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370)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72화(372/385)
지구 온난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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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KBO와 미국의 MLB는 거의 비슷한 시기에 포스트시즌 경기를 시작하게 됐다.
야구 팬들에게는 축제나 마찬가지다. 한국의 몇몇 야구 팬들은 볼거리가 넘쳐나는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관람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12개 팀 중,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활약하는 팀만 무려 4팀이다.
양키스에는 강건우와 김권종 두 명이 뛰고 있고, 레드삭스에는 민승기가 있다. 민승기의 레드삭스가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미네소타 트윈스에 승리한다면 디비전 시리즈에서 양키스를 만난다.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인 두 도시를 오가며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활약을 지켜볼 수 있는 괜찮은 일정이 될 수 있다. 레드삭스가 트윈스에 패배하지만 않는다면 최소한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한국인 선수를 볼 수 있고, 야구 경기를 보러 미국까지 갈 정도의 야구광이라면 응원 팀이 없더라도 월드 시리즈는 충분히 관람할 가치가 있기에 가장 많은 미국 원정 야구 팬들이 선택한 루트였다.
내셔널리그에는 박용재의 컵스가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자이언츠와 맞붙고, 여기서 이기면 다저스와 경기하게 된다.
반대편에도 재밌는 매치업이 있다. 천제현이 뛰고 있는 메츠는 한때 KBO에서 뛰었던 앤디 가필드의 필리스와 맞붙는다. 두 팀은 서로 으르렁대기로 유명하고, 최근 앤디 가필드가 기름을 붓기도 했다.
메테오스 팬 중에 이 MLB 원정을 떠난 사람들이 꽤 있었다. 이번 시즌 메테오스는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고, 헛헛한 마음을 달래려는 팬들이 미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투어를 계획한 한국인 중에는 현직 메이저리거도 있었다.
-정조준 : 진짜 누구 응원해야 할지 도저히 고를 수가 없다
정조준은 0.309의 타율에 31홈런 26도루를 기록했다. 출루율은 0.371이며 98타점 93득점.
개인 성적은 나무랄 것 없었지만, 팀은 실패했다. 이번 시즌에도 투수진과 수비가 발목을 잡았다. 사실, 정조준도 팬들의 비난에서 쉽게 피해가진 못했다.
코너 외야수에게 요구되는 타격 성적은 그렇다 치고, 리그 평균을 밑도는 수비력과 송구 실력은 약간의 걸림돌이 되었다.
물론, 적당한 팀이었다면 3할에 30홈런뿐만 아니라 20-20에다가 100타점 가까이 기록한 코너 외야수에게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을 테고 대부분의 팬은 그렇지 않지만, 어떤 팀이라도 일부 극성맞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민승기 : 정조준…
-민승기 : 당연히 악의 제국을 처단해야 하지 않겠는가…
-민승기 : 정의는 레드삭스에 있다…!
-박용재 : 월드시리즈에서 레드삭스 만나면 진짜 힘들듯
-박용재 : 민승기의 레드삭스 ㄷㄷㄷㄷㄷㄷㄷ
-천제현 : 이제 조준이 계약 1년 남았냐? 팀 옮길 거?
정조준은 천제현의 메시지를 읽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벌써 메이저리그 진출 후 3시즌이 지났다. 이제 한 시즌만 더 뛰면 메이저리그에서 자유계약 신분이 되고, 새 팀을 찾아 계약한 후 새 팀에서 새 시즌을 시작하게 될 때 정조준은 한국 나이로 32세가 될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의 경험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3년간 3할 30홈런을 두 번 기록했다. 나머지 한 번은 2할 후반의 타율에 20개 중반의 홈런.
타율을 3할 중반으로 끌어올리거나 홈런 숫자를 더 늘리고 싶지만, 쉽지는 않다. 이 정도만 하더라도 충분히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광역 어그로를 끈 만큼 개인적인 노력도 무시무시하게 뒤따라야 했다. 정조준이 데인 크리스티안에게 시비를 걸었던 것의 이면에는 자신에 대한 다짐도 숨어 있다. 저런 투수와 나는 동급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100% 만족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속에 숨은 갈증이 해결되지 않는다.
그게 뭘까. 뭐가 문제일까. 여기서 더 올라가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불만일까. 강건우가 내는 압도적인 성적을 단 한 번도 쫓아가지 못한 자신에 대한 실망일까.
곰곰이 생각했다. 강건우를 따라잡는다? 그게 안 된다는 것은 굉장히 슬프지만, 알고는 있었다. 자신이 세계 최고의 야구 천재라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 아니란 걸 안다.
그러다 한 가지가 떠올랐다.
‘우승…?’
어쩌면, 아니.
확실히 그게 부족했다.
정조준은 창원 파이러츠를 이끌고 2027년에 커리어 하이급의 성적을 기록했다. 타율이 0.341이었고 출루율은 그보다 1할을 약간 넘기는 0.442. 37홈런에 125타점으로 타점왕까지.
파이러츠는 한국 시리즈의 제왕이 되었고, 정조준은 그해 KBO MVP를 수상하며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한동안은 파이러츠의 기세가 계속될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투수진의 리더인 손용기가 완전히 무르익었고, 다른 투수들도 탄탄했다.
타선에서는 주장 유시훈 아래 중견급 선수들이 자리 잡고 정조준을 위시해 젊은 타자들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자신 있었다. 파이러츠를 KBO 최강으로 만들어 군림한 다음 메이저리그를 정복하는 것이 자신의 계획이었고, 첫발을 내디딘 시기였다.
그리고 모든 것이 박살 났다.
2028년. 강건우의 등장 이후로.
충격적인 놈이었다.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와 리그를 박살 내더니, 미국 올림픽에서 미국을 박살 냈다. 그 시즌에는 우승에 실패했지만 그다음 해부터 오션스는 KBO를 지배했고, 정조준은 팀 성적이나 개인 성적에서 강건우를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다.
그건 메이저리그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저놈을 개인 성적으로 이기는 것은 포기했다. 정조준은 아직 미래에 대해 크게 고민한 적은 없지만, 어디 홀리기라도 한 듯 손가락을 놀렸다.
-정조준 : 저 이적하게 되면 우승팀으로 가려고요
우승하고 싶다.
월드시리즈에서 승리해 트로피를 들고 카메라에 대고 자랑하고 싶다.
정조준이 이걸 가지게 됐다고 외치고 싶다.
-민승기 : 레드삭스로 오시겠다…?
-민승기 : 좋은 마음가짐이군…
-민승기 : 나 민승기의 타점 노예가 되어라 정조준…!
물론, 그냥 내뱉은 말이긴 했다. 하지만 자기가 정말 원하는 것이 뭔지 깨달은 것도 사실이다.
-강건우 : 조준이 형
-강건우 : 양키스에 코너 외야 자리 없는데…
-강건우 : 그냥 오션스 가는 거 추천
정조준은 심호흡했다. 강건우는 여러모로 속을 긁는데 일가견이 있는 놈이다.
참을 수 있다.
난 이제 어른이다.
난 형이다.
나는 30대다.
나는…
-정조준 : ㅅㅂ레드삭스 우승 기원
-정조준 : 족같은 양키스 좀 털어줘요 승기 형
참지 못하고 지르고 말았다!
-민승기 : 뭘 좀 아는 녀석이로군…
-민승기 : 그렇지 않나 박용재
-박용재 : 양키스는 조져야 제맛이지
-박용재 : 레드삭스 월시 ㄱㄱㄱㄱㄱㄱㄱ
솔직히 말해서, 양키스가 끌렸다. 강건우를 잡을 수 없다?
그럼 강건우와 같은 팀에서 뛴다면?
정조준의 손가락은 생각과는 조금 다르게 움직였다.
-정조준 : 솔직히 ㅅㅂ 양키스 스레기같음
-정조준 : 천억 달러를 줘도 그 팀에서는 안뜀 ㅅㅂ
-강건우 : ?
-강건우 : 천억 달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강건우 : 형 포시 탈락하고 드립학원 다님?ㅋㅋㅋㅋㅋㅋㅋㅋ
-정조준 : ㅎ ㅏ
정조준은 인터넷에 들어가 레드삭스 유니폼을 구매했다. 구매하고 나서야 저 옷을 입고 경기를 보러 갔다간 오리올스 팬들에게 잡혀 볼티모어 국립 수족관 앞에 거꾸로 매달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볼티모어의 별명은 ‘미국 살인의 수도’다. 이곳은 치안이 가장 나쁜 도시 중 하나며, 인종 차별 또한 심한 곳이기도 하다.
정조준은 얼른 구매를 취소했고, 그냥 평상복을 입고 경기를 관람하기로 결정했다.
-김권종 : 조준이 양키스 오게?
-김권종 : 우리 집에 방 비는데 여기서 지내도 괜찮아.
뒷북치는 김권종의 메시지는 씹었다.
전에 놀러 갔다가 집채만 한 악어를 보고 거의 기절할 뻔했었는데.
그런 괴물이랑 같은 집에서 살라고?
절대로, 무조건, 오히려 돈을 주고 살라고 해도 사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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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레드삭스와 미네소타 트윈스의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은, 양 팀이 1선발 투수를 내놓으며 꽤 수준 높은 투수전이 펼쳐졌다.
승자는 2.54의 평균자책점에 15승 6패를 기록한 바빈 프레이슬러를 내세운 레드삭스. 9회까지 2대 1의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고, 113구를 던져 바빈 프레이슬러가 9이닝 전부를 책임졌다.
[아까 중계 카메라가 JJJ를 잡아줬는데, 쟤 왜 저기 있는지 아는 사람 있어?]└미친놈끼리는 통하는 법이지
└그게 무슨 뜻인지 설명 좀 해줄래?
└Crazy Min의 경기를 보러 간 것 아닐까.
└설마 JJJ가 레드삭스로 가려는 건 아니겠지?
└글쎄. 이건 그냥 내 생각인데, JJJ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순 없을걸.
정조준은 경기를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다. 물론, 바빈 프레이슬러는 같은 지구 투수이기에 많이 상대해봤다. 그리고 혼자만의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7회의 2사 1, 3루 기회에 자신이라면 최소한 안타를 때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을 입안에 머무르게 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기도 했다.
[JJJ, ‘내가 트윈스 타자였다면 7회에 적시타를 쳤을 것.’]└누가 이 새끼 입 좀 묶어둘 수 없어?
└미안한데, 그건 불가능해. 세상 모든 사람이 실패했거든.
와일드카드 시리즈는 3전 2선승제로 진행된다. 그리고 레드삭스의 다음 카드는 크레이지 민.
민승기였다.
[와일드카드 시리즈 2차전 선발로 결정된 민승기, ‘여기서 승리한 후, 디비전 시리즈 3차전에 등판해 레드삭스의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을 확정 짓겠다.’]디비전 시리즈는 5전 3선승제로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민승기의 말은, 레드삭스가 양키스를 3대 0으로 꺾고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할 거라는 뜻이었다.
민승기의 눈은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 광기 어린 눈빛과 과장된 말투, 그리고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행동들 때문에 민승기를 크레이지 민이라고 불렀다.
KBO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내일 시작된다. 야구광들은 민승기의 경기를 보고 난 후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볼 수 있게 됐다.
양키스는 마음 편하게 기다리며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먼저 도착해 있는 팀은 확실히 유리할 수밖에 없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팀은 투수를 소모해야 하고, 양키스는 어느 팀이 올라오건 전략적으로 투수를 붙일 수 있게 됐다.
한국에서 론버거 킨도 투수 로테이션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양키스 감독 휴 브레드먼도 나름대로 고민을 하고는 있었는데, 론버거 킨에 비하면 행복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갱을…언제 투입하는 게 좋을까.’
물론, 나름대로는 고민이 크다.
한국에서 포스트시즌 때 강건우를 선발로 쓴 이후로는 심각한 고민까지는 필요 없었다. 승패가 확정될 때, 혹은 가장 중요할 때 투입하면 된다. 첫 시즌을 제외하고 오션스는 항상 한국 시리즈에 진출해 마지막 시리즈를 준비하면 됐었으니까.
여기서는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디비전 시리즈 이후 챔피언십 시리즈를 거쳐 월드 시리즈까지 봐야 한다. 강건우를 어떻게 활용할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첫 경기에 내보내면 두 번째 경기에서 활용이 제한된다. 정유리에게는 특별히 부탁을 해두었다. 강건우를 집중 케어하고 상태를 면밀히 체크해달라고.
어쩌면 한국에서처럼 써도 괜찮을지 모른다. 승리를 확정할 수 있는 경기에 투입하고, 다음 시리즈로 넘어가기 전에 휴식을 취할 수 있으니.
물론, 이 선택은 리스크를 동반한다. 그랬다가 패배하기라도 하면 시리즈 전체가 꼬일 수 있다.
그건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전략이긴 했다.
자신의 메이저리그 감독 부임 첫해에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을 차지한 휴 브레드먼은, 강건우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여전히 고민에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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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민이 경기를 준비합니다. 예. 그는 올 시즌 2.98의 ERA를 기록했고, 15승 8패로 레드삭스의 마운드를 바빈 프레이슬러와 함께 이끌었죠.
-재밌는 투수예요. 안 그래요?
-물론이죠. 저 투수만큼 재밌는 투수가 흔하진 않죠.
-여러 모로요.
-맞아요. 저 투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첫 홈런을 맞았을 때, 우리는 세상이 멸망하는 줄 알았어요. 그렇죠?
-그랬죠. 쓰러졌다가 웃으며 일어나더니 다음 타자에게 삼진을 뽑아냈을 때는…뭐라고 해야 하나…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당신이 아니라 누구라도 그랬을 겁니다. 물론, 저를 포함해서요.
-그래도 저 투수가 레드삭스 팬들의 마음을 훔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죠.
-맞습니다. 사생활, 성실함, 실력, 팬서비스 모든 면에서요!
-레드삭스 팬들은, 오늘 그의 눈물 대신 뜨거운 포효를 보기를 바랄 겁니다!
-물론이죠! 곧 경기 시작됩니다! 크레이지 민! 레드삭스 팬들을 미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양키스를 만나러 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지금 그의 어깨에 달려 있습니다!
-그는 여기서 이기고 양키스를 혼내주고 싶어 하죠.
-레드삭스 팬 모두가 그럴 겁니다…그건 분명하죠. 레드삭스 팬들은 레드삭스가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양키스의 우승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좋아요. 과연 크레이지 민과 레드삭스 팬들의 염원이 이루어질지 한 번 지켜보죠!
-관중석에 ‘The interview’ JJJ도 와 있는 것 같습니다. 카메라가 그를 비춰주네요.
-과연 그는 어느 팀을 응원하고 있을까요?
-글쎄요. 하하. 제 생각에는, 자기가 다 이길 수 있다고 말할 것 같은데요!
-물론 그렇겠죠. 한국 선수들은 다 재밌어요.
-그럼요. 좋습니다! 크레이지 민이 연습 투구를 끝내고 마운드에서 한 바퀴 돌면서 레드삭스 팬들에게 인사를 보냅니다! 뜨거운 눈빛으로!
-눈빛 좀 보세요. 불타고 있어요.
-소방차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한두 대로는 안 될 겁니다.
-이봐요! 소방헬기도 준비해!
-지구 온난화가 저 투수 때문이라고…
-그렇군요. 올해 보스턴의 이상 고온 현상의 원인이…
-흠. 이쯤에서 그만둘까요?
-날 멈춰줘서 고마워요. 정말로. 하마터면 북극의 빙하가 녹은 게 저 투수 때문이라고 말할 뻔했다고요.
-하루 종일도 할 수 있겠지만, 게임이 시작되거든요.
-아주 좋은 타이밍이에요! 자! 가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