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44)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46화(46/385)
동네 한 바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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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선수들은 다른 선수를 보고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사실, 아주 정상적인 일이고 흔한 일일 뿐이다. 대부분은 열등감을 느꼈다고 해서 상대를 해코지하거나 하진 않는다.
기껏해야 별것도 아닌 일로 트집을 잡아서 욕을 좀 한다거나 할 뿐.
열등감이 경쟁심리로 작용하면 발전의 자양분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양대근은 정조준에게 열등감을 꽤 많이 느꼈었다.
ㄴㅆㅂ양대근이는 좆좆준좀 보고 배워라 덩치만 산만한새끼야
야구 실력?
거기에서 그쳤더라면 그냥 인정하고 넘어가면 되는 일일지도 몰랐다.
ㄴ대근이 저 새끼는 하드웨어가 아깝다.
ㄴㄹㅇ임 스타성 쥐뿔도 없는 덩산쉑
ㄴ야구는 팀 스포츠인데 지 혼자만 잘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듯ㅇㅇ
ㄴ좆준이 좆나 꼴보기 싫은데 우리 팀에 있으면 존나 든든할거 같다…
ㄴ대근이랑 좆준이 트레이드 안 되냐?
ㄴ너같으면 하겠냐? 생각을 좀 해라
ㄴ덩칫값 못하고 소심한 똑딱이<->혐성이지만 야구 존나 잘해서 스타성 터지는 만능타자?
그런데 성격이 이런 걸 어쩌란 말인가. 그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야구가 그런 것일 뿐인데.
홈런 타자들은 자연스럽게 삼진이 많아진다. 탈삼진 개수가 많은 투수의 피홈런이 많은 것과 같은 이치다.
홈런을 치려면 크게 스윙해야 하고, 삼진을 잡으려면 존 안으로 던져야 한다.
양대근은 삼진이 싫었다. 어차피 볼넷이나 안타나 1루로 가는 건 똑같다고 생각했다.
고교 시절 대회 결승전에서 자신의 원칙과 벤치의 지시 사이에서 머뭇대다 어설픈 스윙으로 삼진을 당한 뒤 스포츠 신문에 축 처진 자신의 뒷모습이 찍힌 걸 보고 야구를 그만둘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
이런 성격을 어쩌란 말인가. 팬들은 자신에게 간판타자로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하지만, 자신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냥 높은 출루율을 좋아하는 야구 선수이자 세이버메트릭스의 팬일 뿐이었다.
그래서 자유분방하고 자기표현에 강한 정조준은 양대근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프로야구 선수로서가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루-킹 삼진! 양! 대! 근!”
파이러츠 팬들은 오션스에 대해 아주 잘 안다. 그래서 저렇게 외치는 것이다.
그런데 양대근은 최근 심적 변화를 겪고 있었다.
정조준에 대한 패배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강건우가 자기 앞에 나타났다.
강건우는 자신감이 넘치고 스스로를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모든 면에서 본인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15억짜리 신인이니 뭐니 언론과 주변에서 떠들고, 바로 앞에서 베테랑 선수가 날아가도, 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없을지 사람들이 멋대로 말하더라도.
평소의 양대근이었더라면, 흔들리고 있는 투수를 상대로 승부를 길게 가져갔을 것이다.
사실, 출루율에 열광하는 일부 세이버메트리션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마음에 지나쳤는지도 몰랐다.
투수의 투구 수를 늘리고, 볼넷을 얻는 것에 대해서.
따아아아아악-!
지난 시즌의 양대근이라면 배트를 내는 시늉도 하지 않았을 공이었다. 존 아래로 빨려 들어오는 싱킹 패스트볼.
경험상, 심판이 스트라이크를 선언할 확률은 30% 정도.
볼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아닐지도 모르는 공.
때릴 수 있음에도 볼 카운트를 늘리기 위해 치지 않았던 그런 코스의 공을 양대근이 걷어 올렸다.
“양대근! 양대근! 양대근!”
팬들이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고, 해설자는 양대근의 방금 그 스윙을 칭찬하기 바빴다.
파이러츠 감독은 최대한 무표정을 유지하려 애쓰며 생각했다.
‘좆됐네, 시발.’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가 아웃 카운트를 하나도 못 따내고 4실점.
물론 부상 회복 직후인 데다가 적응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너덜너덜하게 얻어맞으면 새 리그에 익숙해지기 절대 쉽지 않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바꿔줘야 하는지, 아니면 더 던지게 내버려 둬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이, 양대근이 홈을 밟고는 팬들을 향해 소심하게 손을 슬쩍 들어주고 있었다.
“머꼬! 양대근이 지금 손 흔들어 준거가!”
“뭐라고? 대근이가 손을 흔들었다고?”
“잘못 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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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만약’이란 없다지만, 나는 야구만큼 나비효과가 크게 일어나는 것도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데뷔전은 정말 중요하다. 끝내주는 데뷔전을 치르는 경우가 그리 자주 있는 건 아니지만, 첫 경기부터 실력을 제대로 보여준다면 그 뒤에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늘 해오던 말과 일맥상통한다. 뭔가 안 풀린다고 느껴진다면, 지금까지 해온 것이 잘못된 건가 하는 의구심이 머리를 지배한다. 그런 생각이 들면 알게 모르게 뭔가를 조금씩 바꾸게 되고, 실력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린다.
리키 미겔이 이 데뷔전에서의 부진을 싹 털어내고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그게 아니면 이게 본 실력일지도 모르고.
외국인들은 더 할 수밖에 없긴 하다. 나도 메이저리그에서는 외국인이었고, 여기서와는 조금 다르더라도 그런 불안감은 있었으니.
어쨌거나, 오늘 경기는 우리가 대승을 거뒀다.
김정용 선배는 7이닝 2실점으로 오늘은 김고퀄이 됐고, 경기가 끝나고 평소완 다르게 선수들 앞에 나서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너희, 내가 진짜 소박한 꿈이 하나 있었는데, 뭔지 모르지?”
꼴빠 베테랑 투수의 꿈은 정말로 소박했다.
“내가 등판해서 파이러츠에 연승 거두는 거였다.”
노경우는 눈알을 데구르르 굴렸다. 아무래도 그게 무슨 소린지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았다.
원래 야구에서 최고의 팀 배팅은 홈런이고 가장 좋은 팀플레이는 승리다.
그냥 내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팀 훈련 분위기가 꽤 좋다. 배영한이 술 냄새를 풍기며 라커룸에 들어와 컨디션을 마시지도 않고, 대근이 형이 팬들을 보면 깜짝 놀라거나 기자 앞에서 크게 위축되지도 않는다.
불펜 투수들?
실력이 갑자기 좋아지는 건 약이라도 하지 않고서야 무리겠지만, 그래도 나름 진지하게 상대를 분석하고 조금이라도 나아지려 노력하고 있다.
그보다, 경기가 끝나고 버스를 타러 이동할 때.
선수단을 기다리고 있던 팬들이, 나를 보자 소리쳤다.
“강건우다!”
익숙한 일이다. 하지만 가는 길이 복잡하면 곤란한 데다가 안전 요원들도 곤란해지기에 퇴근길에는 싸인을 그리 많이 해줄 수는 없다.
그래도 제일 크게 내 이름을 부른 팬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그 팬은 내게 싸인을 요청하는 게 아니었다.
“강건우 선수! 유리 누나 여깄어요!”
날 놀리는 건가 싶었는데, 진짜 유리가 있었다.
사람들이 많아서 조금 부끄러운지 몸을 배배 꼬면서.
“건우야아…”
“나 보려고 기다린 거야?”
평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고 그냥 웃음이 나왔다. 그리 길게 이야기할 시간은 없었지만, 때로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거.
-유리 누나 : 아 그냥 멀리서 보려고만 했는데
-유리 누나 : 꼴빠들이 건우 불러주겠다고 막
-나 : 봐서 너무 좋았어 ㅎㅎㅎ
-유리 누나 : 야근데
-유리 누나 : 이제 아저씨들도 나한테 유리누나라 부른다?
-유리 누나 : 여자들도 유리누나라고 하고
-나 : 누나 이제 나 말곤 시집 못 간다 ㅎㅎㅎㅎㅎ
-유리 누나 : 빡치게 하지마라…
-유리 누나 : 안 그래도 누가 낙동강 상류에 김치 100톤 무단방류 했나 검사 한번 해볼라니까…
-나 : ㅎㅎㅎㅎㅎ
잠깐 그런 생각도 한 적이 있다.
나보다 유리를 더 행복하게 해줄 사람이 있다면 보내줘야 하는 건가 하고.
근데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유리를 슬프게 했었으니, 슬프게 하지 않는 방법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래도 유리가 워낙 예쁘고 똑똑하니 노리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놓칠 생각 따윈 없다.
-나 : 누나
-유리 누나 : 왜
-나 : 일단 혼인신고부터 해놓을까?
-유리 누나 : 뭔 소리야 또
-나 : 오늘 보고 나서 생각할수록 너무 예뻐서 누가 채갈까 봐 불안해졌어
-유리 누나 : 야
-나 : 응?
-유리 누나 :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로 프로포즈 한대매
-유리 누나 : 자꾸 한 입으로 두말 하려고 하는데
-유리 누나 : 누나 심기 좀 불편해진다?
-나 : 아 오키
-나 : 특타 좀 하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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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오션스는 4연승 이후 1패를 기록했다.
연장 12회까지 이어진 혈투.
오션스 팬들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잘 싸운 선수단에게 박수를 보냈다.
졌지만 지난 시즌에 보여준 안이한 모습이 없었다.
득점권에서 삼진을 당하고 실실 웃는 타자도 없었고, 홈런 맞고 덕아웃으로 들어와 장난이나 치고 있는 투수도 없었다.
12회에 끝내기 안타를 맞은 어린 불펜 투수 김호진은 마운드에 주저앉아서 눈물을 흘렸고, 어제 경기에서 선발 등판했던 김정용이 김호진을 토닥였다.
아무 생각 없이 멀뚱하게 서 있다가 허무하게 견제사를 당하는 주자도 없었다. 테이블세터 황석규와 배영한의 유니폼은 흙으로 잔뜩 더럽혀져 있었고, 병살타를 치고 초코파이를 찾던 이시욱은 분함을 못 이겨 배트를 부러뜨렸다.
화를 주체 못 해 보기 안 좋다기보다는, 팬들에게 그런 것들이 투지로 보였다.
물론 승리가 가장 보고 싶겠지만, 이렇게 이기고 싶어 하고 치열하게 경기하는 것 또한 팬들이 정말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올해는 진짜 뭔가 다를 듯]ㄴㅇㅇ우승각이니 뭐니 하는게 아니라 선수들이 달라진 거 같다
ㄴ시욱이 열내는거 첨 보는 거 같은데 아님?
ㄴ나도 첨봄 맨날 좆같은 초코파이 처먹는거 존나 꼴보기 싫었는데 빳따 쪼개는거 보고 진심 놀램
ㄴ요새 선수들 몬가 열심히 하는거 같다
ㄴ진건 짱나긴 하는데 이상하게 작년처럼 개빡치진 않음
미세하게나마 오션스 선수단 내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고, 그걸 팬들도 느끼고 있었다.
비록 스윕 한번 해보고 싶다는 김정용의 바람이 실현되진 못했지만.
“너흰 잘 하고 있다.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 다음 경기에서 이기면 되니까. 자, 고개를 들어라. 우린 지금 리그 1위다. 세상 그 어떤 챔피언도 고개를 숙이고 돌아가지 않는다. 그걸 명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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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상대인 대구 엔진스는 최근 분위기가 꽤 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1승 2패를 거뒀던 다이아몬즈를 상대로 직전 3연전에 스윕을 거뒀고, 시즌 성적 11승 7패로 전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 팀도 그렇지만, 상대 팀도 경기력이 확 올라오고 있다.
아직 모든 팀을 상대해보지 않은 시즌 초반에 불과하다. 이럴 때야말로 팀의 실력이 시험대에 오르는 시기다.
지난 데뷔전에서의 호투로 다시 기회를 얻은 국민성은 준비 기간 내내 투심을 연습했다. 투수 코치의 포크볼을 익히라는 요구를 뚝심 있게 따르지 않았다.
이건 그냥 내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지만, 성적이 잘 나오면서 감독의 입김이 좀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커크 심슨은 지난 승리 이후, 새 구종인 투심에 대한 질문을 받고 투수 코치 이야기를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포크볼보다는 투심이 내게 더 잘 맞는다고 이야기했고, 그 투심을 내게 배웠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꽤 반응이 뜨거웠다. 투타 겸업에 투수 코치까지 같이하라는 말도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투수 코치의 심경이 조금 불편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뭐, 내 알 바 아니다. 그러든가 말든가.
팬들도 투수 코치에 대한 불만이 컸는지, ‘그 포크볼 무새가 또?’라는 반응을 보였었다. 외국인 투수까지 포함해 팀 전체를 포크볼러로 만들 생각이냐고. 옛날 일의 진위 여부를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투수 코치가 모든 투수에게 포크볼을 던지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이니까.
경기를 준비할 때, 배터리 회의를 슬쩍 엿들었다.
“미스터 제구력. 오늘 투심 던질 건가?”
“상황 보고요.”
“연습할 때 보니 쓸 만하던데?”
“아직요.”
“그럼 오늘도 포심에 체인지업? 커터 좀 섞고?”
“예. 일단은.”
“좋다! 미스터 무브먼트! 우리 함께 KBO의 새 역사를 쓰자! 오늘 목표는 퍼펙트 게임이다!”
“예.”
“그래! 그거다! 남자라면 그 정도 패기는 있어야지! 나, 박의현! 오늘 네가 던지는 공은 단 하나도 놓치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다!”
“예.”
“굿! 가자! 미스터 패스트볼! 우리가 대구 시민들에게 진짜 야구가 뭔지 보여주는 거다! 으자자자자자자!”
국민성이 박의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은 모르겠다. 뭐, 국민성도 워낙 이상한 사람이니까.
이상한 사람끼리는 잘 통하려나. 아니면 불편해하려나?
물어봐도 제대로 된 대답을 듣기는 힘들겠지?
아, 국민성과 양대근 선배가 같이 있는걸 봤다.
둘은 거의 20분 정도를 아무 대화도 하지 않고 마실 것을 하나씩 챙긴 뒤 작은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웃긴 건, 양대근 선배가 다른 그 누구와 같이 있을 때 보다 편해 보였다는 거다.
나중에 둘이 뭐 했냐고 물어보니, 양대근 선배가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 민성이? 좋은 친구더라. 속도 깊고.”
대체 뭔 소린지. 20분 동안 한 대화라고는 ‘오늘 선발이지?’, ‘예.’, ‘잘 할 수 있을 거야.’, ‘감사합니다.’ 이게 끝이었으면서.
아무튼, 별로 특이할 것 없이 경기를 준비했다. 이시욱 선배가 훈련하다 농땡이를 치러 가서 초코파이를 먹지 않은 것 말고는 평소와 똑같았다.
유리 보고 싶다.
빨리 원정 끝내고 집 가서 유리 투심 던지는 거 도와주고 싶다.
음.
그래도 일단 야구에 집중하자.
오션스가 이겨야 유리가 좋아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