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37)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9화(39/385)
포커 페이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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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오션스와 대전 메테오스.
극성인 팬덤을 보유했으며, 최근 몇 시즌 간 마치 영혼의 파트너라도 된 것처럼 시즌 순위표에서 떨어질 생각조차 하지 않은 팀들이다.
팬들은 서로 누가 낫니 따지며 싸우곤 한다. 물론, 다른 팀의 팬들은 이들이 싸우는 걸 보고 그냥 웃고 즐길 뿐이었다.
상위권 팀들은 이 두 팀을 상대로 꼭 이기려고 노력한다. 소위 돌소금 동맹으로 불리는 이들에게 패배한다면 최약체에 졌다는 심리적 타격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 팀들이 승리를 쉽게 따냈다는 가정하에 승률에서 큰 손해를 보게 된다.
물론 ‘2약’팀에게 지는 걸 본 팬들의 원성도 어마어마하다.
오션스가 현재까지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메테오스가 중위권에 위치하며 선전하고 있다 한들, 해당 팀의 팬들 외에는 그들이 시즌 끝에도 그 자리에 있을 거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금 당장 기대보다 잘한다 한들, 결국 제 자리를 찾아갈 거라는 굳은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2028 정규 시즌에서 처음으로 맞붙는 두 팀의 경기에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돌소금 이번에 걍 지는 놈들이 해체하는 거 어떰?]ㄴ시발 안돼 쟤네 없으면 어디서 승률 올림
└지금 오션스 1위인데 몬 개솔
└올해는 봄이 좀 긴 듯
└이상기후가 이걸?
└꼴션스 니들은 탄소 때문에 산 줄 알아라 ㅋㅋㅋ
└시즌 이제 10% 지났다 오션스 올해 그래도 괜찮으니 8위 정도 예상함 돌멩이들 아늑한 10위로 돌아가셈
└킹테오스를 얕보지 마라 십새들아
[메테오스랑 오션스 두 팀 합치면 좀 세지 않냐?]└메테오스 선발+오션스 타선 괜찮은데?
└불펜은?
└아 쉬발 불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걸 깜빡했네
[얘네들은 걍 외국인 불펜으로 데려오면 안 되냐?]└오션스 선발에서 외국인 둘 빼면 김저퀄 밖에 없는데?
└긴급재난지원용병으로 마무리 하나만 외국인으로 쓰게 해주라
└우리가 매번 드랲 상위권 쓸어가느니 우리 좀 도와주고 너네도 좋고 상부상조 아닐까?
└이 새끼들은 왜 양심이 없는 걸까?
└너네도 99101010 해봐라 양심이 남아나나
└99101010할 동안 응원하는 건 양심이 아니라 지능이 없는게 아닐까?
└솔직히 돌멩이들은 이해라도 좀 간다. 대전에서 빵먹는거 아니면 야구 밖에 없은까. 근데 부산 놈들은 왜 그러냐?
└ㄹㅇㅋㅋ나같음 창원간다 ㅋㅋㅋㅋ
└오션스의 시대가 곧 올것
└뭔 개솔이여 ㅋㅋㅋ
어쨌거나, 상당한 관심 속에 메테오스와 오션스의 1차전이 열리기 직전이었다.
[토토하는 놈들 있냐? 돌꼴라시코 베팅 어케함?]└5선발 매치라 예측 절대 불가임
└오션스는 1군 기록없을무인 투수임 2군에서 데려온 듯
└메테오스는 송태웅이라더라
└걘 또 누구냐
└올해 신인임
└걔 잘함?
└2군 성적 양호함 ㅇㅇ
└우리 주라
└;;;
└오션스 주라
└미친새끼야 주긴 뭘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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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봐!”
베란다 아래로 보이는 유리는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나도 손을 흔들어줬다.
매일 느끼고 있다. 아니, 매일은 아니라 유리를 볼 때마다 느끼고 있다.
뭐, 그냥 그렇다는 거다. 지금 당장 내 곁에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하는거.
아버지는 오늘 회사 사람들과 경기를 보러 오신다고 하셨다. 파이러츠를 응원할 때 보다 생기가 넘치고, 야구에 좀 더 열정적으로 보이는 듯하다.
하긴, 원래 오션스 광 팬이셨으니까. 어머니 말로는 사직 구장에서 펜스 타다가 보안 요원한테 잡혀간 적도 있다고 하셨다.
“그때 헤어지려고 했었는데.”
어머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씀하셨고, 아버지는 뜨끔하셨는지 말을 돌리셨다. 아무튼, 근래 오션스의 팬이 되어버린 어머니는 이제야 야구를 배워가는 중이다.
“유리가 가르쳐 줬는데, 우리 아들 발사 각도랑 타구 속도가 홈런 치기에 이상적이라더라?”
배워가는 단계치고는 조금 복잡한 것부터 배우신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네. 배럴 타구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맞아. 배럴 타구. 그렇게 치면 타율이 5할 이상이라며?”
“맞아요.”
“그럼 5할 타자 되는 거야?”
“매번 그렇게 칠 수는 없어서요.”
“하긴. 발사 속도 158km/h 이상에 발사 각도를 26도에서 30도 사이로 맞춰야 하니까. 쉽진 않겠다.”
아무튼, 어머니가 야구에 크게 관심을 가지니 신기하긴 하다. 아무래도 가까운 데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는 그냥 내가 다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셨는데.
“…그게 뭐냐?”
아버지는 뭐.
그냥 야구를 좋아하시는, 야구장에 몰래 소주 들고 들어가는 것을 그날의 목표로 삼는 분이시다.
많이 다르지만, 뭐 어떤가.
“아버지. 근데 드론은 왜 사셨어요?”
“드론?”
“드론으로 소주 운반하려고 샀을걸?”
“아, 무슨 소리야? 아냐.”
“강건우 부친 강모씨 드론으로 야구장에 소주 반입하다 적발됐다는 기사 뜨면 대망신이겠다, 그치 아들?”
아버지는 한사코 아니라고 부인하셨다. 그리고 잠시 어머니가 자리를 비우셨을 때 내게 말씀하셨다.
“건우야.”
“예.”
“아빠가 생각이 좀 짧았다.”
“진짜 소주 반입하려고 사신 거예요?”
“오늘 환불하마.”
내가 웃자, 아버지는 입맛을 다시며 말씀하셨다.
“너한테 민폐 끼칠 거 같아서 안 그래도 환불 하려고 했었다. 사실은 종석이놈이 드론으로 소주 가지고 들어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해서…”
거기까지 말 했을 때, 벽 뒤에 숨어계시던 어머니가 나오셨다.
“그럴 줄 알았어.”
“아니, 여보. 언제 왔어?”
“하여튼 남자들 골때린다니까.”
“맥주 마실 거야, 맥주. 소주 그거 맛도 없고.”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 부모님과 통화도 거의 하지 않았던 것이 기억난다.
그때의 나는 내가 왜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야구로 날 증명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한국에 있으니 좋다. 가족들과 유리뿐만 아니라, 어딜 가더라도 마음이 편한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거기서는 어디에 있건 뭘 하건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나는 날카로웠고, 무조건 내 생활 루틴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의 간섭에 민감했었다.
“근데 건우야.”
“예.”
“국민성이라는 투수는 어때? 잘 던지냐?”
국민성이라.
사실 나도 아주 잘 알지는 못하는데…
“그래. 오늘 선발 걔라며?”
“저 보다 두 살 많긴 한데 이번이 1군 데뷔전이라서 저도 잘 몰라요.”
그냥 내가 아는 건, 2군에 있다가 감독이 직접 1군에 올렸고, 30대가 넘어서야 포텐이 터졌던 선수라는 것밖에는 없다.
“잘 던졌으면 좋겠네요.”
잘 좀 던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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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은 오션스 2군의 롱 릴리프로 활약하고 있었다.
말이 좋아 롱 릴리프지 패전처리라고 보면 되는 위치였다.
제구 괜찮고 체력이 좋아 전천후로 활용할 수 있는 투수지만, 공이 느리다는 이유로 크게 기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휴 브레드먼은 이 투수의 기록에 주목했다.
연타를 잘 허용하지 않고, 피장타율이 낮으며 사사구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연투를 하더라도 성적에 큰 변화가 없었다.
“자네가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군.”
사실, 투수 코치가 이 투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기에 더 호기심이 생겼었다. 어쩌면 변덕일지도 모른다.
“감사합니다.”
처음 1군 무대를 밟게 된 이 투수는 조용한 성격인 것 같았다.
물론, 쓰더라도 불펜에서 몇 경기 정도 점검을 해보고 쓰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현호가 지난 원정 경기 등판 이후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 그리고 투수 코치가 대체 선발로 추천한 선수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어제 불러서 점검했을 때, 꽤 좋은 느낌이 들었다.
‘공만 빠르다고 투수는 아니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국민성에 관해 물어봤을 때, 투수 코치의 대답은 ‘공이 느려서 못 쓴다’, ‘변화구가 없다.’ 같은 말뿐이었다.
그러면 이현호가 변화구를 잘 던지나? 혹은, 공이 빠른가?
전혀 아니었다.
어쨌거나, 감독은 포수가 새로 온 투수를 반겨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포수가 뭐라고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통역사에게 물어봐도 포수가 평소에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반갑다! 나는 박의현! 사직 야구장 홈 플레이트에 묻히고 싶은 남자! 오션스의 포수 박의현이다! 잘 부탁한다!”
“아. 예. 반갑습니다.”
“우리가 KBO 최초로 퍼펙트게임을 해내는 배터리가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든다!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적인 장소인 사직에 온 걸 환영한다! 자! 내가 이 야구의 성지를 소개해주마! 나만 믿고 따라와라!”
항상 시끄러운 녀석이다. 그래도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감독은 감독실 밖에서 들려오는 박의현의 목소리를 듣고 싱긋 웃으며 통역사에게 말했다.
“좋아. 캡틴을 불러줘. 그 커다란 친구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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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월요일에 쉴 수 있어서 좋다.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경기를 치르는데, 여름에는 장마나 태풍 등의 영향으로 휴식일이 길어질 때도 많다고 한다.
현수는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었다. 우천 취소가 잦으면 가필드-심슨-비-비-비의 선발 로테이션을 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비가 그렇게 오면 당연히 다른 팀들도 에이스급 투수만 낼 테니 그리 좋은 아이디어는 아닐 거라고 이야기해주지는 않았다.
특히 다른 팀의 불펜이 더 쌩쌩해질 테니 더더욱.
어쨌거나, 오늘 1군 데뷔전을 치르게 될 국민성은 아주 말이 없는 타입이었다.
“나, 포기를 모르는 남자 박의현! 오늘 너와 내가 힘을 합쳐 최고의 경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
침착하다. 정말로 침착하다. 박의현 앞에서 저렇게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국민성이라는 이름은 몇 년 뒤에 들려올 이름이다. 투구 하는 모습을 관심 있게 지켜봤지만 특출나게 뛰어난 부분을 찾지는 못했다.
꽤 특이한 이력을 가진 거로 기억한다. 야구계에서 사라졌다가, 30대가 되어서야 다시 모습을 드러내 유명세를 탔었다.
그것도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사회인 야구단에서 시작해 일본 프로야구 1군 무대에서 활약했으니 분명히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텐데, 그게 뭔지 아직은 모르겠다.
잠시 야구 팬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동안 기연이라도 얻었나?
기왕이면 지금 바로 그 잠재력을 터뜨려 줬으면 좋겠지만, 그건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솔직히 말하면, 바로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는 투수였다면 공백 기간이 없었을 것 같기는 하다.
그건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거고, 곧 경기가 시작된다.
“하나, 둘, 셋, 하면…”
“오션스 파이팅!”
“노경우 너 또 엉덩이 생각하고 있었냐?”
“아! 죄송합니다!”
“그래. 정신 차려. 자, 다시. 하나 둘 셋 하면 오션스 파이팅. 하나, 둘, 셋.”
“오션스! 파이팅!”
1회 초 수비를 위해 내 자리를 찾아가면서 고개를 돌려 펄럭이는 깃발 두 개를 찾았다.
유리는 저기에.
그리고 테이블 석에 아버지가 회사 동료분들과 함께 계실 거다.
사직 야구장에서 몇 경기 하지도 않았지만, 벌써 여기가 친근하게 느껴진다.
“최강무적 오션스 승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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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번호 83번.
그리 주목받지 못하는 선수의 번호다.
170cm 중반의 그리 크지 않은 키. 단단하기는 하지만 특출난 것 없어 보이는 체구.
대기만성형의 이 투수는 별로 특별할 것 없이 1회 초 투구를 시작했다.
조금 특이하게 보이는 점은, 1군 데뷔전인데도 크게 긴장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다.
보통 데뷔전에는 떨기 마련이다. 아마 나도 메이저리그 데뷔전 때는 좀 떨지 않았을까.
박의현이 패스트볼 싸인을 냈다. 그리고 투구.
“파울!”
전광판을 슬쩍 확인하니, 138km/h.
구속이야 빠르면 좋긴 하지만, 느려도 좋은 투수가 될 수는 있다.
두 번째 공.
“파울!”
메테오스의 1번 타자는 전형적인 우투좌타 똑딱이다. 일단 배트에 갖다 맞히고 1루 쪽으로 뛰어나갈 준비를 하는 스타일.
사실, 그리 위협적이지는 않다. 다만 내보내면 투수의 신경을 긁을 수는 있다. 발 빠르고 도루 성공률도 높은 선수라서.
세 번째 공.
딱!
타자가 배트와 같이 돌면서 공을 때려냈다. 1루 쪽으로 향하는 타구.
1루수 이시욱 선배가 조금 옆으로 움직여 공을 잡아냈다. 투수의 움직임을 봤는데, 타구가 1루 쪽으로 향하자마자 1루 베이스 커버를 위해 뛰었다.
“아웃!”
보기에만 그런 게 아니라, 진짜 긴장을 안 한 것 같다. 투수들은 베이스 커버를 종종 깜빡하기도 하고, 데뷔전이라면 더 그럴 텐데.
그리고 데뷔 첫 아웃 카운트를 따냈음에도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이 묵묵히 마운드로 돌아왔다.
2번 타자 상대로는 3구째 유격수 땅볼. 나는 거의 움직이지도 않고 타구를 잡아냈다.
3번 타자. 메테오스의 간판이라는 복현성.
리포트를 봤을 때는 리드오프로 딱 맞는데, 메테오스에서는 중심 타자로 쓰고 있었다.
“파울!”
“파울!”
뒤에서 보고 있자면, 제구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쉽게 볼 수 있는 공이 없다. 존 끄트머리에 걸치면서도 타자의 밸런스를 미묘하게 빼앗는다.
이현호 보다 훨씬 나은데 왜 지금까지 안 썼을까.
복현성을 상대로 3구째 체인지업을 던지는 것을 봤을 때,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포심만 던졌구나.
따악!
체인지업의 제구가 약간 나빴다. 조금 몰린 공을 복현성이 때렸고,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몸을 날려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낚아채고 두 번 정도 구른 후 글러브를 들어 내가 공을 잡아냈음을 알렸다.
“아웃!”
국민성은 모자챙을 슬쩍 만져 내게 감사를 표했다.
뭐지.
다른 투수들은 이런 수비 보면 좋아 죽으려고 하던데. 뭐지.
반응이 왜 저렇게 밋밋해? 안 멋있었나?
흠.
나도 오션스 스타일의 극성 반응에 익숙해져 버린 걸까. 관중석을 힐끗 바라보자, 팬들이 환호하고 깃발이 미친듯이 나부끼고 있었다.
…유리는 수비 보고 좋아해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