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67)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69화(69/385)
제일 나쁜 새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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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잘 풀리다 보면, 어딘가에서 암초를 만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을 외면하곤 한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대부분의 오션스 팬들은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우리 선발 로테 개쩔지 않냐?]외국인 둘을 정말 잘 뽑았고, 김정용은 항상 욕을 먹는 것 치고는 잘해주는 투수였으며, 국민성을 발굴한 데다가 이훈도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불펜도 김정혁 밥값 해주고 조형오 요새 좀 열심히 하는 듯]성에 차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선발 투수들이 이닝을 꽤 먹어주는 데다가 타자들이 여유롭게 점수를 내주는 경우가 꽤 많았기에 김정혁-조형오가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요새 타선 ㄹㅇ루 볼맛 남]강건우가 리그 MVP 급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FA 배영한은 여전한 클래스를 보여주고 있고, 양대근도 레벨 업 했으며, 이시욱도 감을 찾는 중이었다.
노경우는 강건우의 옆에서, 몇 년 정도는 빠른 성장을 하고 있었으며 그간 없는 게 더 나은 수준이었던 포수 자리에서 박의현이 3할 중반대의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물론, 중견수 자리는 아직도 어렵긴 했다.
김성훈은 정유리의 표현으로는 회생 불가였고, 유준이라는 새 얼굴이 등장해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아직 의문부호는 여전히 붙어 있다.
그래도 타격 지표 모든 면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강건우를 중심으로 공격력만큼은 최상위권임은 확실했다.
신인이 팀 공격을 이끈다는 것이 조금 불안정할 수 있다는 평도 있었지만, 강건우는 성적으로 그런 이야기들을 잠재우기에 충분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수비 존나게 잘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지 않냐? 유격수랑 포수가 수비가 되니까 혈압 내려가더라.]수비에서 센터라인의 중요성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아무도 모르지만 경험이 넘쳐나는 강건우와 백업 멤버로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박의현.
두 선수의 합류로 인해 수비 안정성은 지난 몇 시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했다. 그 외에도 대부분은 그래도 평균 정도는 해주고 있으며, 2루수 노경우가 불안정하긴 하지만 강건우가 옆에서 세심하게 컨트롤 해주고 있기에 괜찮았다.
[야 근데 나만 좀 무섭냐?]ㄴ뭐가 무서움?
ㄴ이게 씨발 다 꿈일 것만 같은 그런 좆같은 무서움이 있음;
ㄴ나도 좀 그렇긴 함ㅎㅎ
ㄴ왜 아직 1위인지 사실 실감 안남ㅎ
ㄴ이거 혹시 크보 9개 구단이 오션스 해체할까 봐 한 시즌 봐주기 하는 거 아님???
ㄴ개꿀잼몰카면 시발ㅠ
ㄴ근데 솔직히 몰카라도 좋음
ㄴ글치 씨발 야구 볼 때마다 맨날 아버지 원망했었음 왜 부산에서 날 낳으셨냐고
ㄴ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왜웃음?
ㄴ울아버지가 할아버지한테 그말씀하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넌 안 함?
ㄴ작년에 했더니 할아버지 탓이라고 하셨음 ㅋㅋㅋㅋㅋㅋㅋ
ㄴ대를 이어 내려오는 꼴션스 저주ㅠㅠㅠㅠㅠㅠㅠ
어쨌거나, 오션스 팬들은 꿈을 꾸고 있었다.
오션스가 이대로만, 아니, 지금보다 조금 성적이 떨어지거나 시즌 중반에 조금 슬럼프에 빠지더라도 시즌 막바지에 귀신같이 치고 올라오며 1982년 프로화 이후 단 한 번도 달성하지 못한 정규 시즌 우승을 달성하는 꿈을.
그리고 92년의 그 한국 시리즈 이후, 첫 한국 시리즈 우승까지도.
그런 단꿈을 꾸며 시작된 아이언스와의 원정 3연전.
1회 초에 강건우가 2점 홈런을 때려내자, 오션스 팬들은 자신들의 행복회로를 세상에 내보이기 시작했다.
[오)고철새끼들아 너네 그냥 패전조 올려랔ㅋㅋㅋㅋㅋㅋ] [이태영 아직도 투수 하고 있었냐?ㅋㅋㅋㅋㅋㅋ]ㄴ응 너네 훈이보단 나아
ㄴ훈이 건들지 말라고
ㄴ좋은 말로 할 때 훈이 냅둬라
[2028 우승은 무☆적★오☆션★스☆]ㄴ무적 엔젤스 따라함?
ㄴ걔들은 유적 엔젤스임
[그동안 깝친거 반성문 제일 잘 써오는 새끼 2등 시켜준다 ㅋㅋㅋㅋ빨리 줄 서라 ㅋㅋㅋㅋㅋ]ㄴ반성문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
ㄴ야구계에 끼친 해악을 생각하면 꼴션스 새끼들이 제일 열심히 반성문 써야 하는 거 아닐까??
ㄴ우리 없으면 돌아가지도 않는 좆크보 ㅋㅋㅋㅋ
ㄴ꼴빠특)자기객관화 불가능
[고철새끼들특)오션스가 버린 놈들 줏어다 씀]ㄴ박정신 못 잡았다고 선수단 버스에 계란 던지다 잡혀간 새끼들이;;;
문제는 2회 말에 터졌다.
오션스에서 뛰다 박의현과의 트레이드 때 아이언스 유니폼을 입게 된 고은태가, 이훈의 패스트볼을 받아쳐 안타를 때린 후.
2루 도루를 시도하다 노경우의 무릎을 찍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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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노경우가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그리고 고은태가 침을 퉤 뱉으며 말했다.
“엄살 피우지 마라, 씨발 놈아. 살짝 스친 거 가지고 지랄은.”
나도 모르게, 아파하는 노경우를 대신해서 대답해버렸다.
“이 양아치 새끼가.”
“뭐?”
고은태가 헬멧을 내게 집어 던졌다. 이 정도면 정당방위 성립이겠지.
내 멱살을 잡으러 오길래, 일단 잡혀줬다. 오른손으로 내 뺨을 치려는 것 같다. 맞는 모습을 유리한테 보여줄 순 없다.
뻐억!
“윽!”
머리로 이놈의 얼굴을 그대로 받아버렸다. 찰진 타격음과 고은태의 비명 소리가 함께 들렸다. 만루 홈런 칠 때보다 더 경쾌한 소리였다.
“야! 야!”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야! 강건우!”
“고은태!”
“야이 새끼야!”
“뭐야 시발!”
관중들의 야유, 그리고 2루 쪽으로 쏟아져 나온 양 팀 선수들의 외침.
기왕 일은 벌어진 거.
그리고 경험상, 선수들이 이렇게 몰려들어 버리면 얼마나 더 많이 팼는지 카메라로 봐도 식별하기 쉽지가 않다.
피아 식별도 힘든 가운데 선수들이 나와 고은태 사이를 막아섰지만, 난 그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쌍코피를 흘리고 있는 고은태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아! 시발!”
코를 한 대 더.
“아!”
또 한 대. 몇 대 더.
누군가가 내 뒤에서 날 잡아챘지만, 난 멈추지 않았다.
“아!”
풀파워로 때릴 각도는 안 나왔지만, 짧게 여러 대를 끊어치자 고은태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워낙 많은 선수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지라 아이언스 선수들도 고은태가 내게 더 맞고 있다는 걸 모르는 듯했다.
“좀 더 맞자, 양아치 새끼야.”
코를 잡아 비틀자 이놈이 끔찍하게 비명을 질렀다. 어차피 터진 코피. 몇 대 더 때려서 피 좀 더 난다고 별일 생기진 않을 거다.
안 그래도 스프링 캠프 때부터 몇 대 패주고 싶었다. 이런 놈은 맞아도 싸다. 아니, 좀 맞아야 한다.
발바닥을 무릎까지 들어?
뻑!
“아, 아, 끄아아아아!”
그나마 노경우가 크게 다친 거로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크게 다칠 수도 있는 행동이다.
야구계에는 불문율이 있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배트나 발을 쓰면 안 된다는 것.
싸우는 것도 아닌데 발로 상대를 찍으려고 했으면 본인도 좆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뺨을 몇 대 후려쳤다. 고은태는 쓰러져서 두 손을 버둥대고 있었고, 나는 한 대도 맞지 않았다.
사실 이쯤 되면 아이언스의 그 누구라도 와서 날 떼놓아야 하는데.
슬쩍 고개를 들어보니, 오션스의 두 떡대가 다른 것들로부터 날 막아서고 있었다.
카메라와 아이언스 선수들.
“Fuck you, son of bitch!”
울프팩과 대근이 형.
이렇게 든든할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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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태는 나름대로 오션스 팬들 사이에서 사랑을 받았던 선수였다.
흔히 말하는 진골 출신이기에, 젊은 팬들보다는 나이 든 팬들에게 지지를 받았던 2루수.
사생활 문제나 안 좋은 소문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지지를 받았었고, 새 감독이 2군에 보내고 쓰지 않을 때나 단장이 아이언스로 트레이드했을 때 그들을 비난하는 팬들도 많았다.
“저, 저, 고은태 저거! 저 배은망덕한 새끼!”
정유리의 아버지인 정종석은 경기를 보다가 입에 든 것들이 다 튀어나올 만큼 흥분했다.
노경우에게 들어간 태클은 누가 봐도 고의성이 짙어 보였고, 강건우의 멱살을 잡고 뺨을 때리려고 하지 않았던가.
물론, 그 뒤에는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기는 했지만.
유리의 가족들이 모두 화를 내고 흥분한 사이, 놀랍게도 정유리는 꽤 덤덤해 보였다.
“아니, 누굴 치려고!”
오소희가 흥분해서 소리치고 있을 때 정유리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생각하고 있었다.
‘최소 다섯 경기네.’
“와, 누나. 기절한 거 아냐? 건우 형 박치기 봤어?”
정현수도 놀랐다. 지금까지 봐온 강건우는 종종 입이 좀 거칠 때는 있었어도 누굴 때리거나 하진 않았다.
정유리가 대답했다.
“괜찮아.”
“뭐? 괜찮아?”
“안 맞았으니까 됐어.”
사실, 놀라긴 했다. 건우가 저런 일에 휘말렸는데 어떻게 안 놀라겠는가.
그래도 안 맞았으니 됐다고 생각했다. 고은태한테 뺨이라도 맞았으면 정말로 혼절해버렸을지도 모르지만, 혼절한 것은 유리가 아닌 고은태였다.
상황이 정리되고 고은태와 강건우가 퇴장당했다. 노경우는 선수 보호 차원에서 교체되었고, 아이언스 감독이 양대근과 울프팩을 퇴장시키라고 항의하다 역으로 퇴장당하기도 했다.
“건우는 안 다친 거 같지?”
“응. 멀쩡해 보이더라.”
“우리 사위 든든하네.”
설레발 가득한 엄마의 한 마디에도 불구하고, 유리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유격수 김세완 들어가면 2루수는 누가 보지?”
-오션스, 유격수에 김세완 선수를 투입하고 2루수에는 황석규, 3루수에 이시욱 선수를 배치했습니다! 좌익수 자리에 투입되는 유준!
하긴.
오션스의 얇디얇은 뎁스는 시즌이 중반으로 흘러가면 지금의 이 성적을 절대 유지할 수 없으리라고 주장하는 하락론자들의 주된 주장이기도 했다.
“노루 3루 가능한 거야?”
“가능은 한데…”
“근데?”
“건우가 유격수면 수비 범위 넓어서 커버 될 텐데 김세완이면 구멍 뚫릴 거야.”
“황석규 2루는?”
“데뷔했을 땐 2루수였으니까 뭐…”
표정과 말투는 침착했지만, 유리는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을 떨면서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건우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안 다쳤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메시지로 울었을 뿐인데 진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상황이 조금 정리되자 TV에서 보이는 야구선수 강건우가 아닌, 윗집 사는 남자친구 강건우로 느껴졌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건우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하자, 정유리는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것을 느끼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걱정했지? 미안해ㅠ.ㅠ 조금 이따가 바로 전화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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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ng. 네가 한 행동을 잘 했다고 말하면 안 되는 거겠지만, fuck. 넌 옳은 일을 한 거야. No를 노린 그 자식이 개자식이란 걸 알고 있어.”
감독은 담백하게 말했다. 그리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출장 정지가 조금 길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휴식을 취하고 있으라면서.
“휴식을 주고 싶었지만, 자넬 뺄 수가 없었지. 그리고 다른 일들은 내가 마무리하도록 하지.”
어떻게 마무리하겠다고 한 건지는, 나중에 알 수 있었다.
-그 선수, 아니, 선수라고 부르기도 싫은 그 자식을 2군으로 내려보내는 게 아니라 야구계에서 영영 퇴출해야 했다.
기자들 앞에서 휴 브레드먼은 길길이 날뛰었다.
나는 고은태가 무슨 짓을 했고 어떤 말을 했는지 소상히 밝혔고, 감독은 가감 없이 언론에 노출해버렸다.
-스파이크로 동업자의 다리를 부러뜨리려 하는 것은 범죄나 마찬가지다. 경기장 내에서의 폭력?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발을 사용하는 것은 오래된 금기다.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 고작 18살짜리 어린 선수의 선수 생명을 끝내려고 시도해놓고 아픈 척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정상인가?
오늘 경기는 오션스가 14대 12로 승리했다.
실책이 무려 6개나 나왔지만 수비 포지션을 엉망으로 만들고도 타격의 힘이 살아 있었던 까닭이다.
울프팩이 연타석 홈런을 쳤다.
사실, 벤치 클리어링이 한 번 더 나와서 아이언스 선수도 퇴장당한 덕을 보기는 했다.
그나저나, 작년의 박정신이 오션스에 왜 정신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했는지 알 것 같았다.
박정신은 선수들이 싸울 때 외곽에서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선수의 개인적인 성향이겠지만.
그리고 영상을 돌려보니 다른 아이언스 선수들도 고은태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려 하진 않았었다. 아마 아이언스에 가서도 개차반으로 행동했을 거다.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동료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어쨌든, 감독이 저렇게 날뛴 것은 아무래도 내게 쏠린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오션스와 아이언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난투극.] [휴 브레드먼 오션스 감독, 고은태의 탓으로 돌리다.] [오션스 유격수 강건우, 1회 초 선제 투런 홈런 이후 아이언스 2루수 고은태에 대한 폭력 행위로 퇴장.] [사라진 야구장에서의 동업자 정신.] [아이언스 오대서 감독, 야구계의 선후배 문화에 관해 이야기하다.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이야?’] [양 팀 감독의 장외 설전. 브레드먼, ‘말도 안 되는 것은 그 2루수의 행동.’ 오대서, ‘어디서 새파란 후배가 선배를.’] [오션스 구단 공식 발표. ‘노경우는 가벼운 타박상.’] [아이언스 고은태, 코뼈 골절로 장기 결장 불가피.] [온라인상에서 격화되는 오션스와 아이언스 팬들의 논쟁.] [(이용길의 야구회로) 오늘 2루 베이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 [휴 브레드먼 감독의 폭로, 오션스는 고은태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
생각보다 수습이 길어져 조금 늦게 전화를 걸었을 때, 유리는 스마트폰만 잡고 내 전화를 기다렸는지 통화 연결음이 들리기도 전에 전화를 받았다.
-건우야아아아아…
이건 운 목소리다. 심장 한쪽이 쿡 하고 아파진다. 걱정을 많이 시킨 것 같다.
“미안해. 전화가 좀 늦었지?”
-괜찮아. 넌 괜찮아?
“난 괜찮은데, 누나가 안 괜찮은 거 같아.”
-아니야. 난 괜찮아.
“미안해.”
-뭐가 미안해!
“이제 경기장에서 안 싸울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유리는 코를 흥 풀고는 목소리를 바꿔서 대답했다.
-아냐. 앞으로도 나쁜 놈들은 그냥 패버려.
“응?”
-대신.
“응.”
-절대 맞고 오진 마…
나는 씁쓸하게 혼자 웃었다. 그냥, 마음이 조금 복잡했다.
-맞는 건 진짜 못 보겠다…
“맞진 않지. 근데 울었어?”
-울긴 누가 울어.
“운 목소리라서 그래.”
-티 나?
“응.”
-괜찮은 줄 알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막 터지더라.
“누나.”
-응.
“감독님이 나 따로 집에 가래.”
-응? 언제?
“오늘 자고 내일 선수들한테 먼저 인사하고 집에 가서 쉬래.”
-…
“왜?”
-…나 중간고사 끝났어.
목소리에서 조금 물기가 가신 것 같다. 요새 데이트가 좀 뜸하긴 했다. 웃음소리를 내지 못 하고 웃고 있었는데, 유리가 다시 코를 풀더니 말했다.
-싹수없는 놈 또 있으면 패버려.
“시험 기간 피해서 팰까?”
-누나 여름방학 되면 적극적으로 패도 돼.
유리가 그렇게 말하곤 웃었다. 농담이겠지만, 웃는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놓인다.
출장 정지가 조금 길 수도 있겠지만, 뭐.
가끔은 이런 휴식도 괜찮지 않을까.
-너 출장 정지당한 동안 야구 안 볼 거야.
“왜?”
-장담하는데, 건우 없으면 오션스는 절대 못 이겨.
“설마.”
-진심으로.
유리의 확고한 마음이 느껴졌다.
그래도 설마.
오늘도 이겼는데.
어떻게든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