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6)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7화(7/385)
사직 아이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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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부부 두 쌍.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남자 둘은 직장인이었고, 여자 한 명은 영양사, 또 다른 한 사람은 전업주부.
언론에 주목받을 만한 사람들이라고 보기는 힘들었지만, 그들이 아파트에서 나오자마자 기자가 따라붙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BBS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용길 기자입니다. 강건우 선수에 대해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잠깐 괜찮으실까요?”
“아유, 건우가 꼭 검진받아야 한다고 우겨서 가려고 나온 길인데. 무슨 일입니까?”
골수 오션스 팬인 이용길 기자는 그 말을 듣자마자 새 헤드라인을 떠올렸다. ‘야구 천재 강건우, 15억 계약금으로 가장 먼저 한 일은 부모님 건강검진.’
“오션스 팬들이 강건우 선수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좋은 이야기 좀 써보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뵙게 됐습니다.”
“우리 건우 잘 좀 부탁드립니다.”
“예. 강건우 선수 아버님은 아니신 것 같은데, 실례지만 관계를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건우 아랫집 사는 건우 팬입니다. 건우 돌잔치 때 제가 야구공 잡으라고 얼마나 빌었는데요. 걔 초등학교 때 첫 승 기념 공도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이용길 기자의 머릿속에 또 다른 기사 제목이 스쳐 지나갔다. ‘강건우의 피 안 섞인 삼촌 팬에게 강건우를 묻다.’
“아! 그럼 혹시, 강건우 선수의 여자친구가…”
“저희 딸내미를 아십니까?”
“오션스 팬들 사이에서 소문이 있습니다.”
“어떤 소문이요?”
“여자친구 때문에 강건우 선수가 메이저리그 포기하고 오션스 가기로 했다는…”
이번엔 강건우의 어머니가 끼어들었다.
“그럴지도 몰라요. 요새 얼마나 붙어 다니는데. 유리가 우리 건우를 너무 예뻐하고, 건우도 유리를 잘 따르고. 얼마 전에 둘이 뭐 하는지 봤더니 오션스 응원가 가르치고 있더라니까.”
기자는 메모했다. 이건 나중에 강건우가 오션스에서 잘 하면 나갈 수 있는 소스다. ‘강건우를 오션스로 이끈 오션스 행운의 여신.’
“기자님. 오션스 팬입니까?”
“예? 예. 음. 기자이기 이전에 오션스 팬입니다.”
“우리 건우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강건우의 아버지는 가만히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내 아들인데 왜 네가 잘 부탁하냐?”
“그럼 너도 잘 부탁한다고 하던가.”
“기자님. 잘 부탁드립니다.”
“어이쿠. 물론이죠. 제가 더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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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강건우!”
SMC를 놓아둔 사무실에 먼저 들어와서 가볍게 스윙 훈련을 하고 있는데, 유리가 얼굴이 벌게져서 문을 쾅 열고 들어왔다.
뭐지.
잘못한 거 없는 거 같은데.
“누나. 왔어?”
잘못한 건 없지만 일단 누나라고 불러봤다. 나한테 화난 게 있으면 좀 누그러들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유리는 내가 누나라고 부르건 뭐라고 부르건 아무 관심이 없어 보였다.
“이거 뭐야?”
뭘까. 큰일인가.
“그게 뭔데?”
“너, 너…!”
잘 울지 않는 편인 유리가, 눈물까지 터져버릴 것 같은 기세다. 배트를 집어 던지고 유리에게 다가갔다.
“왜, 왜?”
“언제 이런 거 했어?”
유리가 들고 온 종이를 보니, 음.
건강검진 결과표다.
“우리 부모님 가시는 거 예약할 때 같이 해드렸는데. 이거 왜?”
짐짓 모르는 체하고 말했다. 다행이다. 나한테 화난 게 아닐 가능성 99%다.
“…나한텐 말도 안 하고.”
“울어?”
“울긴 누가 울어.”
“건강검진 결과는 어때?”
“…대장에 뭐가 있대.”
“뭐? 괜찮은 거야?”
“빨리 발견해서 간단하게 제거 가능하다는데…”
“그럼 다행이네.”
“몇 년 늦었으면 큰일 날 수도 있었다고 하더라.”
그리고 그때, 전화가 울렸다.
“잠깐만. 여보세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건우야.
“네.”
-아빠가…
“아버지가 왜요?”
-치질 초기란다. 어휴. 유리네 아빠가 팀 세탁해서 치질 걸린 거라고 얼마나 놀렸는지.
초기라니 다행이다. 전화를 끊고 보니, 유리가 삐죽삐죽한 얼굴로 어색하게 서 있었다.
“많이 걱정돼?”
“…고맙다.”
어렵게 말을 꺼내길래, 나도 모르게 그냥 웃었다. 그러자 유리가 버럭 화를 냈다.
“왜! 왜 웃냐!”
“귀여워서.”
“아, 진짜. 강건우 짜증 나…”
“왜? 누나는 귀여우면 안 되나?”
귀여운 걸 어쩌라고. 유리는 할 말이 없었는지 크응 하고 코를 먹고는 코를 찡그리며 자리에 앉았다.
“코 많이 드신 것 같은데요.”
“…죽고 싶냐?”
“축구 말고 야구 하고 싶은데요.”
두 손으로 얼굴을 급하게 가리는데, 웃는 거 다 봤다.
“아. 이런 개그 취향이었어? 웃은 거 맞지?”
“짜증 나서 얼굴 가린 거거든.”
“울다가 웃으면…”
“울지도 웃지도 않았거든!”
더 놀리고 싶다.
“오륙도 울릉도 않았어?”
“…”
…저 표정은 진심으로 정색하는 얼굴이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배트를 잡았다.
“흠. 시작할까?”
“…”
“왜?”
“야. 강건우.”
“응?”
“일루와.”
“뭐하게?”
“…암튼 일루 와봐.”
유리가 두 팔을 벌렸다. 이런 거라면야 뭐. 군말 없이 시키는 대로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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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시즌이 끝나고 포스트시즌도 종료되고 나면, 한동안 야구계는 그 시즌의 우승팀 이야기로 시끌시끌해진다.
그게 조금 잠잠해진 후에는 또 다른 이야기들이 마구 튀어나올 때다.
[KBO 자유계약선수 자격 취득 선수는 총 25명.]25명 중 19명이 FA를 선언했다. 오션스에서도 3명이 FA가 되었는데, 유리는 이번에 FA가 된 오션스 간판 중 하나인 국가대표 3루수 박정신의 팬이다.
“뭐해?”
“박정신 다른 팀 갈 거 같대…”
엄청나게 시무룩해 있는 상태다.
내가 KBO에 대해서 아주 많은 기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박정신이 아이언스로 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3명의 내부 FA를 모두 털린 오션스가 다급하게 패닉바잉에 나섰고 데려온 2명의 선수가 모두 먹튀가 되었다는 것도 기억난다.
유리 소원이 오션스 우승인데.
생각해보니 생각보다 더 개판인 팀인 것 같다.
FA도 그렇지만, 신임 감독 선임에 대해서도 그렇다. 자진 사퇴한 오션스 감독과 계약 기간이 끝난 아이언스 감독 자리가 비어있다.
[우승 청부사 김형용, 오션스 감독 가능성은?]ㄴ김형용 오면 꼴션스 놈들 다 갈려서 드러누울듯ㅋㅋㅋㅋㅋㅋㅋ
ㄴ그 전에 형용할배 속 터져 숨질 듯
ㄴ김형용 고혈압vs꼴션스 선수단 몰살 누가 더 빠른지 맞대결임?ㅋㅋㅋㅋㅋㅋ
[이경범 감독 재계약 무산된 광주 아이언스, 구단 레전드 출신과 외국인 감독 사이에서 저울질 중.]ㄴ김용화는 어떰?
ㄴ김용화 쓸 바에 이경범 유임함 ㅅㄱ
ㄴ2년 연속 꼴지 감독 김용화를 누가 쓰냐
어쨌거나,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나는 고교 야구에서 많이 던졌다는 이유로 마무리 훈련에 참가하지 않고 휴식을 명받았다. 이번에 지명된 선수 중 절반 정도만 마무리 훈련에 참여했다고 한다.
가끔 오션스의 퀄리티 컨트롤 코치가 날 찾아오곤 했다.
처음엔 훈련 방법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하지만 유리와 SMC를 활용해 훈련하는 걸 몇 번 보더니 내 자율 훈련에 맡기는 모양새가 되었다.
“확실히 다르긴 다르네. 다른 녀석들은 놀러 나가기 바쁜데…매일 이렇게 훈련 하는 거냐?”
“예. 제 일정표입니다. 보시겠어요?”
“흠. 그래. 잘 하고 있다. 그래도 프로에 입단하면 좀 다를 거다.”
“열심히 준비해서 스프링캠프 참가하겠습니다.”
유리네 가족은 매일같이 오션스 감독으로 누가 올지 토론했고, 나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오션스에 입단한 것이 뭔가 큰 변수가 되어서 미래가 바뀌지만 않는다면 그 감독과는 그럭저럭 잘 맞을 것 같다.
아닐 수도 있겠지만.
광주 아이언스는 구단 레전드 출신인 오대서를 감독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박정신이 아이언스와 계약했다는 기사가 떴다.
[(속보)아이언스와 4년 70억에 계약한 박정신.]ㄴ빡단장 돌앗나 박정신은 잡아야지
ㄴ아이언스 감독이 계약하자마자 박정신 찾아왔다네
ㄴ오대서가 박정신 중딩때부터 챙긴 거 유명하잖음
FA라는게 그렇지 뭐.
외야수 양재현은 대구 엔진스로, 또 다른 외야수 김성호는 수원 다이아몬즈로 떠났다.
오션스 팬들은 아주 난리가 났지만, 김성호가 다이아몬즈와 계약한 다음 날 새 감독과 계약했다는 기사가 뜨면서 박정신 때보다는 조금 조용히 지나갔다.
[오션스, 신임 감독에 휴 브레드먼 선임.] [전 트리플A팀 엘패소 치와와스 감독 휴 브레드먼 오션스 감독직 수락.]뭐…
그나마 아는 사람이니까.
말이 좀 통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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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브레드먼은 내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뛰었을 때 팀의 수비 코치로 부임했던 사람이다. 오션스에서 몇 시즌 있다가 메이저리그로 복귀한 거로 안다.
오션스 팬들은 휴 브레드먼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잘 모르면서 일단 외국인 감독이 왔다고 좋아하고 있다.
“외국인이니까 신인도 파격적으로 쓰지 않을까? 건우 바로 데뷔하는 거 아냐?”
그럴지도 모른다… 아니. 실전 감각이 아주 많이 떨어진 상태이긴 해도 조금만 감 잡으면 충분히 주전으로 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것도 오션스 팀 상황을 보면 더더욱.
어쨌거나 휴 브레드먼은 꽤 다혈질인 사람이다. KBO 시절에 어땠는지 잘 알지는 못하더라도 나름 야구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기도 하고.
슬슬 실전을 좀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어쩔 수 없다. 프로야구팀과 계약한 선수는 사회인 야구 같은 것도 못 하니까.
아버지와 캐치볼을 하거나, 종종 유리와 데이트하러 다니는 것 외에는 개인 운동만 하며 시간을 보냈다.
[오션스, 바이킹스 불펜 투수 김정혁 FA 계약 체결!] [전 불도저스 외야수 배영한, 오션스와 4년 78억에 계약 완료!]유리네 가족은 FA로 두 명이 들어온 걸 두고 딱 필요한 영입이었다며 정말 기뻐했지만, 둘 다 먹튀가 되리란 걸 알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좀…
뭐.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유리 소원대로 오션스 우승시키려면 저 둘이 제 밥값을 해줘야 할 텐데 내가 알기론 유리 아버님이 맨날 배영한 욕을 해대셨던 것 같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크리스마스 때는 두 가족이 함께 보냈다.
“…”
“메리 크리스마스.”
“아, 짜증 나.”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데이트가 불발됐고 유리의 입이 엄지손가락만큼 튀어나왔다.
그래도 난 꽤 즐겁게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다.
내가 날려버렸던 이 화목한 관계를 다시 겪을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며칠 뒤.
나는 다시 성인이 되었고,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부산 오션스. 신인 강건우와 노경우 포함된 스프링캠프 참가 명단 발표.]“우리 건우. 누나 없다고 울면 안 된다?”
나는 신인 중 스프링캠프에 참여할 두 명 중 한 명으로 지목됐다. 회귀 후 반년 내내 거의 매일 붙어 지내서 그런지, 한동안 떨어져 지낼 생각에 유리가 많이 섭섭한 듯했다. 센 척 하는 건 여전하지만 눈빛에 아쉬움이 가득하다.
“잘 하고 올게. 걱정하지 말고 잘 지내고 있어. 누나 덕분에 훈련 잘 했으니까 가서 폭격하고 올게. 갔다 와서 데이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