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373)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75화(375/385)
지구 온난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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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아스카.
결혼 전 이름은 사카모토 아스카였던 이 여성은, 자신과 민승기의 쌍둥이 아이들을 데리고 디비전시리즈 경기가 열리는 펜웨이 파크를 찾았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만족스럽다. 몇몇 친척들이 원래 이곳에 살고 있기도 했고, 남편이 보스턴 레드삭스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사랑이 넘치는 가족이다.
민승기는 여기서도 야구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고, 그건 아스카에게 이곳의 생활을 더 만족스럽게 만드는 요소였다.
남편은 열정적이다. 남편은 사람들의 마음을 뜨겁게 만드는 사람이고, 언제나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
아이들에게도 좋은 아빠다. 좋은 남편이며, 훌륭한 프로다.
남편은 강건우를 이기고 싶어 한다. 강건우도 좋은 사람이다. 은근히 남편을 잘 챙겨주는 편이고, 야구에서 막혔을 때 조심스레 도와주려 한 적도 많았다.
그렇지만 오늘은 상대로 만난다. 시즌 중에 강건우는 항상 남편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만큼은 남편이 이길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물론, 아스카도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민승기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세이버메트릭스 이론을 포함한 야구 공부를 열심히 해왔다. 전공자인 정유리 만큼 여러 모로 박식하진 않지만, 어지간한 전문가 수준까지 올랐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강건우에게 약점이란 것을 찾기가 힘들다.
말 그대로 완성형 선수.
진정한 의미에서의 완성형 선수일지도 모른다. 투수와 타자, 그리고 야수까지 모든 것을 완벽에 가깝게 소화해내니까.
그럼에도 이길 수 있다고 기운을 불어 넣어줬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민승기의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아서, 다 함께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얘들아, 아빠 응원해야지?”
“응! 아빠! 화이토옹!”
“아빠다 아빠! 아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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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승기는 전광판에 쓰여진 이름들을 살폈다.
양키스 4번 타자, 지명타자 강건우.
양키스 선발 투수 김권종.
강건우가 유격수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다행이다. 유격수 강건우가 어떤 경기에서 몇 점을 빼앗아 가는지는 자신이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조금은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유 있다는 이야기겠지. 시리즈 스코어 2대 0으로 앞서고 있으니 양키스는 남은 세 경기 중 한 경기만 이기면 된다.
야구에서 상황은 순식간에 바뀐다. 민승기는 자신이 대역전극의 초석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고, 그런 걸 바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노력했다.
사실, 휴 브레드먼이 방심하거나 레드삭스를 얕본 것은 아니었다. 그린 라이트를 가진 강건우가 선발 투수 겸 타자로 나서서 도루를 여섯 개나 해버렸다.
물론, 양키스 팬들에게는 최고의 하루였을 것이다. 그리고 경기 후 검진 결과 강건우의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
강건우의 메이저리그 첫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이 고작 6이닝에 그친 것은 바로 그런 이유였다.
감독은 강건우가 유격수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그냥 지명타자로 출전하게 했다. 론버거 킨의 협박 전화에 겁먹은 것은 아니었다. 만약 이 경기에서 패배하기라도 한다면 다음 경기 유격수는 강건우다.
민승기와 김권종.
이 두 투수는 이 바닥에서 거의 동급으로 취급받고 있다. 매 시즌 타이틀을 노리는 컨텐더 팀의 1선발로는 조금 애매할 수 있지만, 중하위권 팀에서는 에이스 역할도 충분히 가능하며, 어느 팀에 가더라도 2~3선발 정도는 가능한 수준의 선발 투수들.
두 한국인 선수가 맞붙는 것도 꽤 화제성이 컸다.
텍사스 레인저스 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대 시카고 컵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대 필라델피아 필리스.
다른 곳에서도 치열한 디비전시리즈가 전개되고 있었지만, 미국 프로스포츠 최고의 라이벌 매치인 뉴욕 양키스 대 보스턴 레드삭스 전이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었다.
먼저, 민승기가 마운드에 섰다. 레드삭스 팬들이 힘찬 박수를 보낸다.
민승기가 저기 서 있을 때면 펜웨이 파크의 온도가 몇 도는 올라가는 것 같다. 워낙 감정 표현이 풍부한 선수다 보니, 팬들도 민승기의 감정 표현에 휩쓸리곤 했다.
처음에는 그냥 일종의 밈(meme)으로 받아들여졌으나, 이제 진정한 레드삭스 팬이라면 민승기의 감정 쇼에 동화되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어쨌거나.
민승기는 양키스 1번 타자 웨스 아델만과 승부를 시작했다.
스트라이크, 파울, 볼, 볼, 파울, 파울.
민승기의 손끝을 떠난 7구째 커브가 살짝 몰린 것을 웨스 아델만은 놓치지 않았다.
딱!
투수 발 옆을 지나 2루 베이스를 스쳐 지나가는 타구.
“빌어먹을!”
레드삭스 팬들 사이에서 비명 같은 욕설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민승기의 침착한 모습을 보고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다음 타자에게 삼진을 잡아냈을 때는, 많은 팬이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맞은 것을 잊었다.
그러나 대기 타석으로 나오는 강건우를 보자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저놈도 여기 올 수 있었는데!
“멍청한 단장!”
단장의 잘못은 아니지만, 단장의 잘못이다. 레드삭스 팬들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다음 타자인 기예르모 고메즈와 민승기의 승부를 지켜봤다.
강건우 저놈만 나오면 되는 일이 없다. 제발, 병살타. 제발.
4구째에 민승기는 커브를 선택했고, 이번엔 제구가 괜찮았다. 존 아래로 뚝 떨어지는 커브.
존 안에 들어온다고 해서 다 제구된 공이 아니고, 존 밖으로 나간다고 해서 제구에 실패한 공이 아니다.
기예르모 고메즈의 방망이가 뚝 떨어지는 커브를 억지로 따라가다 최악의 결과를 냈다.
딱!
“아웃!”
“아웃!”
부드럽게 이어지는 병살. 민승기는 첫 타자에게 공을 많이 던졌지만 아무 일 없이 마무리했고, 레드삭스 팬들이 환호했다.
강건우를 안 봐도 된다는 것은, 상대 팀에게 굉장한 안도감을 준다.
물론 잠시 후면 강건우가 타석에 나서게 될 것이다. 그래도 잠깐은 그런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된다.
“Min! Min! Min!”
“Min! Special! Korean!”
“Min! Super! K-machine!”
“Oh, my crazy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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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종도 안타를 하나 맞았지만 삼진 두 개와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로 1회 말을 마무리했다.
레드삭스 팬들은 꽤 화가 났다. 디비전시리즈 들어 팀의 공격력이 사라지다시피 한 느낌이다.
다시 민승기가 마운드에 올라온다. 그리고 타석에는 강건우가 나타났다.
민승기가 눈에서 레이저라도 나갈 것처럼 강건우를 노려봤고, 강건우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눈빛으로 응수했다.
하지만 배트를 쥔 손은 결연했다. 최소한 민승기에게 져선 안 된다. 물론, 민승기에게 범타로 물러난 적이 출루했던 적보다 많다.
그렇지만, 이건 중요한 경기니까.
민승기가 투구를 시작했고, 강건우는 왼발로부터 무게 이동을 시작했다.
공은 손을 떠났다. 이제 강건우에게 달렸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배트 혹은 포수 미트를 만나기까지는 찰나의 순간이다. 선수들은 이 짧은 순간에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어떨 때는 이때 역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강건우의 스윙이 힘차게 나온다. 민승기는 공격적인 투수지만 항상 앞뒤 안 가리고 존을 공략하지는 않는다.
헛스윙을 유도하기 위한, 존을 벗어나 존 위쪽을 향하는 포심 패스트볼.
하지만 강건우에게는 볼이 되었을 그 공마저도, 군침 도는 먹잇감일 뿐이었다.
따아아아아아아악-!
-저는 태어나서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노먼 돌턴.
-날고 있어요! 갱의 타구가 날고 있다고요!
-I believe i can fly-
-노래를 그만두고 감탄이라도 해요!
-와-우!
-좋아요. 내가 하죠. 갱이 2회 초 이닝 선두 타자로 나서서 레드삭스의 민에게 솔로 홈런을 빼앗았습니다! 존 위로 벗어나는 공이었지만! 갱에게 현대 야구의 스트라이크 존은 너무 좁은 것이 아닐까요!
-민, 일어서요. 갱에게 맞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앞서나가는 양키스! 갱의 표정을 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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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승기는 굴하지 않는다. 홈런을 맞았지만 타자들을 처리하는 자신의 직업을 잊지 않았다.
김권종도 컨디션이 좋은 듯하다. 세 종류의 슬라이더가 뱀처럼 휘어져 들어오며 레드삭스 타자들을 요리한다.
민승기는 4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강건우에게 3루타를 맞았으나 추가 실점을 내주진 않았다.
-그린 몬스터의 윗부분을 때리고 멀리 튀는 타구! 아! 외야수가 넘어졌어요! 공이 계속 굴러가는군요!
강건우는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를 펼쳤고, 민승기는 1사 3루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7회에도 민승기는 마운드에 있었다. 강건우에게 홈런을 맞은 것 외에는 실점이 없었고, 5회와 6회를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완전히 몸이 풀린 것 같은 모습.
그리고, 강건우에게 2루타를 맞았다.
-세상에는 뜨거운 눈빛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는 법이죠.
-그렇죠. 죽음, 세금, 그리고 갱-건-워!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그리고 다음 타자에겐 볼넷을 내줬지만, 그다음 타자에게는 병살타를.
-갱에게 홈런을 맞기는 했지만, 민은 정말 좋은 투수예요. 득점권 상황을 완벽하게 방어해내고 있습니다. 안 그래요?
-좋은 투수라는데 반박할 근거가 전혀 없군요. 예…하필 갱을 상대했을 뿐이겠죠.
민승기는 7이닝 동안 112개의 공을 던졌다. 2이닝 정도는 더 던질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레드삭스 감독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네의 헌신에 정말로 감사하고 있어. 팀 동료들을 믿어 줄 수 없겠나?”
민승기는 이런 말에 약하다. 고개를 끄덕이고, 112개의 공을 던진 오른팔에 아이싱을 시작했다.
강건우에게 홈런을 맞은 것이 분한가?
모르겠다.
김권종보다 못 던졌나?
그것도 모르겠다.
오늘 나는 부끄러운 경기를 했나?
모르겠지만, 아닌 것 같다.
경기를 보러 온 아내와 아이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줬나?
아닐 것이다. 내 가족들은 내가 무너지더라도 날 최고의 선수로 봐주지만, 오늘 나는 꽤 괜찮았다.
그런데 눈물이 흐르는 건 왜일까.
양키스에게 질 것 같아서?
팀을 승리로 이끌지 못해서?
아니면, 왜?
이유는 모르지만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바닥에 뚝뚝 떨어지기까지 한다.
민승기는 눈물을 억지로 멈춰 세우진 않았다. 그저 여전히 뜨거운 눈빛으로 자신이 방금까지 서 있던 곳을 응시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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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4 디비전시리즈) 뉴욕 양키스 1 : 0 보스턴 레드삭스.] [양키스, 레드삭스를 시리즈 스코어 3대 0으로 꺾고 챔피언십시리즈 진출 확정!] [김권종의 8이닝 9K 역투, 그리고 민승기의 7이닝 1실점 호투. 승패는 갈렸지만, 수준 높은 투수전이 펼쳐진 펜웨이 파크.] [힛 포 더 사이클, 갱! 홈런-3루타-2루타-안타! 리버스 내추럴 사이클 달성!] [크레이지 민의 눈물…레드삭스 팬들, 오늘도 무득점에 그친 타자들에게 비난 폭주.] [익명의 레드삭스 팬, ‘펜웨이 파크에서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은 놈 중에 이기고 싶어 하는 놈은 민 뿐이었다!’] [민승기 팬들, 북극곰 보호 재단에 기부키로.]└갑자기 북극곰은 왜?
└민이 우는 걸 못 봤어?
└봤지.
└그래도 이해를 못 해?
└못 해.
└그 자식이 하도 눈물을 많이 흘려서 해수면이 올라갔나 보지.
└비슷해.
└진심이야?
[뉴욕 양키스! 압도적인 시리즈 승리! 힛 포 더 사이클 기록한 강건우 기념 유니폼 출시!] [오늘도 관중석에서 양키스 구단주와 나란히 앉은 JJJ.] [정조준, ‘구단주인 줄도 몰랐다. 그냥 강건우가 그 자리 티켓을 구해주길래 앉았을 뿐이다.’]└그걸 믿으라고?
└이놈이 말하는 것의 99%는 거짓말이야.
└오늘 맥도날드에서 JJJ와 양키스 구단주가 햄버거 먹는걸 본 사람이 있어.
└맥도날드?
└뭘 먹었지?
└빅맥을 먹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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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너무 멋있었어! 칸-곤우가 나빴지! 그래도 당신이 최고예요! 알지? 아이들도 아빠가 최고랬어! 그렇지?”
민승기가 집에 돌아왔을 때, 아스카가 문 앞까지 배웅나와 밝게 말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쌍둥이가 아빠가 최고라며 춤을 추며 반겼다.
집 안에서 맛있는 냄새가 잔뜩 풍긴다.
이래서는…
울지도 못한다.
이미 많이 울었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애쓴 민승기는 환하게 웃으며 아스카를 안았고, 고맙다고 말한 다음 두 아이를 양손에 하나씩 안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불편한 마음이 싹 가신다. 야구라.
절대 지고 싶지 않지만, 지면 뭐 어떤가. 더 행복한 것이 여기 있는데 집에서만큼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어쩌면 이 사람은 야구밖에 모르는 내게 신이 내려준 천사가 아닐까. 패배했다는 죄책감도, 무기력한 마음도 단번에 날아간다.
식탁에는 민승기가 좋아하는 음식들이 너무 심하게 많이 차려져 있었다. 이건 절대로 다 먹지도 못 한다. 민승기가 패전투수가 되고 돌아온 날마다 나오는 아스카의 필살기다.
민승기는 여기선 울 수 없다.
물론, 민승기가 운 것은 화면에 잡혔다. 사실, 민승기는 울었다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다른 곳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더라도, 우리 가족들 앞에서는 웃을 수 있는 자신이 좋았다.
“역시, 엄마가 최고지?”
쌍둥이들에게 말하자, 아들이 대답했다.
“난 커서 엄마랑 결혼할 거야!”
“안 돼.”
“왜요?”
“엄마는 아빠랑 결혼했으니까.”
“난?”
“엄마 같은 여자는 세상에 절대 없으니까, 엄마보단 조금 못하지만 멋진 여자를 찾아봐야겠구나. 쉽진 않을 거야.”
아직 어린아이에게는 조금 어려운 말이다. 아스카가 빙긋 웃었다. 그리고 약간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아들을 안아주며 말했다.
“아빠가 짓궂다, 그렇지?”
쌍둥이 딸은 아빠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민승기는 딸을 안아 올리며 말했다.
“자. 밥 먹자. 너흰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아이들이야.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을 수 있으니까.”
자리에 앉아서 조용히 스마트폰을 열어 메이저리거 단톡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민승기 : 강건우…!
-민승기 : 내년에는 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