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64)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66화(66/385)
불난 집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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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일들이 벌어진 밤이었다.
강건우가 정유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잘조잘 떠들어 댄 것은 일의 흐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 했다. 정유리는 촉새같은 동생놈을 믿지 않았기에 가족들에게 발설하지 않았다.
물론, 정종석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허허. 횐님들. 글쎄 우리 윗집 총각이…] [오션스럽 횐님들~~~!!! 강건우 싸인볼 필요한 분 있으면 5개만 나눔합니다~~~!!!*^^*] [입이 근질근질 합니다만…윗집 총각 곤란할까봐 뭐라 말을 할 수도 없고…]정유리는 아빠와 동생이 똑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오소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코치진 개편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군에서 코치 셋이 급하게 인천으로 이동했다. 불펜, 수비, 배터리 코치도 교체된 것이다.
주루 코치 둘과 퀄리티 컨트롤 코치 둘 만이 기존 1군 코치 중에 살아남았다. 주루 코치 둘은 따지자면 수석 코치 라인이긴 했으나 깊게 관여하지는 않았고, 감독이 그 둘은 다른 기존 코치들에 비해 실력이 있다고 판단해 면담 후에 남게 되었다.
단장이 수석 코치 라인에게 밀려왔던 이유는 아무래도 기존 야구계 인맥과 오션스 야구단 사장의 편애가 큰 이유였는데, 감독에게는 갑작스런 일이겠지만 단장은 꽤 치밀하게 준비해온 일이었다.
사장은 구단주의 그 한 마디 이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이건 오션스가 시즌 초 돌풍을 일으킨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강건우가 없었던 오션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수석 코치 배유홍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이미 한 번 실패한 일이었지만, 언론을 이용하려 했다.
그 일은 오션스와 바이킹스의 베테랑들이 만나고 있을 때 시도되었다.
“이대로는 서로 얻는게 없다. 이거 마시고 없던 일로 하는거다. 창열이랑 호근이. 동의하냐?”
“예.”
“예.”
“정용 형님. 그동안 있었던 일, 제가 대표로 사과 드리겠습니다.”
“그래. 나도 이번 시즌 있었던 일들 사과하마. 대근이, 괜찮지?”
“예, 저야 뭐…창열이 형. 죄송합니다.”
“야. 대근아.”
“예.”
“나 이거 너한테 맞을까봐 화해하는거 아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 됐다.”
“경우랑 건우랑 의현이는…”
“아, 됐어. 내년에 나 FA로 오션스 가면 그때 갈구지 뭐.”
“형 오션스 오시게요?”
“와, 서창열 저놈 저거. 지금 오션스 가려고 밑밥 까는거야?”
“아, 몰라. 그럴 수도 있다는거지. 누가 나 팰려고 하면 대근이가 막아줄거잖아.”
“대근이 말고 누가 문학 광견병을 건드리냐.”
“아, 용한 형.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그냥 솔직하게 말 해.”
“뭘요!“
“한 번만 봐달라고. 너 대근이 손 올라올때 가드 치는거 존나 불쌍하더라.”
베테랑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가는 사이, 수석 코치가 자신의 라인이라 생각했던 두 코치, 성정우와 오범석이 단장에게 배유홍의 수작을 일러바쳤다.
단장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이용길 기자님. 예. 오션스 박준기 단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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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드문 일이지만, 주장인 양대근 선배가 아침에 선수단을 집합시켰다.
약간 눈이 풀려있는 것 같았다. 뭐, 단체 기합을 주려 하거나 하진 않을 거다.
저 사람은 애당초 그럴만한 성격이 절대로 못 된다.
“오늘은 살살 하자.”
무슨 말일까.
바이킹스랑 뭐 합의라도 봤나?
“다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조금 혼란스러울 거라 생각하는데…잠깐. 의현이 입 벌리지 말고 내 말 들어.”
박의현이 뭐라고 말 하려다가 합죽이가 됐다. 주장이 ‘오호라’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수석 코치님 2군 갔고, 불펜, 배터리, 수비 코치님도 2군으로 가셨다. 조금 있으면 새로 1군에 부임한 코치님들 오실거야.”
그건 환영할 만한 일이긴 하다.
근데 그것과는 별개로, 나는 어쩌면 남은 두 경기에서 우리가 바이킹스와 다시 정면충돌할 필요도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어제 경기를 떠올려 보면 더욱 그렇다.
야구는 10경기에서 6번 이기는 놈이 우승하고 10경기에서 4번 이기는 놈이 꼴찌가 되는 종목이다.
상위권 팀 하나를 호구 잡고 가면 아주 든든해진다.
“어제 경기 끝나고 있었던 일은 잊자.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지금까지 잘 해 왔으니까 계속 하던대로만 하자.”
이 팀에 그리 오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도 최소한의 눈치는 있다.
수석 코치 라인의 선수들은 구심점이었던 정귀현과 고은태가 없어진 후 약간 눈치를 보는 모양새였는데, 이제 아예 정신을 놓아버린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바이킹스는…”
사실, 나는 그 팀에 쌓인 감정 같은 건 없다.
하지만 이시욱 선배는 아니었나보다.
“행님. 이제야 좀 비벼볼라는데 다시 친하게 지내야 합니까?”
조금 불만스러워 보였다. 그동안 많이 당했다고 듣긴 했다. 대근이 형이 약간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
“한 번만 봐 달란다.”
“예? 뭐라고요?”
뭐라고?
한 번만 봐달라고?
“진짜로요?”
진짜?
“아, 뭐. 그 정도면 한 번만 딱 봐주고 다음에 또 지랄하면 조져도…”
뭐.
한 번만 봐달라고 하면 봐줘야지.
한 번 정도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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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무게 중심 이동이 굉장히 좋아. 어디 고치는 것 보단 지금 이 감각을 잊지 않는 쪽으로 해보지.”
“좋습니다.”
커크 심슨은 새 투수 코치, 론버거 킨의 말에 씩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 이 코치의 능력이 어떤지 확실히 알 수는 없었지만, 최소한 체계적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예전 투수코치와 같은 말을 해도 달랐다.
전 코치는 낮게 던지라고만 말했다. 병살을 유도하는게 좋다며.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대신, 새 코치는 이런 식이었다.
“상대 4번의 히트맵이야. 꽤 특이한 모양이지. 바깥쪽 낮은 코스와 몸쪽 높은 코스의 타율이 2할인데 반대로 몸쪽 낮은 코스와 바깥쪽 높은 코스의 타율이 4할에 가까워.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바깥쪽 코스의 장타율이 떨어진다는거지. 감이 왔겠지? 득점권이 아닐 때 바깥쪽 높은 코스는 해볼만 해. 점수가 벌어진다면 몸쪽 높은 코스를 공략해보는 것도 좋을거고.”
오션스 훈련장이 달라진 것은 투수 파트 뿐만이 아니었다. 비교적 젊은 타격 코치, 조현민은 현역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도 거의 없을 정도로 무명이었지만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이 뭔지 알고 있었다.
“코치님. 배트가 점점 더 길어지는것 같은데요…”
긴 배트로 스윙 밸런스를 잡고 있는 이시욱이 대표적이었다.
“점점 더 길이 늘릴거야.”
“제가 손오공도 아니고…”
조금 투덜대면서도 잘 따라오는 편이었다. 당장 눈에 띄게 성적이 오르고 있었으니 안 따를 이유가 없었다.
타격 코치가 바뀌기 전까지 이시욱의 타율은 0.236.
한 팀의 주전이자 타격이 우선인 1루수의 성적으로는 많이 부족했지만, 긴 배트 훈련을 시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타율은 0.275로 많이 올라온 편이었다.
물론, 당장 모든 선수들의 성적이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지는 않았다.
울프팩은 타격의 정교함을 늘리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지만 아직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크고, 박의현과 노경우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과 잘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그래도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장점이었다. 특히 눈치보지 않고 플레이할 수 있게 된 것은 더더욱 그랬다.
“양대근 선배님! 이것 좀 봐주십쇼! 제가 양대근 선배님을 흠모한 나머지 선배님의 타격 폼을 카피했습니다! 선배님? 주장님! 어디 가십니까!”
여전히 눈치를 보는 사람은 팀에 한 사람 남아있긴 했지만.
“건우야. 의현이 보면 나 못 봤다고 해주…”
“저 박의현! 발이 빠르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주장님 보다는 빠른 남자! 오! 야구 천재 강건우!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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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좋아할 만한 소식이 있어.”
-용병 타자 교체?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중견수나 불펜 투수 트레이드?
“그것도 아닌데…”
-그럼 뭐 있지? 잠깐 있어봐. 내가 맞춰볼게. 보자. 아! 구단 매각?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유리는 그걸 긍정의 신호로 받아들이기라도 했는지, 괜찮은 대기업들의 이름을 줄줄이 늘어놓기 시작했다.
일곱개의 이름이 나오고 난 뒤에야 내가 입을 열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바이킹스가 한 번만 봐달래.”
-응?
“대근이 형이 무서웠나봐.”
시즌 초에 유리가 김권종 한 대만 때려달라고 하기도 했고, 예전에도 바이킹스 욕을 꽤 했었기에 좋아할 줄 알았다.
그런데 내 생각보다 반응이 밋밋했다.
-아, 그게 뭐야.
“별로야?”
-기왕 밟은거 오지게 밟아줘야지. 당한 게 얼만데.
그랬구나.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이 쌓여 있었던 거였구나.
나는 즉시 화제 전환을 시도했다.
“누나. 우리 새 타격 코치가 노경우보고 뭐라고 한 줄 알아?”
유리가 노경우에게 개선 방안으로 내놓은 것들이 꽤 많았다.
엉덩이 부터 시작해서 레그 킥 안하기, 그리고 최근에는 턱 목에 딱 붙이기도 있었고 손목 각도 조절도 있었다.
-왜? 엉망이니까 다 집어치우래?
유리가 순식간에 시무룩하게 변했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바이킹스를 짓밟기를 원하는 훌리건이었는데.
“지금까지 해온 프로세스 다 듣더니 누구한테 배웠냐고 묻더라.”
-…선수 하나 조졌다고 고소당하고 그러는거 아냐? 건우야. 누나 좀 숨겨주라.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완전 잘못 짚었다.
“아니, 아니야. 그게 아니라. 대학생이 만들어준 과정이라고 하니까 엄청 놀라더라. 완전 맞춤이라고.”
-…괜찮대?
안 괜찮았으면 노경우한테 권하지도 않았을거긴 한데.
내가 맞다고 대답하자 유리의 텐션이 올라갔다.
-아. 깜짝 놀랐잖아. 첨부터 그렇게 말해줬어야지! 요가 배우라고도 말해줬어?
옛날의 유리가 떠오른다. 우리가 함께 미국에 있었을 때.
유리는 내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순수하게 기뻐했었다. 대상이 나인것도 있지만, 자신이 내놓은 해법으로 더 뛰어난 선수가 된다는 것 자체에서 기쁨을 느끼는 스포츠 과학자였다.
뭐, 나 말고도 다른 선수들도 그 은총을 얻긴 했다.
“해줬지. 요새 열심히 하고 있어. 아, 나 이제 가봐야겠다. 경기 이제 곧 시작이야.”
-건우야.
“응?”
-유리 누나가…
유리가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약간, 외국 영화를 더빙한 성우 흉내라도 내는 것 처럼.
-홈런 한 방만…쳐달래…
이 느끼한 목소리가 그렇게 귀엽게 느껴질 수가 없다.
그래.
오늘도 풀 스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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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팀 베테랑들의 평화 협정이 먹혔는지, 경기 분위기는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평화로웠다.
[뭐임 왜 경기 전부터 양대근이랑 서창열 웃으면서 어깨동무함?]ㄴ기사 못 봤냐? 오해 풀었다잖아
ㄴ서창열이 인터뷰로 자기가 감정이 좀 격했다고 인정함
ㄴ서창열이??????
ㄴ양대근한테 쫄아서 지지쳤나보네 ㅋㅋㅋㅋㅋ
ㄴ살다살다 서창열이 성질 죽이는걸 다 보네 시발 ㅋㅋㅋㅋ
[근데 오션스는 어제 이기고 왜 수석코치 모가지 날림?]ㄴ7천만 오션스 팬들의 염원이 이루어진거임
ㄴ꼴빠 7천만명설 웃고 갑니다
ㄴ혹시 7천만명 중에 사망자도 포함이냐??
어떤 언론사에서 기사를 준비하기도 했지만, 오션스 감독과 단장의 만행을 고발하는 그 기사가 올라오는 일은 없었다.
해당 기사가 올라오는 대신, 그 언론사에 오션스 모기업의 광고가 올라갔다.
악명 높은 오션스 구단 측에서는, 소위 말하는 배유홍 사단의 코치진을 해고하지 않았다.
육성군과 3군 등으로 분산 배치 시켰고, 해고 위약금을 줄 생각 따윈 없었기에 시즌이 끝날 때 까지 그들은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게 될 예정이었다.
어쨌거나, 경기는 어제의 분위기와는 달리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
-어제 경기 끝나고 양 팀 주장과 베테랑 선수들이 만나서 앙금을 풀었다고 합니다.
-허허. 아주 좋은 선택이에요. 사실, 바이킹스 주장 조용한이 오션스 주장 양대근의 고교 선배거든요. 양 팀 저런 모습 아주 보기 좋습니다.
-오션스 코치진이 대거 물갈이 된 것은 어떻게 보십니까?
-구단 내부 사정이 있으니 제가 뭐라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아무래도 외국 투수 코치를 데려온 것도 그렇고, 휴 브레드먼 감독에게 힘을 더 실어주겠다 이런 제스쳐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팀 분위기가 조금 어수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이는데요. 그래도 오션스, 커크 심슨! 삼구삼진! 김만재를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아주 좋은 공이었어요. 투심을 두 개 연속으로 보여주고 슬라이더를 던졌거든요. 완전히 당한겁니다. 무브먼트가 정 반대인 공으로 타자를 속여넘겼어요.
-투수 코치가 교체된 것이 영향을 미쳤을까요?
-아니라고 말하긴 힘들 겁니다. 아무래도 외국인 투수 코치가 온 만큼 국내 투수 코치 보다는 외국인 투수에게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커크 심슨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오션스는 3대 2로 밀린 채 9회 초를 맞이했다.
하필, 오늘 바이킹스 선발 투수였던 이민준의 슬라이더가 긁히는 날이었다.
거기에 KBO 탑 클래스의 바이킹스 불펜진이 오션스를 효율적으로 틀어막았다.
-바이킹스의 수호신, 이대훈이 마운드에 올라옵니다.
-오션스 팬 한 분이 아주 좌절하고 있는데요.
카메라는 관중석에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오션스 팬 한 사람을 비춰주고 있었고, 그 팬의 모습이 오션스 팬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국가대표 마무리 투수이자 KBO 최고의 마무리 투수 이대훈.
포심과 체인지업 두 가지 구종으로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클로저.
-오션스를 상대로 15.2이닝 연속으로 무실점을 기록중인 이대훈입니다!
김권종도 김권종이었지만, 이대훈도 오션스의 천적이었다.
브레드먼 감독은 9번 부터 시작된 9회 초에 대타를 내세웠다.
-삼구삼진! 이대훈! 바이킹스 팬들의 환호가 쏟아집니다!
하지만 결과는 삼진.
-관전 포인트라면 아무래도, 황석규와 배영한이 강건우에게 이어줄 수 있느냐겠죠.
-그렇습니다. 지금 국내에서 좀 던진다 하는 투수는 죄다 강건우한테 얻어맞았거든요. 두 선수는 어떻게든 출루를 해줘야 합니다.
황석규는 자신이 이대훈을 상대로 15타석 연속으로 범타 혹은 삼진에 그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기습 번트를 시도했다.
-아! 황석규의 기습 번트! 3루수, 라인 밖으로 나가기를 기대하며 공을 지켜보지만! 예! 나가지 않았습니다! 1사 주자 1루! 출루에 성공하는 황석규! 15타석 연속 무출루의 기록을 끝냈습니다! 오션스에게 기회가 이어집니다!
배영한은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 아는 선수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절대 병살을 치지 말 것.
범타로 물러나더라도 외야로 공을 보낼 것.
따악!
-서창열의 다이빙 캐치! 1루 주자 황석규는 움직이지 못 합니다! 서창열이 왜 서창열인지, 오늘 타석에서는 부진했지만 수비에서만큼은 보여줬습니다!
배영한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물러났다.
흘릴 법도 했는데, 저걸 잡아내다니.
그리고 바이킹스로서는 피하고 싶었던 상황.
오션스 팬들이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던 상황이 만들어졌다.
[건우야!!!!!!!!!!!!] [유리누나!!!!!!!!!!!!!!!!!!] [국대투수면 건우한테 일단 한 대 맞고 시작해야지] [온다 왔다 진짜 왔다 역전 간다]지금 이 상황은, 다른 경기를 보고 있었던 타팀 팬들도 몰려들만한 그런 상황이었다.
국대 에이스들과 각 팀의 강력한 마무리 투수들을 모조리 두들긴 강건우가 드디어 이대훈과 만났다.
이대훈의 올 시즌 성적은 평균자책점 0.76에 1승 무패 14세이브.
무적의 마무리와 에이스 킬러의 만남.
올 시즌 단 한 번도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지 않았던 이대훈이 타석에 들어선 슈퍼 루키를 바라보았다.
강건우는 이대훈의 손 끝을 보고 있었다.
이대훈은 자존심만을 내세우진 않았다. 포심에 너무나도 강한 타자다. 물론 이대훈은 구속으로 승부하는 투수는 아니었다.
무브먼트와 지저분한 공 끝. 최고 145km/h로 최상급 마무리 치곤 느리지만 구위와 기막힌 체인지업이 주 무기인 투수.
벤치에서 체인지업 싸인이 나왔다. 강건우는 공격적인 타자고, 이대훈의 패스트볼을 물어뜯기 위해 맹렬하게 달려들 것이다.
이대훈이 체인지업을 던질 준비를 마쳤다. 주자의 도루 따위는 신경 쓸 필요 없었다. 어차피 남은 아웃 카운트는 하나. 타자와의 승부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이대훈은 몸쪽 낮은 코스로 공을 던지고 난 후 직감했다. 어지간하면 헛스윙이 나올 것이고, 맞히더라도 범타에 그칠거라고.
낙폭이 상당했다. 그리고 원하는 곳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타자가 참지 않고 스윙을 시작했을 때 이대훈은 이걸로 15번째 세이브를 기록할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이대훈의 등뒤에 식은땀이 흘렀다.
‘뭔데 저거.’
거칠 것 없이 나오던 스윙과, 공중에 잠시 멈춘것 처럼 보였다가 뚝 떨어지는 공.
분명 배트와 공은 만날 일이 없었어야 했는데.
착시인지는 모르겠지만 타자의 배트도 멈춘 것 처럼 보였다가 궤도가 수정되어 더 낮게 나오고 있었다.
‘씨발.’
이 느낌.
국제대회 결승전에서 미국팀을 만났을 때 느낀 적 있었다.
그 대회에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출전했다. 왜 이 놈이 대회에 나오느냐고 푸념했었는데, 메이저리그에서 30홈런을 쳤던 그 타자는 기어코 결승전에서 이대훈에게 3점 홈런을 때려내며 대한민국을 탈락시켰다.
‘더 낮게 던질걸.’
어쨌거나, 배트가 공을 만났다.
따아아아아아아아아악-!
공은, 이대훈이 상상도 하지 않았던 곳을 향해 거대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았다.
-갑니다! 갑니다! 날아갑니다! 아직도! 더! 어디까지! 어디까지! 갑니다! 강건우! 강건우의 역전 투런 홈런! 이제야! 떨어집니다! 강건우! 강건우가 이대훈을 무너뜨렸습니다! 무너지는 이대훈! 올 시즌 첫 블론 세이브! 강건우가 또! 강건우가 또 다시! 해냈습니다! 괴물입니다! 강건우! 강건우의 배트는 정말 불이라도 난 것 같습니다! 열기가 식지 않는 강건우의 타격감! 이대훈마저 넘어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