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65)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67화(67/385)
제일 나쁜 새끼 -1-
#
오션스 팬들의 불펜 투수 욕이야 아주 오래된 전통 놀이 같은 것이었지만, 그래도 특정 상황이 만들어지면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그것도 강건우가 무려 이대훈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 홈런을 쏘아 올린 뒤라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오션스의 마무리 투수 조형오는 두 가지 별명을 가지고 있다. ‘좆형오’, 그리고 조형오의 이름과 끝판 대장을 합성한 ‘조판 대장’이다.
물론, 타 팀 팬들은 절대 조판 대장이라 불러주지 않는다. 오션스 팬들도 조판 대장이라 부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마무리 투수의 어려움은, 언제 마운드에 오를지 모른다는 점이다. 몸을 풀고도 등판 상황이 아니면 그대로 일과를 끝낼 수도 있고, 감독의 성향에 따라 달린 문제이긴 해도 몇 경기 연속으로 등판해 던지기도 한다. 또 어떤 감독들은 마무리 투수에게 1이닝만을 맡기는 대신 여러 이닝을 맡길 때도 있다.
어쨌거나, 오늘의 조형오는 조판 대장이라 불릴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3일을 쉬었으며, 그 기간 내내 몸도 풀지 않았다.
단순한 매뉴얼이다. 절대 1이닝 이상을 맡기면 안 되고, 1이닝을 맡기더라도 대략 25구를 넘기면 고장이 난다.
두 경기 연속 등판하면 최소 이틀은 쉬게 해줘야 한다. 사흘이면 더 좋다.
그런데 마무리 투수가 그렇게 조건 맞춰가며 올라올 상황이 얼마나 되겠는가. 때로는 주 단위로 개점휴업을 하기도 하고 또 어쩌다 보면 며칠 연속으로 등판해야 할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하는 법이다.
고장 잘 나고 내구성이 심각할 정도로 약하지만 이제까지 오션스를 거쳐 간 그 많은 감독이 조형오를 버리지 못한 것은 바로 쌩쌩할 때의 구위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늘, 풀컨디션의 조형오는 바이킹스 타자 셋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삼진, 포수 팝플라이, 유격수 땅볼.
[조판대장>>>>>>>>>>>>>>>>이대훈]ㄴ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좆대훈 쓰레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
ㄴ마 이대훈이 마무리 할라믄 우리 형오햄한테 좀 배아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마무리 투수가 블론이나 하고 그래서 쓰겠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바이킹스 새끼덜아 특별히 이번만 조판대장-좆대훈 트레이드 허락해준다 너네 불쌍해서 해주는거니까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도록
ㄴ뭐래 개또라이새끼가
ㄴ꼴빠새끼들 지들이 선수 못 키우니까 뭐만하면 타팀 선수 탐내네
ㄴ고개를 들어라 바이킹스 강팀에게 개발리는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ㄴ꼴션스 미친놈들 5월에도 이지랄인데 존나 만약에 우승이라도 하면 진짜 개지랄나겠네
이렇게 오션스의 승리로 끝났다. 바이킹스 선수들은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지만, 바이킹스 팬들은 오션스 팬들의 댓글 공격에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오션스 팬들이야 뭐.
오늘 저만큼 신난 사람이 있을 리가.
[꼴빠새끼들 좆같아서 퇴갤함]ㄴ좆같으면 이겼어야지
ㄴ느그 마무리 개좆밥이더라 ㅋㅋㅋㅋㅋㅋ
ㄴ잘먹었습니다
ㄴ77ㅓ억
ㄴ퇴물구단 응원하기 힘들제?
ㄴ오션스는 바다와 같이 넓은 마음으로 열려있다 이 새끼들아 ㅋㅋㅋ
ㄴ존말할때 킹갓건우 유니폼 사서 전향해라
ㄴ아 불펜 존나 약한 팀 보니까 개불쌍하네 ㅋㅋㅋ
ㄴ불펜 왕국 오션스가 부러워서 퇴갤하는거겠지 ㅉㅉㅉ
ㄴ씨발 진짜 혈압 하 부산 꼴통새끼들 나대는거 진짜
ㄴ미안 바이킹스 친구들 우리가 지는게 어떤 감정인지 까먹어서 슬픈 마음에 공감을 못해주겠네 ㅎ
ㄴ개새끼들아 니네 갤로 꺼지라고!!!!!!!!
#
[국대 클로저 이대훈마저 무너뜨린 강건우의 역전 투런 홈런.] [오션스, 바이킹스 상대로 올 시즌 4전 4승 거두며 천적 관계 탈피?] [신인 선수와 무명 선수를 과감하게 기용하며 오션스 체질 개선 중인 휴 브레드먼 감독.] [역전 홈런의 주인공 강건우, 오늘 홈런의 비결은? ‘유리 누나가 그러더라. 유리 누나가 홈런 한 방만 쳐달라고 했다고.’]ㄴ이게 뭔 소리여
ㄴ이새끼 주접 돌아벌겠네 진짜
ㄴ머라시부리노 주접??????죽고십나???????
ㄴ유리누나 홈런 부탁은 못 참지 아 ㅋㅋㅋㅋㅋㅋㅋ
ㄴ유리 누나가 유리 누나 말을 전했다고? 모임? 유리가 둘임?
ㄴ대충 알아 처먹으셈
ㄴ왜 시비임?
ㄴ내가 언제 시비검?
ㄴ저게 시비가 아니라고? 꼴빠 인성 평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휴 브레드먼 감독, ‘갱(건우)의 스윙은 아름다웠다. 조(형오)의 피칭은 완벽했고. 그게 오늘 우리가 승리를 따낸 이유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들이 활약했던 9회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바이킹스 김영준 감독, ‘오션스는 강팀이다. 아니, 강팀이 되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바이킹스 조용한, ‘강건우요? 진짜 끔찍하죠. 뒤에서 스윙하는 거 보고 있으면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내일 선발 (김)권종이랑 이야기 잘 해서 대비책 세워 보겠습니다.’]#
유리는 여전히 조금은 부끄러워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어느 정도 즐기는 것 같다.
-와, 미친 강건우. 그걸 또 인터뷰에서 있는 그대로 말해?
“역전 홈런 쳤으니까 그런 말 할 자격 있어.”
-암. 당연하지. 우리 건우는 그런 말 할 자격 있지. 야. 그래도 누나 체면도 좀…어휴. 됐다. 됐어.
나는 현수가 내게 동영상을 보내줬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경기가 끝나고 나면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가 나오는데, 내 인터뷰가 그 프로를 통해 나갔다.
현수에게 배트 하나 줄 테니 내 인터뷰 보는 유리의 반응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유리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우와! 우와! 미쳤어! 강건우 미쳤어! 으아아야! 건우야!
장모님은 그런 유리를 보며 웃고 있었고, 장인어른은 혀를 차고 계셨다. 작게 예비 장인어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시나야 집 무너지겠다.’
어쨌거나, 나는 유리와 통화를 마치고 일찍 자리에 누웠다.
수석 코치가 갈려 나간 후, 아직 그 자리는 공석이지만 선수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아니, 대부분은 좋아하고 있는 것 같다.
몇몇 선수들은 아닐지 몰라도, 노경우가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
“와. 라커룸에 공기 청정기 오백대 설치한 듯. 숨쉬기 편하지 않냐? 근데 육성군은 무슨 죄냐. 수석 코치 거기 가서 왕 놀이할 거 같은데.”
그리고 또 하나 알게 된 사실이 있다.
“3연승 가자. 3연승.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눈가에 습기가 차네…”
아마도, 주장 양대근 선배가 그 사람의 눈치를 가장 많이 보고 있었다는 것.
평소엔 하나둘셋 오션스 화이팅만 하던 사람이 경기 전 선수들을 모아놓고 혼자 상황극을 하고 있었다.
뒷주머니에서 초코파이를 꺼내 손수건처럼 눈물 닦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이시욱 선배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아! 행님! 어쩐지 초코파이 하나 비더라! 그걸 뒷주머니에 넣으면 우째 합니까! 아!”
야구는 거의 매일 경기가 열리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하다 보면 어느새 한 시즌이 끝나있는 종목이다.
어쨌든, 오늘도 시작이다.
“하나, 둘, 셋, 노루새끼!”
“노루쉑!”
“와, 저 행님. 노루새끼가 뭡니까 노루새끼가. 애들도 다 보고 있는데! 마! 근데 노경우! 지금 노루쉑이라고 했나!”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주장님 따라 해버렸습니다.”
“고의인 거 다 알고 있다?”
#
1회 초, 오션스의 공격.
조용한은 홈 플레이트 뒤에 앉아서 타석에 들어오는 황석규를 바라봤다.
“석규 어제 날쌔더라.”
“용호동 날다람쥐라고 불러주십시오.”
나쁜 놈은 아닌 것 같지만, 이놈의 개그 센스에는 도무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조용한은 헛기침하며 자세를 잡았다.
오늘 선발인 김권종의 컨디션은 좋다. 저 투수의 컨디션을 가늠할 방법은 간단한데, 출근해서 말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를 보면 된다.
초구는 몸쪽 포심.
투수가 초구를 던지자, 황석규가 기습 번트를 시도했다.
탁!
“파울!”
황석규가 날카로운 눈으로 타구가 떨어진 곳을 노려보다 타석으로 돌아왔다. 조용한은 입맛을 다셨다.
확실히 예전의 오션스가 아니다. 어디서부터 바뀐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제 경기에서 결정적인 것은 분명 강건우의 홈런이었지만 그 시작은 기습 번트 안타였다.
‘아. 괜히 기 살려준 거 아닌지 모르겠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그래도 생각해보면 오션스가 터질 때가 된 것은 절대 이상한 일까지는 아니었다.
하위권을 전전하며 유망주를 긁어모으지 않았던가.
물론, 강건우나 노경우는 이번 시즌이 데뷔 시즌이라 과거의 유망주와는 별 상관이 없긴 하지만.
딱!
“아웃!”
황석규는 4구째 슬라이더를 잘못 건드려 3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그리고 다음 타자는 배영한. 배영한이 예의 그 실실 쪼개는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오며 인사했다.
“용한이 형. 우리 동명이인 서비스 같은 거 없나? 하나쯤 줄 때 됐잖아?”
“공짜 출루 하나 줄까?”
영한과 용한. 분명 다른 이름이지만, 이 능글맞은 놈은 질리지도 않는지 항상 동명이인 드립을 치곤 했다.
“공짜 줄 거면 80키로로 헬멧 살짝만 스쳐줘.”
조용한은 딱히 트래시 토크를 즐기는 타입은 아니었다. 오히려 배영한이 타석에서 포수를 상대로 입을 털어대는 타입이라, 길게 말을 섞어서 좋을 일이 절대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존 가운데 넣을 테니 머리 들이밀어.”
“오키. 존 가운데 80키로 안 오면 형 흑역사 오늘 푼다.”
입은 가볍지만, 실력까지 가벼운 놈은 아니다. 6구까지 풀카운트 승부.
고속 슬라이더를 툭툭 쳐내며 파울을 쉽게 만들어내는 걸 보니 오늘 컨디션도 좋아 보였다.
‘10구.’
오늘은 김권종이 길게 끌고 나가줘야 한다. 이쯤에서 배영한을 잡아 투구 수를 조정해야 한다.
다음 타자는 강건우다. 공격적인 타자라 공 하나로 점수를 내주거나 이닝을 끝낼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쉬운 길을 택해야 했다.
‘종 슬라이더.’
김권종은 싸인에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에는 눈치가 없지만 마운드에서는 눈치가 빠르다. 항상 헛소리하곤 해도 공 던질 때만큼은 진지한 투수다.
부웅-
“스트라잌! 아웃!”
배영한이 자세가 무너지며 헛스윙 삼진.
“와. 이게 뭐야. 치사 빤쓰네.”
“30대가 단어 선택이 그게 뭐냐. 들어가기나 해.”
배영한이 툴툴대며 원정 덕아웃으로 향했다.
그리고 조용한은, 오션스의 초특급 신인을 발견했다.
강건우가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었다.
데뷔전을 치른 지 1달하고도 3주밖에 안 됐으면서도, 저놈이 걸어오는 걸 보면 2,000경기는 치른 베테랑처럼 느껴진다.
배트를 한 손에 쥐고 슬쩍슬쩍 휘두르고 있는걸 두고 건방지다고 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조용한은 저 동작이 박자를 맞추는 메트로놈 같다고 느꼈다.
살살 자극을 해도 신인다운 반응이 나오질 않는다. 아무리 간 큰 놈이라도 서창열이나 조훈기 같은 녀석들이 인상 쓰고 노려보고 말 좀 섞으면 어떻게든 반응이 와야 하는데, 타석에 서서 아무런 변화가 없다.
갚아주겠답시고 스윙이 커지면 허점이 보일 테고, 풀 죽어서 스윙이 작아지면 경계 대상 1호인 홈런이 나올 확률이 줄어들 텐데 강건우는 언제 어떤 일이 있어도 그냥 자기 스윙을 한다.
강건우의 등이 보였다.
덩치가 양대근처럼 엄청나게 크거나 위협적일 정도로 근육이 큰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홈런을 그렇게 때려내는 걸까.
어떤 사람들은 약이라느니 부정 배트라느니, 좀 더 나가면 KBO가 리그 흥행을 위해서 강건우한테만 탱탱볼을 쓰게 한다는 음모론도 있지만, 조용한은 알고 있었다.
‘시발. 어제 그 스윙이 머릿속에서 안 지워지네.’
장타력의 비밀은 명백히 스윙 그 자체에 있었다.
전통적인 슬러거 스타일의 몸은 아니지만 저 유니폼 아래 숨겨진 근육은 폭발적인 스윙 스피드를 내기 위해 상당히 단련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스윙 스피드만이 저 선수의 모든 것은 아니다. 조용한은 수많은 야구 천재를 봐 왔지만 이 신인이야말로 진정한 천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볼!”
김권종은 포심을 던지고 싶어 했지만, 자신이 우겨서 방금 배영한에게 범타를 유도한 종슬라이더를 요구했다. 뚝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강건우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시바. 그냥 좀 대충 휘두르지.’
떨어지는 각도가 상당했으니만큼, 어지간하면 범타를 유도할 수 있었을 텐데.
김권종이 조용한의 다음 싸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조용한의 고집대로.
“볼!”
이번에는 바깥쪽 종 슬라이더. 강건우는 움직일 생각도 없었다.
“볼!”
김권종이 아리송한 표정으로 포수를 살폈다. 조용한은 3볼로 몰린 이 상황에 어딘가 편안함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나도 모르게 쫄았네. 에라이, 시발.’
투수는 맞아도 괜찮으니 정면승부를 하자고 하는데, 포수가 그걸 거부하는 상황.
김권종은 다른 사람 말은 몰라도 조용한의 말은 듣는다. 그냥 볼넷으로 내보내자는 싸인에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스트라이크!”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 그리고 얼토당토않은 스윙.
강건우가 스윙했다. 조용한은 이 도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생각했지만, 사실 강건우는 그냥 투구 수 하나를 늘리려고 했을 뿐이었다.
‘김권종 투구 수 좀 늘려보자.’
타격 코치의 주문.
어쨌거나, 강건우는 볼넷을 얻어 나갔다. 조용한은 이 도발 아닌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고, 애당초 계획대로 밀고 나가는 것을 택했다.
강건우는 다음 공이 존 안으로 들어오면 그대로 후려쳐버릴 생각이었지만, 얌전하게 베이스로 향했다.
조용한은 어딘가 모를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양대근이 타석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형님. 얼굴색이 완전 빨간데요. 숨 좀 쉬세요.”
“뭐, 하-흐하.”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어제 그 역전 홈런의 스윙에 지레 겁먹고.
조용한은 괜히 짜증을 냈다. 양대근이 알 리가 없는데도 자기가 겁먹었다는 것을 들킬까 봐.
“야구나 해라.”
“…”
양대근은 자기가 좋아하는 이 형이 오늘 기분이 안 좋은가 싶어 조금 시무룩해졌지만, 김권종의 초구를 받아칠 때는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내 버렸다.
따아아악-!
초구 스윙을 아끼던 양대근은 사라지고, 타격 코치의 투구 수를 늘리라는 주문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때려낸 양대근의 타구가 좌익수와 중견수 사이를 갈라놨다.
“아, 씨발.”
강건우가 전력 질주하는 사이, 좌익수가 펜스에 부딪힌 공을 놓쳐버렸다. 오션스 주루 코치가 풍력 발전기처럼 미친 듯이 팔을 돌렸다.
“세이프!”
서창열이 쫓아가 홈으로 바로 송구했으나, 강건우가 공보다 빨랐다. 1점을 먼저 내준 조용한은 이게 모두 자기 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쪽팔려 뒤지겠네 진짜. 신인한테 쫄아가지고.’
KBO 최고의 포수 조용한이 혀를 내밀고 덕아웃으로 돌아가는 강건우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