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85)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87화(87/385)
별의별 놈이 다 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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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초, 오션스는 민승기가 내려간 다이아몬즈를 상대로 1점을 더 냈다. 스코어 3대 0.
앤디 가필드는 본인의 완봉승 기회 앞에서, 아직 단 한 번도 점수를 내준 적 없는 마무리 투수 강건우의 등판으로 팀 승리를 확고히 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했으나 휴 브레드먼 감독은 강건우가 몸을 푸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갱! 마지막 이닝에도 자넨 유격수야! 불펜으로 갈 생각하지 마!”
앤디는 결국, 9이닝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재밌는 일이었다. 완봉승을 거두며 팀 승리를 이끈 투수보다, 8이닝 2실점 패전 투수가 주목받는 것은 절대 흔한 일이 아니다.
신인 투수가 8이닝 2실점 호투했으나 상대 에이스의 완봉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면 몰라도.
하지만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완봉승의 앤디 가필드도, 결승 투런포를 때려낸 강건우도 아니었다.
[(PHOTO) 9회 초, 2점 홈런을 맞고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는 민승기.] [에이스의 눈물. 다이아몬즈에게 필요한 것은 승리를 향한 욕구다.] [다이아몬즈 정용호 감독, ‘더 던지겠다는 승기를 말리지 못한 내 탓이다.’] [휴 브레드먼 감독, ‘오늘 경기의 주인공은 양 팀 선발 투수였다. 상대 팀의 그 투수는 몹시 인상적이다.’] [완봉승 거둔 앤디 가필드, ‘이번에는 민(승기)에게 승리를 거두고 싶었고, 그렇게 되어서 기쁘다.’] [‘눈물의 왕자’ 민승기. 뜨거운 눈물로 패배를 직감하다.]└눈물의 왕자??? 오션스 온다는 암시인가???
└그게 왜 오션스 온다는 암시냐 빡대가리새기야
└눈물이나 바닷물이나 나트륨이 포함되어 있는걸
└뭔 씹소리야 씨발
└눈물의 왕자와 모래의 왕자가 함께 뛰는 걸 보고 싶다
└모래의 왕자는 또 누구임?
└누구긴 누구임 강건우지
└강건우는 또 왜 모래왕자임 ㅡㅡ
└1회 초에 민승기한테 입 모양 모래였음
└모래반지 빵야빵야?
└아니 그냥 모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발 다 왕자 시켜줘라 노루왕자 닭다리왕자
└엉덩이왕자 빼면 섭섭함
└훈이는 냅둬라
└아무도 훈이 이야기 안 했는데;;
└암튼 냅둬라 좋은말로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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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승기는 기본 체력도 좋지만, 괴물 같은 회복력을 지닌 투수다. 재능과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타고난 신체 조건에 멈추지 않는 단련. 그것도, 올바른 방향성을 가진 단련을 통해 민승기는 가장 좋은 상태를 항상 유지하고 있었다.
민승기 정도 되는 투수라면 크고 비싼 집에 살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텐데, 민승기는 작은 투룸에서 지내고 있었다.
자기 건물도 아닌, 월세.
민승기는 자신이 부산으로 이사할 거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이곳에서 집을 사지 않았다. 주변 선수들이 투자도 할 겸 아파트를 사서 지내라고 조언을 해줄 때마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돈은 야구로 벌어야지.”
고지식하고 꽉 막힌 데 있는 성격이었다. 다른 선수들과 불화도 종종 있었지만, 민승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제 8이닝을 소화한 민승기는, 자신의 투룸을 나와서 택시를 잡았다.
“라마다 호텔로 가주세요.”
민승기는 운전을 하지 않았다. 이유는, 2년 차 때 자동차를 조작하다가 허리에 살짝 담이 왔던 기억 때문이었다.
모자와 마스크를 썼기에 택시 운전사도 민승기를 알아보지 못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민승기는 주위를 둘러보며 호텔로 들어갔다.
어제 선발로 경기에 나서고 아침 일찍 여기 올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민승기는 여유로운 척 호텔 로비에 앉아있었다.
민승기가 여기에 온 이유는 단 하나.
오션스 선수단이 투숙하는 호텔이기 때문이었다.
마치, 오션스의 광팬이 선수들을 먼발치에서나마 바라보기 위해 쫓아다니는 듯한 모양새였지만, 민승기는 꽤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민승기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내년엔 오션스 선수가 될 거니까, 이건 그때를 대비한 사전 답사다.’
크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보면 저게 무슨 짓인가 하고 생각하겠지만, 민승기는 언제 어디서나 당당한 사람이었다.
왜냐하면, 민승기는 주인공이었으니까.
민승기는 스마트폰으로 오션스 갤러리에 접속했다. 만족스럽게도, 민승기를 영입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꽤 있었다.
[야 민승기 데려오면 앤디랑 민승기랑 누가 1선발임?]민승기가 댓글을 달았다.
└민승기
서창원과 민승기 중 하나만 데려오려면 누가 낫냐는 글에도 댓글을 남겼다.
└민승기
[국대 선발 3인방 중에 한 명 영입 가능하면 니들은 누구 택할거임?]└민승기
[내년 외야수 파 다른 선수 없냐 서창열은 정이 안 가는데 누구 하나 데려오긴 해야 하잖음]└민승기
└민승기가 외야수냐 ㅅㅂ
└그래도 민승기
[아까부터 갤에 민승기무새 하나 있는데 민승기 진짜 온대냐?]└ㅇㅇ
└그걸 어케앎?
└민승기
└아니 시발 민승기무새 ㅋㅋㅋㅋㅋㅋㅋㅋ
민승기는 슬며시 미소지었다. 반응이 좋았다. 그렇게 여러 게시물에 ‘민승기’라는 댓글을 달고 있는데, 자신의 앞에 어떤 사람들이 와서 섰다.
‘후. 모자와 마스크를 썼는데 어떻게 알아본 거지.’
모른 척하고 가만히 있었다. 사실, 다이아몬즈 팬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도 조금 있었다.
누가 뭐래도 팬들은 자신을 항상 지지해줬다.
‘내 원죄다. 내가 오션스 팬인 것이…’
자신의 앞에 선 사람 중 하나가 말했다.
“민승기 선수?”
민승기는 슬쩍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라고 거짓말할 수도 있지만, 그건 또 프로로서 어긋나는 행동이다.
‘프로 선수에게 팬 서비스는 의무.’
민승기가 싸인을 해주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것은, 다이아몬즈 팬들이 아니었다.
“…강건우!”
강건우.
그리고.
“와! 진짜네! 안녕하십니까! 저는 박의현! 오션스의 홈 플레이트를 책임지고 있는 남자! 박의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박의현입니다! 민승기 선수의 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박의현.
“우와…”
마지막으로, 스타 선수를 처음 본 것처럼 멍청하게 입을 벌리고 있는 노경우까지.
“여긴 어쩐 일이세요?”
“…집 근처라 산책을 조금.”
“우와…진짜네…커피나 한잔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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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승기, 박의현, 노경우, 국민성, 그리고 나.
이건 꽤 흔치 않은 조합이다.
노경우가 갑자기 커피 한잔하자고 말했고, 의외로 승기 형은 그 제안을 쉽게 수락했다.
그리고 조깅을 마치고 돌아오던 국민성이 합류했다.
국민성은 우리를 발견하고는 아무 표정 변화 없이, 마치 유령처럼 다가왔다.
그런데 손을 벌벌 떨면서 승기 형에게 악수를 청했다.
“패, 팬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자리였다. 박의현이 팬이라고 했던 말은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았다.
“얼마 전 경기를 보고 정말 감탄했습니다! 크으. 그 상황에서 존 중앙에 투심이라니! 생각지도 못했던 과감한 볼 배합! 저는 정말 감탄해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승기 형은 이상하게 박의현에게 관심이 많아 보였다.
“포수로서 투수가 특정 공을 던지고 싶어 하면 어떤 생각이 들지?”
“무조건 존중입니다!”
“어째서?”
“솔직히, 다른 투수라면 몰라도 민승기 선배님의 말이라면 당연히 옳지 않겠습니까!”
승기 형이 잇몸까지 보이며 웃었다.
양치질 평소에 잘 하나 보네. 건치 보소. 이시욱 선배랑은 딴판이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나를 제외하면 정상이 아니다. 나는 국민성이 저렇게 말을 더듬으면서까지 말하는 것을 처음 봤다. 그런데도 표정은 포커페이스란 게 신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노경우는, 여기에서까지 특유의 그 친화력을 발휘했다.
“승기 형님.”
“그래.”
“저 진짜 이런 말 안 하는데요.”
“무슨 말.”
“혹시 실례가 될지도 모르지만요.”
“말해.”
“전 형님이 정말로 오션스 오시면 좋겠어요.”
놀라운 일이었다. ‘동태눈깔 민승기’가 저렇게 입이 찢어지라고 웃는다고?
“솔직히 다른 투수들 공은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거 같은데, 형님 공은 진짜 손도 못 대겠거든요. 다음에 한 번 봐주시면 안 될까요?”
승기 형은 애써 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 말을 해선 안 된다, 노경우.”
“예?”
“프로는 프로다워야지. 누가 들으면 승부 조작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는 그런 발언은 삼가야 한다.”
국민성이 고개를 끄덕였고, 노경우는 반성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으며, 박의현이 박수를 쳤다.
“크으! 이 프로 정신! 꼭 본받고 싶습니다! 존경합니다!”
그냥 농담으로 한 말에 저렇게 반응할 것까지야…그리고 존경은 무슨…
“그런데 형님. 어제 선발로 100개 넘게 던지셨는데 이렇게 바로 움직이셔도 됩니까?”
“에이스란…”
국민성이 승기 형의 입을 바라보며 꿀꺽 침을 삼켰다. 얼굴은 여전한데, 저런 식으로 감정 표현을 하는구나.
“팀이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지 마운드에 올라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지. 나는 언제든 그럴 준비가 되어 있다. 어제 100개를 던졌더라도 오늘 팀을 위해 또다시 100개를 던질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바로 에이스라고 생각한다.”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로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저런 얼굴로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거지.
나는 근성론에 반대한다. 어깨는 쓸수록 약해지고, 적절한 회복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건 이론이 아니라 실제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바보들은 그 말에 감명받은 듯했다.
“우와…정말, 정말로 멋있으십니다.”
“형님…”
“조, 존경합니다.”
승기 형은 나름대로 상쾌하게 미소지어 보이고는, 화제를 돌렸다.
“내년의 오션스가 더 기대되는군.”
뭐, 자기가 올 거니까?
“포수와 키스톤 콤비. 그리고 선발 투수…”
우리를 보며 하는 말이었다.
“너희가 바로 오션스의 미래다. 오션스라…”
아련하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형님! 벌써 가시게요?”
“언젠가 너희와 오래 함께할 때가 올지도 모르지.”
“그 날만을 꿈꾸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승기 형은 날씨도 더운데 기어코 마스크까지 끼고는 마지막 멘트를 날렸다.
“후후. 박의현. 너와 호흡을 맞추는 것은 꽤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좀 피곤할 것 같기는 한데.
또라이 배터리라니.
지금도 팀에 미친놈은 충분한데, 동태가 아닌 명태 상태의 승기 형까지?
“진짜로 오는 거 아냐?”
“와. 진짜면…와.”
“흠.”
아니 원래 오션스 올 사람이긴 했는데…
하긴. 그러고 보니 승기 형은 오션스에 왔을 사람이지만 이 셋은 오션스에 없었을 사람들이었구나.
그리고 누군가가 우릴 찾았다.
“마! 노경우! 초코파이 사 온다고 해놓고 마시멜로 만들러 갔나!”
“시욱 형님! 지금 초코파이가 문제가 아닙니다!”
“난 그게 제일 문젠데! 나는 그거 없으면 야구 몬 한다!”
…엄청나게 큰 문제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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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우가 없었던 때의 오션스에 민승기가 FA로 입단했었지만, 야구는 선수 하나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선수 하나가 연쇄작용을 일으키고 몇몇 우연이 겹쳐 더 좋아질 수도 있지만, 강건우가 아닌 민승기가 온 오션스는 그렇지 못했었다.
구단주는 꼴찌를 밥 먹듯 하는 팀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큰돈을 지원해줬었다.
배영한.
그리고 민승기.
국가대표 외야수와 국가대표 에이스급 투수.
이렇게 둘을 영입해줬는데도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팀 상태를 보고 관심을 끊어버렸던 것이다.
외국인 감독과 기존 수석코치 간의 힘 싸움, 야구단 사장에게 정강이를 차이는 단장, 사분오열 갈라진 선수단.
이런 팀이 어떻게 제대로 된 야구를 할 수 있겠는가.
물론, 지금의 오션스가 무조건 우승 전력이라고 하기에는 힘들었다.
주전 선수와 백업 선수 간의 격차가 엄청나게 컸다. 팀 핵심 전력들의 큰 부상 없이 3달을 보낸 것은 행운에 가까웠다.
당장 유격수나 포수가 빠지면 경기력이 엉망이 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래도 현재의 오션스는 과거의 오션스나, 강건우 회귀 전의 오션스와는 전혀 다른 팀이 되어 있었다.
어제 민승기의 눈물은 다이아몬즈 선수들에게도 자극이 되었다.
감독의 임기가 끝나거나 해임당할 분위기가 풍기면 선수들에게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몇몇 선수들의 슬럼프가 겹쳐 순위가 많이 떨어진 다이아몬즈였지만, 오늘만큼은 예전의 끈질긴 모습을 되찾은 것처럼 보였다.
-홍석헌! 24경기 만에 홈런! 커크 심슨의 직구를 그대로 당겨 펜스를 넘깁니다!
-어제 경기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었는데, 오늘 다이아몬즈 타자들의 분위기가 좀 달라 보여요.
-주상욱의 적시타! 이번 시즌 타격이 꽤 침체되어 있었는데요. 잘 던진 공을 잘 받아쳤습니다!
-김성호! 멀티히트! 전 소속팀 오션스를 상대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이아몬즈 선수들이 어제 민승기의 눈물에 자극받았다 하더라도.
오션스도 예전의 오션스가 아니었다.
-간다! 간다! 넘어간다! 이시욱! 이시욱의 거대한 타구! 펜스! 넘어갑니다! 이! 시! 욱!
-장타력 하나는 기가 막힌 선수죠. 최근 밸런스를 좀 찾으면서 외야로 공을 보내더니, 이걸 이렇게 넘겨버리네요.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선수들의 마음속에 있었다.
예전 같으면 경기 초반에 몇 점을 내주고 나면 오늘도 글렀구나 하고 경기를 포기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패배의식이 사라진 오션스는 강했다.
-울프팩! 백투백 홈런! 오션스도 그냥 밀리지 않습니다!
커크 심슨이 5이닝 6실점으로 다이아몬즈 타자들에게 꽤 밀렸지만, 오션스 타자들도 5이닝 동안 6점을 내며 맞불을 놓았다.
-노경우의 싹쓸이 2루타!
-신인답지 않은, 정말 훌륭한 스윙이었어요. 물론 같은 팀에 강건우가 있어서 조금 묻히긴 하지만 다른 시즌 같았으면 충분히 신인왕 레이스에 참전할 법한 선수거든요.
-박의현! 좌전안타! 노경우가 전력 질주합니다! 홈에서, 홈에서, 세이프! 세이프! 노경우의 발이 한 점 더 만들어냅니다!
기어코 10대 6.
불펜도 화력전을 감당하지 못했고, 9회 말 스코어 12대 10의 상황.
강건우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오션스에서 선수 교체가 있었습니다! 투수는 김정혁에서 강건우로! 유격수 자리에는 김세완이 들어갑니다! 유격수 강건우가 투수로 등판하게 되어 지명타자가 소멸했고, 이시욱이 라인업에서 빠졌습니다!
-강건우 선수가 투수로 등판하는 게 생각보다 감독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물론 강건우 선수가 7번 등판해서 평균자책점 0을 유지하고 있긴 해도, 한 시즌 내내 안 맞을 수는 없거든요.
-예, 그렇죠.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게 되면 오션스는 큰 페널티를 안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투수가 교체되면 교체된 투수가 타석에 서야 할 수도 있고, 오늘 홈런을 때려내며 좋은 모습을 보여준 이시욱 선수도 빠지게 됐거든요.
-게다가 유격수, 예, 김세완 선수가 아무래도 강건우 선수만큼 타격해줄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습니다! 9회 말! 현재 스코어 12대 10! 과연 강건우는 오션스의 승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
“당연히 지켜내지.”
정유리는 심드렁한 말투로 과자를 집어 먹으며 말했다. 사실, 강건우가 등판할 때마다 조금 긴장하긴 했다.
자신의 솔루션이 틀린 것은 아닐지.
잘 하고 있는데 자기가 괜히 건드려서 나빠지지는 않을지.
-삼진! 삼구삼진! 강건우! 156km/h의 강속구로 삼진을 잡아냅니다!
유리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강건우 선수가 무서운 것은, 166km/h를 던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156km/h라는 저 공이, 제구 하려고 일부러 구속을 떨어뜨린 공이라는 이야기거든요?
유리가 배시시 웃었다.
-살짝 빗맞은 공! 예! 강건우 선수가 직접 처리합니다! 힘없이 굴러오는 공을 직접 잡아서 1루로! 아웃!
소리 내서 ‘히히’하고 웃자, 동생이 인상을 찌푸렸지만, 입 밖으로 무슨 말을 꺼내진 않았다.
요새 누나에게 무슨 말을 하면 손해다.
-수비력은 뭐, 말할 것도 없죠. 저런 공에 실수할 선수가 아니지 않습니까?
강건우가 마지막 타자를 맞이했다.
오늘 홈런 포함 3안타를 쏟아낸 홍석헌.
빠른 공에 포커스를 맞추고 나온 것을 귀신같이 알았는지, 강건우는 체인지업을 던졌다.
-스트라이크! 제대로 당했습니다!
두 번째 공도 체인지업.
-헛스윙! 아, 강건우 선수. 완급 조절이 예술이에요.
-타자의 스윙을 볼 때, 확실히 패스트볼을 노리고 나왔거든요. 이제 타자는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 공마저도.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
-삼구삼진! 삼구삼진! 강건우 선수가, 홍석헌 선수를 상대로, 체인지업 세 개를 던져 경기를 끝냅니다! 경기 종료! 오션스의 12대 10 승리! 오션스의 홈런왕이자 수호신 강건우! 승리를 지켜냈습니다! 오늘 난타전의 승자는 오션스!
정유리가 얼빠지게 웃으며 소파에 늘어져서는, 발을 버둥거리며 기뻐했다.
“건우 보고 싶다아.”
정현수가 참을 만큼 참았다는 듯, 못 볼 것을 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근으 브그 슾드으.”
정유리의 표정이 바뀌었다.
“뒤지고 싶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