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43)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45화(45/385)
동네 한 바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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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파이러츠와 부산 오션스.
지리적으로 인접한 두 팀이고 여러 문제로 얽히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션스가 파이러츠에 앞서는 건 팬 숫자뿐이었다.
역사가 길지만, 우승 횟수는 더 적은 오션스.
팬은 많지만, 성적은 최하위인 오션스.
경남 지역의 야구 팬들이 오션스를 버리고 파이러츠로 갈아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누가 놀림까지 받으며 응원하고 싶겠는가. 물론, 놀림을 견디면서도 팀에 대한 애정을 발휘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스포츠 팬들은 일희일비하는데 도가 튼 사람들이다. 최근 일희(一喜)에 도가 튼 오션스 팬들은 근 몇 시즌 간의 굴욕을 잊기라도 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정조준, 신인 유격수 강건우의 발언에 대해 ‘시즌은 길다는 것을 내일 경기에서 실력으로 보여주겠다.’]ㄴ자전거도 못 타본 새끼가 혓바닥만 길어가지고
ㄴ좆건우는 MVP타고 나서 말하자
ㄴ보면 모르나? 우리 건우 올 시즌 MVP 예약인데?
ㄴ이제 시즌 10분의 1 했는데 몬 개솔
ㄴ꼴빠들이랑 이성적인 대화를 시도하지 마셈 속만 터짐
ㄴ느그는 속 터져라 우리는 느그팀 터뜨릴테니 ㅎ
ㄴ이제 조준이한테 좆준이라 부르지마라ㅋㅋㅋㅋ좆은 존나 잘해야 붙이는 존경의 칭혼데 신인보다 못하는거 보니 좆 붙을 자격이 없음
ㄴ좆건우
ㄴ고작 좆 하나가지고 되겠음? 경외감을 담아서 좆좆좆이라 부르샘
ㄴ오션스 십새들 시즌 초반에 좀 잘나간다고 아주 기고만장하구만
ㄴ후반까지 잘 나가면 어쩔래?
ㄴ이번 시즌 오션스 정규시즌 우승 절호의 기회임
ㄴ창단 47년 만에 우승각 보는 팀 특)매년 우승각이라고 주장했었음
ㄴ우승각 보는거 자체가 개그 아님?
ㄴ상대를 해주지 말라니깐
ㄴ2028 시즌 예상 : 우승(부산 오션스) MVP(강건우) 신인왕(강건우) 유격수 골글(강건우) 타격 7관왕(강건우) 투수 전관왕에 투수 골글(앤디 가필드)
ㄴ씨발 꼬라지 보니까 올시즌 올스타전 벌써부터 선발 명단 보이네
ㄴ꼴션스 대 서군 될듯 ㅋㅋㅋㅋㅋㅋㅋㅋ
ㄴ꼬우면 느그도 올스타전 투표 많이 하던가
ㄴ쟤네 팬없어서 전부 다 투표해도 안됨
ㄴ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솔직히 점마들 나오면 올스타전 보러 누가 감?ㅋㅋㅋㅋ
ㄴ대가리 수 많아서 좋긋다 개새들아
ㄴㅇㅇ개좋아
ㄴ존나좋음
정조준 또한 데뷔 전부터 꽤 어그로를 끌었던 선수였다.
베테랑 선발 투수와 맞붙는 날 홈런 맞기 싫으면 그냥 고의사구를 하라고 하질 않나, 홈런 예고 후 진짜 홈런 치고 다음 타석에서 빈볼을 맞고 나서 인터뷰에 대고 ‘또 홈런 맞을까 봐 투수가 겁나서 그런 것 같다’라고 말하질 않나.
사실, 파이러츠 팬들에게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선수이지만 다른 팀 팬들에게는 바이킹스의 서창열과 함께 가장 비호감으로 꼽히는 선수이기도 했다.
“건우야.”
“응.”
“내일도 정조준보단 잘 할 수 있지?”
“당연하지. 근데 누나.”
“응?”
“다음 홈 경기 때 시구 한 번 할래?”
“시구? 내가?”
“응. 구단 홍보팀에서 물어보더라. 싫으면 안 해도 돼. 사실 요즘 언론에도 좀 노출되는 거 같아서 걱정이…”
“야. 강건우.”
“응?”
“누나는 말이야.”
“응. 누나는?”
“우리 건우 덕분에 시구도 하게 되고 얼마나 기쁜지 몰라. 어른들 말씀 틀린 거 하나 없다니까.”
“어떤 어른들 말씀?”
“잘 키운 건우 하나 열 좆준이 안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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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는 시구하게 되어서 정말 기뻐하고 있다. 매스컴에 노출되는 것을 그리 부담스러워 하지는 않는 듯했다. 하긴, 원래 그런 성격은 아니었다.
그리고 기뻐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SMC를 활용해 투구 연습도 하고 있다.
나는 기왕 하는 거 투심을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고 이야기했고, 유리는 비명을 질렀다.
“좋아! 가르쳐줘!”
유리는 운동을 꽤 좋아하고, 잘 하기도 한다. 야구 선수가 될까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있었다.
어쨌든, 나는 유리가 즐거워하면 좋다. 그래서 꽤 진지하게 가르쳐줬는데, 운동신경이 좋아서 그런지 조금 더 연습하면 상당히 그럴싸한 그림이 나올 것 같다.
경기를 준비하면서 오늘 선발인 김정용 선배가 나를 불렀다. 이 팀 선발 투수들은 조금 특이하게도 선발 등판 당일에도 크게 아주 날카로워지진 않는다.
음. 난 꽤 날카로웠다. 누가 근처에 오는 것도 싫어했었지.
“건우야.”
“예.”
김정용 선배는 꽤 부드러운 성격을 가졌다. 내가 여기 없을 때 정귀현의 멱살을 잡았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을 만큼 둥글둥글한 편이다.
“흐흐.”
“예?”
“야, 넌 어째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냐?”
그러고 보니, 이 양반은 모태 꼴빠라고 했었던 것 같다.
“팬들이 다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니까.”
“감사합니다.”
“정조준 있잖냐.”
굳이 일부러 도발하려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얌전히 조용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도 없어서.
하긴, 한국은 아무래도 야구 바닥이 워낙에 좁다 보니 두세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이다. 그래서 각 팀 베테랑들끼리 후배들 간에 마찰이 생기면 자기들 선에서 막아준다고.
아무래도 충돌을 피하려고 중재를 하려나 싶었지만…
“좀 더 놀려봐.”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나왔다.
“아, 재밌더라고. 조준이가 말을 좀 막 하고 경기 중에 미친 짓을 하긴 하는데 은근 마음은 약하거든. 좀 더 놀리면 어떨지 궁금해서 말이야.”
“어떻게 놀릴까요?”
“조준이 태그아웃시키고 하트 세레머니? 야. 내가 조준이한테 얼마나 많이 당했는지 아냐?”
김정용 선배는 정조준의 데뷔전 첫 홈런의 상대 투수였다고 했다. 홈런을 치고 나서 인터뷰에서 ‘프로의 공도 생각보다는 가벼웠다’라고 말했다나.
처음엔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었는데, 파이러츠 손용기가 다음날 억지로 잡아 와서 사과를 시켰다고 했다.
“용기가 공 던질 때 허리 살짝 숙이는 이유가 그때 하도 같이 사과하러 많이 다녀서 그런 거야. 복수전 한 번 하자.”
그 형이 센 척을 좀 하긴 하는데, 실제로 경기 중에 위협을 가한다거나 그럴 사람은 아니기도 하다. 나는 어떻게 복수할지 좀 더 연구해보겠다고 말했고, 마침 경기 전, 기자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낙동강 라이벌 팀의 두 천재 타자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라이벌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천재 타자라면 강태오 선배님이요?”
조금 유치하긴 하지만, 조준이 형한텐 이런 유치한 게 직빵이다.
경기 전 마지막 훈련에 들어가기 전에, 빠르게 기사가 올라왔다.
[당돌한 신인 강건우. 파이러츠의 라이벌 타자에 대해 묻자, ‘강태오 선배님요?’]댓글에서 오션스 팬들과 파이러츠 팬들이 기를 쓰고 싸우고 있었다.
뭐.
오션스 팬들은 어찌 됐거나 물량 하나만큼은 절대 밀릴 일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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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은 평소와 비교해 잔뜩 힘이 들어간 채로 경기를 준비했다. 파이러츠 선수들은 정조준이 왜 저러는지 이유를 알고 있었지만, 딱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건우의 발언에 약간 기분이 상한 선수도 있었지만, 손용기의 말을 듣고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갔다.
“야. 정용이 형한테 조준이가 했던 거 까먹었냐? 그때 정용이 형이 뭐랬어?”
손용기와 김정용. 그렇게까지 관계가 좋지는 않은 양 팀의 한국인 에이스 투수인 둘의 사이가 꽤 친하다는 것이 양 팀 선수들 간 충돌이 크게 일어나지는 않는 이유 중 하나였다.
사실, 오션스 팬들은 손용기에게 애증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오션스에서 평범한 불펜 투수였던 손용기는 파이러츠에서 잠재력을 터뜨렸다. 손용기가 오션스에 있을 때 김정용은 손용기를 아주 잘 챙겨줬었다.
“하긴. 나였으면 뚝배기 터뜨렸지.”
“맞다, 맞아. 정용 선배 얼굴 봐서라도 우리가 뭐 하긴 좀 그렇지.”
“조준이 혼자 불타는데.”
“내버려 둬. 매달 한 번씩은 저러잖냐.”
정조준은 쓸데없는 것에서 종종 자존심을 불태우곤 했다.
종종 지나치게 불타서 오버를 하곤 하지만, 그래도 말과는 달리 좋은 놈이라는 건 다들 알고 있었다.
“자. 경기 준비하자. 다들 조준이는 신경 쓰지 마. 저러다가 안타 하나 치면 또 제 자랑이나 하겠지.”
오늘 오션스 선발은 김정용이다. 파이러츠 선수들이 대부분 김정용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런 사적인 감정과 경기는 또 별개가 아니던가.
어제 패배를 만회해야 한다.
그리고 오늘 파이러츠는, 시즌 초반 가벼운 부상으로 오늘에야 데뷔전을 치르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선발 투수 리키 미겔의 등판일이다.
“미겔 싱커 위주로 던지는 거 알지? 내야수들 오늘 좀 신경 써서 수비해주고, 자. 마무리 훈련하러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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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가 푸념하듯 말해 준 적이 있었다.
오션스 타자들은 외국인 투수한테 약하고, 좌투수에게도 약하고, 처음 상대해보는 투수한테는 더 약하다고.
그리고 오늘 상대할 리키 미겔은, 오늘이 KBO 데뷔전인 좌투 외국인 투수다.
“하나, 둘, 셋.”
“오션스 파이팅!”
다소 창의성 없는 구호와 함께, 파이러츠와의 2차전이 시작됐다.
나도 잘 모르는 투수다. 사실, 한국에서 어떤 성적을 냈는가와는 별개로 메이저리그에서 제대로 뛴 선수가 아니면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냥 지난 시즌 트리플A에서 ERA 2.97을 기록한 후 빅리그에서 5경기 ERA 9.71을 기록하고 방출당했다고 리포트에 쓰여 있었다.
유리의 분석에 따르면 마이너리그 시절에는 거의 70%를 싱커로만 던졌다고 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싱커를 스트라이크 존에 던지지 못해서 방출되었다고 한다.
포심 평균 구속은 88마일(141km/h). 외국인 투수치고는 상당히 느린데, 그래도 KBO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벤치에서 봤을 때는 싱커의 떨어지는 폭이 꽤 좋아 보였다.
나도 싱커를 꽤 잘 던졌는데, 싱커를 주 무기로 삼는 투수에게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이지 않은 싱커볼러들은 제외다. 싱커 구속이 95마일(152.8km/h) 이상이 나온다거나, 각이 어마어마해서 삼진을 양산한다거나 하는 그런 선수들 말고.
보통 싱커볼러들은 그라운드볼을 양산해낸다. 그라운드볼은 내야수들의 수비 실력에 결과가 많이 좌우되며, 결과가 어찌 됐거나 인플레이로 이어지게 된다.
딱!
황석규 선배가 3구째 싱커를 때렸다. 불규칙 바운드로 2루수 앞으로 튕겨 나간 타구. 황석규 선배는 전력 질주했고, 2루수는 공을 살짝 놓쳐버렸다.
“세이프!”
저게 문제다. 온전히 투수 본인의 능력이 아닌, 수비력이나 그라운드 상태 등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
주자 있는 상황에서 병살타를 유도하기는 좋지만, 주자가 득점권에 나가 있다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삼진이다.
황석규 선배가 과감하게 도루를 시도했다. 황석규 선배의 스타트가 워낙 좋았던데다가 송구도 조금 부정확했다.
“세이프!”
그리고 싱커볼러들의 또 다른 문제는, 싱커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이다. 물론 싱커를 잘 던지는 투수 중에도 삼진을 잘 따내는 선수가 꽤 있다.
그 전제조건은 포심이 빠르고, 서드 피치로 커브가 위력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앤디 가필드처럼.
무조건 가필드가 저 투수와 비교해서 훨씬 좋은 투수라고 말하기는 힘들어도, 일단은 그렇다는 이야기다.
“볼넷!”
몸이 완전치 않은 상태. 새로운 리그에서 데뷔전을 치르는데 야수가 실수를 저질렀고 도루까지 허용했다.
투수의 제구가 흔들리기 쉬운 상황이다. 배영한은 여유롭게 볼넷을 얻어냈고, 야구장을 찾은 오션스 팬들이 내 이름을 불러대기 시작했다.
“강-건-우우우! 강! 건! 우! 강건우! 오션스 강건우!”
꽤 리드미컬한 응원가를 들으며 타석으로 올라갔다. 파이러츠 포수 강태오가 내게 말했다.
“친구야. 한 번만 봐주라. 어제 자전거 탔잖냐. 눈 딱 감고 삼진 한 번만 먹어주면 안 될까?”
응.
어림도 없어.
따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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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우 선수! 낮게 들어오는 싱커를 그대로 받아쳤습니다! 외야수 사이를 꿰뚫습니다! 2루 주자, 홈으로! 1루 주자, 3루를 돌아, 홈으로! 홈-인!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는 강건우! 아, 놀랍습니다! 어떻게 저 어린 선수가 이렇게 노련하게 때릴 수 있을까요!
-보통 타자들은 낮은 공을 때릴 때 중심이 무너지기 쉽거든요. 그런데 엉덩이가 뒤로 빠지지도 않고, 안정적으로 무릎을 살짝 굽히고 때려버렸어요. 낮게 들어오는 공이었는데 더 떨어지기 전에 스트라이크 존 앞에서 결대로 때렸거든요.
-신체 밸런스가 뛰어나다는 뜻일까요?
-맞습니다. 어떤 자세로 쳐도 안정적이에요. 그리고 제가 경기 전에 강건우 선수를 만나서 들었는데요. 강건우 선수의 여자친구가 만들어 준 타격 자세라고 합니다. 타격 자세뿐만 아니라 운동 코스도 짜준다고 하더군요.
-예? 강건우 선수의 여자친구가 코치인가요?
-스포츠 과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이라고 들었습니다. 굉장히 유능한가 보더라고요. 하하. 오션스는 강건우 선수의 여자친구를 코치로 스카우트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말 그대로 대단한 커플이네요!
-그렇습니다. 오션스 팬들의 대단한 사랑을 받고 있는 한 쌍입니다. 아. 강건우 선수가 2루 베이스에서 관중석을 향해 하트를 날리는군요.
-그쪽에 강건우 선수의 여자친구가 앉아있는 거겠죠?
-그렇지 않을까요? 하하. 이번에는 카메라가 외야의 정조준 선수를 비춰주는군요. 영 못마땅한 표정인데요.
-예, 타석에는 오션스의 4번 타자 양대근! 노 아웃 2루에 주자를 두고 오션스의 주장이 타석에 들어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