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53)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55화(55/385)
내 몸에는 소금물이 흐른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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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팬들은 김권종과 박용재가 오션스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서는 상상을 하곤 한다.
오션종, 오션재, 오권종, 오용재 등으로 부른다. 하지만 김권종과 박용재는 오션스 팬들의 그런 말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는 편이다.
오션스에 절대 가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은 아니었다. 세상일은 어찌 될지 모르는 법이다.
물론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그래도 오션스가 수십억을 더 주면 생각해볼 여지는 있지 않겠는가.
게다가 오션스 팬들이 그런 말을 하더라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건 오션스 팬들의 헛된 망상이라고 생각할 뿐이니까.
하지만 민승기는 조금 달랐다.
민승기가 다이아몬즈에 지명됐을 때, 다이아몬즈 팬들에게는 나름대로 큰 사건이 있었다.
[야 민승기 드랲 뽑히고 표정 왜 똥 씹음?] [민승기SNS.JPG]-야구…접을까…?
[야 민승기 모태꼴빠랜다]ㄴ그래서 우리 팀 온게 불만?
ㄴ그런듯
ㄴ뭐 저딴 새끼를 뽑음???
민승기는 이때 큰 충격을 받았다.
당연히 오션스에 지명 받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진지하게 야구를 접을까 고민했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오션스 상대로는 한 점도 내주지 않겠다!’
그리고 자신의 강력함에 놀란 오션스가 후회하기를.
예전에 썼던 SNS나 드래프트 현장에서의 표정 등으로 민승기가 다이아몬즈에 지명받은 걸 싫어한다는 말이 이미 퍼졌지만, 민승기는 대응하지 않았다.
오션스 관련 게시물로 가득했던 SNS는 그대로 방치했고, 언론의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데뷔 시즌부터 실력을 증명했다. 53이닝 평균자책점 3.68, 2승 5패 15홀드.
다음 시즌에는 36세이브를 기록하는 동안 블론 세이브 두 번을 기록했고, 그다음 해부터는 선발 투수로 자리 잡았다.
오션스 팬들은 굳이 민승기를 데려와야 한다며 오승기나 오션기라고 부르지 않았다. 당연히 올 거로 생각했으니.
물론 다이아몬즈 팬들은 그걸 오션스 팬들의 망상으로 치부했다.
그리고 민승기는 오션스 팬들이 자신에게 김권종이나 박용재에게 보이는 관심을 보여주지 않아서 서운해하고 있었다.
앤디 가필드가 2회 초에 안타 하나를 허용했지만, 병살타를 유도하며 깔끔하게 막아낸 후, 민승기가 다시 마운드에 올라오기 직전.
민승기가 포수에게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잘 들어라. 주상욱.”
“예, 형.”
“오늘 우리의 목표는 퍼펙트게임이다.”
“예.”
“목숨 걸고 우리의 목표에 집중하기 바란다.”
“예.”
“오늘 내 컨디션은 완벽하다.”
주상욱은 생각했다. 바람이 조금만 바깥으로 불었더라면 강건우의 그 타구가 넘어갔을 건데 무슨 소리냐고.
하지만 입은 정직하지 못했다.
“예. 오늘 완벽하십니다.”
“그러니까.”
“예.”
“퍼펙트에 실패하면 타자들 때문이다.”
“예?”
“단 한 번의 포구 실수도 용납하지 못한다.”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 민승기는 마운드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주상욱이 표정을 가리려고 포수 마스크를 써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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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근은 최근, 부쩍 장타를 노리는 빈도가 늘어났다.
물론, 볼넷 출루를 꺼리게 된 것은 아니었다. 가능하다면 1루 보다는 2루를 노릴 뿐.
울프팩과 이시욱이 제대로 맞히면 크게 뜨지만, 내야 땅볼에 그치는 경우도 많은 데다가 접근법을 좀 바꾼 성과도 있었다.
원래의 양대근은 볼 카운트에 따라 약간씩 존을 다르게 가져갔다.
초구를 맞이하는 양대근의 스트라이크 존은 굉장히 좁았다. 정말 확실하게 자신 있는 공이 아니라면 배트를 절대 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따아악-!
조금 높은 코스. 양대근은 민승기의 초구에 배트를 휘둘러 맞혔다.
그런데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임팩트 직전, 양대근은 이 타구가 외야로 날아가 우익수와 중견수 사이의 코스로 향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공은 내야를 살짝 벗어나는 데 그쳤다. 유격수가 쫓아가 가볍게 공을 잡아내 아웃.
다음 타자 울프팩이 거대한 근육을 자랑하며 타석에 들어섰다. 두 번째 공을 타격했고, 타구는 쭉 뻗는 듯하다가 워닝트랙에서 잡혔다.
민승기는 모자챙을 매만지며 한쪽 입꼬리만 올리며 웃었다.
그래.
이거다.
내게 환호하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침묵하라.
‘사직의 관중들이여.’
광소(狂笑)를 억지로 억누르며, 타석에 들어서는 이시욱을 맞이했다.
민승기는 오션스 1차 지명자들에게 조금의 자비도 없었다. 특히, 그 선수들이 오션스의 성골 혹은 진골이라 불리는 고등학교 출신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스트라이크! 아웃!”
154km/h의 포심 패스트볼이 오션스의 성골이자 1차 지명자 이시욱을 돌려세웠다. 민승기가 오른손으로 얼굴 반쪽을 가리며 웃었다.
“큭큭큭…”
사직 구장의 2회가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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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가 민승기를 데리고 오면…’
유리는 민승기의 강력한 모습을 보며, 머리를 굴렸다.
외국인 투수 둘에 민승기.
김정용과 이훈, 국민성.
뒤의 셋 중 하나는 불펜으로 빠져야 한다.
‘조금 계륵인가?’
다음 시즌 전력 구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건 그냥 행복회로일 뿐이었다.
민승기 정도의 투수가 들어오면 없는 자리라도 만들어야 한다.
그것보다 지금 문제는 민승기의 컨디션이 미쳐 날뛰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 씨바! 민승기 돌았나!”
앞쪽에 앉은 모르는 아저씨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외쳤다.
노경우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타이밍을 잡기는커녕, 워낙 빠르게 피칭이 시작되어 엉덩이를 제대로 흔들지조차 못했다.
그리고, 박의현도 삼진.
“점마 뭐고!”
김성훈도 삼진.
“빙신들아 좀 맞히기라도 해라!”
무려 4타자 연속 삼진으로 한 이닝이 삭제되자 그 아저씨의 절규가 울려 퍼졌다.
오늘 민승기의 컨디션은, 관중석 멀리서 봐도 도무지 손댈 수 없을 정도로 좋아 보였다.
그런데도 일부 오션스 팬들의 행복회로는 돌아갔다.
“야 그래도 타순 한 바퀴 돌았잖아. 타자들도 적응해서 괜찮지 않을까?”
“저렇게 계속 던지면 아무리 민승기라도 퍼져. 몇 이닝 지나면 괜찮을 거야.”
“그렇겠지? 150 넘긴 게 몇 구야?”
맞는 말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유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민승기는 100구까지 구위를 유지해서…’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민승기는 정유리도 관심 깊게 지켜보는 투수 중 하나였고, 120구까지도 거뜬한 어깨를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필드가 잘해줘야 하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최근 다이아몬즈 타자들의 컨디션이 나쁘다는 점.
그리고 다음 이닝에 강건우가 올라온다는 부분이었다.
일단 주자를 내보내면 공략할 구멍이 생긴다. 특히 홈런은 아니더라도 2루타라도 쳐서 득점권에 주자가 나간다면 민승기는 부정적인 의미로 다른 투수가 된다.
옆에서 이미래가 걱정하자, 유리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건우가 해줄 거에요.”
유리의 말에, 오소희가 깃발을 휘두르다 흘린 땀을 닦으며 대답했다.
“가시나. 지 남친밖에 몰라서 가자고.”
“아, 엄마한테 말 안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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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보다 공이 더 좋은데?”
다른 선수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본 민승기 중에 제일 좋은 상태다.
국가대표에서 뛸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지난 맞대결 때도 젊어서 그런지 쌩쌩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오늘은 뭔가 다르다.
확실히는 몰라도, 이건 기술적인 문제나 신체적인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천적 이야기를 전에 했던 거 같은데, 오늘의 승기 형은 약간 그런 느낌이긴 하다.
다이아몬즈 포수가 그랬다. 저 형이 사직만 오면 좀 그러니까 이해 좀 해달라고.
나도 투수로 이름 좀 날려봤지만, 투수는 확실히 특이한 생명체다. 특정 구장이 편하다고 느껴지면 그 구장에서 던질 때는 컨디션이 확 올라올 때가 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뭔가가 더 있는 것 같긴 한데 그런 걸 내가 확실히 알 수는 없으니.
“석규 형님. 공 건드릴 수 있으시겠어요?”
“잘 봐라 노경우. 내가 어떻게 공을 건드리는지 보여주고 오마.”
“설마 기습 번트?”
“…”
황석규 선배는 정곡이라도 찔렸는지, 노경우를 흠칫하고 바라본 후 풀스윙하며 걸어나갔다.
맞히기만 하면 승산이 조금은 있다. 손목 힘과 스윙 스피드가 좋은 편이라서.
공이 아무리 빠르게 날아와도 제대로 맞히면 멀리 날릴 수 있다. 첫 타석에서는 내가 포심만 생각하고 있다가 투심에 약간 히팅 포인트가 어긋났었다.
다음 타석에서는 뭘 노려야 하나.
따악!
풀스윙과 패스트볼이 만났다.
그리고 결과는.
“아웃!”
중견수 플라이.
사실, 공이 묵직해서 힘이 달려 타구가 멀리 못 나가는 게 아니다. 멀리 보낼 수 있는 히팅 포인트에 못 맞히고 빗맞아서 멀리 나가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오늘 패스트볼의 무브먼트가 평소보다는 좋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타격 자세를 근본부터 수정할 수는 없다. 스윙이 나올 때 유동적인 부분에서 신경을 쓸 수밖에.
“후후. 봤나. 노경우. 나는 건드렸다.”
“형님. 아웃이잖아요.”
“넌 헛스윙 삼진이었지.”
“그거나 그거나 같은 아웃인데요.”
“변명이 길구나.”
만담 콤비를 뒤로하고, 대기 타석으로 나섰다. 덕아웃 한쪽 구석에서는 박의현이 양대근 선배를 괴롭히고 있었다.
배영한이 초구를 헛쳤다. 약간 황당해하는 듯하다. 배트에 워낙 잘 갖다 맞히기에 이게 왜 안 맞는지 이해를 못 하는 걸지도 모른다. 2구는 파울.
3구 파울.
4구 파울.
5, 6, 7구까지 파울.
약간 감을 잡은 것 같기는 한데.
하지만, 8구에서 삼진 아웃.
언제나 여유만만하던 배영한의 얼굴에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야. 야구 천재.”
“예.”
“힌트 좀 찾아보려고 했거든?”
“힌트요?”
“어. 근데.”
“예.”
“없어. 시발. 오늘 공 진짜 돌았네.”
배영한은 그렇게 말하더니 씩 웃으며 들어갔다. 땀을 소매로 닦으면서.
그리고 승기 형은, 내가 올라오자 눈에 힘을 주고 다시 내 이름을 외쳤다.
“강건우!”
포수가 울듯이 내게 말했다.
“제발…반응해주지 마라…제발…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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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수원 다이아몬즈 0 : 0 부산 오션스.]-2아웃 주자 없음.
-3번 타자 강건우.
ㄴ건우밖에 희망이 없다
ㄴ진짜 시발 스윙이 따라가는 놈이 없네
ㄴ1회말 그게 넘어갔어야 했는데
-1구 타격(153km/h)
-파울
ㄴ와 존나 컷네
ㄴ좀만 옆으로 꺾었으면 홈런인데
ㄴ개아깝
ㄴ그래도 건우니까 저런거라도 치지
ㄴㄹㅇ다른 새끼들은 내야를 못 벗어남
-2구 타격(149km/h)
-파울
ㄴ시발 저게 투심이냐
ㄴ국민성은 투심 130던지던데 존나 불공평하네
ㄴ혼자 야구하냐!!!!!!!
ㄴ아니 씹 ㅋㅋㅋㅋㅋㅋ
-3구 볼(144km/h)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슬라이더가 14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저거 참은 건우도 물건이네 ㅋㅋㅋㅋㅋ
ㄴ승기야 오션스 오자
ㄴ개새끼야 남의 팀 에이스 탐내지 말라고
ㄴ승기 오션스 팬인거 모르는 놈들 있음?
ㄴ팬인거랑 뛰는거랑 몬 상관임
-4구 타격(150km/h)
-파울
ㄴ오션스 안 올거면 메이저로 꺼져
ㄴ승기 친군데 승기 오션스 갈거임 걱정 ㄴㄴ
ㄴ딴팀 가더라도 오션스만 아니면 좋겠다
-5구 타격(152km/h)
-2루타.
ㄴ터져쓰욧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
ㄴ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민승기 득점권 주자 내보내면 훈이급 되는거 모르는 놈 없제?
ㄴ훈이는 냅두라고
ㄴ아무리 그래도 훈이는 좀
ㄴ훈이 건들지 말라고!!!!!!!
-4번 타자 양대근.
ㄴ대근이형!!!!!!!
ㄴ요새 대근이형 나오면 ㅈㄴ기대감 올라감
ㄴ대근이형 득타율 갑
ㄴ득점권에 양대근? 민승기가 아니라 누가 와도 믿을만하지
-1구 타격(154km/h)
-좌익수 플라이 아웃.
-이닝 종료.
ㄴ야이 덩산 새끾야
ㄴ씨발 덩치만 산만해가지고
ㄴ그걸 건드리냐 시팔
ㄴ눈깔 베란다에 빼놓고 왔냐????????
ㄴ은퇴해라 십새야
ㄴ아 저 븅신 시발 지금 뭐함?
ㄴ찬물 끼얹는거 보소
ㄴ득점권을 이렇게 날려 처먹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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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가 1대 0으로 패배했다.
결승 타점은 작년 신인왕이었던 홍석헌이 뽑아낸 8회 말의 희생 플라이.
실상, 엄청난 수준의 투수전으로 흘러간 오늘 경기의 최고 선수는 누구에게 물어봐도 민승기였다.
9이닝 3피안타 1사사구 17탈삼진 완봉승.
역대 9이닝 최다 탈삼진과 타이 기록.
강건우에게 2루타 하나와 안타 하나를 얻어맞았다. 양대근은 볼넷을, 그리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9번 타자 김성훈이 내야 안타를 하나 뽑아냈다.
9이닝 동안 4피안타 2사사구 1실점을 내주며 완투패를 기록한 앤디 가필드도 10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며 최고의 경기를 보여줬지만, 오늘은 상대가 너무 나빴다.
인터뷰장에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 민승기는 꽤 만족스러워 보였다.
‘오늘이 그 날인가.’
하지만 경기를 돌이켜보면, 100% 만족할 수는 없었다.
강건우에게 홈런을 맞을 뻔했다. 아웃을 잡아내고 크게 기뻐하며 포효하긴 했으나, 수비가 돕지 않았더라면 장타로 연결됐을 타구였다. 바람이 조금만 더 불었더라면 그대로 넘어갔을 테고.
다른 두 개의 안타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민승기의 마음속에서 강건우의 위치를 바꿔야 할지도 몰랐다.
자신이 이끄는 오션스의 우승을 도울 조연에서.
자신과 함께 우승을 이끌 최고의 파트너로.
‘내 몸속에는 오션스의 피가 흐른다.’
입이 근질근질했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기자들에게 이 말을 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민승기는 꽤 오랜 기간 참아왔다.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 말은 오션스와 도장을 찍고 나서 하려고 준비한 말이었다.
기자들이 민승기에게 질문을 쏟아부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민승기는 침착하게 눈을 감았다 뜬 후, 눈에 익은 기자 하나를 골라 질문을 던질 기회를 부여했다.
“오늘 경기 정말 대단했습니다! 특히 사직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데요, 특별히 여기서 더 잘 던지는 이유가 있을까요?”
저 기자는 오션스의 팬이다.
어쩌면 이것이 유도 신문일지도 모른다.
민승기는 자신이 오션스에 입단한다면, 오션스의 왕자 같은 별명으로 불릴 거라 생각하며 싱긋 웃었다.
“저는 이 경기장을 무척 좋아합니다. 단지, 그것뿐입니다. 이곳의 마운드가 저와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강건우 선수에게 2루타를 맞을 때까지 퍼펙트를 유지하고 계셨는데요! 혹시 퍼펙트게임을 의식하셨나요?”
그 질문에, 민승기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외치고 말았다.
“강건우!”
순간, 기자들이 조용해졌다.
민승기는 자기에게 적수는 없다고 생각해온 사람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민승기가 침을 꿀꺽 삼키며 자기도 모르게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말았다.
“저와 함께 우승을 이끌 최고의 파트너를 찾은 것 같습니다…”
“예?”
“함께 우승을요?”
“파트너라뇨?”
민승기가 돌처럼 굳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머리는 핑핑 돌아가고 있었다.
어렵게 입을 뗐다.
“야구…”
“예?”
“올림픽…야구…”
“올림픽이요?”
“예…올림픽 야구…우승…금메달…그 영광을 함께…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