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4)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5화(5/385)
사직 아이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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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프트가 열리는 날, 나는 가족들과 함께 유리의 집에 있었다.
오션스가 제대로 뒤통수 칠 준비를 한 모양이었다. 내가 드래프트 현장에 출석하면 다른 팀들이 눈치를 챌 거라며, 지명 이후 진심을 보여주며 협상했다는 식의 언론 플레이를 하려는 듯했다.
“오션스 이 사기꾼 놈들.”
아버지가 투덜대셨다. 아무래도 창원 파이러츠 팬이시다 보니, 오션스 단장의 이 작전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비싼 소고기 얻어먹으면서 쉰소리 하기 없다.”
유리 아버지가 핀잔을 줬다. 두 분은 동갑내기 친구이자 한때 같은 오션스 팬이었지만 지금은…
“야구도 못 하는 놈들이 잔머리만 굴리고 말이야.”
“올해는 다르다.”
“그 말 한지 한 40년 다 돼가지 않냐? 그리고 올 시즌 끝나가는데 오션스가 지금 몇 위더라.”
“아직 시즌 끝 안 났거든? 그리고 말은 똑바로 해야지. 30 몇 년 밖에 안 됐다.”
“보자. 한국 시리즈 우승 못 한 지가…”
“네가 그런 말 할 처지가 되냐? 야구 졌다고 사직구장 쓰레기통에 울면서 불 지르려다가 제수씨한테 등짝 맞던 놈이.”
“뭐? 내가 언제?”
“2010년 준플.”
“맞아. 그거 기억난다. 건우 돌잔치 하고 얼마 안 있어서 그랬지.”
“아니, 여보. 내가 언제…”
“어! 이제 시작한다!”
원래 극성 팬들끼리는 유치한 법이다. 꼭 한국만 그런 것도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아직도 스마트폰을 유리에게 압수당해 있는 현수의 외침에 두 아저씨가 말다툼을 멈췄다.
-안녕하십니까, 한국 프로야구 팬 여러분! 지금부터 프로야구 신인 지명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1라운드 1번 지명권을 지닌 부산 오션스 차례입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카메라가 부산 오션스의 박준기 단장을 비추었다.
단장은 넥타이를 고쳐 매고 드래프트 회의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후, 자기 나름대로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마이크를 잡았다.
-부산 오션스 지명하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저 사람이 내 이름을 부르리란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다들 왜 그러는지는 몰라도 손에 땀을 쥐고 TV 화면을 지켜보고 있다.
단장이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알고 봐서 그런지 연기가 어설퍼 보인다.
-부산 오션스는 김해고 투수 겸 타자인 강건우 선수를 지명합니다.
“오션스 강건우!”
“건우야 축하해! 건우 엄마도!”
“누나! 이제 스마트폰 줘!”
집이 시끄러워졌고, 드래프트 회의장도 시끄러워졌다.
드래프트 회의장 여기저기서 ‘뭐?’,‘강건우?’,‘유병성은?’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카메라가 빈 의자를 비추고, 화면에는 내 프로필이 떴다.
사회자도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아, 예. 모두의 예상을 깨고 부산 오션스가 전체 1순위로 강건우 선수를 지명했습니다. 강건우 선수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고 오늘 이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는데요… 예. 오션스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네! 다음 순서는, 대전 메테오스 차례입니다! 대전 메테오스, 지명해주시죠.
카메라가 메테오스 테이블을 비추자, 다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메테오스 단장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타임! 타임 요청합니다!
오션스 단장이 애써 표정관리를 하고 있었고, 다른 팀의 단장들은 오션스 단장을 각양각색의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 시작하자마자 타임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예. 메테오스에 2분 드리겠습니다.
“유병성 뽑아야지.”
“유병성? 쟤네 투수 없잖아.”
“너네 팀도 투수 없잖아.”
“건우가 투수도 하고 타자도 하면 되는 거 아니냐?”
“우리 아들 투수는 안 한다던데?”
“우리 사위 160 던지는데?”
“누가 너네 사위냐?”
“장인어른.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타이밍에 맞춰 치고나가자 유리 아버지는 흐뭇하게 웃으며 술잔을 드셨고, 아버지는 황당해하며 날 바라보셨다. 어머니는 이 모습이 재밌는지 깔깔 웃으셨다.
그리고 유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김칫국…”
뒤로 돌 때 입꼬리 살짝 올라가는 거 내가 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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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 형. 이거 봐봐.”
미래의 처남인 현수는 오션스 광팬이자 오션스 갤러리에 상주하다시피 한다.
[ㅆㅂ무뇌 단장 처돌았나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이따위로 처 날리네]“꼴빠들 전부 형이 오션스 올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
“왜?”
“그야…”
현수는 다른 글에 달린 댓글도 보여주었다.
[메이저에서 200만 달러 불렀다는데 나 같아도 안가겠다]ㄴ강건우 오션스 갔다 치자. 그럼 육성이 가능은 하냐?
ㄴ니들 같음 이딴 팀에 오고 싶겠음?
ㄴ엌ㅋㅋㅋㅋㅋ픽 오션스 답네ㅋㅋㅋㅋㅋ
ㄴ오션스특 : 안되는 거 지들만 모름
ㄴ건우 데려가봤자 대주자로나 쓸듯 ㅂㅅ오션스 ㅋㅋㅋㅋ
“아무도 안 믿네?”
“오션스가 오션스 했다 이런 분위기긴 한데. 이런 댓글도 있고.”
ㄴ야 이거 강건우 오션스 가면 사기극 아님??
ㄴ이새끼들 미리 짜고 다 엿먹인거면 어케함
ㄴ우리 단장 빡머갈이라 그런 거 못함
ㄴㄹㅇ임 트레이드로 남 좋은일 시키기 전문인데 잘도 하겠다
ㄴ욕먹어도 좋으니 진짜 데려오면 좋겠다…
ㄴ타팀팬 ㅂㅅ들아 너넨 당한거임 ㅋㅋㅋ 강건우 초딩때부터 오션스가 용돈 줘가며 키워서 배신 안 함
ㄴ개솔ㄴㄴ강건우 아빠 파이러츠 팬인데?
ㄴ응 파이러츠 나가리 느그팀 1라운더 팔꿈치수술
“지금 완전 난리 났어.”
“너도 글 썼냐?”
“하나 썼지.”
“네가 쓴 거 뭔데?”
“이거.”
[안녕하세요 오션스 신인 강건우입니다.]애가 오션스를 좋아하는데 좀 흠이라 그렇지 큰 사고는 안 친다. 내용을 보니 그냥 별 건 아니었다.
아. 하나 치긴 했는데 그건 회귀 전 일이니까.
유리 부모님은 아버지를 공격하고 계셨다.
“어이. 배신자. 이제 다시 오션스로 복귀해라.”
“맞아요. 아들도 오션스 입단 할 건데 다시 와야지.”
“…”
하지만 아버지는 묵묵부답이다.
어머니는 유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드래프트 회의에서는 1라운드에 오션스를 제외한 모든 팀이 타임을 요청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바이킹스는 울산고 포수 우동석을 지명하겠습니다.
바이킹스의 지명으로 1라운드가 모두 끝났다.
우동석이라.
기억이 날 듯 말 듯 한 데.
아. 기억났다. 아버지가 엄청 좋아했던 선수다. 원래라면 창원 파이러츠의 1라운더 였던 거 같은데.
“그럼 이제 건우 오션스 간다고 소문내도 되나?”
아마 오션스 측에서 본격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시작할 거다. 그래도 비밀을 지켜달라고 한 건 오늘까지니까.
“예. 뭐, 언론 인터뷰 같은 거만 아니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내 말을 듣자마자 현수는 오션스 갤러리에 글을 쓰느라 스마트폰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리는 어느새 오션스 팬 친구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우리 건우? 메이저리그 가도 된다고 했는데 나 보고 싶을 거 같다고 한국에 남겠다네. 뭐래. 진짜거든?”
아주 입이 귀에 걸렸다.
저렇게 좋아할 줄 알았나.
원래는 메이저리그 간다는 거 쿨하게 응원해주길래 진짜 그런 줄로만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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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단장은 우리 집 근처의 호텔에 장기 숙박을 끊었다.
그리고 기자들을 몰고 다니고 있다.
[오션스 단장, ‘강건우 선수에게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서 1라운드에서 지명했다. 확정된 것은 없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오션스의 파격적인 올인? 혹은 지명권 낭비?] [오션스 팬들의 기대감과 불안감. 강건우는 어떤 선수? 160km/h 강속구에 고교리그 6할 8푼 타자.] [김해고 감독, ‘나는 아는 바가 없다.’] [오션스 단장, 강건우 설득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신인 드래프트 이슈에도 불구하고 오션스 감독 경질설 모락모락.]9월이 됐지만, 올해의 오션스도 가을 야구와 인연이 없는 듯했다.
“내년엔 다르다.”
유리 아버지는 그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
아버지는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다.
“조금이 아니라 엄청나게 달라야 하지 않나?”
조곤조곤하지만 할 말은 다 하는 성격의 어머니는 야구에 크게 관심은 없으신 편이다. 그래서 항상 야구 가지고 싸워대는 두 분을 이해하지 못하신다.
집 앞까지 쫓아온 기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강건우 모친, ‘야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우리 아들이 제일 잘하는 것 같다.’]나는 유리 어머니에게 싸인볼 수십 개를 선물해드렸다. 거실 한쪽에 오션스 깃발 두 개가 놓여 있는 것을 봤다. 아무래도 저게 그 소문의 쌍 깃발인 것 같았다.
야구부 감독님이나 야구부 선수들이 내게 오션스 가느냐고 물어보는 일도 많았다. 나는 그럴 수도 있다고만 대답했다.
일과는 똑같았다. 특히 각 구단의 1차 지명 선수들은 언론에 많이 노출되거나 SNS로 주목받기도 하는데,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훈련, 자세 교정, 운동.
아. 최근에는 하나가 더 추가됐다.
“흠. 합격.”
유리는 근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별 건 아니다. 부산 오션스 응원가를 배웠다.
아무래도 오션스에 극성 팬이 좀 많은지라, 내가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화제를 끌었고, 큰 기대를 받고 있는데 이유 없이 욕을 먹거나 혹은 부진해서 비난을 받을까 봐.
“책잡힐 일 하지 마라.”
“안 해.”
“싸인 해달라면 잘 좀 해주고.”
“당연하지.”
“계약하고 나면 똥 씹은 표정 금물.”
“웃어?”
“환하게 웃어.”
“그럴게.”
“할 말 없으면 그냥 오션스 응원가 불러버려. 근본 있다고 좋아할걸.”
유리는 꽤 완벽주의자다. 가끔 이런 걸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이런 이야기들이 날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는 걸 알고 있다.
현수의 말에 따르면, 아무리 꼴빠 인증을 한다 하더라도 못 하면 죽도록 까인다고 하던데.
근데 그건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야구 팬들이란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비슷한 성향을 가진걸까.
9월 중순이 되었을 때, 나는 그럭저럭 밸런스가 맞는 타격 폼을 몸에 익혔다. 근육량을 늘리면서 체격에 맞는 자세로 꾸준히 업그레이드 할 계획이다.
아직 근육은 조금 부족하다. 그래도 영양사 출신인 어머니에게 부탁해 어느 정도의 식단 관리도 겸하고 있어 괜찮게 몸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다음 날, 오션스는 가을 야구 탈락이 확정되었다.
“야구 안 봐?”
항상 오션스 경기를 틀어두고 SMC로 내 자세 교정을 도와주던 유리가 TV를 켜지 않았다. 그리고 내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야구? 어느 팀?”
“오션스.”
“그런 팀도 있었나? 아, 내년에 새로 창단한다는 그 팀?”
오션스 팬들의 현실 도피란 이런 것인가.
이틀 뒤에는 오션스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는 기사가 떴다. 수석 코치가 잔여기간 동안 임시 감독으로 팀을 이끌 거라고 했다.
“건우야.”
“응?”
“단장 만나면 다음 감독 누구 데려올지 좀 물어봐 줘…”
이렇게 힘 빠진 모습은 회귀 후 처음이다.
감독도 꽤 중요한 요소다. 내 실력이 어쨌건 나는 아직 프로에 입단도 하지 않은 고등학생일 뿐이니까.
단장은 매일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계약에 합의했지만, 아직 계약서에 싸인을 하진 않았고 기자들을 속이고 있었다.
“감독은 아직 확정된 사항이 없습니다. 여러모로 검토 중인지라 드릴 말씀이…국내 감독과 외국인 감독 등 다방면으로 접촉 중입니다.”
그제야 떠올랐다.
고교 시절로 돌아온 후, 유리에게만 신경 쓰고 있느라 깜빡하고 있었던 사실.
과거의 오션스도 감독을 경질했고, 꽤 파격적인 감독을 데려왔었다.
“그나저나,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단장은 속이 후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제 그 언론 플레이에 끝을 맺을 시간이다.
“계약금 15억.”
단장이 계약서를 내밀며 말했다.
“한 푼도 안 깎았습니다. 제가 강력하게 주장해서…”
또 생색을 내려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