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366)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68화(368/385)
한편 그곳에서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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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어때요? 괜찮죠?”
태생부터 오션스 팬인 정유리는, 지금 자신의 소속은 양키스지만 절대 오션스를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게 꽤 윈윈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길을 잃은 선수를 오션스로 보내주는 일.
스마트폰 너머의 론버거 킨은 흡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주 좋아. 팀에 정말 필요하던 선수였어.
오션스에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앨빈 펠튼은 첫 다섯 경기에서 홈런을 5개나 쏟아냈다.
18타수 6안타 2볼넷 14타점.
KBO 팬들은 스치면 홈런이라며 황당해했다. 현재까지는 타율도 나쁘지 않다. 물론 볼을 고르는 능력은 여기서도 그리 좋지 못하고 홈런 페이스도 점차 줄어들 수 있겠지만, 큰 거 한 방을 쳐줄 타자가 필요했었다.
이시욱도 시즌 30개가 거뜬한 타자로 성장했으나 포스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다. 출루 머신 양대근과 합이 잘 맞다.
“성격도 오션스랑 잘 맞을 것 같아서 적극적으로 추천했어요. 아무래도 외국인 선수들은 적응 문제도 크니까요.”
-맞아. 그 정도로 잘 어울릴 줄은 나도 몰랐어.
앨빈 펠튼은 두 개의 홈런을 치고 5타점을 쓸어 담아 경기 수훈 선수가 된 날, 홈 팬들 앞에서 자신의 춤 실력을 과시했다.
그리고 자신을 harm boy라 불러달라고 했다.
앨-빈! 펠-튼! 넘가삐라! 함 보이도!
고작 일주일도 안 되어 모습만 보여도 오션스 팬들이 열광하는 선수가 됐고, 실제로 승부처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며 사직 구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투수는 어때요?”
-호세는 좋아. 알고 있잖아?
“물론이죠. 다른 친구요.”
오션스로 돌아온 커크 심슨은 작년까지 한국에서 뛰다 은퇴했다. 올해 37세의 커크 심슨은 오션스에 남아서 외국인 선수들을 케어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새 외국인 투수가 합류했는데, 공은 빠르지만 제구 난조를 겪으며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적응만 된다면, 그리고…
“그리고요?”
-자네가 있었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지도 몰라.
정유리는 작게 웃었다. 사실, 어딜 가더라도 사람들은 강건우부터 먼저 본다.
편견이 따라붙었지만, 불평할 생각은 없었다. 어쩌면 강건우가 아니었다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수도 없었을 테니까.
사실, 본인부터 자신의 능력에 확신을 갖지 못했었으니. 그래도 실력을 증명하는 방법을 알고 전진하고 있었다. 조금의 시간만 주어진다면 이제 자신 있었다.
“좋아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메일을 하나 보낼게요.”
-메일? 뭐야? 마법의 주문이라도 가르쳐 줄 건가?
“뭐, 활용하기에 따라서 그럴지도 모르죠. 그리고 그 투수가 받아들인다면요.”
KBO의 다른 구단들 사이에서, 오션스는 하드웨어만 보고 외국인 선수를 뽑는다는 말도 돌고 있었다. 앤디 가필드는 198cm에 100kg였고, 커크 심슨도 장신에 덩치도 있는 투수였다. 심지어 호세 킹은 201m. 성공한 외국인 타자였던 울프팩은 말할 것도 없다.
떡대 외국인을 뽑아서 교정해서 쓴다. 이게 오션스의 기조였고, 그걸 완성시킨 것이 정유리다. 론버거 킨은 반색하며 당장 메일을 켰다.
이걸 투수가 받아들일지가 문제지만, 이대로 가다간 중도 퇴출이니 뭐라도 해보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시도해볼 만하다.
-좋아. 분명히 말하는데, 오션스는 언제나 자네에게 열려 있어. 아니, 그냥 솔직히 말할게. 우린 자네가 절실하게 필요해.
정유리는 또 웃었다. 그래도 멀리서나마 이렇게 오션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좋았다.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거기로 갈 거예요. 어떤 자리라도 말이에요.”
진심이었다. 그 자리가 감독이든 코치든. 혹은, 단장도 괜찮고. 그게 아니라면…
-날 쫓아낼 생각은 아니겠지?
정유리가 다시 웃자 론버거 킨은 자신이 휴 브레드먼에게 했던 행동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얼른 그 생각을 떨쳐 버렸다. 어차피 강건우 하는 걸 보아하니 이른 시일 내에 돌아올 것 같진 않았다.
-메일 확인했어. 당장 시작해야겠어.
“좋아요. 다른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요.”
정유리는 자신의 능력을 아는 사람들과 일하는 것이 꽤 좋다고 생각했다. 물론 여기 와서도 의구심이 있긴 했었지만, 주변 직장 동료들도 이제 정유리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데인 크리스티안의 투구 메커니즘을 개선하고 있다. 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점점 나아지는 중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7.2이닝 무실점으로 이번 시즌 최고 피칭을 하기도 했고, 데인 크리스티안은 인터뷰에서 ‘유-리-뉴-나 덕분에 밸런스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느낌이 좋아요. 던질 때 팔꿈치에 불편한 부분도 많이 사라졌고, 점점 강해지는 기분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최고 선수가 그렇게 말하면 신뢰도가 생긴다. 강건우도 있지만, 두 사람이 부부라는 것 때문에 완전히 그렇진 못했다.
그런데 정유리의 능력에 조금 의심을 가졌던 데인 크리스티안이 공개적으로 그렇게 말했으니 신뢰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데인 크리스티안은 자신의 능력에 자부심이 크기로 MLB에서도 유명한 선수였기에 더더욱.
어쨌거나 이날, 앨빈 펠튼이 무안타에 그치며 오션스 팬들 사이에서 공갈포 타입의 선수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심도있는 토론이 열렸다.
[공갈포;;; 우리 좆된거 아니냐?]└한 경기만에 타율 6푼 급락 ㅋㅋㅋㅋ
└아무것도 못하네 ㅅㅂ
└선풍기 존나게 돌아간다
└ㅂㅅ들아 어제만 해도 강건우 빈자리 메꾼다고 그리 좋다고 지랄들을 하드니 냄비근성;;;
└꼴빠들 원투데이보냐 ㅋㅋㅋㅋㅋ
└이래놓고 내일 홈런까면 존나 빨아제낄거임
└내일 병살치면?
└그럼 퇴출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홈런 깔때는 스윙 개간지였는데 삼진만 처먹으니 왜케 멍청해보임?
└슬슬 변화구 견제 들어오는데 이거 답 없는거 아님?
└공갈포의 매력을 모르네 그러다가 실투 하나 들어오면 훅 가는거임
└솔직히 0.250에 홈런 30개만 까도 됨 ㅇㅇ
└그럴바에 노루가 낫지
└얜 한달 있다 합류했잖음
└그래도 40개는 쳐주라
└그건 직접말해 ㅂ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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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 펠튼은 종종 슬럼프를 겪긴 했지만, 실투가 들어오면 여지없이 넘겨버리는 파워를 과시하며 팀에 녹아들었다.
홈 경기 후 퇴근길에 벌어지는 오션스 콘서트는 홈 팬들 사이에서 이미 명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박의현이 고래고래 노래 부르며 나오면 노경우와 앨빈 펠튼이 댄스 배틀을 시작하고, 최근에는 이훈이 각설이 모자를 쓰고 나왔다가 팬이 건네준 꽹과리를 치기도 했다.
이런 건 그냥 서비스다. 자신들의 경기를 돈 내고 보러 와서, 마지막까지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을 위한 팬 서비스.
오션스 팬들은 굳이 싸인을 받으려고 애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최소한 현세대의 오션스는 그랬다. 과거에는 이런 면에서 욕을 많이 먹었지만.
이시욱이 거드름을 피우고 있으면 양대근이 뒷덜미를 잡아 팬 앞에 대령하고, 이시욱은 ‘아! 행님! 나도 인자 서른인데!’라고 일단 한 번 외치고는 팬을 바라보고 웃으면서 말한다. ‘머라고 써드리까예?’
팀의 주축인 선수들이 그렇게 행동하면 다른 선수들도 따라 하게 된다. 선순환이다. 성적도 좋고, 선수들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팬들에게 잘 한다면 야구장을 찾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게 된다.
사람들이 야구장을 많이 찾을수록 프로야구의 가치는 높아진다. 아주 간단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건, 오션스가 원정을 떠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부산이 아닌 다른 지역에 사는 오션스 팬들은 오션스가 자신의 거주 지역으로 원정 경기를 올 때마다 경기장을 찾으려 했다.
대전 원정 경기가 있었던 이날, 앨빈 펠튼은 자신의 화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결승 쓰리런을 기록했다. 타석에서 좋지 못하더라도 수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줄 아는 선수다. 외야 플라이에서 넉넉히 들어올 수 있을 법한 상황. 앨빈 펠튼은 레이저 송구로 주자를 제압했고, 홈에서 심판이 주먹을 휘둘러 아웃임을 알리자 크게 포효했다.
“함-보이도! 함-보이도! 함-보이도!”
발음상의 착각으로 자신의 별명이 ‘Harm boy’가 된 이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정말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너무 행복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지만, 가족들도 곧 이 나라로 올 예정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은퇴할 때까지 뛰고 싶습니다. 내 이름을 불러주는 팬들과 내 플레이로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너무 행복해요. 혹시 여기서 춤 한 번 춰도 될까요?”
어쨌든, 오션스 팬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유형의 선수였다. 양대근은 우두커니 앨빈 펠튼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래. 어차피 미친놈들 천진데 하나 더 추가된다고…그리고 미친놈 둘이 빠졌으니까.’
양대근이 말하는 미친놈 1은 다음번에는 강건우를 꼭 잡아낼 거라며 비장의 무기 단련에 여념이 없었고, 미친놈 2는 휴식일을 맞이해 아들과 노는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다움아. 악어 아저씨는 이상한 아저씨야.”
“아거 아저씨 조은데?”
“빨간 양말 신고 온 아저씨는?”
“그 아저씨도 조와.”
싱글벙글 웃고 있는 다움이에게, 강건우는 세상의 무서움을 어디부터 가르쳐야 할지 고민했다.
미친 사람들을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다니.
물론.
다른 사람들이 본인을 미친놈이라고 생각한다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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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7월 중순이 되었다. 양키스는 65승 31패로 승률 67.7%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최고 승률을 쓰고 있었다.
강건우는 마운드에서는 11승 2패. 평균자책점 1.45.
타자로는 타율 0.364에 25홈런.
선발로 등판한 다음 날 휴식을 취해왔기에 손해 본 경기가 꽤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타석에서도 마찬가지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있었다.
이쯤 되면 강건우가 어떤 선수인지 메이저리그의 모든 사람이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가 강건우를 분석해 공략하는 데 실패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션스는 49승 34패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2위 아이언스와 1게임 차이긴 하지만, 치고 올라온 후 무너지지 않았다. 3위 불도저스는 아이언스와 1게임 차.
강건우가 있을 때만큼 압도적이진 않더라도, 충분히 선두권에서 싸워낼 힘은 있었다. 게다가 다소 부진하게 시작했던 외국인 투수도 궤도에 올라섰다. 볼넷이 줄고 삼진이 늘었으며, 이닝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후반기도 기대되는 이유였다.
강건우는 투수와 유격수로 모두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뽑혔고, 오션스는 올해도 KBO 올스타전에 자기 선수들을 줄 세우는데 성공했다.
[꼴션스 십새들아 올스타전을 대체 몇 시즌째 니들끼리 해처먹냐???]└꼬우면 인기팀ㄱ
└오션스 팬 되면 마음 ㅈㄴ 편함
└그 팀을 어케 응원함 ㅡㅡ
└일단 해보고 생각하자
데인 크리스티안은 올스타로 뽑히는 데 실패했다. 밸런스를 상당히 되찾았고 전반기가 끝나기 전에 엄청난 페이스로 달렸지만, 전반기 성적은 3.48의 평균자책점에 5승 8패. 시즌 초반의 부진이 컸다.
데인 크리스티안은 휴 브레드먼 감독에게 말했다.
“부당해요.”
휴 브레드먼은 꽤 곤란한 표정이었다.
“뭐가?”
“어째서 제가 등판할 때 갱은 항상 벤치에 있는 거죠?”
사실, 데인 크리스티안은 시즌 초반 강건우에게 약간의 라이벌 의식을 느꼈다. 쉽게 섞일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달라졌다. 강건우는 불친절한 사람이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불친절해 보이는 것은 그의 관심사가 다른 곳(부인과 아들)에 쏠려 있어서 그런 거지, 타고나게 사람을 싫어하는 타입이 아니다.
“그야, 자네가 갱의 바로 다음 날 등판하니까…갱도 사람이잖나.”
데인 크리스티안이 중얼거렸다.
“사람이 맞긴 맞는 건가요?”
휴 브레드먼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아마도.”
강건우가 여기서도 잘 할 거라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감독도 예상치 못했다. 그래서 확신으로 가득한 대답을 내놓진 못했다.
그리고 문제는, 다른 선발 투수들도 이런 비슷한 말을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김권종은 등판 간격을 한 번 건너뛰어서라도 강건우가 유격수로 출전하는 날 등판하려고 여러 번 시도했고, 결국 성공하고 말았다.
“갱은 올스타전에 출전하니까 좀 쉬어야 할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올스타전 이후 바로 등판하고 싶습니다.”
휴 브레드먼은 헛웃음을 지었다. 한 시간 전에는 루돌프 파울리가 찾아와 올스타전 이후 자신을 강건우가 등판하고 3일 뒤에 등판하는 거로 간격을 조정해달라고 부탁했었는데.
감독은 결정하는 자리다. 투수들의 입장도 이해한다. 리그 최고의 강타자인 강건우가 자기 등판일에 선발로 나와 타점을 올려주길 바라고, 리그 최고의 유격수인 강건우가 자신의 등 뒤에서 든든히 내야를 지켜주길 원한다.
지금으로선 결정하기 힘들다.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검토해보지.”
데인 크리스티안이 나간 후, 휴 브레드먼은 잠시 고민하다 정유리를 호출했다.
그리고 정유리는 휴 브레드먼의 말을 듣고 황당한 표정을 짓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갱을 하나 더 만들어줘.”
“예?”
“아니, 내가 말실수를 했어. 두 개 더 만들어주면 더할 나위 없겠군.”
“뭐라고요?”
“안 되나?”
“그게 무슨…”
“자넨 뭐든지 할 수 있잖아.”
“그러니까…”
“제발.”
“…”
“정말 안 되나?”
“건우는 로봇이 아닌데요…”
“왜?”
“왜라뇨.”
“아냐. 자넨 할 수 있어. 얼마면 되나? 말만 해. 구단주에게 얼마든지 돈을 내놓으라고 할테니…”
“하하.”
“…”
“안 돼요.”
“…너무하는군.”
정유리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 웃었다.
사실, 어제 론버거 킨에게 강건우를 하나만 만들어서 한국에 보내달라는 부탁을 받았었다.
“건우 같은 잠재력 있는 선수가 있다면 또 모르죠.”
“없나?”
“없어요. 제가 본 모든 선수들 중에는, 아무도요.”
“왜?”
“왜라뇨?”
“제발…”
끝이 없을 것 같은 문답이 이어질 것 같자, 정유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전 가볼게요.”
“안돼…”
사람들이 점점 미쳐가는 것 같기도 하다. 야구란 대체 어떤 스포츠인 걸까. 나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지.
한숨을 내쉬며 밖으로 나왔는데, 강건우가 꽃을 들고 서 있었다.
“누나.”
“건우야. 이거 뭐야?”
“잠깐 나갔다 왔는데 팔길래. 누나 생각나서 사왔지.”
정유리는 웃으며 강건우가 건네준 꽃을 받아들었다. 멀리서 시오도어 오닐이 휘파람을 불길래, 손을 흔들며 말했다.
“오닐! 포구 연습하러 가야죠!”
오닐이 그 덩치에 안 맞게 후다닥 몸을 숨겼다. 미국에 올 때만 해도 선수들이 자기를 투명 인간 취급하면 어쩌나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가자. 어깨 체크하게.”
“응.”
내 능력이 여기서도 통한다는 거,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그리고 그걸 도와주려고 항상 애쓰는 남편이 사랑스러웠다. 강건우의 엉덩이를 툭 치자, 강건우가 씩 웃는다.
정유리도 마주 보며 웃었다.
이게 만약 꿈이라면, 다 부숴버릴 거야.
꽤 오래된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