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58)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60화(60/385)
팅팅탱탱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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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이 단 98구로 선더버즈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둔 다음 날, 오션스는 선더버즈에 패했다.
이날 전까지 6경기에 등판해 47.1이닝을 소화하며 겨우 6점만을 내줘 평균자책점 1.14를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쳤던 앤디 가필드가 부진했다.
3.2이닝 7실점. 그런 날도 있는 법이다.
주 무기인 싱커가 덜 가라앉았고 커브는 존 중앙에 몰렸으며, 싱커와 커브가 먹히지 않자 포심 위주로 레퍼토리를 바꿨으나 공격적인 선더버즈 타자들에게 난타당했다.
앤디 가필드는 시즌 초반 훌륭한 피칭을 하면서도 승운이 조금 따르지 않는 투수였다.
오션스 팬들도 그걸 알기에 한 경기쯤 패했다고 가필드에게 욕을 하진 않았다.
사실, 선더버즈와의 주말 3연전에서 위닝 시리즈를 거두기도 했으니 조금은 너그러워져 있는 상태였다.
[김권종-켈트만-설리반-박용재-채지성-민승기-황보경태. 가필드 상대 투수 목록임 ㅇㅇ]ㄴ존나 각팀 에이스만 골라서 만났네 ㅋㅋㅋ
ㄴ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2승 3패 실화냐
ㄴ한 경기 좀 안 풀릴수도 있다 킹갓필드 홧팅
ㄴ타자새끼들 엎어놓고 빳따로 존나 후려도 무죄
ㄴ건우는 나가 있어도 됨
예전의 오션스 팬들이 아니었다. 한 경기만 져도 죽일 듯이 굴었던 그 사람들의 반응 같지 않았다.
물론, 과거의 오션스는 한 경기만 지는 팀이 아니었다. 일주일에 여섯 번 지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팀.
재작년과 작년. 2시즌 연속으로 7연속 루징시리즈를 기록했고, 한 달의 절반을 연패로만 채우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으며, 17연패를 기록했던 날 술 먹다 코치들끼리 싸워서 스포츠 뉴스가 아닌 사회 뉴스에 나온 팀.
그리고 그다음 날 또 졌는데 이번엔 선수들끼리 술 마시다 팬이랑 시비가 붙은 팀.
어쨌거나, 그간 호투하고도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가필드의 한 경기 부진에 오션스 팬들은 격려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동한 오션스 선수단은 메테오스와의 3연전을 준비했다.
메테오스는 박용재-비토 로드리게스-드루 오펜델-임성진-이도윤으로 이루어진 5선발이 탄탄한 팀이다.
이번 시즌 선발진의 힘으로 그럭저럭 좋은 출발을 했지만, 한동안 약점으로 지목받은 타선의 침체로 영 좋지 못했던 메테오스는 지난주 4승 2패를 거두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그리고 첫 경기.
커크 심슨과 비토 로드리게스간의 맞대결에서, 메테오스 타자들이 뜬금없이 불타올랐다.
-아, 조정민! 데뷔 3년 만에 첫 홈런을 때려냈습니다! 너무 잘 맞은 타구였죠!
-김태주! 김태주! 김태주의 2타점 3루타! 울프팩이 펜스에 맞은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어요!
당연히 메테오스는 잡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오션스 팬들이 조금씩 화를 내기 시작했다.
[져도 왜 하필 돌맹이새끼들한테 지냐]ㄴㅅㅂ 갤에 돌땡이 새끼들 몰려와서 분탕치는거 존나 짱남
ㄴ고개를 들어라 꼴션스. 강팀에게 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ㄴ십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심슨 그 새끼 1할 따리 타자들한테 처맞는거 보니 어이가 없어서 진짜
ㄴ오늘 던진거 커크 심슨 맞음? 호머 같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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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 자리가 불편해. 1루에서 뛰고 싶어.”
커다란 몸집의 울프팩이 시무룩해 있는 것은 결코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나도 노화와 부상 등의 이유로 포지션을 빼앗겼었다. 이 위치 저 위치를 옮겨 다녔다.
사실, 이 선수가 한국인이었더라면 외야 수비 연습을 하는 것이 네 커리어에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해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라는 신분은 조금 다르다.
메이저리그에는 미국 기준으로 외국인 선수들이 굉장히 많지만, 거기서도 아시아인은 조금 더 이방인 같은 느낌이 있다.
여러 편견과 싸워야 하고, 지역 출신의 유망주와 조금은 불리한 경쟁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타격 하나만을 보고 데려온 용병인 만큼, 자신이 편하게 느끼는 위치에서 타격에만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감독에게 말해봐.”
딱히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는 건 아니다. 팀에 주전급으로 뛰는 1루수가 둘이나 있고, 한 명은 팀 최고의 타자이며, 또 다른 한 명은 로컬 보이니까.
울프팩은 푸념했다.
“한국은 어려워. 감독이 내게 지금은 방법이 없다고 말했어.”
하긴, 자기 코치 하나 못 데려오는 처지에서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없겠지.
조금 난제이기는 하다.
그러고 보니, 시즌 전에 유리가 그랬었다.
울프팩을 왜 데려왔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아무리 좌익수 수비가 비교적 쉬운 편이라고는 해도 울프팩은 원래 1루수다.
100kg에 가까운 저 거대한 몸집으로 뒤뚱거리며 타구를 쫓아가는 걸 보면 안쓰러운 마음조차 든다.
인간적으로는 분명히 좋은 사람이다. 쾌활하고 다른 선수들과도 잘 어울리며, 훈련도 성실하게 소화하는 편이다.
그런데 인간적인 부분을 빼고 보면,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
현재까지 성적이 타율 0.254에 홈런 7개.
뜬금없이 한 방씩 때려주는 홈런이 꽤 쏠쏠하지만, 지금 오션스에 필요한 건 그런 타입이 아니라서.
어쨌거나, 최근 우리 외국인 선수들이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야구란 원래 그런 법이긴 하다. 누군가 잘 하기 시작하면 또 누군가의 컨디션이 떨어질 때가 있다.
시즌 내내 로스터의 선수들 모두가 잘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도 몇 경기째 홈런이 나오지 않고 있기도 하고.
거의 이틀에 한 번꼴로 홈런을 때려냈던 화려한 4월이 지나고 투수들이 내게 정면승부를 걸어오지 않고 있다. 나의 다음 타석에 나오는 양대근 선배의 타격감이 좋지 못했더라면 지금보다도 더 나쁜 볼만 줬을 거라는 데 노경우를 걸 수도 있다.
울프팩이나 이시욱 선배 둘 중 하나의 타격이 확 치고 올라온다면 상황이 훨씬 좋아질 텐데.
그게 또 쉬운 건 아니니까.
-유리 누나 : 오션스에 강건우만 스무 명 정도 있으면 우승일 텐데 그치?
-나 : 그럼 한국시리즈 끝나고 바로 결혼이지
-유리 누나 : 전공 변경할까?
-나 : 응? 뭘로?
-유리 누나 : 생명과학 전공해서 강건우 복제하는 게 더 빠를 것 같아서
-나 : 난 반댈세
-유리 누나 : 왜??????????
-나 : 누나가 강건우 17호한테 반하면 어떡해
-유리 누나 :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리 누나 : 강건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복제인간 살해죄로 잡혀갈 듯
-유리 누나 : 우리 건우 질투하니???
유리는 최근 2연패 기간 동안 팀의 상태에 대해 꽤 염려하고 있는 것 같았다.
타격의 힘, 혹은 선발 투수의 호투로 승리를 따냈을 때 가려져 있던 점들이 서서히 드러난다는 분석이었다.
수비력의 문제나, 타격 컨디션이 좋지 못 했을 때의 대처법 등.
어쨌거나, 우리는 다음 경기에서도 패배했다. 시즌 첫 3연패.
[내려갈 팀은 내려가는 법임] [제자리로 돌아가라 꼴션스ㅋㅋㅋㅋㅋㅋㅋㅋㅋ]타팀 팬들의 조롱이 난무했고, 우리 팀 팬들의 인내심은 3경기 만에 바닥이 났다.
[좆같은 꼴션스 해체하라●▅▇█▇▆▅▄▇] [투코 자를때까지 안 일어난다●▅▇█▇▆▅▄▇] [코치 다 잘라라●▅▇█▇▆▅▄▇] [ㅂㅅ같은 팀 돌한테 연패냐●▅▇█▇▆▅▄▇]#
[오션스, 코치 보직 변경 단행.] [시즌 초반 1위를 달리고 있는 오션스의 코치 보직 변경. 개혁인가 조급증인가.] [투수 코치 김태용과 타격 코치 정병구, 2군행.] [오션스 2군 타격 코치 조현민 1군 타격 코치로 승격.] [오션스의 코치진 개편. 3연패로 악화된 팬심에 화들짝 놀란 구단의 과민반응?] [오션스 단장 박준기, ‘새 투수 코치가 곧 선임될 것.’]#
팀 분위기가 약간 심상치 않다.
수석 코치는 화가 많이 난 것처럼 보였다. 자기 오른팔과 왼팔이 잘려서 2군으로 날아가서 그런지 표정이 굉장히 나쁜데, 큰 목소리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코치 보직 변경에 관한 비판적인 기사를 낸 기자가 수석 코치와 친하다는 소문이 있었다.
퀄리티 컨트롤 코치 두 사람의 표정이 한결 밝아진 것을 보면 단순히 투수들의 난조나 연패가 원인이 아닌 것 같다. 저쪽은 단장 라인이고, 코칭 스태프 사이에서는 아무 힘도 없던 사람들이었다.
“시욱. 좀 긴 배트로 스윙 훈련해보자.”
“이거 너무 긴 거 아닙니까?”
“그렇지. 이걸로 스윙 훈련하면서 밸런스 안 무너지게 신경 써봐. 하체부터 시작해서 허리 회전 신경 쓰면서.”
“도움이 될까요?”
어느 정도는 내 짐작이 맞았는지, 타격 코치는 수석 코치와 별다른 교류 없이 요새 감이 오락가락하는 이시욱 선배를 집중적으로 케어하려 하기 시작했다.
전 타격 코치와 다른 점은, 선수에게 이 훈련이 어떻게 도움이 될지 설명한다는 부분이다.
예전 타격 코치인 정병구는 잘 치면 손뼉 치고 못 치면 인상을 쓰면서 이걸 왜 못하느냐고 화를 내는데 월급 받고 하는 일이었으니, 저 훈련 방식이 도움이 되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긍정적으로 보인다.
“특수제작한 이 배트는 길기도 긴 데 무겁기도 하거든. 상체와 하체 밸런스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거다. 상체 힘만으로 풀스윙이 안 될 거라서 신경 써서 스윙해야 하니까.”
감독의 표정이 조금 밝아진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구단 내의 정치적인 문제에는 관여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 조금도 없지만, 다행인 건 감독이 수석 코치에게 이긴 것 같다는 점이다.
나는 원래의 오션스가 어땠는지 잘은 모른다. 그냥 유리가 했던 말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휴 브레드먼의 다음 감독이 수석 코치였는지는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못하다. 그냥 브레드먼 감독 이후 거의 매년 감독이 갈아치워 졌다는 것은 확실히 안다.
원래의 오션스라.
수석 코치가 감독이나 단장과의 정치 싸움에서 이겼고 1년 정도 감독을 맡았을지도.
뭐, 워낙 원래의 역사와 바뀐 것이 많으니까 예전에 어땠는지 기억하려 애쓰는 것도 크게 의미는 없을 것 같다. 그냥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유리 누나 : 노경우 있잖아
-나 : 응
-유리 누나 : 레그 킥을 아예 안 하는 쪽으로 바꾸는 건 어려울까?
-나 : 해봐야 아는 거긴 한데 그게 더 나을 것 같아?
-유리 누나 : 타이밍 잡는데 훨씬 도움이 될 거야
개선될 수 있는 방향이 조금씩이나마 보인다는 것은 다행이다.
타격 코치가 이시욱 선배의 재능을 개화시키고 노경우도 좋아진다면 오션스는 훨씬 강해질 수 있다.
팀의 1, 2, 3선발이 일시적으로 부진한 것은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메이저리그로 컴백할 수준이라면 가필드는 결국 KBO를 씹어먹을 거라는 이야기고, 투심을 장착한 심슨은 메이저리그에서 좌완 불펜 정도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으리라 짐작하고 있다.
김정용 선배야 뭐. 워낙 안정적이었다고 들었으니.
거기에 국민성이 제대로 각성하면 더할 나위 없다.
그리고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승기 형이 진짜 오션스로 온다면, 선발은 크게 걱정할 부분이 없을 것이다.
“경우야.”
“싫어.”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조금 억울했다. 진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싫다는 말부터 나온다니.
“네가 아무 이유 없이 그렇게 날 친절하게 부를 리가 없거든.”
내가 그랬나?
난 내가 노경우에게 이제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친절을 베풀었다고 생각했는데?
“레그 킥을 아예 안 하는 식으로 타격해보는 건 어떨까.”
“레그 킥? 하. 헷갈려 죽겠네. 박자 외우고 레그 킥도 안 하고?”
“연습부터 조금 해봐.”
노경우의 장점은, 투덜대면서도 시키는 대로 한다는 점이다.
말하는 대로 안 따랐으면 도와주기도 힘들었을 거다.
조금 신기한 건 왜 그래야 하는지 제대로 묻지도 않는다는 거긴 한데, 그래도 이제까지 내 조언을 듣고 안 좋았던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야. 근데 있잖냐.”
“어.”
“이것도 유리 코치님이 알려준 거 맞지?”
노경우의 미심쩍은 눈빛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타이밍 맞추는데 훨씬 도움이 될 거라네.”
“오카이.”
흠. 내가 아니라 유리 누나를 더 믿고 있는 건가.
뭐. 나쁜 일은 아니다. 기술적인 교정이야 내가 해줄 수 있지만 유리의 분석은 정말 잘 맞는 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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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오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야. 장담하지. 재밌는 선수가 많아. 분명히 나쁜 선택이 아닐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어.”
휴 브레드먼 감독은 꽤 상기된 얼굴로 통화를 끝마쳤다.
처음 단장의 제안을 들었을 때는 끼어들고 싶지 않았지만, 일이 꽤 급박하게 진행되었다.
자세한 것까지 다 알지는 못했지만, 단장이 구단주와 이야기한 것이 잘 풀렸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복잡한 내용을 생각하기는 싫었다. 그저 무능하고 입 싼 놈을 내보내고 자신이 원하던 투수 코치를 데려올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투수 코치는 팀에 대한 험담을 기자에게 늘어놓았고, 기자는 그걸 기사화하는 대신 단장에게 연락해왔다.
이게 한국 리그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인가 싶어 충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깊게 생각하기보다는, 이제 일이 조금 더 나아질 거라는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오, 갱. 들어와.”
강건우가 자신의 호출을 받고 감독실을 찾았다. 감독은 나이나 경력을 불문하고 이 유격수를 꽤 신뢰하는 편이었다.
“새 타격 코치는 어때?”
“훌륭한 분 같습니다.”
감독은 웃었다. 오늘 합류했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사실, 타격 코치도 자신이 원하는 인물로 데려오고 싶었지만, 단장에게서 몇 주만이라도 지켜보고 마음에 안 들면 바꿔 주겠노라는 약속을 받은 바 있었다.
“우린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야. 그리고 그 프로젝트의 중심은 자네가 될 거고.”
강건우는 예전에 감독이 추상적으로 말했던 그 프로젝트라는 것에 대해 떠올렸다.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쁩니다.”
“자네가 알고 싶어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팀의 소유주가 자네를 정말 좋아한다고 하더군.”
“그렇습니까?”
“사실, 구단주가 팀 운영에 관여하는 게 그리 달갑지는 않아. 하지만 내 뜻과도 일치한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말해야겠군.”
“좋습니다. 그럼 제가 그 프로젝트를 위해 특별히 해야 할 일이 있을까요?”
휴 브레드먼은 이 어린 선수가 영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통역사 없이 자신의 뜻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 물론 이 꼬마의 통찰력이 보통 수준이 아니라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었지만.
“특별히 따로 해야 할 일은 없어. 난 지금 덕아웃 분위기가 정말 마음에 들어. 자네 같은 루키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방해하려는 사람이 없잖아.”
“제가 노경우의 타격 훈련을 도운 일이나 심슨과 국민성에게 투심 그립을 가르쳐 준 것에 관한 이야기인가요?”
감독은 씩 웃었다. 긍정의 의미였다.
“사실 그건 온전한 제 아이디어가 아니었습니다.”
“팀을 최고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면 뭐든지 환영이지. 그런데 자네의 그 야구 지혜가 정말 자네 애인에게서 온 건가?”
“예. 그녀는 가장 훌륭한 야구 분석가입니다.”
“어느 정도로?”
강건우는 감독이 외국인인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이 구단의 그 누구보다요.”
“대담한 의견인 것 같군.”
감독보다도 뛰어나다는 뜻이라면 동의할 수는 없는 이야기였다.
“매니저로서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팀의 운영이 아니라 스포츠 과학자이자 분석가로서 그렇다는 뜻입니다.”
감독은 살짝 굳은 얼굴을 풀었다. 감독은 별개라는 말을 적당히 표현한 말이었다.
“언제 한번 그 아가씨와 야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자네가 질투하지만 않는다면.”
강건우가 슬쩍 웃으며 대답했다.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