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5)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6화(6/385)
사직 아이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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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단장은 마사지를 받고 헤어샵에서 머리를 만진 후, 메이크업까지 마치고 기자들 앞에서 보무당당하게 나타나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
“기자님들! 강건우 선수가 내년에 오션스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최소한 밖에서 보이는 거로만 치자면 1달이 넘는 기간 동안 단장이 강건우의 집 근처에서 숙박하며 설득한 것으로 보였다.
“계약금 15억으로 역대 최고액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물론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200만 불이 넘는 계약금을 제시했으나, 강건우 선수를 설득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여…!”
물론, 모든 사람이 곧이곧대로 다 믿는 것은 아니었다.
“단장님! 다른 팀들의 지명에 혼란을 주려는 작전이었다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건우 선수의 계약금이 실제로는 20억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이미 예상한 질문이었기에, 단장은 여유롭게 대처했다.
그리고 잠시 후, 스포츠 뉴스란에 강건우의 오션스 입단 기사가 줄줄이 쏟아졌다.
[신인 역대 최고 계약금 15억에 강건우 오션스 입단 확정!] [오션스의 진심이 통했다.] [연막작전? 혹은 전체 1순위 지명을 건 오션스의 모험.]ㄴ와 건우! 강건우 아시는구나!
ㄴ꼴션스 개양아치 새끼덜
ㄴ뭐가 문제임? 오션스가 1픽이고 1픽 답게 젤 잘하는 선수 픽해서 ㅈㄴ설득해서 얻은건데
ㄴㅇㅈ박단장 강건우 집 근처 호텔에 1달 넘게 숙식하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가서 계약한게 죄임?
ㄴ그럼 첨부터 강건우 고른다 하던가 ㅡㅡ 왜 다른팀한테 피해줌?
ㄴ느그팀은 누구 지명할지 미리 알려주고 함? ㅂㅅ이네 이거 ㅋㅋㅋ
ㄴ사전에 강건우랑 계약 하기로 하고 쑈한거 아니냐?
ㄴ응 아니야 꺼져 우리 단장 그정도로 안똑똑해
ㄴ미쳣냐?? 박빛빛 단장 까는거임 지금?
ㄴ이게 바로 오션스의 ‘진심’ 야구다
ㄴ야 근데 좆션스가 고졸 신인 하나 데려왔다고 우승권이냐? 설레발은 시발 ㅋㅋㅋ
ㄴ그말이 맞음 ㅇㅇ 오션스=신인의 무덤 아님?ㅋㅋ
ㄴㄹㅇ이지 오션스 신인왕 36년 전에 한번 나오고 안 나옴 47년간 딱 한번이 끝임
ㄴ유망주 데려가서 다 조져놓고 트레이드로 팔아넘긴 후 타팀 가서 터지는게 국룰이지 ㅋㅋ
ㄴ건우야ㅜ실망이다ㅜ메이저 간다고해서ㅜ진심으로 응원햇는데ㅜ
사실, 오션스 측에서 과하게 기사를 내고 이슈를 만든 점도 있었다.
몇 시즌째 이어진 감독 잔혹사. 거기에 장기간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에 대한 팬들의 거센 비난을 덮기 위해서.
강건우는 회귀 전의 첫 삶에서 오션스를 택하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미쳤나 이놈들이 진짜.’
어느 팀이 갓 계약한 신인에게 이 정도로 부담감을 준단 말인가. 자신이 회귀하지 않았더라면 큰 기대감에 걸맞은 활약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강건우가 그런 것들에 휘둘리지 않을, 경험에서 우러난 멘탈을 가졌기에 망정이지.
어쨌거나.
단장 대동하에 기자들과 만나기 전날, 정유리는 강건우에게 안경알 없는 금테 안경을 하나 내밀었다.
“우리 건우, 이거 쓰고 인터뷰하자.”
“안경은 왜?”
“우완 에이스는 안경 쓰는 거야.”
타자로 먹고살 생각이지만, 안경 한 번 써주는 것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군말 없이 받아 들었다.
“근데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뭔데?”
“안경 쓴 우완 에이스는 팀 우승시키고 골로 가는 게 전통 아니었어? 다치지 말고 오래오래 선수 생활 하는게 소원이라며?”
잠깐 침묵한 정유리는 히죽 웃더니 뒤로 돌아서 말을 돌렸다.
“어제 보니까 스윙할 때 오른쪽 팔꿈치 너무 붙어서 8~9번 가늑골에 하중 들어가더라. 힘 덜 주고 자세 유지하게 교정해보자.”
골수 오션스 빠에서 유능한 스포츠 과학자로 바뀌는데 걸린 시간 3초.
강건우는 정유리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물어봤다.
“안경 쓰고 스윙해?”
“한 번 해볼래?”
어딘가 들떠 보이는 정유리를 보며 안경을 쓴 채 센서를 붙이고 스윙했다. 강건우는 그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그냥 좋아하면 됐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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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오션스 신인 강건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옆자리엔 단장이, 앞에는 기자들이 앉아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오션스 팬은 아니었다.
야구 팬이기는 하지만 명확하게 어느 팀의 팬이라고 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유리에게서 정신교육을 받고 나온 나는 그 누구보다 오션스의 팬으로 보일 자신이 있다.
어릴 때는 자존심 때문에 인터뷰에서도 센 척을 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껍데기는 고등학교 3학년이지만, 내용물은 곧 40대가 되는 아저씨다 이거지.
“오션스와 계약한 소감이 어떠신가요?”
기자회견이 시작하기 전에 단장에게서 받아 입은 유니폼의 엠블럼에 키스하며 대답했다.
“평생의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미심쩍은 표정을 한 기자 한 명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일전에 메이저리그 외에는 관심 없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랬던가?
거의 20년 전 일을 어떻게 기억해?
“메이저리그 어느 팀보다도 오션스는 가치 있는 팀입니다.”
어차피 야구 선수란, 무슨 짓을 해도 욕을 먹기 마련인 직업이다.
타 팀 팬은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 유리 마음이라도 덜 아프게 오션스 팬들에게는 욕을 덜 먹어야 한다.
“일설에 의하면 여자친구분이 오션스 광 팬이라던데…”
“제 선택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였습니다. 제 여자친구가 한 번도 보지 못 한 오션스의 우승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우승이 아니라 한국 시리즈에서 오션스가 경기하는 모습도 본 적 없지 않나요?”
“오션스를 모욕하지 마십시오.”
순간 분위기가 조금 싸해졌다. 음. 좀 오버했나.
“선수로서 목표가 있습니까?”
“세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이뤘습니다.”
“뭔가요?”
“오션스 입단이 첫 번째 목표였고, 두 번째는 오션스의 우승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건강하게 오션스에서 선수 생활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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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우 인터뷰 봄? 얘 언제부터 진성 꼴빠였냐???]ㄴ팬들에게 한마디 하라니까 부산 갈매기 부르던데 ㅋㅋㅋㅋㅋㅋㅋ
ㄴ존나 잘 뽑았닼ㅋㅋㅋㅋㅋㅋㅋㅋ
ㄴ박단장 찬양해
ㄴ건우야ㅠㅠㅠㅠㅠㅠㅠ
ㄴ근본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건우 여친땜에 오션스 온거임?
ㄴ강건우 ㅈㄴ 중2병 같음;
ㄴ야 쟤 여친이랑 헤어지면 딴 팀 가는 거 아님?ㅋㅋㅋㅋ개웃기네 시밬ㅋㅋㅋ
ㄴ강건우 여친 울 누나임
ㄴ뭔 개소리냐
ㄴ진짜임 ㅎㅎ
ㄴ어그로같긴 한데 진짜면 절대 못 헤어지게 해라
ㄴ쟤 원래 안경 썼냐?
ㄴ아님 누나가 안경 주면서 쓰고 나가라고 하니까 좋다고 쓰고 나감
ㄴ원래 여친 말 잘 듣는 타입임?
ㄴ원랜 아니었는데 요새 말 엄청 잘 들음 갑자기 사람이 바뀐 것 같을 정도
ㄴ치와와에서 진돗개로 바뀐거임?
ㄴ우리 에이스 개취급 하지 마라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근데 투수 안 하고 타자만 하겠다더라
ㄴ???
ㄴ왜????
ㄴ야 ㅆㅂ 안돼 160던지는 놈이 왜 투수를 안함
ㄴ저새끼 어그로네
ㄴ허언증 보소
ㄴ저걸 믿었냐? 딱 봐도 분탕종자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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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의 흐름을 보아하니, 오션스의 계획이 꽤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또 가을 야구에 실패했고 또 감독을 잘랐지만(겉보기에는 자진 사퇴지만), 일종의 쇼였던 드래프트와 내 계약 건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상당히 많이 사라졌다.
생각해보면 웃긴 일이다. 고작 고졸 신인 하나 계약했다고 당장 내년에 우승할 것처럼 그러는 게.
물론 내가 그냥 고졸 신인은 아니지만.
이것에 대해서는 현수의 자조적인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
“원래 꼴션스 팬들은 작은 거 하나에서 이 팀을 포기하지 않을 핑계를 찾는 족속들이거든.”
신기한 팀인 것은 확실하다.
개인 훈련에 집중하는 가운데, 2027시즌이 종료됐다.
오션스는 3년 연속 10위를 기록했다. 시즌 막판에 연패에 빠져 쭉 6위에서 10위까지 엄청난 속도로 미끄러졌다.
지난 시즌 8위였던 선더버즈가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해서 엔젤스와 맞붙었고, 엔젤스가 승리해 정규시즌 3위 불도저스와 준플레이오프.
불도저스는 엔젤스를 꺾고 정규시즌 2위이자 전년도 한국 시리즈 우승팀 바이킹스까지 잡아내는 저력을 발휘했지만, 한국 시리즈에서 창원 파이러츠에 패배했다.
“건우야.”
“예. 아버지.”
“아빠 좀 나갔다 오마.”
“어디 가세요?”
“아랫집 복장 긁으러.”
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예전에 파이러츠가 우승했을 때만큼 신나 보이진 않으셨다.
어머니가 말씀하시기를, 내가 오션스에 입단하게 돼서 다시 팀을 갈아탈지 말지 고민 중인 것 같다고 하셨다.
“유리네 아빠가 철새라고 놀려서 더 고민하는 거 같더라.”
음. 그게 중요한 건가.
“저 미국 안 가는게 더 좋으세요?”
다른 이야기지만, 이게 궁금하긴 했다. 부모님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어머니는 웃으면서 대답하셨다.
“솔직히 간다고 할 때 좀 섭섭하긴 했지. 근데 아빠가 더 섭섭해했다? 그래도 꼭 가겠다니까 큰맘 먹고 지지해준 거고. 아빠한테 잘 해. 요새 아빠랑 안 놀아줘서 조금 침울해.”
내가 이맘때 아버지랑 자주 놀았던가?
아닌 거 같은데.
“그래요?”
“요새 캐치볼 같이 안 해줬잖아.”
아하. 캐치볼 자주 했었구나.
아파트 계단에서 두 아저씨가 소리 지르는 것이 들려온다.
“우승 언젠지 기억은 나냐? 우리 국민학교 다닐 때였다!”
“너네 팀은 이제 끝났어!”
“몇 분 전에 우승했는데 뭐가 끝이냐!”
“너흰 내년에 죽었다!”
두 분이 싸우는 소리를 듣고 어머니와 같이 웃었다.
“아직 애 같다니까. 그렇지?”
그래도, 음.
보기 좋다.
이혼하고 아버지한테 정말 많이 혼났었다. 그때의 나는 내가 뭘 잘못했냐고 대들다가 엄청 싸우고 사이가 멀어졌었다.
모든 걸 바로잡을 수 있게 돼서 기쁘다.
-유리누나 : 아저씨 갑자기 문 두드리더니 우리 놀리고 갔어
-유리누나 : 아빠 분노 폭발해서 양주까는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메시지가 도착하자마자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셨다. 묘한 표정의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 캐치볼 하러 가실래요?”
아버지는 굉장히 좋아하셨다.
“오, 캐치볼. 좋지. 요새 영 뜸하더니. 이 아빠가 공 던지는 법 가르쳐주마.”
진작에 같이해드릴걸.
그래도 이제 많이 해드릴 수 있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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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다시 오션스 팬 하세요.”
“흡. 싫다.”
“왜요?”
“싫은데 이유가 있냐?”
“이제 저 오션스 선수잖아요.”
“넌 응원할 건데 오션스 응원은 안 할 거다.”
“종석 아저씨 때문에요?”
“오션스 응원하다 고혈압 올 뻔했는데 그걸 또 하라고?”
“그래도 오션스 여전히 좋아하잖아요.”
“누가 그래?”
“딱 보면 알죠.”
“알긴 뭘 알아? 억!”
“괜찮으세요?”
“아이고, 허리야. 던지다 살짝 삐끗했나 보다.”
“운동 좀 하셔야겠네요.”
“너도 내 나이 되어봐라.”
“아버지.”
“아고고, 오냐.”
“죄송해요.”
“뭐? 메이저 가기로 약속해놓고 안 간 거?”
“그것도 그렇고, 뭐. 여러 가지 죄송한 게 있네요. 부축해드릴게요.”
“건우야. 흐읍.”
“네.”
“갑자기 철 들려고 노력 안 해도 된다.”
“네?”
“아니, 요새 네가 좀 어른스러워진 것 같아서 말이다.”
“그랬나요?”
“뭐, 갑자기 꿈을 접는 것도 그렇고…괜히 네가 우리 생각하느라 그러는 건 아닌가 싶어서.”
“흐흐. 걱정하지 마세요.”
“어릴 때만 할 수 있는 것도 있고, 그때 즐겨야 할 것도 있는 법이다. 네가 뭘 하든 아직은 우리한텐 애니까 좀 더 기대거나 상의해도 좋다.”
“음. 알겠습니다.”
“다 컸구나 싶다가도, 아직은 아닌 데 싶기도 하고.”
“약속할 테니 아버지도 약속 하나 해주세요.”
“뭔데?”
“어머니랑 두 분 같이 꾸준히 병원 가시는 거요.”
“뭐? 이 아빠가 이래 봬도 얼마나 건강한데.”
“공 10개 던지고 허리 삐끗하셨잖아요.”
“…엄마한텐 100개 던졌다고 해주라.”
“그럼 병원 예약 잡을게요.”
“이놈.”
“예.”
“효자가 됐구나.”
“별말씀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