 아는지 그냥 씩 웃었다.
기뻐 날뛰거나 하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강건우의 그런 반응을 보고 의아해했다.
강건우는 호흡을 고르는 중이었다. 사실, 양키스 다른 선수들도 애매한 상황이기는 했다. 데뷔 첫 홈런은 못 본 척하는 관례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들도 그 거대한 홈런에 조금 놀라기도 했고, 게다가 오늘 선발 투수이기도 하니까 침묵 세레머니를 끝내고 축하해줄 타이밍을 조금 놓쳤다.
시오도어 오닐이 다가와 대화를 나누려 했지만, 대기 타석으로 나서야 했다.
게리 그레이엄은 5구 승부 끝에 라이언 넬슨을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어느새 준비를 끝낸 강건우는 다시 마운드로 향했고, 투수 코치의 입이 바짝 말랐다.
“젠장. 어떻게 케어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어.”
감독이 흐뭇하게 웃으며 대답을 바란 것이 아닌 그 질문에 답했다.
“내버려 둬.”
“정말요?”
“그래도 괜찮아. 그는 타고난 챔피언이야. 뭘 해야 할지 다 알고 있었어, 처음부터.”
“처음부터라면, 언제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직후부터. 내가 저 친구에게 뭘 했을 거라 생각하나?”
“글쎄요. 많은 것을 했겠죠.”
“아니.”
“그러면요?”
“내가 한 거라곤, 그냥 저 녀석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는 것뿐이었어. 괜찮냐고 물어봐서 괜찮다고 대답하면 내버려 뒀고, 뭘 하고 싶다고 하면 그냥 그러라고 했지.”
“그렇지만…”
강건우의 삼진 행렬은 끝났다. 체인지업이 배트에 걸렸고, 3루수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문득, 휴 브레드먼은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론. 잘 지내나?’
론버거 킨은 어제 무안타에 그친 유격수 정예성이 그나마 수비를 잘 해줬다는 것에 만족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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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우는 완벽에 가깝게 던졌지만, 4회 초에 안타 한 방을 허용했다. 좌익수 방면의 살짝 빗맞은 타구.
-저런. 라웰 로날드가 타구를 쫓아가지 못했어요. 퍼펙트 행진이 끝나버렸군요.
-주로 지명타자로 나서는 선수였죠. 수비에 능한 선수는 아니에요. 작년 성적이 어땠죠?
-0.258의 타율에 홈런 35개를 기록했었죠.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네요. 갱이 선발 투수 겸 타자로 나와야 해서 지명타자로 뛸 수 없었으니까요.
-분명 경기 전에는 우리가 모두 갱을 선발 투수 겸 4번 타자로 쓰는 휴 브레드먼 감독의 결정에 대해 의문을 가졌었습니다.
-대체 언제 이야기를 하는 겁니까?
-글쎄요. 얼마 지나진 않았죠.
-이러다가 베이브 루스 시절 이야기도 나오겠군.
-갱이 그 선수에 비견될 만한 선수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요?
-베이브 루스가 투수로도 타자로도 전설적이긴 했지만, 됐어요. 이제 그만하죠.
선두타자를 출루시켰기에 흔들릴 수도 있다…하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강건우는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낸 다음, 병살을 유도해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4회 말.
따아아아아아아아악-!
강건우가 데뷔전 연타석 홈런을 때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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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토론토 블루제이스 0 : 3 뉴욕 양키스.]-강건우, 시즌 2호 홈런(비거리 131m)
└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리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보 터진 것도 당연ㄷㄷㄷㄷㄷㄷㄷㄷ
└아니 시발 믈브 가서도 저지랄이네
└한국에서 왜 뛰었냐;;;;;;;
└존나 양심없네 진심ㅋㅋㅋㅋㅋㅋㅋㅋ
└꼴션스가 메이저에 강건우를 풀었다!!!
└아니 뭐 치면 넘어감???
└MLB도 별거 아닌거 아님???
└4이닝 무실점 8K에 2홈런 ㅋㅋㅋㅋㅋㅋㅋㅋ
└알고보면 메이저리그 역대급 거품리그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느그가 처맞아라 우린 마니 맞앗다ㅎ
└강건우 있는 오션스면 믈브가서도 우승 가능할거같지 않냐?
└꼴빠야…요새 많이 힘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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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초, 삼자범퇴.
6회 초, 삼자범퇴.
7회 초, 삼자범퇴.
8회 초, 몸에 맞는 볼 하나. 무실점.
강건우는 굉장히 무덤덤하게 시작했으나, 오랜만에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누구보다 강한 승부욕을 가졌던 강건우다. 과거로 돌아오면서 그것보다는 정유리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일념으로 야구를 해왔지만, 메이저리그 무대로 돌아오자 과거의 강건우가 꿈틀대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 나쁘지 않다. 승부욕과 향상심의 화신이 된다 하더라도, 예전과 같을 일은 없다.
사실, 개막전을 위해 치열하게 준비했다. 2034년은 꽤 오래된 기억이기에 그때 선수들에 대해 떠올리려고 부단히 애썼고, 개막전에 맞춰 몸 상태를 최고로 끌어올리려 했다.
그리고 여기서 확실하게 깨달았다.
‘정말 더 강해졌다.’
주먹에 힘이 강하게 들어간다. 아픈 곳도 불편한 곳도 없고, 육체적․정신적으로 최고 수준이다.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말이다.
한국에서도 최고의 상태로 던지려 했었지만, 굳이 그렇게 할 필요까지는 없을 때도 있었다.
물론, 부담감을 제거하면서 그런 상태를 길게 유지하는 연습을 해왔다.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상대 타자들을 보면 즐겁다. 홈런 두 방을 맞은 후 굉장히 조심스레 접근하면서도 자존심 상한 것 같은 모습의 투수를 보는 것도 꽤 좋았다.
뜨겁게 내뱉고, 풍부하게 들이마시는 과정에서 휴 브레드먼과 투수 코치, 그리고 정유리가 자신의 옆에 서 있었다.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다. 딱히 의미 있는 대화가 오가진 않을 것이다.
“전 괜찮아요.”
“좋아.”
“그렇군.”
감독과 투수 코치가 말했고, 정유리는 그냥 끄덕였다.
94개의 공을 던졌다. 확실히 조금 다르긴 하다. 기본적으로 강건우는 한국에서 선발로 나와 100구를 던진 적이 없었다. 최다 투구 수가 2년 전 한국 시리즈에서 98개였던가.
본인의 최다 투구 수 기록을 새로 쓰게 될 걸음을 옮겼다.
“Gang is walking with a gun!(갱이 총을 가지고 걷고 있다!)”
어느 양키스 팬이 외쳤다. 일종의 언어 유희다.
강건우가 이번 경기 처음으로 희미하게 웃었다.
마운드에 섰을 때, 보이는 것은 살짝 긴장된 표정의 타자였다.
포심이 존 한 가운데를 뚫어버릴 듯 날아갔지만 반응하지 못했고, 빠르게 날아가 훅 꺾여버리는 슬라이더에 헛스윙했으며,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하이 패스트볼에 또 헛스윙했다.
-104마일! 여전히 구속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놀라워요, 정말, 놀라워요. 힘이 안 빠지는군요. 저는 그가 데뷔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려고 경기 초반에 더 큰 힘을 쏟아부었다고 생각했는데, 제 착각이었어요.
두 번째 상대는 오늘 안타를 뽑아낸 레이놀즈.
초구 100마일 투심에 파울을 쳤고, 2구 97마일(156.1km/h) 싱커에 또 파울.
그리고, 비슷한 궤적이지만.
87마일(140.01km/h)의 써클 체인지업에 평범한 유격수 땅볼.
-제가 감독이었다면 기절했을 겁니다.
-누구요? 양키스 감독? 블루제이스 감독?
-둘 다요.
마지막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오늘 경기 3타수 무안타. 2삼진.
꽤 화나 보였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
강건우는 그저, 두 개의 공을 던져 스트라이크 두 개를 따내고, 손에서 살짝 빠진 커브가 볼이 되었지만, 네 번째 공으로 투심을 던졌다가 파울을 맞고는.
부우우우웅-!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끌어냈다.
-끝났습니다! 삼진! 오늘 경기 16개째 탈삼진! 심판이 경기 종료를 알립니다! 갱! 갱! 갱! 그가 양키 스타디움을 완전히 매료시켰습니다! 놀랍습니다!
-그냥, 예. 와우. 놀랍다는 그 말에 동의합니다. 양키스가 개막전에서 블루제이스를 5대 0으로 꺾었습니다! 갱은 오늘 9이닝 동안 1개의 안타를 맞고 몸에 맞는 볼 하나를 내줬으며, 2개의 홈런으로 3점을 뽑고 볼넷도 하나를 얻었습니다! 축하해요, 양키스!
-오늘만큼은 양키스 팬들이 데인 크리스티안을 잊어버릴 것 같네요.
-그렇습니다. 누가 부럽겠습니까? 블루제이스, 쓸쓸하게 퇴장합니다! 역사상 최고의 데뷔전을 치른 갱에게 호되게 당했어요!
-좋습니다. 이 말은 꼭 해야겠군요.
-들어보죠.
-잘 가요, 캐나다.
-오.
-괜찮았나요?
-당신이 오늘 한 말 중 최고였어요. 어쨌거나, 양키스 팬들이 오늘 데뷔전을 치른 신인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정말로 환상적이에요! 아주 장관입니다! 오늘 경기를 보러 온 팬들은 두고두고 이 경기를 직접 지켜봤다고 자랑해도 좋을 겁니다! 잘 가요, 캐나다!
-저기요? 뭐라고요?
-굿 나잇, 양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