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69)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71화(71/385)
제일 나쁜 새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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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훈련장에 출근하는 대신, SMC를 사용하는 훈련을 하겠다는 허락을 받았다.
이제까지 수석 코치의 눈치를 보느라 평소엔 거의 말도 제대로 못 하던 퀄리티 컨트롤 코치님이 찾아왔다. 예전에도 온 적 있었고, 유리가 그때보다 훨씬 더 전문적으로 작업하는 걸 보고는 조금 놀란 것 같았다.
“이거…이 수치가 무슨 뜻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사실, 나도 SMC로 나오는 자료들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모른다. 유리는 자기 전공 필수 과목에서 배우고 있는 거라서 할 수 있는 거라고 말하긴 했지만, 이런 복잡한 내용을 그냥 배운다고 할 수 있을 리가 있나.
“x-conS요? 어깨 근육의 횡 수축성인데, 일반 성인 남성 기준으로는 보통 10에서 20 정도가 나오고 프로 투수는 80에서 100 정도가 보편적이에요. 건우 x-conS를 어제 측정했을 땐 168이 나왔거든요.”
“좋은 거죠?”
“50 이하거나 200 이상이면 부상 위험도가 높을 수 있어요. 180 이하로 유지하면서 종 수축성과 밸런스를 유지하려고 훈련 코스를 짰거든요. 지금 정도가 딱 좋다고 볼 수 있죠. 부상 위험도도 적고 탄력도 있고. 근육 회복력을 나타내는 recovMQ를 80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훈련하고 있어요.”
“유리씨처럼 이 장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많아요?”
글쎄. 일단, 오션스에는 없다.
“많을걸요…? 저희 과 학생들만 해도…”
물론, 저 수치가 뭔지 알고 그 수치가 얼마나 되면 좋은 것인지 아는 사람은 대학생 중에도 많을 수 있겠지만, 유리처럼 저 수치를 바탕으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짤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김준영 코치님은 유리가 작업하는 걸 보고 꽤 놀라워했다. 그리고 눈치를 살폈다.
“자리 좀 비켜 드릴까요?”
코치는 약간 머뭇거리며 웃더니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커피 한 잔 사 올게요.”
어차피 나중에 다 듣게 될 테지만, 뭐.
김준영 코치님의 이야기는 이랬다.
김정용 선배는 등판을 한 번 건너뛰게 될 것이며.
앤디의 멘탈이 터져버려서 미국에 있는 앤디의 가족들을 초대하기로 했다고.
그리고 김세완 선배가 2군행을 자청했는데, 사직에서 팬들에게 험한 꼴을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음. 고은태 관련된 이야기인데.”
“예. 특별한 일이 있나요?”
“아이언스에서 엄청 항의하고 있어.”
“그렇겠죠.”
“그냥 그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고은태한테 학교 폭력 당했다는 사람이 나와서.”
오션스 측에서 인지하고 있지 못했던 이야기였다고 한다. 그 경기에서 고은태가 나한테 맞는 걸 보고 통쾌한 기분을 느끼고 인터넷에 글을 썼는데, 아이언스 구단 측에서는 오션스가 고은태의 과거를 알고도 모른 체하고 트레이드했다고 생각한다나.
아직 공론화는 되지 않았지만…
“그리고 고은태가 병원에서 의사 책상을 엎었다네.”
“…장난 아니네요.”
“뭐, 가만히 내버려 둬도 알아서 자멸할 것 같다.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
야구 팬들의 비난이 꽤 쏟아지고 있기는 하다. 아무리 그래도 야구계 선배한테 그러는 게 말이 되냐며.
그런데 몇 가지 건들이 언론에서 터지면 그런 반응이 좀 사그라들 거라는 것이 코치님의 생각이었다.
“그래도 다음부터는 조심해.”
“예. 죄송합니다.”
“혹시 또 그런 일 있으면 그냥 대근이 불러.”
내가 그냥 웃자, 코치님은 내 훈련장을 쓱 둘러보더니 첨언했다.
“네 여자 친구, 코치로 취직할 생각은 없대?”
농담인지 진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럴 때 덥석 무는 건 하수나 하는 일이다.
“글쎄요. 교수님이 대학원을 권유한다고 하던데…”
코치님의 얼굴색이 확 바뀌었다.
“아냐. 말려야 해.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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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커크 심슨! 손톱에 조금 이상이 생긴 것 같습니다. 트레이너를 호출하는군요.
-오션스로서는 악재가 속출하는데요. 곤란하게 됐습니다.
-3.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호투하던 커크 심슨! 아,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습니다. 커크 심슨이 마운드를 내려갑니다.
-불펜에 아직 준비된 투수가 없는 모양인데요.
-급하게 박은수 투수가 몸을 풀고 있네요.
-예, 사직 구장에서 열리고 있는 대구 엔진스 대 부산 오션스의 경기가 잠시 중단되었습니다. 큰 부상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요.
-오션스 감독의 얼굴이 잔뜩 굳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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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불행은 연달아 찾아오곤 한다.
커크 심슨 다음으로 등판한 박은수 선배는 올 시즌 컨디션이 영 말이 아니다. 나 보다는 유리가 잘 안다.
“박은수는…하.”
저런 투수가 1군에서 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난 굳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기어코 장점을 찾자면, 흠.
외국인 타자들 상대로는 잘 던진다는 것 정도?
유리는 박은수가 만루 홈런을 맞는 걸 본 후, TV를 끄고는 혼자 중얼거렸다.
“오늘이 월요일이면 좋겠네.”
그리고 그다음 날도 월요일이 아니었다.
김정용 선배를 대신해서 신인 투수 이휘은이 선발로 등판했다.
“잘 하지 않을까?”
우리 가족과 유리네 가족이 다 함께 모여서 경기를 봤다.
내가 저렇게 말한 이유는, 이름을 꽤 들어본 투수였기 때문이다.
“2군 기록은…괜찮은데. 작년 1군 기록이 4경기 평균자책점 12점대네.”
어디서 들어봤더라.
어쨌거나, 4경기 정도의 표본으로는 그 투수를 평가하기 힘들다. 가족들은 다 한마디씩 얹었다.
“이현호 안 나온 게 어디냐.”
“박은수보다는 낫겠지.”
“형. 김퀄 많이 안 좋대?”
“한 경기 정도만 거를 거래. 약간 담 증세가 있다네.”
“난 그냥 볼질만 안 했으면 좋겠다.”
“쟤 작년에 올라와서 볼만 던지다가 2군으로 사라졌던 투수잖아.”
경기가 시작됐다. 투구 자세가 인버티드W 자세다.
그래도 첫 타자를 상대로 8구 승부 끝에 삼진을 잡아냈다.
“공은 좀 빠른 거 같은데.”
“초반 몇 이닝만 잘 막아줘도 괜찮아.”
“오션스 선발은 이닝 먹어줘야 하는데. 불펜 터지잖아.”
음.
투구 폼을 보니 기억났다.
“생각보다 더 좋은데?”
유리의 기분 좋은 얼굴을 보면서, 저 투수의 별명이 떠올랐다.
꼴션스 학살자.
그래.
오션스에서 어디더라, 아. 엔진스로 넘어가서 셋업맨으로 활약하면서 꼴션스 학살자로 불렸던 그 투수 같은데?
줄여서 꼴자였던 것 같다.
엔진스 팬들은 꼴션스에서 보내준 효자라고 말하기도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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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휘은의 공은 괜찮았지만, 강건우가 없는 오션스 내야는 아직 1군 경험이 거의 없는 투수의 멘탈을 지켜줄 만큼 단단하지는 못했다.
2군에서 콜업된 유격수가 어떻게든 감독의 눈에 들어보려고 종횡무진했지만 노경우 쪽에서 두 개의 실책이 나왔다.
“강건우 이 나쁜 새끼…”
물론 정말로 강건우를 원망하지는 않았다.
“야이 경우 없는 새끼야!”
“글러브에 스프링 박아놨나!”
“정신 못 차리나!”
사실, 수비에서 그간 강건우의 도움을 많이 받기는 했었다. 많이 받은 수준이 아니라 거의 지시를 받고 움직일 정도였으니.
오늘 선발로 나온 김연우는 수비적으로는 차라리 김세완보다 나은 모습이었으나, 자기 앞가림도 바빴다.
게다가 타격에서는 아무런 존재감도 없었다.
이휘은은 4.1이닝 5실점 패전 투수.
해설자들은 5점을 내주는 동안 그래도 사사구가 하나도 없었다는 점을 칭찬했지만, 카메라에 비친 모습은 상당히 씁쓸해 보였다.
오션스 팬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외쳤다.
“건우 데꼬 온나! 십새들아!”
“건우 없다고 팀이 이렇게 개판이 되는 게 말이 되냐!”
강건우가 없다는 것은 오션스에게 상당히 가혹한 일이었다.
수비가 말도 안 될 정도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냥 보기에도 화려해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수비 실력뿐만이 아니었다.
노경우의 포지셔닝을 돕고 미리 대비하게 준비시켜주는 것뿐만 아니라, 황석규의 수비 범위까지 광범위하게 커버해주던 강건우가 빠지니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진 것이다.
거기에 공격력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황석규-배영한-이시욱-양대근-울프팩-노경우-박의현-김성훈-김연우.
최근 꽤 타격감이 올라왔던 이시욱은 3번 타자 자리에 영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 초반 투수가 완전히 감을 잡기 전에 강건우처럼 결정지어주는 것이 아닌, 병살타를 자꾸 때려대며 흐름을 끊는 모습.
앞에서 끊어 먹으니 양대근에게 좋은 공을 줄 리가 없었다.
울프팩은 담장을 넘기며 장타력을 과시했지만 강건우의 출장 정지 기간에 때린 홈런이 모두 솔로 홈런으로, 오션스 팬들에게 영양가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었다.
[좆프팩 저새끼는 스탯 관리 오지네]└ㄹㅇ경기 다 터진 뒤에 1점따리 치면 머함
└출루 되고 수비 괜찮은 중견수 용병으로 교체해야 됨
└근데 이건 울프팩 잘못은 아니지 않음? 앞에 주자가 없는데
└네 다음 댕댕맘
노경우는 분명히 잠재력이 있지만, 아직 신인에 불과하다. 수비에서 흔들리자 타석에서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박의현이 출루해봤자 8, 9번 타자는 없는 게 더 나은 수준이었다. 백업 외야수 유준이 타격에서는 김성훈보다 훨씬 나았지만 수비력이 부족했고, 안 그래도 강건우가 빠져서 수비력에 공백이 생겼는데 중견수 수비까지 불안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법이었다.
김연우는 그나마 수비에서 평범한 수준을 해주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스스로 2군에 내려간 김세완은 은퇴를 고민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연패의 원인은 오션스 팬들도 잘 알고 있었다.
연패는 선수단의 정신력을 갉아먹기 마련이다.
엔진스와의 세 번째 경기에서는 그럭저럭 잘 막아주던 유격수 김연우의 결정적인 실책 이후, 겨우 멘탈을 부여잡고 있던 이훈의 불꽃 축제가 펼쳐졌다.
[이훈 냅두라는 새끼들 다 대가리 박아라]└훈이 좀 냅둬줘…
└훈이단 다 죽었으면
└요새 좀 잘한다 싶더니 ㅅㅂ
└건우 없으니까 투수들 멘탈 다 갈리네
└건우 언제 복귀함?
└엔젤스 첫 경기까지 못 나옴
└와 돌았네 건우 징계먹고 아직 5경기밖에 안 했음?
└시발 한 달은 된 거 같은데???
└우리 건우 없는 동안 5연패임???
└건우 없으면 걍 다 지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나 어처구니없음 씨발 무슨 신인 유격수 하나 없다고 한 겜을 못 이기냐
└건우 걍 담 겜 몰래 뛰면 안 되냐?? 김연우 유니폼 입고 선그라스 끼고 얼굴에 시꺼멓게 칠하면 모르지 않을까?
└미친새끼들이네 강건우 같은 인성 쓰레기를??? 영구제명시켜도 모자랄 판에
└왔으면 조용히 놀다 가라 분탕치지 말고
여전히 타 팀 팬들의 비난은 이어지고 있었지만.
이날 경기가 끝난 후, 고은태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며 오션스의 5연패 소식은 조금 묻혀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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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태 학창시절 학교 폭력? 피해자 A씨 단독 인터뷰.] [오션스 내야수 김세완, ‘고은태에게서 지속적인 언어폭력을 당해왔고 그 벤치클리어링 이후 협박 문자를 50여 건 받았다.’] [아이언스 2루수 고은태, 의사에게 폭행 저질러 고소당해.] [김세완, ‘고은태가 무섭지만 은퇴하겠다는 각오를 하니 이것만큼은 밝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은태 인터뷰 거절. 아이언스 구단은 ‘확인 중.’]#
김세완 선배가 더 집중하지 못했던 것은, 고은태에게 협박을 당해서 그랬다는 것 같다.
코뼈가 부러진 고은태는 김세완 선배에게 날 죽여버릴 거라고 데리고 나오라고 했다고 한다.
거기에 과거 학교 폭력과 의사 폭행까지.
여론이 바뀌었다.
[참교육자 갓건우 ㄷㄷㄷㄷㄷㄷㄷ] [건우가 팬 건 다 이유가 있다] [근데 아이언스한테 좀 미안해짐;;] [고철들아 미안하다ㅠ대신 세완이 데려갈래?]└인성 무엇?
└이거 밝히고 은퇴하겠다는 애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
[고은태 관상 자체가 쎄하긴 했음]└논란 터지면 관상쟁이 등판하는 건 국룰이지
[아니 그 정도로 심했다고? 타팀 팬이라 몰랐는데 저 정도면 강건우 무죄임] [아이언스 팬인데 걍 개좆같다. 저런 새끼 틀드로 보낸 오션스 고소해야 하는 거 아니냐?]생각보다 더 양아치 같은 놈이었다.
난 괜찮지만 뭐.
그리고 서울로 가는 원정을 준비하면서, 나는 감독님과 짧은 면담을 가졌다.
“멀쩡해 보이는군. 꽤 끔찍한 놈이었어.”
“전 김세완 선배가 걱정인데요.”
“걱정하지 마. 구단주가 그를 돕기로 했어. 야구를 그만두지도 않을 거고. 그리고 킴이 자네에게 고마워하고 있어.”
“제가 그 자식을 때려서요?”
“맞아.”
스프링 캠프 때부터 그렇게 괴롭히더니.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어버렸네.
“그나저나, QC 코치에게 자네 이야기를 들었어. 공을 던질 준비가 좀 됐다고?”
중요한 건 이거다.
야구 외적인 이슈로 시끌벅적하지만, 나는 야구에 다른 일들을 끌고 들어오지 않는 데는 자신 있다.
“예. 감독님이 보시기에 괜찮으시다면요.”
물론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깨의 상태는 괜찮고, 실전을 거치면서 조금 수정은 해야 하겠지만 부담이 덜한 투구 폼도 거의 완성되었다.
가장 큰 장벽은 감독님의 반응이다. 이걸 허락할지 아닐지가 문제다.
하지만 감독님은 환하게 웃었다.
“아주 약간의 문제가 있다면, 자네가 선발로 뛰기는 힘들다는 거야.”
“저도 불펜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맞아. 유격수 자리에 자네가 꼭 있어야 하거든.”
아하. 그런 이유였나.
“어깨 상태는 어떤지 궁금하군.”
“감독님 말씀대로 유격수와 투수를 겸업하는 건 꽤 체력 소모가 큰일이니까, 어지간하면 연투 없이 1이닝 정도만 맡았으면 합니다.”
“좋아. 투수 코치와 상의해보지.”
테스트는 원정 훈련 때 해보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선발로 뛰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불펜에서 뛴다면 어느 정도는 연투도 괜찮다. 난 꽤 튼튼한 투수였다.
풀타임으로 투타를 같이 하다가 부상이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그때보다는 노하우도 있을 테고.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우리 선발 로테이션의 질도 상당히 괜찮은 편이기도 하니까.
약점인 불펜을 메꾸는 것이 맞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조절만 잘 한다면 부상 위험도도 낮아질 테고.
어쨌든.
서울 원정을 떠나기 전에 오션스 선수들과 만났을 때.
“건우야…”
양대근 선배가 내 어깨를 움켜쥐고는 슬픈 얼굴로 내게 말했다.
“또 닭 다리로 맞을 뻔했다…”
배영한은 날 보더니 옆구리를 쿡 찔렀다.
“어이쿠. 오셨어요? 야구 천재님 없으니까 야구가 안 되지 뭡니까?”
박의현이 소리를 질렀다.
“야구 천재 강! 건! 우! 사직 결의의 삼 형제가 없으니 어찌나 허전하던지!”
워낙 시끄러워서 귀를 막자 내 손을 귀에서 떼어내며 더 소리를 질러댔다.
“네가 그리웠다! 너의 그 스윙! 너의 송구! 너의 포구! 너의 주루! 우리는 이제 완전체다!”
그 외에도.
초코파이를 안 먹었는지 볼이 홀쭉하게 들어간 이시욱 선배가 날 반겨줬고, 투수들은 뜨거운 눈으로 날 보고 있었다.
그리고 노경우가 비척거리며 내게 다가와 속삭였다.
“네가 제일 나쁜 새끼야…”
“뭐? 언제는 대신 패줘서 고맙다며?”
“푹 쉬다가 홈 경기 다 끝나니까 오냐…? 난 지옥 같았는데…?”
“…많이 힘들었냐?”
“진짜 뒤질 뻔했다…퇴근할 때 팬들이 너 같은 거 필요 없으니까 강건우 데려오라고 막…”
“…우냐?”
“…야.”
“어.”
“그냥 다음부턴 내가 사람 치고 빠질게…”
많이 힘들었나 보네.
“죽을 것 같았다…넌 진짜…개꿀이나 빨고…”
개꿀이라니.
나도 나름 힘들었는데.
“나 구르는 동안 신나게 데이트했냐…? 어…?”
…그게 문제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