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7)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8화(8/385)
주머니 속의 개틀링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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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스프링캠프.
오션스의 신임 외국인 감독인 휴 브레드먼은 보고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Hmm…”
팀 중심 타자이자 3루수 박정신이 FA로 떠났고, 주전급 외야수 둘도 마찬가지였다. 양재현은 최근 3년간 팀 2번 타자로 활약했던 선수고 김성호는 하위타선에서 쏠쏠한 활약을 해줬다.
최근 몇 시즌 간 감독을 계속 갈아치우기도 했다.
이제 첫 시즌이고 아직 선수단 파악이 끝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알 수 있는 것 하나는 이거였다.
팀이 복합적으로 엉망이라는 것.
아직 선수들의 기량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시기는 아니다.
이건 팀 문화의 문제임이 확실했다.
그건 별개로 두고, 연속 꼴찌 팀이라는 편견을 빼고 봐도 전력이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몇몇 선수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 사실, 한국 야구의 수준을 정확히는 모르는 상태였기에 더 그런 편이었다.
한국인 코치들은 베테랑들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휴 브레드먼 감독은 기존 야수 중에는 몇 명만 빼고 다 팔아버리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팔릴지 안 팔릴지가 문제였지만.
투수는 좋게 말하면 잠재력이 보였고, 나쁘게 말하면 다 고만고만했다.
차라리 신인 중에 눈에 띄는 녀석들이 더 많았다.
‘Gang gun woo…’
특히, 이름에 갱과 총이 들어가는 살벌한 이름을 가진 그 애송이.
타격 코치와 타격 폼을 바꾸는 문제로 캠프가 시작되자마자 논쟁을 벌였었다.
코치는 스윙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지만 감독은 타격 코치와 면담 끝에 그 신인이 자신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스윙은 큰 편이지만 자세히 보면 거의 완벽하게 균형 잡힌 폼이었지. 스윙 스피드나 각도도 더할나위 없고. 실전을 봐야 확실히 알겠지만…’
야구는 선수 하나를 키우는데 매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때때로 거의 완성된 괴물이 튀어나오곤 한다. 실전에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아직 본 적은 없지만, 감독은 메이저리그의 오퍼가 괜히 있었던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야구에 가정은 불필요한 일이나, 어쩌면 메이저리그로 갔더라도 성공하지 않았을까.
거기에서 끝이라면 고민할 건 없을 터였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 훈련하는 것만 봐도 재능이 보이니 기회만 제공하면 될 일인데.
약간의 문제는, 저 1라운더 꼬마놈의 수비 위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수비 실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서 조금 골치 아팠다.
수비 훈련에서 어디에 놓더라도 훌륭한 수비를 해냈다.
유격수 자리에 넣고 싶었지만, 이 구멍 많은 팀에는 이미 주전 유격수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 유격수를 3루수로 돌리자니, 정귀현은 유격수치고는 괜찮은 공격력이지 3루수로는 많이 부족한 타격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타격뿐만 아니라 투수로서도 아마추어 중에 따라올 선수가 없다는 보고를 들었기에 공을 던지는 모습도 봤다.
여기서 브레드먼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타자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했나?”
“예.”
너무나도 짧고 간단한 대답.
강건우와의 대화에는 통역이 필요 없었다. 캠프에 참여한 선수 중 단 네 명만이 완전히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었는데, 용병들과 강건우였다.
“대체 왜?”
왜냐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진심으로, 대체 왜.
그리고 강건우는 평온하게 대답했다.
“공을 많이 던지면 팔꿈치가 저려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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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의 분위기는 조금 어수선한 편이다.
뭐, 그래도 이런 분위기를 안 겪어 본 것은 아니라서. 사실 이것보다 심한 것도 본 적 있다.
일단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소통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코치들도 미묘하게 단합이 안 된다.
심지어 선수들까지도.
“오, 천재 타자. 스윙 죽이던데. 훈련 끝나고 형이랑 술 한잔할까?”
여기 이 양반은 이번에 FA로 합류한 외야수 배영한이다.
“죄송합니다. 제가 알콜 알러지가 있어서요.”
“뭐? 형이랑 술 먹기 싫어서 그런 건 아니지? 뭐, 됐다. 정혁이랑 먹어야지. 야, 그리고 너 외야로 오지 마라. 형 자리 노리면 안 된다?”
능글맞고 술 좋아하고 여자 좋아하는, 재능만 믿고 야구하는 스타일이다. 가까이하면 커리어 조지기 딱 좋다.
어쨌거나, 배영한을 포함해 FA로 팀에 들어온 선수들은 자기들끼리 뭉치는 편이다.
“건우야.”
“예. 선배님.”
이 거구는 오션스의 간판타자인 양대근. 2미터에 가까운 거구에 누가 봐도 마피아같은 인상을 가졌지만, 생긴거랑 다르게 소심하고 착한 편이다.
“선배님이라 부르지 말라니까.”
“알겠습니다.”
“음. 다른 게 아니고…”
양대근은 약간 조심스러운 표정을 짓더니-그래 봤자 무섭게 생긴건 마찬가지다 주위를 둘러보고 조용히 말했다.
“송구 좋더라. 잘하고 있지만 더 힘내. 시즌 시작해도 1군에서 봤으면 좋겠다.”
“…감사합니다.”
정말 예상 밖의 캐릭터다. 저 말 하려고 불러세웠나.
양대근의 지난 시즌 성적은 타율 0.298에 33홈런이다. 다만 승부처에서 약하다는 말이 있다. 소심한 성격이 드러난 걸지도 모르겠다.
야수조는 비교적 조용하고 운동에 집중하는 양대근과 조금 다른 분위기의 유격수 정귀현 두 쪽으로 나누어져 있다. 정귀현은 은근 날 견제하는 것 같다. 내가 자기 자리를 뺏을까봐 그러는걸지도 모르겠지만, 난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굳이 유격수를 안 해도 상관없으니까.
투수조도 반으로 갈려있다. 대체로 선발과 불펜으로.
음.
들어와서 보니 엉망도 이런 엉망이 없다.
사실, 파벌이라기보다는 그냥 자기들끼리 노는 모양새긴 하다. 그래도 난 그런데 휘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나마 감독이 미국인이라 그런데 안 끼어도 눈에만 들면 괜찮을 것 같아서 다행이다.
문제는…
이런 놈들 데리고 어떻게 우승을 하냐는건데…
스마트폰이 울린다. 확인해보니 유리다.
-유리누나 : 건우야 캠프 분위기 좀 어때?
-나 : 엄청 좋아 올해 우승 가능할 듯
가끔은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한 법이다.
-유리누나 : 그래?????
-유리누나 : [오션스 유격수 정귀현, 호주 스프링 캠프 도중 현지 경찰에 음주운전 적발.]
-유리누나 : ????????
-유리누나 : 너 스프링캠프 간다고 뻥치고 어디 혼자 놀러라도 갔냐????
?????
제대로 가지가지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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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아악-!
회귀한 후, 유리와 함께 만든 타격 자세가 꽤 괜찮다. 정병구 타격 코치와 약간의 마찰이 있었지만, 타격 코치는 내 인터뷰를 본 뒤로 내게 호의적으로 대하고 있다.
[오션스 기대주 강건우, ‘정병구 타격 코치님의 조언이 큰 힘이 된다.’]따아아악-!
“이야, 건우! 쭉쭉 날아간다!”
솔직히, 유리 아니었으면 립서비스도 안 해줬을 거다. 괜히 밉보여서 안 좋은일 생기면 좀 그럴 테니까.
그래도 그거 한 마디로 태도가 변한 정병구 코치는 내 타구를 보며 소리를 질렀다.
언제는 내 스윙 폼을 처음부터 다 뜯어고쳐야 한다고 난리더니.
따아아악-!
다시 한번 타구를 멀리 날려 보내자 박수를 치고 있다.
부담스럽게 바라보는 감독보다는 차라리 알기 좋은 타격 코치가 낫다.
따아아악-!
자세는 언제나 일정해야 한다. 시즌을 보내면서 자세가 무너지지 않게 체력을 만들어두는 것이 중요하다.
타격 폼을 계속 이래저래 바꿔가며 실험해본 적도 있었지만, 완성된 자세를 쭉 가져가는 것이 가장 낫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내가 회귀자가 아니었더라면 코치 말을 듣고 다 뜯어고쳤을지도 모르지.
아직 실전을 뛰어보진 않았지만, 야외 훈련장에서 시원하게 타구가 날아가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도움이 된다.
어쨌거나, 조금 어수선했던 캠프 분위기는 더 박살이 났다.
몇몇 코치들이 분위기를 살려보려고 애쓰지만 정귀현의 음주운전 적발 때문에 야수들과 투수들 사이에 더 냉랭한 기운이 흐른다.
내 차례가 끝난 후, 배팅 케이지에서 나와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나와 함께 캠프에 참여한 신인 노경우가 은근슬쩍 다가와 말을 걸었다.
“할 만하냐?”
“그럭저럭 괜찮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다. 신인은 둘 뿐이니 친하게 지내라고 하는 사람도 많고 노경우도 그러고 싶은지 자주 다가오긴 하지만.
노경우는 옆에 앉아서 괜히 이상한 소리-흠, 크흠 같은를 내다가 우물쭈물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야, 너. 그, 뭐냐. 유격수 할 거냐?”
현재 팀의 주전 유격수는 공석이다.
그럭저럭 준수한 수비력에 2할 중후반 타율, 도루 20개 정도를 하던 유격수가 날아갔으니.
“왜? 주전 자리 노리게?”
“아니 뭐, 야. 시발. 당연한 거 아니냐? 이런 기회가 또 있겠냐고.”
설레발이다. 주전 유격수가 날아가고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노경우가 유격수 자리를 차지하긴 힘들 것이다.
“외야 한 자리 노려보는 건 어때?”
그냥 무심코 내뱉은 말은 아니었다.
노경우는 국가대표 외야수로 국대에서 함께 뛴 적이 있다. 오션스가 아니라 선더버즈에 지명되어 외야수로 전향했던 거로 기억한다.
하지만 노경우는 팍 인상을 썼다.
“외야에 자리 없는 거 모르냐?”
“유격수보단 낫지 않나?”
“뭐? 왜?”
그야 뭐.
아무래도 내가 유격수가 될 것 같으니까 그러지.
그래도 그렇게 말하기는 좀 그렇고.
“자. 봐.”
“뭔데? 뭐 아는 거 있어?”
“일단 용병 울프팩은 좌익수로 갈 거란 말이지.”
울프팩은 1루수를 선호하지만, 1루수와 지명타자는 양대근과 이시욱이 나눠 먹을 것이 뻔하다.
“FA로 영입된 배영한 선배가 우익수.”
“그건 맞지. 근데 중견수는 많지 않나?”
많다기보다는 비슷한 스타일의 고만고만한 실력을 가진, 발 빠른 똑딱이 타입이 몇 있다. 다만 똑딱이라고 하기에도 좀 애매한 게, 컨택 능력이 많이 부족해서 뚫을만 하다고 말한 것이다.
“김성훈 선배 작년 타율 0.227.”
“…”
“김지호 선배 이영준 선배는? 2할 미만.”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런 말을.”
“아무도 안 듣잖아.”
“그건 다행인데.”
“자. 결론은.”
“결론은?”
“유격수 자리에서 날 제치는 것보다 중견수를 노리는 쪽이 낫다.”
노경우는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재수 없는 건 원래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내가 재수 없다고?”
금시초문이다.
그에 대해 자세히 추궁하려고 했지만, 휴식 시간이 끝나버렸다.
“양대근! 이시욱! 고은태! 강건우! 내야 준비! 홈은 용수! 마운드는 훈이!”
수비 코치의 호출이었다.
“나만큼 젠틀하게 야구한 사람이 또 어딨다고.”
아직 호출되지 않은 노경우는 들릴 듯 말 듯 하게 중얼거렸다.
“존나 재수 없긴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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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귀현이 빠진 후, 오션스에는 비상이 걸렸다.
백업 내야수들이 있긴 하지만 타석에서는 그냥 쉬어가는 타순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해서 수비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 적도 거의 없다.
그렇기에 올해 드래프트 1순위였던 강건우와 2라운드에서 뽑은 노경우에게 기대를 좀 가질 수밖에 없었다.
“신인한테 풀타임 유격수 맡기기는 좀 불안한데…”
“일단 한 번 보자고.”
유격수는 팀의 중심이나 마찬가지다. 신인에게는 부담될 수도 있다.
사실, 드래프트 이전부터 강건우에게 더 큰 기대감이 실려있긴 했지만 노경우도 충분한 재능을 가진 선수였다.
그간 지켜본 결과, 어느 정도의 장타력도 지녔고 순발력도 있다. 수비가 조금 투박하긴 하지만 타격 재능만 봐도 공격형 유격수로 키울 법한 선수였다.
…강건우만 아니었다면.
“무사 주자 3루!”
수비 코치가 상황을 부여하자 배치된 내야수들이 각자 움직였다.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각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다.
수비 코치가 내야를 훑어보더니 공을 배트로 툭 밀었다. 스퀴즈 번트 상황.
강건우는 번트 타구가 마운드 정면으로 굴러가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3루수 수비 훈련 중인 이시욱이 마운드를 향해 달려드는걸 보고 재빨리 3루 커버에 들어갔다.
수비 코치가 소리 질렀다.
“스톱! 스톱! 이시욱! 이 타구는 투수가 처리해야지!”
본래 1루수인 이시욱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멈췄다. 투수와 3루수가 충돌하면 점수를 내주고 출루를 허용하는 건 물론이고, 부상 위험도 있다.
수비 코치는 한숨을 내쉬었지만 재빠르게 3루 커버에 들어갔던 강건우를 보며 조금 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훈련 장면을 보고 있던 수석코치가 말했다.
“강건우 저놈, 포지셔닝 이제까지 에러한 거 있어?”
“없습니다. 판단 정확하고 안 가르쳐도 먼저 알아서 합니다.”
“수비 범위 넓지 않아?”
“종종 공 굴러오는 거 안 보고도 미리 움직여서 넓게 커버합니다. 중계 플레이할 때 위치도 정확하고요.”
“어깨 장난 아니던데.”
“솔직히 투수 해야 할 어깨인데요…”
“몸 날리는 건 못 봤는데. 본 적 있어?”
“먼저 가서 수비하더라고요.”
“고등학교 때도 원래 저렇게 수비 좋았어? 저 정돈 아니지 않았나?”
수석코치의 말에, 포수 조용수에게 번트 수비에 대해 한 소리 해주고 온 배터리 코치가 대답했다.
“고등학생 때랑 플레이 스타일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운동신경 하나 믿고 일단 몸부터 던지던 스타일로 기억하거든요. 3유간으로 완전히 빠지는 타구를, 한 타이밍 늦었는데도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는 거 보고 와 저놈 진짜 괴물이구나 했었는데.”
“아니 뭔 신인이 백전노장 유격수처럼 플레이해? 쟤 못하는게 뭐야? 15억 받을 만 하네 저놈 저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