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61)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63화(63/385)
불난 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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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란 생물은, 마운드에 투수 코치가 올라오면 자기를 못 믿는다고 짜증 내고 안 올라오면 방치당한다고 느껴 화를 내는 놈들이다.
드물게 안 그런 케이스도 있기는 하다.
예를 들자면, 오늘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와 있는 국민성 같은.
볼넷을 내주고 안타를 맞아 위기에 몰린 상태에서 투수 코치가 올라왔지만 그리 오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안타 한 방 맞았다고 기죽어서 한숨 쉬고 로진백 만지느라 시간을 지체하지도 않는다.
넓은 필드에 각자 자리를 잡고 서 있는 야수들은 수비 시간이 길어지면 지칠 수밖에 없다.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다. 집중력에도 리듬이 있다.
어쨌거나 국민성은 야수들이 수비에 집중하고 타석까지 그 분위기를 끌고 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좋은 투수다.
때로는 그냥 투수가 삼진 세 개로 이닝을 끝내주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타구를 처리하는 것도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점수를 내주더라도 인터벌을 길게 가져가지 않으면 덜 지치게 된다.
“마! 노루 니 오늘도 삼진 먹으면 죽는다!”
“초코파이 고만 좀 처먹고 타점 좀 처먹어라!”
노루형은 덕아웃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들에게 멋있는 척 헬멧 챙 부분을 쓱 닦아내더니 V자를 날렸다.
“점마 저거! 진짜, 와…”
출신 고등학교 때문에 오션스 성골이라고 불린다더니.
성골은 성골다운 걸지도 모르겠다. 오션스 특화 멘탈이다.
벤치 근처에서 자주 보이는 독한 팬도 그 동작에 어처구니없어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시욱 선배는, 내게 홈런을 맞고도 양대근 선배와 울프팩에게서 삼진을 잡아낸 훌리오 라미레스의 159km/h 포심 패스트볼 초구를 그대로 잡아당겨 사직 구장의 외야 담장을 넘겨버렸다.
“야! 야! 노루야! 노루야! 이시욱! 이시욱!”
확실히, 아무리 욕을 해도 홈런 한 방이면 여론이 뒤집히는 게 야구다. 특히 오션스 야구는 더 그렇다.
초코파이를 그렇게 먹고 양치질하랬더니 임플란트하면 된다고 대답했던 이시욱 선배는 홈런을 치고 여유롭게 베이스를 돈 후, 자신에게 욕을 하던 팬들을 향해 양손으로 손가락 하트를 날리며 덕아웃으로 들어왔다.
“갓-노-루-”
자기 입으로 그렇게 말하면서, 양대근 선배에게 죽어라 헬멧을 두들겨 맞았다.
“이게, 바로, 윽, 킹노루포, 윽, 어떻게, 윽, 홈런 치는, 윽, 방법 좀, 윽, 가르쳐 드릴, 억, 까요, 행님? 억!”
자기도 신났는지, 홈런 치고 들어와서도 배트를 하나 집어 들고 양대근 선배 앞에서 계속 까불어댔다.
“행님 봤죠? 이래 딱 잡고, 어? 빡!”
“그래. 봤다.”
“아, 간결하게 빡!”
“그래.”
“행님처럼 스윙이 크면 안 된다니까.”
양대근 선배는 허허 웃었다.
“잘 보세요. 행님. 다음 타석 때 예? 아까처럼 그래 허무하게 삼진 먹으면 사직 아재들이 또 욕한다니까.”
“너 잘났다.”
“아니, 내가 행님 욕 먹는 게 마음이 너무너무너무너무 아파서 그럽니다. 자. 빨리 제 시범 좀 보세요. 내가 홈런 치는 방법 가르쳐 준다니까요.”
결국, 양대근 선배에게 멱살을 잡혔다.
새 타격 코치의 원포인트 레슨이 효과를 본 걸까.
그건 뭐, 좀 더 지켜봐야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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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은 투심의 비중을 살짝씩 늘려가는 중이었다. 아직 제구가 완벽하지는 않아서 볼넷을 내주거나 안타를 맞을 때도 있었지만, 국민성은 1구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는 않았다.
점수 좀 내줘도 된다.
팀이 이기면 좋지만, 아니더라도 승리 투수 요건을 채우는 것이 국민성의 하루 목표였다.
제대로 된 기대도, 스포트라이트도 받지 못하던 인생이었다.
어느새 1군 등판 다섯 경기째였지만, 언제 나가떨어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더 큰 미래를 그리지는 않았다.
“점점 투심이 좋아진다! 국민성! 이대로라면 세계민성이 코앞이다! 나 박의현! 너와 배터리를 이뤘다는 것이 내 인생의 자랑이 될 거라 생각한다!”
국민성은 이 팀의 포수와 유격수를 꽤 좋아했다. 이유는 별 것 없었다. 다른 야수들보다 그 둘의 수비가 정말 안정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고맙습니다.”
“우리 사이에 그런 말은 필요 없어!”
소리를 질러대는 건 아직도 적응이 필요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그래도 박의현에게 호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딘가 모르게 자신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올해의 헛소리 취급을 할지도 몰랐다. 누가 봐도 둘은 완전히 정반대였으니까.
국민성이 박의현을 보고 자신과 비슷하다고 여긴 것은 끈질김 때문이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배우려는 그 자세.
박의현은 양대근이 시야에 들어올 때마다 달려가서 외치곤 한다.
“오션스의 4! 번! 타! 자! 양! 대! 근! 선배님! 제 스윙 한 번만 봐주시면 성은이 망극하겠나이다!”
“야, 어, 아, 알겠어, 알겠어.”
박의현은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드디어 양대근이!
“이렇게 치면 되겠습니까!”
“…조금만 배트 짧게 잡아보는 건 어때?”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아니, 그 정도까진 아니고…”
덕아웃 뒤편에서 양대근이 자신의 스윙을 봐주는 것이 너무 신나서 배트를 마구 휘두르던 박의현은, 흥분했는지 실수로 배트로 벽을 때리고 손바닥 통증에 주저앉아서 소리쳤다.
“저는 괜찮습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강철같은 손바닥을 가진 남자, 크흐흑! 박의현!”
그 모습을 보던 트레이너가 한숨을 내쉬며 박의현의 손바닥에 스프레이를 뿌리며 나지막이 말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선수님들 다칠 때마다 온갖 갈굼은 다 먹는 남자, 김선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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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서울 불도저스 2 : 3 부산 오션스.]-5회 말.
-1사 1, 3루.
-3번 타자 강건우[오늘 기록 : 1점 홈런(1회 말), 볼넷(3회 말)]
ㄴ건우야 가자 조지자
ㄴ불또져스 투수 안 바꾸고 걍 가네 ㅋㅋㅋㅋ
ㄴ갓건우한테 병살 노리는거임?
ㄴ개멍청하네 ㅋㅋㅋㅋ 킹건우 한테 강속구 투수는 뭐다?
ㄴ불)강건우 선생님 제발 선처 한 번만 부탁드립니다 우리 외노자 또 처맞으면 집에 가야할지도 모릅니다 라미레스에겐 먹여살려야 할 5명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강건우 선생님 제발요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발 동정표 사기 있음?
ㄴㅈㅅ한데 우리 건우가 유리누나 말 아님 안 들어서 안되겠네여 ㅎ
ㄴ유리누나한테 부탁해라 여기서 이러지 말고
ㄴ불)선생님들 제발요 라미레스 불쌍한 친구입니다ㅠ
-1구 파울(146km/h)
ㄴ불쌍한 친구 치고는 슬라이더가 존나 빠른데
ㄴ구속에서 10키로만 떼서 우리 민성이 주면 봐줌 ㅅㄱ
ㄴ파울타구 비거리 보소 ㅋㅋㅋㅋㅋㅋㅋ
-2구 타격(145km/h)
ㄴ대쓰요ㅛㅛㅛㅛㅛ
ㄴ가자ㅏㅏㅓㅏㅏㅏㅏㅏㅏㅏ
ㄴ달려 씹새들아랅라라
-3루 주자 유준 홈인.
ㄴ개빠르다 ㅅㅅㅅㅅㅅㅅ
ㄴ외쳐 킹건우
ㄴㄷㄷㄷㄷㄷㄷ
-1루 주자 황석규 홈인.
ㄴ크으으으으으으으으
ㄴ불로만 개맛있고요 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
ㄴ아 ㅋㅋㅋㅋ 건우한테 포심 던지지 말라고
ㄴ저거 슬라이더임
ㄴ???슬라이더가 왜 국민성 전력투구보다 10키로 이상 빠름?
-타자 주자 강건우 2루에서 세이브.
-2타점 2루타.
-서울 불도저스 2 : 5 부산 오션스
ㄴ크으으으으으 오늘 건우 3타점
ㄴ불)씨발 저 인성터진새끼 한번을 안 봐주네 개씨발
ㄴ야 이새끼 화났다 ㅋㅋㅋㅋㅋㅋㅋㅋ
ㄴ꼬우면 너네도 치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생각해보니 열받네 좆도져스 씨발 우리가 한 번만 져달라고 할땐 존나 비웃더니
ㄴ개새끼들임 함만 봐달라니까 재난지원승 신청기간 지났다고 비웃은거 기억남?
ㄴ불)드러운 새끼들아 어차피 밑으로 꺼질거 우리한테 져달라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파이러츠보단 우리가 우승하는게 낫잖아 개새끼들아 ㅠㅠㅠㅠㅠㅠㅠㅠ
ㄴ뭔 개소리임 올해 우승 오션스 100%인데 ㅋㅋㅋㅋ
ㄴ불바파의 시대는 갔다 이 새끼들아
ㄴㅇㅈ 이제 오션스 왕조의 시대임ㅗ
ㄴ우승 한 번이라도 하고 왕조 드립쳐라 븅신들아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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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2루타를 맞은 후, 불도저스의 외국인 투수는 강판당했다. 그리고 올라온 불펜 투수는 대근이 형한테 투런 홈런을 얻어맞았다.
스코어가 5점 차로 벌어진 후에도 불도저스는 스타팅 멤버를 빼지 않았다.
아무래도 오션스가 상대면, 불펜이 가동되는 순간 경기는 어찌 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국민성이 6.2이닝 2실점으로 오늘 등판을 마쳤다.
실제로 불도저스는 야금야금 따라왔다.
7대 2에서 7대 3. 그리고 서우주가 솔로 홈런을 쳐서 7대 4.
그런데 오늘은 뭔가 터지는 날인지.
경우 없는 놈과 박의현이 연속 적시타를 때려 다시 스코어를 9대 4로 벌려놓았다.
추가로, 중고 신인이라는 유준의 적시 2루타까지.
그 타점으로 10대 4.
6점 차가 되자 감독님은 나를 교체 시켰다. 개막 이후 한 타석도 쉰 적이 없으니 조금 쉬라는 배려였다.
체력 안배를 하는 노하우는 KBO 베테랑들보단 내가 훨씬 더 많이 쌓아왔다고 자부하지만, 감독의 결정에 딱히 토를 달지는 않았다.
나를 대신해 유격수 자리에 선 김세완 선배는 실전 감각을 잃어버렸는지 들어가자마자 실책을 저질렀고, 노경우의 수비까지 흔들리며 10대 7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감독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감독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지는 못 하지만, 분명히 이런 생각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빌어먹을,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갱을 빼고 킴을 넣다니. 난 퍽킹 미치광이야. 확실해.’
뭐, 그래도 무려 6일 만에 등판한 조형오 선배가 안타 한 개를 맞기는 했지만, 무실점 세이브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변화구 없이 포심, 투심, 컷 패스트볼 3가지 공을 던지는데 체력이 쌩쌩할 때면 구위는 괜찮은 편이다.
“오션스 승리하리라-!”
“오늘도!”
“오션스 승리하리라-!”
“내일도!”
“오션스 승리하리라-!”
“맨날 쫌!”
보는 입장에서는 좀 스릴이 있었던 경기일 것 같다. 좋게 말하자면 그렇고 나쁘게 말하자면 뭐…그렇지.
중립 팬 입장에서는 꽤 재밌었을지도 모른다.
타격이 터지고, 선발이 내려간 뒤에 불펜이 좀 얻어맞다가 마무리 투수가 경기를 끝냈으니.
어쨌거나 사직 구장을 가득 메운 오션스 팬들은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요새 유리 말고도 장모님도 피부가 고와지셨던데.
그들에게 오션스란 과연 어떤 존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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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 오늘 멋있더라?”
당연히 멋있지 않았을까?
오늘 나는 4번 타석에 들어서서 볼넷 하나를 얻고 3타수 2안타 1홈런에 3타점 2득점을 올렸다.
이런 날은 좀 거드름 피워도 된다.
“얼마나?”
내 질문에 유리는 날 와락 안았다. 음.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강아지 같다.
미국에서 지낼 때, 유리가 개를 키우자고 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내가 싫다고 해서 유리가 엄청 시무룩해 했었지.
“누나. 우리 개 키울까?”
유리가 이상한 얼굴로 되물었다.
“개? 갑자기? 왜? 너 개 좋아해?”
“그럭저럭? 누나 개 좋아하지 않아?”
유리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굳이 따지자면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키울 만큼 좋아하진 않나?
말문을 흐리고 날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다.
이거 혹시.
다른 여자랑 헷갈렸다고 생각하는 거 아냐?
“방금 누나 되게 귀여운 강아지 같아서 말해봤어.”
유리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했다.
“뭐? 야. 강건우. 지금 나 개 취급한 거?”
나는 씩 웃었다. 유리가 조금 부끄러운지 말을 돌렸다.
“아닌데. 난 강아지보단 고양이상인데.”
다른 여자랑 헷갈릴 일은 없다. 전생이라고 해야 하나, 그때나 지금이나 여자를 만난 건 유리뿐이었다.
그건 유리도 마찬가지일 거다. 이혼 후에도 어머니가 허구한 날 연락해서 누가 채가기 전에 지금이라도 유리한테 미안하다고 하고 재결합하라고 달달 볶으셨으니.
“그럼 고양이 키워?”
“너네 집에서? 우리 집에서?”
“우리 부모님 말고 누나랑 내 집에서.”
유리는 또 김칫국 드립을 쳤고, 나는 유리가 좋아하던 김치전 가게가 떠올라서 먹으러 가자고 말했다.
“하…”
유리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입꼬리 살짝 올라간 거 다 봤다.
“괜찮아. 김치전은 채소라서 살 안 쪄.”
“뭔 소리야 그건 또…”
유리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발걸음을 옮겼다.
흠.
나는 유리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모르는 부분도 있다.
그때의 유리에게 물어볼 방법은 없다.
그냥 문득 든 생각이 있다.
그때의 유리는 조금 외로워서 개를 키우겠다고 했던 게 아니었을까.
진짜 개를 키우고 싶었다면 내가 반대했더라도 키웠겠지.
그러니까 그 말은, 외로우니까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해달라는 신호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나.”
“응?”
“발걸음이 신나 보여.”
“티 나?”
“좀?”
“티 난 김에 꿀막 한 잔만 할까?”
나는 그러자고 대답했다. 그런데 유리가 밝은 얼굴로 말했다.
“누가 시즌 중에 술 마시래? 누나 혼자 마실 거니까 넌 사이다나 마셔!”
시즌 중에 술 안 마시는데 하도 기분 좋아 보여서 큰맘 먹고 그러자고 했더니.
“절대 안 외롭게 해줄게.”
“갑자기 또 무슨 소리야?”
뜬금없이 그런 소릴 한다고 팔뚝을 꼬집으려 했지만, 나는 힘을 줘서 손가락이 못 들어오게 막았다.
“와. 강건우. 운동 좀 열심히 했다?”
“근데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 죽을 만큼?”
“왜?”
“진짜 죽도록 안 하면 이 팀 우승 못 시켜…”
“아…”
유리의 수긍하는 얼굴이 조금 슬퍼 보였다.
그러게 왜 하필 이런 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