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77)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79화(79/385)
그래서 주인공이 누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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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시절, 조준이 형은 당대 최고 투수였던 데인 크리스티안에게 죽어라 시비를 걸어댔다.
“야. 내가 왜 크리스티안 그 새끼한테 그러는 줄 아냐?”
“형은 원래 아가리 파이터잖아.”
“야이 새끼야. 형한테 아가리 파이터가 뭐냐.”
“내가 틀린 말 했나?”
“잘 들어라. 존나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개꿀팁이니까.”
어쨌거나, 저 형은 비호감으로 악명을 날렸었다.
가만히 있으면 더 잘 될 것 같은데, 자기 나름대로 논리는 있었다. 그게 맞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기왕 비빌 거, 제일 잘 하는 놈한테 비벼야지. 야. 야구에서 20-80 스케일이란 게 있지? 야구를 존나 잘하면 80점이라 이거지. 근데 거기서 스타성까지 있으면 100점이 될 수 있어. 우리 같은 동양인이 스타성 갖추려면?”
“형.”
“어.”
“형이 갖춘 건 스타성이 아니라 비호감이야.”
어쨌거나, 정조준이라는 외야수가 다이아몬즈 3연전에서 맹활약하고 뜬금없이 날 지목한 건, 그만큼 날 의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제 버릇 개 못 주는 법.
뭐, 유리는 원래부터 정조준을 별로 안 좋아했고 괜히 나한테 시비를 건다고 해서 짜증을 내고 있긴 하지만.
“좆준이 짜증 나.”
“좆준이 짜증 나?”
없는 데선 나라님 욕도 한다는데 뭐 어때.
“응. 진짜 개짜증.”
“좆준이 조지고 올게.”
“진짜지? 누나 그럼 건우만 믿는다?”
유리가 눈을 반짝이면 뭐든 해주고 싶은 충동이 든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진짜 눈이 반짝이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기분 좋은 건 그런 거다. 유리는 오션스를 정말 좋아하지만, 오션스 이야기를 할 때의 7~8할은 눈이 썩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오션스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기 시작하면서 유리의 눈이 반짝이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다.
“하는 김에 나도 입 좀 털까?”
“아니. 됐어. 대처 굉장히 좋았어. 4살 많은 좆준이보다 훨씬 어른스러웠어.”
하도 좆준이 거리다 보니 조준이 형이랑 대화할 때도 좆준이가 튀어나오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아니, 솔직히 별로 걱정 안 된다.
그냥 뭐 저거 입 밖으로 내면 옛날만큼 가깝게 지내는 건 물 건너 간 거겠지 정도?
“맞다. 누나.”
“응?”
“노경우랑 소개팅할 친구 없어?”
“노경우?”
“응.”
유리는 잠깐 생각하더니, 손가락을 접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손을 쫙 펴고 대답했다.
“많아.”
“많아?”
“응. 노경우 그래도 착하다며? 그럼 뭐 하고 싶은 애들 줄 섰을걸.”
요새 오션스가 잘 나가서 그런가.
노경우 넌 운 좋은 줄 알아라.
“애가 가끔 멍청해서 그렇지 착하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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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도 충분히 스타성이 넘치는 선수였다. 보여준 성적은 스타 플레이어라고 말하기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거기에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게 공격적인 인터뷰까지 하곤 한다.
말을 과하게 하는 것 때문에 안티 팬도 많긴 하지만, 저런 스타일을 오히려 좋아하는 팬들도 없지는 않았다.
“아니, 그냥 칠 수 있다고 말 한 거로 그렇게 욕먹을 일입니까? 프로면 당연히 승부욕이 필요한 거 아닙니까?”
야구는 내로남불의 스포츠다. 사실, 자기 팀을 욕하는 것이 야구 팬들의 일상이긴 하지만, 그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본인이 욕하는 건 몰라도 다른 팀 팬이 자기 팀을 욕하는 것은 못 참는 편이다.
“쓸데없이 그런 말을 왜 해? 치고 말하던가. 그 새낀 괜히 할 일이 없어서 그런가 맨날 남 욕이나 하고 말이야.”
물론, 야구 팬들의 특성상 물어뜯을 일이 생기면 다른 팀을 욕하기를 즐기곤 한다. 절대 변하지 않는 진리다.
“솔직히 정조준 아니면 166짜리 직구 못 치죠.”
“직구가 아니라 속구다. 그러니까 파이러츠 팬들이 야알못 소리를 듣는 거야.”
“파이러츠 팬들이 진짜 야알못이면 오션스에서 안 갈아탔죠.”
“어허. 뭐? 그럼 지금 오션스 팬들이 야알못이라는 소리야?”
“전 그런 말은 안 했는데요.”
지리적으로 인접한 오션스와 파이러츠.
게다가 파이러츠 팬의 꽤 많은 숫자가 과거 오션스 팬이었다는 이유도 있다.
인접한 지역의 두 팀이기에 한 직장 내에서도 두 팀 팬들로 나뉘어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정유리의 부친인 정종석의 직장도 그랬다.
항상 티격태격 하는 두 팀 팬들이다. 그리고 만약 3연전에서 어느 팀이 스윕이라도 한다면, 스윕 당한 팀의 팬들은 스윕한 팀의 팬들에게 한참은 놀림당하는 것이 일상이다.
어쨌거나 정종석은 그런 말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회사 카페테리아에서, 쇼핑백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 직장 동료들에게 돌리며 말했다.
“야야. 싸우지들 말고. 이거 받고 우리 건우 올스타 투표 좀 해라.”
“아이쿠. 정 부장님. 이게 그 귀한 강건우 싸인볼 아닙니까?”
“김 대리. 파이러츠 응원해도 건우한테 투표 한 번은 해줄 수 있잖아, 안 그래?”
“제가 안 뽑아도 투표 1위 할 거 같던데…”
김 대리가 투덜댄 것처럼, 강건우는 현재 올스타전 투표에서 전체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정종석이 씩 웃었다.
“자자. 오션스 팬들은 파이러츠 선수들 밀어주고, 파이러츠 팬들은 오션스 선수들 밀어주고. 얼마나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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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장에서 만난 노경우는 울상이었다.
“야. 내가 그렇게 자격이 없냐?”
“무슨 자격?”
“올스타 이스턴팀 2루수 투표 1위 달리는 중인데 사람들이 자꾸 욕을 해서…”
그건 노경우 뿐만이 아니다. 야구를 끊었던 오션스 팬들이 오션스의 호성적 때문에 몽땅 다 튀어나와서, 이스턴 올스타 포지션별 투표에서 오션스 선수들이 몽땅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현동이나 조훈기가 있는데 무슨 노경우냐고 욕을 먹는 모양이었다.
“신경 쓰이냐?”
“욕먹으면 당연히 신경 쓰이지.”
웨스턴 올스타 투표는 6위로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는 메테오스가 거의 절반, 엔젤스가 또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선수들은 부담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또 어떤 선수는 부담감 따윈 조금도 느끼지 않는 예도 있다.
굳이 샘플을 찾자면 저 사람.
“아이쿠! 이런! 예비 올스타 유격수와 2루수가 여기 있었나! 반갑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돌잔치에서 오션스 유니폼을 잡고 별사탕을 집어 먹은 준비된 올스타 포수! 박의현! 같은 해에 입단한 우리가 줄줄이 올스타라니! 이것 또한 기막힌 인연이 아닐까!”
반면, 또 다른 종류의 사람도 있다.
“올스타 브레이크 때 가족들이랑 좀 캠핑도 가고 그러고 싶은데…”
우리 팀 주장은 올해도 뽑히면 8년 연속 올스타라고 한다. 올스타에는 욕심이 없어 보이지만, 올해의 다른 이벤트에는 조금 욕심이 있어 보였다.
“기왕이면 올스타 말고 올림픽 국대 좀 뽑아 줬으면 좋겠네.”
“군대는 해결하셨잖아요.”
“나 어깨 때문에 면제받았어.”
“우와.”
“넌 올해 잘 하면 바로 해결하겠네.”
올림픽 대표팀은 리그가 시작되기 전에 140여 명의 예비 엔트리 내에서 뽑게 되어 있다. 그런데 그때는 데뷔도 하지 못 했던 내가 그 예비 엔트리에 들어가 있는 이유는, KBSA의 추천으로 아마추어 선수 몇몇이 거기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뭐, 나쁘진 않다. 어차피 올림픽이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해결할 수는 있지만, 바로 정리하고 가는 게 편하니까.
“제가 뽑힐까요?”
내 말에 대근이 형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
“야. 건우야.”
“네.”
“너 안 뽑으면 크보 폭발해…”
사실, 나도 내가 당연히 뽑힐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다. 어쨌거나 올 시즌 이목을 많이 끌었고, 그런 것들이 장점으로 작용할 것은 뻔하다.
“같이 올림픽 가시죠.”
“1루수가 워낙에 빵빵해서.”
“형 정도면 다 잡을 수 있죠.”
내가 형이라고 부르면 살짝 움찔한다. 하지만 기분이 그리 나쁘진 않은 듯 대답했다. 내가 팀에서 형이라고 부르는 건 대근이 형이 유일하다.
“호근이 종섭이 태호 전부 빵빵해서. 지용이도 1루 가능하고. 뽑히려면 열심히 해야지. 최종 발표까지 좀 더 분발하면…되려나.”
자신감이 넘쳐 보이진 않지만, 흠.
가진 능력만 놓고 보면 이만한 타자도 한국에 거의 없을 텐데.
“형은 꼭 가야 해요.”
“흐흐. 왜?”
뭔가 기대하는 것 같다.
“외국팀이랑 벤클 붙으면 형 아니면 누가 기선제압 해요?”
주장은 기대한 것과는 조금 다른 대답에 아주 약간 시무룩한 듯했지만, 자기 주먹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는 조용히 중얼댔다.
“하긴…외국인이면…좀 때려도 죄책감이 없으려나…”
재밌는 사람이다. 정말로.
“혹시 인종차별주의자…?”
대근이 형은 펄쩍 뛰며 양손을 마구 휘저었다.
“아냐! 아냐! 절대 아냐! 난 그런 거 아냐!”
이 사람이 소리 지르는 건 벤클 때 말곤 처음인가?
“농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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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은 오션스와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 또다시 기자들에게 맛있는 먹거리를 던져주었다.
“좀 더 지켜봐야죠. 우리 야구 원투데이 하는 거 아니잖아요. 그리고 뭐, 공만 빠르다고 답니까? 아직 몇 경기 안 했어요. 개인적으로 그 친구가 마운드에 올라오고 제가 타석에 섰으면 좋겠습니다. 홈런 쳐야죠.”
기자들은 사냥감이 생기면 빠르게 달려든다. 정조준의 말을 기사로 올렸다.
“올스타전 투표 1위요? 예, 하…뭐라고 해야 하나. 어차피 인기투표잖아요. 만약 제가 오션스에 있었으면 역대 순위 다 갈아치웠을걸요.”
구단에서 정조준에게 자제하라고 말하지도 않는 편이었다. 그런 것들은 사실, 파이러츠의 모기업이 조선업계의 기업이라 국내 야구 팬들의 여론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영향도 있었다.
그리고 강건우는 화답했다.
“유리 누나가 정조준 선배님한테 삼진 잡고 오랬습니다!”
강건우의 이미지는 조금 복잡했다.
야구계 선배를 무참하게 두들겨 팬 안하무인부터, 말도 안 되는 성적을 유지하는 천재 타자이자 전무후무한(KBO 기준으로) 166km/h의 강속구를 던지는 슈퍼 클로저.
거기에 야구 팬 중 특히 여성 팬들에게 먹히는 것은 누나 바라기 연하남이라는 점도 있었다.
[정조준, ‘강건우 상대로 홈런 칠 자신 있다.’] [강건우, ‘유리 누나가 정조준 선배님 상대로 삼진 잡아달라고 했어요.’]두 선수 모두, 야구계에서는 보기 드문 꽤 특이한 캐릭터였다.
하지만 인터넷상의 네티즌 여론은 강건우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
[자신감보단 유리 누나가 더 쎄지…]└유리누나 존예더라 무적권 강건우 승
└솔직히 그래봤자 일반인이지 했는데 유리누나 예쁘긴 함
└조준이 여친 있냐?
└조준이 클라스에 여친이 없겠냐? 생각 같은 거 좀 하고 살면 안 되냐?
└좆준이도 생각 안 하고 막 내뱉자너 나도 좀 막 뱉으면 안됨?
└조준이가 니 친구냐?
└나 조준이 동창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친구 등판
└조준이 학창시절에 자기 프로 되면 여자 다 꼬실 거라고 말했었는데
└조준이 인터뷰에서 자기는 야구랑 연애한다고 했었음
└입조준 그 새낀 아마 자기가 말한 거 기억도 못할 듯
└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이런 것들은 리그 전체적인 관점에서 볼 때 꽤 흥미로운 요소이며 리그 흥행에 도움이 된다.
KBO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두 선수를 라이벌 관계로 묶으려 했고, 경기가 시작되자 짜고 맞추기라도 한 듯 반반씩 관중석을 차지한 오션스와 파이러츠 팬들이 경쟁하듯 소리 질렀다.
“정조준! 정조준! 정조준! 정조준!”
“강건우! 강건우! 강건우! 강건우!”
-안녕하십니까, 야구 팬 여러분! 오늘 오션스와 파이러츠의 경기는 창원 파이러츠 파크에서 펼쳐지겠습니다! 경기 전부터 정조준 선수와 강건우 선수의 라이벌 이슈로 뜨거운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둘 다 정말 뛰어난 선수죠. 정조준 선수의 능력도 놀랍지만, 사실 강건우 선수가 데뷔 첫 시즌임을 감안하면 말도 안 나올 정도긴 합니다. 두 선수가 건전한 라이벌 관계를 이어나간다면 야구 흥행에도 꽤 도움이 될 겁니다.
-예. 그렇죠. 그리고 정조준 선수가 경기 전에 이런 말도 했습니다. ‘나도 고교 시절 공 좀 던져봤다.’
-정조준 선수도 투타 겸업으로 기대를 받은 선수였습니다만, 그래도 타자에 집중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은 합니다. 사실, 강건우 선수가 정말 특이한 케이스거든요. 정조준 선수도 작년 MVP를 탈 정도로 최고 스타 플레이어는 맞습니다만, 강건우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질지도 몰라요.
-하하. 파이러츠 팬들이 듣기엔 좀 섭섭하지 않을까요?
-제가 파이러츠 팬이면 그냥 타자에 집중해서 타자 강건우를 넘어달라고 부탁하고 싶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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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 선수들은 종종 박의현을 부끄러워한다. 그리고 다이아몬즈 선수들은 민승기에게 그런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그리고 파이러츠 선수들도 정조준에 대해 꽤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건우. 잘 지냈냐?”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파이러츠 포수 강태오는 조금 까칠해 보이기는 해도 강건우와는 꽤 사이가 괜찮았다. 아주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시즌이 개막되기 전 연습 경기에서 강건우의 부탁을 받고 파이러츠 선수들의 싸인을 받아다 주기도 했었다.
1회 초. 1사 주자 2루 상황에서 강건우가 타석에 들어서자 강태오는 먼저 살갑게 인사를 건네왔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준이가 사실은 착하거든. 안 그래 보이는데.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지?”
“저도 정조준 선배님 팬입니다.”
“그래? 조준이가 정말 좋아할 거다. 꼭 전해줄게.”
환담은 환담이고, 경기가 재개되었다.
오늘 마운드에 선 파이러츠의 선발 투수는 넬슨 페페. 최고 구속 156km/h까지 나오는 강속구 투수이자 파이러츠의 에이스.
지난 오션스와의 맞대결에서 죽어라 두들겨 맞은 리키 미겔은 퇴출당하고 새 외국인 투수가 한국에 들어와 점검을 시작했다.
경기 시작부터 배터리간의 싸인이 꽤 길게 오고 갔다.
‘볼 던져, 볼!’
강태오는 변화구를 요구하고 있었지만.
‘싫어.’
정조준과 꽤 친해서 그런지, 약간 세뇌되다시피 한 넬슨 페페는 격렬하게 거부 의사를 표현했다.
강건우는 알고 있다. 투수와 포수가 싸인을 오래 주고받으며 서로 의견이 안 맞을 때는, 투수의 표정을 보면 어떤 공이 올지 대충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투수들이란 직접 안 겪어보면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 하는 놈들이 9할 이상이다.
배터리 간의 기 싸움에서 결국에는 투수가 이기기 마련이다. 한국인 선수로 이루어진 배터리라면 짬에 따라 결정되기도 하지만, 외국인 투수가 말을 안 듣고 고집을 부리면 특히 경기 초반에는 투수 마음대로 갈 확률이 높다.
패스트볼이 주무기고 슬라이더가 서브 피치. 커브도 종종 섞긴 하지만 대체로 투 피치인 투수가 고집을 부려서라도 던지려는 공이 뭘까.
강건우는 투수가 피칭 모션을 취하기 시작하자 기계처럼 움직였다.
왼발 스텝, 허리 회전, 하체 중심 이동, 자로 잰듯한 왼팔과 오른팔의 스윙.
따아아아아아아악-!
맞은 뒤에는, 캠퍼스를 잡고 돌린 듯 예쁜 원을 그리는 팔로 스로우까지.
2루 주자 황석규도 이건 당연히 홈런이라고 생각한 듯, 빨리 뛰는 대신 천천히 베이스를 돌았다. 파이러츠 팬들의 입에서 분노 섞인 욕설이 흘러나오는 중 오션스 팬들은 펄쩍펄쩍 뛰며 기쁨을 표현했다.
그리고 오션스 팬들이 준비한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몇몇 팬들이 시작했던, 손가락 모양의 응원 도구로 정유리가 어디 있는지 강건우에게 알려주는.
“건우야!”
“유리 누나!”
“여기 있다!”
주관적으로 싹수없게 생긴 얼굴이라는 평가를 받는 강건우가, 활짝 웃으며 그 방향을 향해 한 손을 들어 손가락 하트를 들어 보였다.
한때 부끄러워하던 정유리는 오늘만큼은 아니었다.
“건우야아아아아!”
이제 누나 여깄다고 외칠 필요도 없었다. 오션스 팬들이 정유리가 어딨는지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엄마! 엄마! 건우 봐봐! 하트 날리는 거 좀 봐!”
“보고 있어, 지지배야!”
“건우가 좆준이보단 잘 하겠다고 약속한 거 지켰어!”
“아이고오…”
오소희는 딸내미를 바라보며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
강현재가 허허 웃었다.
“그래. 좆준이 보단 잘 해야지. 암. 그렇고말고.”
한때 정조준의 열렬한 팬이었던 한 아저씨의 반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