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57)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59화(59/385)
팅팅탱탱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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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브레드먼 감독은 가끔, 훈련 중에 선수들과 내기를 하곤 한다.
“캡틴에게 전해줘. 난 치즈버거와 프렌치프라이에 ice cream sundae(선데이 아이스크림)를 먹어야겠어.”
연봉이 낮은 저연차 선수들에게는 내기에서 일부러 져줘 배트나 스파이크를 사주기도 하지만, 연봉 많이 받는 고참들에게는 가차 없다.
다음 선발인 국민성이 연습 투구를 하는데, 심판 자리에 서서 이게 볼인지 스트라이크인지 구분하는 내기를 했다.
국민성은 애매한 코스를 집요하게 노리는 투수고, 연습 투구 때도 마찬가지였다.
10구의 스트라이크/볼을 판정하고 기계랑 비교하는 방식이었는데, 감독님은 단 1구의 오차만 인정해주기로 했고, 양대근 선배는 3개를 틀려서 선수단의 간식거리를 사기로 한 것이다.
“와. 민성이 공 진짜 애매하다. 타석에 서 있으면 완전 헷갈리겠는데.”
사실, 국민성이 등판한 날이면 팬들의 볼 판정 불만이 많은 편이다. 우리 팬과 상대 팀 팬을 가리지 않는다.
상대 팀 타자도 그렇다. 뭐, 애매한 공이 자기한테 유리하게 판정되면 아무 말도 안 하겠지만.
돈 내는 건 주장이고, 심부름은 타구 비거리 내기로 했다.
단 한 번의 기회에서 노경우의 타구가 빗맞아서 뒤로 흘렀고, 마이너스 10미터의 비거리로 심부름꾼으로 결정됐다.
노경우는 자기보다 더 뒤로 갈 타구가 있을 수도 있다며 기다렸지만, 마지막 순번이었던 이시욱 선배가 번트를 대면서 그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와. 시욱 형님. 어린이날에 만루 홈런도 친 타자가 이렇게 치사할 수가…”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다. 막내야. 형은 불고기 버거 라지 셋트 세 개.”
“야, 이시욱. 세트 세 개 먹고 뛸 수 있냐?”
“아, 행님. 남자가 그 정도는 먹어줘야 안 되겠습니까.”
“뛰다가 옆구리 잡는 순간 먹은 거 다 토해라.”
“토하는 거 카메라에 잡히면 좀 그렇지 않겠습니까?”
둘은 이제 팀 공식 만담 콤비로 자리 잡았다. 저러다가도 박의현이 끼어드는 순간 대근 선배는 도망가기 일쑤지만.
노경우는 한참이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양대근 선배는 카드를 받으며 입맛을 다셨다.
“아. 이시욱 저 돼지 때문에 출혈이 큰데.”
“제가 돼지면 행님은요?”
“나는 이거 다 근육이야.”
이시욱 선배가 비웃다가 머리채를 잡혔다. 그런데 자기 음식을 받아든 감독님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What the fuck is this?”
감독님의 봉투 안에 들어있는 것은 치즈버거와 감자튀김, 아이스크림과 순대였다.
“순대는 왜 사 왔냐?”
“노덩우 저놈, 감독님 놀리려고?”
노경우가 변론을 펼쳤다.
“아, 형님들. 제가 분명히 순대도 사 오라는 말 들었습니다. 제가 요새 메이저리그 진출하려고 영어 공부도 좀 하거든요.”
“순대 처음 보신 거 같은데 무슨 순대 사 오라는 말을 들어?”
“진짭니다. 진짜예요. 진짜 억울합니다.”
알고 보니, ice cream sundae를 아이스크림과 순대라고 생각한 듯했다.
감독님이 종종 한국말로 선수들과 소통하려고 하는데, 발음이 조금 이상하다 보니 그렇게 착각했다나.
“감독님 영어 잘 못 하시는 거 같지 않냐?”
또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뭘 해도 하나씩 꼭 빼먹는 놈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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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팬들은 국민성이 등판하는 날이면 언제 저 똥볼 투수 놈의 운이 끝날지 궁금해하기도 했지만, 정유리는 국민성이 사람들의 생각보다 대단한 투수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물론 구속은 투수의 능력 중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투수의 모든 것은 아니다. 구속이 느리다 하더라도 다른 무기가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다.
그게 특정한 구종의 위력일 수도 있고 걸출한 제구력일 수도 있으며, 또 다른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다.
국민성은 명백히 제구가 강점인 투수였다. 그런데 거기에 한 가지 특별한 무기를 더한다면 확실한 카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강건우의 말에 따르면, 그 어떤 훈련으로도 안 되는 강심장에 포커페이스인 투수다. 사실 그건 말로 안 들어도 중계화면에 비치는 모습만 봐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정유리는 야구 팬이기에 앞서 스포츠 과학도로서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국민성이 갑자기 다가와 허리를 숙이며 투심을 가르쳐 달라고 했을 때는 굉장히 놀랐지만, 나름대로 자료를 만들어 건넸으니 어떻게 적용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론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것은 거의 건우였다. 유리는 조금씩 프로 선수들의 표본을 늘려가고 있었다.
“아, 저 똥볼 진짜. 오션스에 인재가 그렇게 없나?”
경기 시작 직전. 유리는 옆에서 감자 칩을 먹으며 볼멘소리를 해대는 동생의 귀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너 같은 놈을 보고 야알못이라고 한단다, 이 멍청한 놈아.”
“아! 귀! 아!”
정유리는 동생의 귀를 잡고 계속 괴롭히다가, 화면에 강건우가 나왔을 때가 되어서야 귀를 놓아주었다.
“우리 건우 왜 저렇게 수척해 보이지? 서울 밥이 입에 안 맞나?”
정현수가 또 한마디 거들었다.
“살이 포동포동하게 올랐구만 뭐가 수척해?”
“야!”
“뭐!”
도망가는 동생을 굳이 쫓진 않았다. 아직 화면에서는 건우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 정말 대단한 선수죠. 신인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실력과 멘탈을 겸비했습니다. 어제 홈런 치고 관중한테 배트 준 거 보셨죠? 어지간한 베테랑들도 가까운 데서 그렇게 욕을 먹으면 감정 컨트롤이 쉽지 않은데요. 그 관중분도 그 상황에서 그렇게 대처할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겁니다.
-팬 서비스도 가장 잘 해주는 선수라고 하더군요. 예. 선더버즈로서는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일 겁니다.
-그렇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지난 2시즌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윤태호 선수도 꽤 의식하고 있지 않을까요?
-경기 전에 잠시 윤태호 선수를 만났었는데요.
-예.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습니까?
-강건우 선수 스윙 이야기가 나왔는데, 윤태호 선수가 하는 말이. 글쎄. 어제 경기 끝나고 집에 가서 강건우 선수 스윙 폼을 따라 해보니까 알겠더랍니다.
-뭐를요?
-와. 어떻게 신인이 이렇게 칠 생각을 다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네요.
-신인치고는 너무 과감한 스윙인가요?
-그냥 과감한 스윙이 아니죠. 모든 것이 홈런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자세거든요.
-전에 듣기로는 강건우 선수의, 그, 아주 유명한 여자친구가 그 폼을 만들어줬다고…
-전 그게 농담인 줄 알았는데 강건우 선수 말로는 진짜라고 하더라고요. 이거, 프로야구 구단들이 하루라도 빨리 코치로 모셔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예요.
정유리는 해설자의 말을 듣고 쑥스럽게 웃었다. 그러자 멀리 도망가있던 현수가 소리쳤다.
“아! 토쏠리니까 그렇게 웃지 말라고!”
“넌 오늘 뒤졌다!”
“나 패는 거 동영상 찍어서 건우형한테 보낼 거다!”
“건우는 내가 뭘 해도 좋다고 했거든! 해봐!”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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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더버즈는 전체적으로 타자들이 적극적인 타격을 한다.
적극적인 타격과 무모한 타격은 조금 다르다. 굳이 따지자면 울프팩이나 이시욱 선배는 무모한 편에 속한다.
딱!
“아웃!”
의심의 여지 없이 바깥쪽 낮은 코스 포심.
지금까지의 패턴을 보면 국민성은 1회에 가장 약한 편이었다.
실점 여부와는 관계없이,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을 점검하려 하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얼마나 빼면 볼인지. 얼마나 낮은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는지.
보더라인 투구를 즐기는 제구파 투수들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 1회 첫 피칭인 것이다.
국민성의 속내를 내가 알 수는 없다.
타자들이 공격적으로 나와서 비교적 쉽게 아웃카운트를 따낼 수 있어 기뻐할지, 아니면 존 점검을 못 했다는 면에서 아쉬움이 남을지는 모를 일이다.
워낙에 표정에서 감정이 안 드러나다 보니까.
딱!
“아웃!”
2아웃까지 던진 공은 겨우 4개.
물론,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공을 때린다고 해서 다 범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게임에서야 그럴지 모르지만 이건 게임이 아니고, 나도 내버려 두면 볼이 될 공을 많이 때린다.
따악!
선더버즈 3번 타자 천제현의 타구가 노경우의 글러브 끝을 스치고 외야로 날아갔다.
타격 폼이 상당히 깔끔하고 배트 스피드가 좋다. 배트가 일직선으로 빠르게 나온다. 노경우가 저렇게 치면 정말 좋을 텐데.
“스윙 봤냐?”
“봤다. 왜. 놓쳤다고 갈구려고?”
“아니. 스윙이 좋길래.”
국민성이 고개를 까닥거리며 다음 투구를 준비했다. 포수 싸인을 훔쳐보니 투심이 나올 차례인 듯하다.
바깥쪽 낮은 코스 승부를 고집하지만, 국민성은 때때로 지나치게 과감할 때가 있다. 전에도 투심을 존 중앙에 꽂아버리더니.
이번에도, 그것도 무려 지난 시즌 홈런왕을 상대로.
따아악-!
뭐, 모든 스포츠가 그렇겠지만 결과만 좋으면 되는 일이다. 바깥쪽 낮은 포심을 생각하다가 중앙으로 들어오는 투심에 조금 타이밍을 놓쳤는지, 크게 휘두른 것에 비해서는 타구가 멀리 뻗지 않았다.
공격적인 타자가 아니었더라면 그냥 지켜봤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홈런타자라면 저런 공은 흘리기 아깝다.
“아웃!”
2아웃이기도 했고, 장타에 대비해 뒤로 물러서 있던 중견수 김성훈이 후다닥 달려 내려와 덜 뻗은 타구를 잡아냈다.
발도 빠르고 수비도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고 성실한 타입인데 타격을 너무 못한단 말이지.
하긴. 저기서 타격이 됐으면 팬들이 서창열 데려오라고 난리를 치지도 않을 테지만.
“흠.”
까다로운 타자에게 간덩이가 부은 승부로 아웃을 잡아놓고도, 국민성은 어딘가 불만족스러워 보였다.
“마음에 안 들어요?”
덕아웃으로 향하며 질문하자, 국민성이 대답했다.
“오늘 제구가 영 별로네.”
“좋아 보이는데요?”
“네 쪽으로 타구 하나도 안 갔잖아.”
“그렇죠.”
“타자 넷. 전부 다 유격수 땅볼 유도하려고 던진 공이었거든.”
기분 탓인지 국민성이 예전보다 말을 길게 하는 것 같다.
아니, 그보다.
유리가 국민성이 등판했을 때 유격수 방면 땅볼 비율이 평소보다 30% 이상 높다고 말했을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그게 의도된 거였다고?
“그걸 유도할 수 있어요?”
국민성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인플레이 타구가 나올 때 뜬공을 억제하고 땅볼을 유도하려고 노력해.”
“좋은 방향입니다.”
“그런데 땅볼이 나왔을 때 가장 아웃 카운트를 잡아낼 확률이 높은 건 네 쪽이야.”
“…”
“그래서 타자들의 스윙을 연구해서 네 쪽으로 갈 가능성을 높이려고 하지.”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국민성은 분명히 좋은 투수다.
그리고 엄청난 투수가 될 재목이다.
투수 코치를 바라보자, 심드렁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 서 있었다.
확실하다.
저 새끼가 문제다. 이런 투수를, 공 느리다고 그냥 2군에 처박아 놓는다고?
“계속 그렇게 던져주세요. 다 잡아 드릴게요.”
국민성이 입꼬리를, 정말로 아주 살짝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웃은 건가?
웃은 거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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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좀 보고 쳐라 이 멍청한 새끼들아!”
구장마다 투수의 구속이 조금씩 다르게 전광판에 표시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선더버즈 팬들은 시속 134km/h짜리 속구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 하는 팀 타자들에게 불만을 표시할 수밖에 없었다.
어제 상대했던 이훈은 깃털 구위라는 말을 많이 듣기는 하지만 그래도 140 중후반대의 공을 던지는 투수다. 그런 공은 뻥뻥 때려내더니(물론 패배했지만) 130km/h 초중반의 공을 제대로 치지 못 하는 타자들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데뷔전 138km/h의 공은 국민성이 혼신의 힘을 다해 던졌던 구속이었다.
오늘 경기에서 국민성이 던진 포심의 평균 구속은 133km/h.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야구는 실제보다 더 단순해 보인다. 평범한 팬들에게 느린 공은 치기 쉬운 공이고 빠른 공은 치기 어려운 공이다.
그런 의미에서, 타자가 가장 치기 어려운 코스를 집요하게 찔러오는 데다가 빈도가 높지는 않더라도 투심을 간간이 섞고 있는 국민성은 선더버즈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기는 힘들었다.
“어떠냐. 많이 어려워?”
우동기 감독은 윤태호에게 슬쩍 물었다. 윤태호는 미묘하게 엇나가는 타이밍에 세 타석 연속으로 범타로 물러났다.
“많이 까다롭습니다. 마음을 읽힌 것 같은 기분이에요.”
“쉽지 않은 투수다. 조급해하지 말고 차분하게 마무리하자. 야구 오늘만 할 거 아니니까.”
“예.”
인터넷에서 왜 저런 똥볼을 못 치느냐고 난리가 나는 것과는 다르게, 선더버즈 타자들로서는 160km/h 짜리 강속구를 뻥뻥 던져대는 투수보다 국민성이 더 까다롭게 느껴졌다.
윤태호는 특히 더 그랬다.
선구안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닌 타자다. KBO에서 힘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편이고 게스 히팅에 능해 노림수에 걸리면 그대로 넘어가지만, 국민성은 윤태호의 노림수를 다 알고 있다는 듯 던졌다.
바깥쪽 낮은 코스, 존을 벗어나더라도 넘길 수 있는 타자다.
하지만 국민성은 그곳을 노리고 있으니 존 중앙에 던져버렸다. 한 번도 던지지 않았던 코스와 구종.
이런 피칭에 감탄한 것은 윤태호뿐만이 아니었다.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경기를 보고 있던 정유리는,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는 동생의 입을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와, 저런 똥볼 투수한테 완봉패라니 내가 윤태호면 오늘 억울해서 잠도 못, 윽! 아! 왜!”
“넌 국민성이 그냥 똥볼 투수로 보이지?”
“129짜리 투심을 얻다 써!”
“제구에 배짱에 어디 하나 버릴 데가 없구만. 잘 봐라. 국민성 올해 오션스 대박 히트 상품 될 거니까.”
“누나가 뭘 안다고.”
“아들.”
“응.”
“니네 누나 야구 선수 보는 눈 하나는 정확한 거 모르냐?”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오소희가 끼어들었다.
“그건 맞지. 쟤 건우 꼬셔서 오션스 보낸 거 보면 몰라? 어휴. 야구 선수 보는 눈 하나는 진짜 제대로지. 그건 반박 못 해.”
“아, 엄마. 건우 메이저 간다고 할 때 내가 얼마나 응원해줬는데.”
“뭔 소리야. 건우 미국 가면 장거리 연애 어떻게 하냐고 술 먹고 와서 술주정도 해놓고.”
“내가 언제!”
“그건 나도 봤다.”
“나도 봤지롱.”
“아니거든!”
“누나 의자 안고 막 울었잖아. 우리 건우 누나 놔두고 어디 가냐고.”
“유리가 술 취해서 미국에 유학 보내달라고, 건우 따라간다고 하길래 애비된 입장에서 마음이 얼마나 아프던지. 마이너스 통장이라도 파서 보내줘야 하나 고민했었다.”
“아!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