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50)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52화(52/385)
야구는 못 하지만 착한 친구들 -5-
#
한 경기에서 패배한 직후 팬들이 외치는 ‘해체해라 십새들아’는, 오늘 진 건 개빡치지만 내일은 불타는 타격과 날카로운 투구, 그리고 절묘한 수비로 승리를 따내지 못하면 내일도 해체하라고 말할 거라는 뜻이다.
심각한 패배는 아니었다. 여전히 성적은 좋았고, 팀 순위도 1위.
그냥 팬들의 PTSD를 자극한 것뿐이었다.
조형오가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자 지난 시즌, 타 팀 팬들에게는 축제의 장이었던 오션스 불펜 5경기 연속 블론 사건을 떠올린 팬들이 워낙 많았다.
조형오는 경기가 끝난 후, 라커룸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눈치를 살폈다.
마무리 복귀전인데 이렇게 망쳐버리다니.
“형오야.”
혼자 푹 수그리고 앉아 있는데, 주장 양대근이 말을 걸어왔다.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야수 실책으로 주자가 쌓이고 상대 팀에게 빅이닝을 만들어주며 경기가 거의 터지다시피 했던 날.
투수들과 야수들은 드잡이질했고, 안 그래도 나빴던 팀 성적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물론, 그때 난리의 주역이었던 인물들은 여기 없다. 양대근이 쌍욕을 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지만, 조형오는 움찔하며 1년 선배인 양대근을 올려다보았다.
“고생했다.”
그럴 리가.
따스한 한 마디가 나올 리가.
“내일 이기면 돼.”
팀 분위기가 좀 많이 바뀐 것 같더라니.
그 양대근이 주장 노릇을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감독이 다가왔다. 크고 무섭게 생겼다. 감독은 옆에 있는 통역을 통하지 않고 직접 말을 걸어왔다.
“Nail the jail hey man day.”
이게 한국어인지 영어인지 몰라 잠시 멀뚱거리며 감독을 바라봤다. 통역이 헛기침하고 말을 옮겼다.
“내일 더 잘 하면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조형오는 감사하다고 말하고 주위의 눈치를 살폈다. 수석 코치를 포함한 코치들은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감독보다 더 말을 많이 했었는데.
선수들은 패배했음에도 그렇게까지 어두워 보이지 않았다.
“야. 나 홈런 안 나온다.”
“웨이트해.”
“아니, 그거 말고.”
“코어 운동해.”
“그거 말고.”
“하체 운동해.”
“아니. 스윙 각도 좀 조절하려고.”
“해.”
“해줘.”
“아, 스윙 각도 조절이 그리 쉬운 줄 아냐?”
심지어 신인 둘이 패배한 날 선배들 눈치도 안 보고 저렇게 떠들어대기까지 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선배님의 명성에 누를 끼쳤습니다! 저 박의현! 야구에 미쳤지만 아직 모자란 남자! 제가 조금만 더 분발했더라면! 크흐흑!”
그리고 이 새끼는 또 뭔가. 조형오는 자신이 프로 생활 내내 몸담아왔던 이 팀이, 부상으로 빠져있는 기간 동안 너무나도 낯설어졌다는 데서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
“아,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오더라니까.”
유리가 투덜대고 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샐쭉한 표정으로.
“무슨 생각으로 몸쪽 컷 패스트볼 던진 거래? 윤세환 상대면 바깥쪽 낮게 투심만 던져도 알아서 땅볼 쳐줄 텐데.”
유리는 아직 분이 덜 풀렸는지 계속 조잘댔다.
“윤봉사 선구안 노루급인거 모르나? 왜 정면승부 한 거지?”
아니다. 최소한 내가 보기에는 윤세환 선구안이 초코시욱 선배보다는 훨씬 낫다.
하지만 그에 반박하는 대신, 그냥 맞장구를 쳐줬다.
“그치. 나도 이해 안 돼.”
“그것도 부상 복귀한 지 얼마 안 돼서 구위도 정상 아니면서 말이야.”
아이러니하게도, 유리가 얼마나 오션스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유리는 오션스 선수들의 습관을 거의 꿰뚫고 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상대 팀과 상대 선수를 어떻게 공략하면 좋을지도 나름대로 구상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누나가 코치면 안 그랬겠지?”
“당연하지. 그래도 조형오가 불펜에서 구위는 제일 좋거든? 체력 딸려서 시즌 중반만 지나면 불꽃 축제처럼 연쇄 폭발을 해서 그렇지. 몸 상태 천천히 끌어올려서 써야 하는데. 사실 조형오는 마무리보다는 셋업이 나아. 휴식 보장해주면서 써야 해.”
이상한 일이다. 아무리 유리가 장래에 출중한 인스트럭터 혹은 코치가 될 거라지만, 진짜 코치들 보다 더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누나.”
“응.”
“오션스가 그렇게 좋아?”
“개싫어.”
나는 그 대답에 크게 웃어버렸다.
“진짜 세계에서 제일 싫어.”
진심으로 정색하는 표정이 귀엽게 느껴졌다. 저렇게 질색할 것까지 있을까 싶어서.
“그럼 내 투구 폼 교정 마저 도와줘.”
“맞아. 꼴션스 불펜 해결 방법은 그것뿐이지.”
심각한 표정의 유리가 내 투구 폼 교정 준비를 마쳤다.
사실, 타격 폼보다 투구 폼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
아무래도 공을 던질 때 투수의 몸에는 타격 시 보다 훨씬 많은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시속 90마일, 100마일의 속도로 공을 던질 때 뼈와 근육이 말도 안 될 정도로 비틀리는데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내 생각대로만 만들어진다면, 부상 위험도는 상당히 줄어든 투구 폼이 완성될지도 모른다.
팔을 억지로 비틀어 던지는 공은 최소화시키고, 만들어진 투구 폼에 잘 어울리는 구종 위주로 던질 테니까.
유리가 중얼대고 있었다.
“우리 건우가 마무리하고…조형오는 김정혁이랑 이닝 배분해서 셋업맨 하고…이현호는 은퇴시키고…”
조금 잔인한 말이 들린 것 같은데.
“박은수는 롱릴리프나 땜빵 선발로…”
혼자 뭔가 구상을 한 것이 많은가보다.
코치 말고 감독을 시키면 더 좋지 않을까.
내가 빤히 바라보자, 유리가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
“동작 해봐.”
“누나 보니까 심쿵해서 움직일 수가 없어.”
“심쿵 말고 심장 터뜨려버리기 전에 빨리 해라.”
어울리지도 않게 인상을 쓰며 입술을 움직이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웠는지, 성큼성큼 걸어가서 유리를 안아버렸다.
“야! 오션스 불펜 좀 살려보자고오!”
유리는 아주 잠깐 바둥대다가 포기하고 날 안았다. 그리고 흐느끼는 척 목소리를 냈다.
“건우야…오션스 좀 살려주라…”
“오션스 우승하는 거 보고 싶어?”
“응…”
“그렇게 나랑 결혼하고 싶었어?”
안은 상태 그대로, 유리가 내 등짝을 후려쳤다.
“야아아! 나랑 결혼하고 싶으면 우승 반지 가져오라고오오!”
#
출근하자마자 국민성에게 유리가 만든 자료를 건네줬고, 훈련 때 노경우와 박의현의 스윙을 좀 봐줬다.
아무리 유리의 자료가 좋더라도 자료만 가지고 쉽게 투심을 완성할 수는 없다. 같이 자료를 보며 도와주고 싶지만, 국민성이 오늘 선발이라 깊게 파고들진 않았다. 그리고 유리가 경기를 분석해 자료를 업데이트해주기로 했으므로, 이 자료는 그냥 참고만 하라고도 말해주었다.
“너무 의식적으로 손목 들어 올리지 마. 밸런스 무너진다.”
노경우는 홈런을 더 치고 싶어 하지만, 나는 노경우가 홈런 타자보다는 중장거리형 스프레이히터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발사 각도를 조금 높게 만드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스윙할 때 손목 각도를 유지하도록 알려주었다.
그리고 박의현은…
“40홈런 포수로 다시 태어날 박의현을 기대해라!”
…사실, 수비만 잘 해줘도 충분하지만, 은근히 타격 재능이 있다.
“그것보다는 출루율 4할에 두 자릿수 홈런 포수는 어때요?”
이건 유리의 의견이었다.
현재까지 박의현은 75타수 18안타로 타율 0.240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볼넷이 무려 16개다. 출루율이 0.373. 출루율이 타율보다 1할 3푼이 높다.
물론 타순에서 오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울프팩과 이시욱 선배의 선풍기를 지나면 노경우가 있고, 그 뒤가 이 말 많은 포수다.
9번 타자 김성훈은 거의 식물 취급이나 마찬가지라서,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하면 차라리 9번 타자를 상대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4할 출루율? 역시 천재 타자 강건우! 나의 영혼의 단짝! 내 인생 목표를 날카롭게 꿰뚫어 보다니!”
사실 출루를 배우려면 양대근 선배한테 가는데 맞는데…
게다가 고졸 신인인 나한테 뭔가 배우는 그림도 좀 이상할지도 모르니까.
문제는, 대근이 형이 박의현만 보면 슬금슬금 자리를 피한다는 것이다.
“대근 선배님한테 출루의 비밀을 좀 알려달라고 해보는 건 어때요?”
“킹대근! 선배님! 하아…”
어울리지 않게 한숨이라니.
한 수 가르쳐 달라고 했다가 거절이라도 당했나?
“왜 그러세요?”
“날 피하시는 것 같아…왜지? 내가 뭐 실수라도 했나? 야구 천재 강건우는 왜 그러는지 혹시 알고 있나? 너의 그 송곳 같은 통찰력이라면…!”
아니, 그게 통찰력까지 필요할 일인가?
“방법이 있습니다.”
“오! 역시!”
“대근 선배님 앞에서 소리 지르지 마세요.”
박의현은 뒤통수를 거하게 얻어맞은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날 멍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박의현의 대답은, 인생 2회차를 살고 있는 나마저도 놀라게 할 만한 것이었다.
“난 소리 지른 적이 없는데?”
#
국민성이 등판할 때면, 팬들이 어떻게 느낄지는 몰라도 나는 꽤 편안한 느낌이 든다.
뭔가 몇 대 맞더라도 대량 실점은 안 내줄 것 같은 느낌이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그런 경우도 분명히 생기겠지만, 그래도 안정감이 있다.
딱!
물론.
“아웃!”
국민성의 선발 등판일에는 내가 좀 바빠지긴 한다.
유리의 통계에 따르면 다른 경기에 비해 유격수 방면 땅볼 타구가 40%는 증가한다고 했다. 물론 표본이 워낙 적은지라 사례가 쌓인 후를 확인할 필요는 있다.
하나 확실한 것은, 겉으로 보기에 비실대는 것 같은 구위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장타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과 일반적으로 그라운드볼러들이 던지는 구종인 싱커나 투심을 던지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물론 체인지업으로 땅볼을 유도하긴 하지만, 대부분 상황에서 국민성은 포심 패스트볼을 선택한다.
“볼넷!”
존 끝을 활용하는 편이라 볼넷이 좀 있긴 하다. 그리고 포수의 싸인을 보니, 다음 공은 투심이었다.
타석에는 어제 맹활약한 송병재. 투심이 좌타자를 상대로 우투수가 땅볼을 유도하기 정말 좋은 공이기는 하다.
그런데 코스를 고르는데 싸인이 길어졌다. 박의현은 투수의 싸인을 받은 후 벤치에 다시 싸인을 보냈고, 결국 투수의 의도대로 초구를 결정한 것 같았다.
포수 미트 위치를 보고, 나는 국민성이 뭘 생각하는지 혼란에 빠졌다.
존 중앙 투심.
국민성 본인 입으로 투심이 미완성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작년 타격왕을 상대로 의도된 존 중앙?
따악-!
어제 지켜본 송병재는 꽤 영리한 타자였다. 레그킥이 전혀 없이 정확하게 받혀놓고 치는 유형이다. 스윙 스피드가 타고나게 빠르고 손목 힘이 좋아 타구 속도가 빠르다. 공보는 시간을 길게 가져가며 정확하게 때려낸다.
방금도 정확히 맞았다.
어퍼스윙을 하는 편은 아니라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가 많이 나오는데, 타구가 정확하게 노경우의 정면으로 향했다.
“흠!”
노경우는 이상한 신음을 내며 자신의 정면으로 오는 타구를 확 잡아낸 후, 1루로 귀루하지 못한 주자를 잡아내기 위해 빠르게 송구했다.
“아웃!”
병살타의 완성이다.
“오카이!”
노경우는 굉장히 기뻐했다. 하지만 국민성에게 기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주자를 내보낸 상황에서 굉장히 까다로운 타자를 상대로 병살을 유도했음에도.
원래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편이긴 하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뭔가 제대로 안 풀렸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왜 저기로 가지.”
음.
타자의 타구 방향마저 컨트롤하려고 하고 있었구나.
굉장히 피곤한 타입이다.
자기 뜻대로 안 되면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더라도 멘탈이 흔들릴 수도 있다.
“천재 2루수 노, 경, 우!”
나는 기뻐하고 있는 노경우를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본 후, 국민성의 뒤를 쫓았다.
“날 다시는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지 마라, 천재 타자 강건우.”
“차라리 내 눈알을 뽑아라.”
#
[국민성 존나 신기하지 않냐?]ㄴ공 개느린데 난타 안당하는거 좀 신기하긴 함
ㄴ뭐가 신기함? 혹시 심판 조카 아닌가 조사해봐야되는거 아님?
ㄴㄹㅇ임 스트존 좆같음
ㄴ몬 개소리고 볼넷 줄때 3번째 공 누가봐도 스트라이큰데 볼주는거 못봣나
ㄴ매수 엔젤스 ㄲㅈ
ㄴ매수는 니네가 했겠지
ㄴ오션스는 매수같은거 안함 그냥 븅신같이 꼴지하지
ㄴ오션스가 심판한테 돈 줬으면 101010찍었겠냐고 ㅋㅋㅋㅋ
ㄴ오션스는 야구단 아님 자원봉사단임 아직도 좃형오 연봉 주는거 보면 모름?
ㄴ난 이훈 연봉 주는게 더 신기함 조형오는 가끔 존나 잘 막을 때 있긴 하잖음
ㄴ훈이는 냅두라고ㅡㅡ
ㄴ맞다 나 엔젤스 팬인데 훈이는 걍 좀 냅둬라
ㄴ하긴 느그 똑딱이들 훈이 없으면 홈런 어디가서 치겠냐
ㄴ시끄릅다 다 끄지라 건우 홈런치는거 봐야한다
ㄴ님은 댓글도 음성재생됨? 뭐가 시끄러움?
ㄴ손가락으로 치는데 사투리 왜 쓰는지 진짜 이해안됨ㅋㅋㅋ
ㄴ다 끄지라고
ㄴㅇㅋ훈이는 냅두고 꺼져줌
ㄴ훈이 왜 냅둠 너네가 데려가라
ㄴ아 훈이는 그냥 냅둬 좀
ㄴ훈이 데려가고 조영호나 백민수 주면 안됨?
ㄴ걍 너네가 은퇴할때까지 데리고 있어라
ㄴ잠실 홈으로 쓰면 훈이도 피홈런 줄어들지도 모름
ㄴ야!!!!!!!!! 훈이는 그냥 냅두라고!!!!!!!!!!!!!!!
ㄴ님 분조장임? 왜케 화냄
ㄴ훈이 주고 영호나 민수 달라는데 어케 화를 안내냐 시발롬아
ㄴ훈이 진짜 착한데
ㄴ착하면 뭐함 야구 개못하는데
ㄴ아니 근데 훈이 진짜 엄청 착함
ㄴ착한거 알겠으니 걍 냅두라고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