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363)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65화(365/385)
강건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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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직장에서 일이 잘 안 풀린다는 이유로 주저앉아 눈물을 흘린다면, 분명히 비웃음을 사거나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질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성인이다. 감정이 터져 나와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그런 일은 대개 부끄럽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스포츠의 현장에서는 그런 것들이 열정으로 비치곤 한다.
물론, 너무 잦거나 대중이 미워하는 인물이라면 조금 다르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면에서 민승기가 마운드에 주저앉은 후, 눈시울이 붉어진 모습은 레드삭스 팬들에게 어쩌면 좋은 모습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홈런 맞은 게 너무 분해서 참을 수가 없나 봐.]└전 팀 메이트에게 맞았으니 더 그럴지도 몰라. 게다가 자기가 꼭 잡겠다고 장담했었으니까.
└매번 맞을 때마다 울 생각은 아니겠지?
└난 홈런 맞고 실실 웃는 것보단 훨씬 나아 보이는데.
└나도 그래. 자기 실력이 부족해서 그렇거나, 혹은 팀을 이끌지 못해서 그렇거나, 어쨌든 프로답다는 거잖아.
└듣고 보니 그렇네. 욕해서 미안해.
└게임에서 지고 밤새 파티하는 개자식들을 생각하면, 민은 정말로 프로라고 볼 수 있어. 저 친구가 술에 취한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을걸.
아직 메이저리그 팬들은 민승기의 저런 모습을 그리 자주 보진 못 했다. 하지만 한국 팬들에게는 꽤 익숙한 광경이기도 했다.
[사설 토토 싸이트에 민승기 운다 안 운다 올라와 있다는거 ㄹㅇ임?]└운다에 걸면 대박 아님?
└놀랍게도 운다에 베팅한 사람이 훨씬 많았다고 한다
└전혀 안놀라운데
└ㄹㅇㅋㅋㅋ
└뭐 그딴걸로 베팅을 함 ㅋㅋㅋㅋㅋ
└근데 또 울었음?
└내가 봤는데 운건 아님
└너만 다른경기 봤냐
└저새끼 지난 경기 다시보기 하고 있는거 아니냐?
└승기야…
당연히 양키스 팬들은 레드삭스 팬들과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갱이 민을 울렸어!]└아주 좋아
└레드삭스는 양키스 때문에 항상 울음을 터뜨리곤 하지
└보스턴 얼간이 중 한 명이라도 울릴 수 있다면 어찌 됐거나 만족이야.
└하하! 어린아이처럼 울어라! 보스턴 fucking 레드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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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질 수 없는 경기였다. 민승기에게도 그렇지만, 강건우에게도.
두 사람이 지기 싫어하는 이유는 다르다. 하지만 자세한 이유가 어쨌건, 프로 선수가 상대에게 지기 싫어하는데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는 않다.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 민승기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더 강해졌다. 물론, 자기가 울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은 민승기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다음 타자를 커브로 잡아냈다. 민승기가 커브를 던진다는 것을 알아챈 타자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존재한다. 저 커브가 존 안으로 들어올지, 존 아래로 뚝 떨어질지 예측해야 한다.
라이언 넬슨은 민승기의 커브가 존 아래로 떨어져 자신을 유혹하는 공이라 생각했고, 존트론은 그 커브가 존을 통과했다고 선언했다.
존트론 도입 이후, 커브의 구종 가치가 확 올라갔다. 존을 통과하는 시점에서 스트라이크였을지라도 포수가 공을 잡아낼 때면 땅에 가까운 곳에 있어 카운트를 손해 보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민승기가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 커브의 역할이 컸다. 낙차 큰 커브를 볼이라고 판단해 배트를 내지 않은 타자들에게 무수히 많은 스트라이크를 따냈다.
민승기는 숨을 몰아쉬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제 강건우가 던질 차례다.
강건우는 상당히 집중한 모습이었다. 투타겸업을 제대로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야구라는 같은 틀 속에서 한 명의 선수로 뛰는 것이긴 하지만, 투수와 타자는 다른 근육을 상이한 방식의 메커니즘으로 사용해야 한다.
다른 선수와 비교해 두 배의 노력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몇 배는 필요하다.
레드삭스 또한 강팀이고, 예전에 상대했던 정조준의 볼티모어 오리올스보다 홈런 숫자는 적은 편이나 전체적으로 더 까다롭다.
우타자들은 홈 경기 때 그린 몬스터를 노리는 타격을 한다. 펜웨이 파크의 그린 몬스터를 맞고 튕겨 나오는 공의 처리는 절대 쉽지 않다. 보통 좌익수는 수비력보다는 타격에 중점을 두기에 이 구장에서 대참사의 원흉이 되는 경우가 많다.
외야 중앙의 워닝 트랙은 버뮤다 삼각지대라는 별명도 있고, 우중간 불펜이 위치한 곳은 펜스가 낮아 중견수 수비도 어렵다.
우익수들은 종종 자기가 담당하는 지역의 낮은 펜스 때문에 곤욕을 치르곤 한다. 한 양키스 외야수는 공을 잡으려다가 보스턴 팬에게 주먹으로 맞은 적도 있다.
강건우가 등판할 때 좌익수 수비가 약해진다. 강건우는 패스트볼과 현란한 브레이킹볼로 삼진을 따내는데도 능하지만, 하이 패스트볼의 비중도 꽤 높은 편이라 외야 플라이 비중도 높은 편이라서.
물론.
강건우는 이 구장의 특성을 아주 잘 알고 있고, 좌익수의 수비력 또한 알고 있기에, 당겨쳐서 그린 몬스터를 때리려고 시도하는 우타자들에게 치기 좋은 먹잇감을 제공할 생각은 없었다.
-맙소사. 갱이 오늘 조금 다른 투수처럼 느껴지는군요. 우타자를 상대로 슬라이더를 존 바깥으로 빼고, 좌타자에게는 싱커를 존 바깥으로 빼고 있어요. 저걸 제대로 던지면 타구에 힘이 실리지 않죠!
-더 놀라운 건, 평소보다 구속을 조금 줄여서 제구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이죠. 구속이 줄어들면 얻어맞는 투수들이 많은데, 그는 그렇지 않죠.
-일부러 저렇게 던진다는 뜻인가요?
-맞습니다. 고의로 그래야 한다면 뭔가를 얻어내야죠. 저분처럼!
-이런. 경칭이 붙었군요.
-잘 보세요! 레드삭스의 분석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만들잖아요!
-타자의 페이스를 망가지게 만들었단 이야기겠죠.
-이제야 야구에 대해 아주 조금은 이해한 모양이군.
-예, 뭐, 그렇다고 해드릴게요.
-그들은 정말 열심히 갱을 분석했을 겁니다. 민도 정말 훌륭한 투수고 우리의 예상보다 더 좋은 공을 던지고 있지만, 그래도 갱에 대해서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예…
-기죽지 마, 미스터 매사추세츠. 갱에게 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까.
-좋아요, 미스터 뉴욕. 저를 미스터 매사추세츠라고 불러도 아무도 안 믿을걸요.
-갱을 상대로 야구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영광으로 알아야 할 겁니다!
-광고 보고 돌아오겠습니다.
-빌어먹을 광고! 난 더 떠들고 싶은데!
-한마디만 더 하자면, 그들이 당신에게 집과 차를 제공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팬들이 그 광고를 보는 대가로.
-광고 보고 돌아오죠. 채널을 돌리지 마세요. 제발요! 광고 끝나면 더 열심히 떠들겠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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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승기는 열심히 던졌고, 강건우도 그랬다.
물론, 완벽하게 중립적으로 봤을 때 투수 민승기보다 투수 강건우가 더 강하다.
메이저리그 경험에, KBO에서 몇 시즌을 뛰긴 했지만, 여전히 싱싱한 육체가 있다.
민승기도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뒤처지지 않는 투수이긴 하나, 강건우는 메이저리그 레벨으로 봤을 때 가장 상단에 놓여지는 투수다.
게다가 타자로만 뛰어도 메이저리그 MVP를 두 번 차지한 선수이기도 하다.
따아악-!
강건우가 때린 타구가 그린 몬스터를 직격했다. 민승기도 강건우에게 첫 타석에서 홈런을 맞은 후 낮은 코스를 공략하려 하긴 했으나, 강건우는 정교한 배트 컨트롤로 낮은 공을 걷어내 오늘 경기 세 번째 타점을 기록했다.
3대 0.
야구에서 언제나 쉽게 뒤집힐 수 있는 점수 차이긴 하지만, 양키스 선수들은 한 달 만에 강건우에 대한 굳은 믿음이 생긴 상태였다.
심각한 얼굴의 레드삭스 덕아웃과는 달리, 양키스 덕아웃에는 환호가 넘쳤다.
“빌어먹을 갱스터!”
양 팀 덕아웃에서 동시에 나온 말이었다. 물론, 의미는 전혀 다르다.
“혼자 다 하는군!”
이 말 또한 그렇다.
휴 브레드먼은 웃음을 참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반대편 덕아웃에서는 레드삭스 감독이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카메라는 즐거운 듯 두 감독의 얼굴을 화면 분할로 동시에 잡아주고 있었다.
-오늘 스코어 보드 대신 두 감독의 얼굴을 써도 충분할 것 같네요.
-하지만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죠.
-좋은 경기에요.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거짓말하지 마.
정유리의 손과 눈도 바쁘게 움직였다. 강건우는 오늘 흠잡을 데가 없다. 잘 던지더라도 어디 하나는 메모할 부분이 있는데, 지금은 그냥 양키스의 다른 선수들과 레드삭스 선수들에 대한 메모만 할 뿐이다.
-갱! 도루를 성공시킵니다!
-못 하는 게 없네요.
-대체 이 선수를 어떻게 2년 5천만 달러 같은 푼돈으로 쓸 수 있는 거죠?
-이제야 말이 통하는군.
-레드삭스 포수도 어깨가 좋은 편인데, 타이밍을 완전히 뺏어서 그 송구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만들어버렸어요!
-난 당신이 야구에 대해 하나씩 배워간다는 점이 참 좋아.
-갱! 갱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난 알고 있지.
-대체 누구죠?
-You-re-new-na.
-아니, 경기장에서 말이에요.
-난 그런 사람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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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우는 감독에게 말했다.
“9이닝까지 다 던지게 해주세요.”
감독은 정유리를 돌아봤고, 정유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휴 브레드먼은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감독이 맞겠지?
아마 맞을 거야.
그러다가 문득 론버거 킨이 떠올랐다.
자신을 내쫓고 오션스 감독이 되고 싶어 했던.
물론, 강건우를 여기로 데려오며 그의 야망을 어느 정도 무너뜨리긴 했지만.
다시 정유리를 바라봤다. 강건우와 눈을 마주치고 웃음을 참고 있다. 그런 야망을 품진 않겠지?
‘흠.’
두 사람의 사이는 의심할 필요가 없다. 처음 강건우를 알게 됐을 때부터, 강건우는 정유리 외에는 다른 관심사가 별로 없어 보였다.
지금은 정유리와 강다움, 두 사람이 강건우 최고의 관심사다.
가정에 충실한 선수들은 좋다. 그들은 자신이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고,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려 한다.
강건우가 엇나갈 일은 절대 없다. 그리고 고작 2년짜리 계약이지만 정유리를 팀의 중요한 코치로 두고 여기서 중요한 일을 맡긴다면, 팀을 떠나려 하지도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다른 선수들과는 조금 다르다. 그걸 충족시켜줬기에 양키스를 선택했음이 확실하다.
어쨌거나, 강건우 본인 입으로 이 경기를 온전히 책임지겠다고 말했으니 강건우만 믿을 생각이었다. 감독은 투수 코치에게 말했다.
“전화선을 뽑아버려”
불펜을 가동하지 않을 거라는 선언이다. 투수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전화로 불펜에 어떤 투수를 대기시키라고 말하기에, 강건우에게 9이닝을 모두 맡기겠다는 뜻.
투수 코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갱이 전화기를 박살 냈는데, 못 보셨어요?”
휴 브레드먼이 불펜과 연결된 전화기를 바라보자, 투수 코치가 낄낄대며 웃었다.
“농담이에요.”
“어떻게 내가 아는 투수 코치들은 죄다…”
휴 브레드먼은 그냥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바보거나, 야망이 지나치게 많거나, 이상한 농담을 즐기는 놈들이라고 끝까지 말하진 않았다.
사실, 강건우가 그리 말하지 않았더라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문득, 경기가 끝나면 스마트폰을 꺼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보나 마나 론버거 킨에게 무수한 연락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겠지. ‘갱을 돌려줘!’
팔짱을 끼고 경기장을 바라봤다. 시오도어 오닐이 타석에 들어서고 있었다.
공격력이 괜찮은 포수지만, 강건우가 등판하는 날이면 타격 실력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곤 한다.
그리고 양키스 선수들은 그럴 때면 시오도어라는 이름 대신, 테오도르라고 부르곤 한다.
테오도르는 네덜란드나 북유럽에서 저 이름을 읽는 방식이다. 시오도어가 사라지고 다른 선수가 왔다는 뜻인데, 시오도어는 크게 개의치 않는 편이다.
‘너희가 저 녀석의 공을 받아 본다면 알 거야. 빌어먹을. 배트 잡을 시간이 없다고!’
어쨌거나, 괜찮다. 포수들이 강건우의 공을 잡기 버거워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워낙 여러 구종을 던지는데 구속이나 무브먼트에 변화를 주면서 던지는지라, 공을 잡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따악!
시오도어의 타구가 높게 떴다. 그리고 2루수가 몇 발 움직여 잡아내며 이닝을 끝냈다.
“헤이! 테오도르!”
“테오도르! 괜찮아! 잘 했어!”
시오도어는 덕아웃으로 돌아오며 코를 찡그리곤 대답했다.
“조금만 더 갔으면 홈런이었어!”
“네 나라에서는 150피트(45.72m)가 조금인가 보군. 미국에선 보통 그 거리를 조금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데 말이야.”
오닐은 그렇게 말한 에드윈에게 자기 팔뚝을 보여주며 무력시위를 한 다음 자기 자리에 앉았다.
잠깐 덕아웃 천장을 바라보고는, 다시 포수 장비를 차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빌어먹을.”
오닐의 반응에 양키스 선수들이 모두 웃었고, 오닐도 덩달아 웃음을 터뜨렸다.
“줄어든 홈런 숫자에 대해 누군가 얘기한다면, 난 기필코 그놈의 코에 주먹을 꽂아버릴 거야.”
어쨌거나, 오늘 오닐은 강건우의 공을 등 뒤로 하나도 흘리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가 끝난 후 완전히 지쳐버린 오닐은 백업 포수 핀 브룸에게 말했다.
“다음번 갱 선발때는 네가 뛰어.”
“싫어요, 오닐.”
“선발로 나서고 싶지 않아?”
“전 그냥…그냥 당신의 백업으로 뛸 거에요.”
“제기랄. 내 자리를 뺏고 싶지 않은거야?”
“원하지 않아요.”
“거짓말 하지 마.”
“팔뚝 핏줄 움직여봤자 제 생각은 안 바뀔거에요.”
“이래도?”
“오, 징그러워.”
“젠장. 이 근육을 만드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징그럽다니.”
그리고 강건우는.
오늘 경기에서 조금 다른 투구 패턴을 가져간 것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유리 누나와 의논했고, 그런 결론을 내렸죠. 물론 이 의견은 유리 누나에게서 나온 거였어요. 유리 누나는 레드삭스를 무너뜨릴 작전을 고안했고, 저는 시킨 대로 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