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87)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89화(89/385)
오션스 당신은 도대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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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강건우.”
“와. 강건우.”
“왔네?”
“강건우야?”
“강건우네.”
“싸인 좀 해줘라.”
“하…”
“야. 너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와. 내가 쟤 때문에 먹은 욕이 얼만 줄 아냐?”
“다음부턴 돈 내고 쳐라.”
“…”
“우와! 이게 누구야!”
“건우 왔냐…?”
유리와 만나서 올스타전 이야기를 하다가, 올스타전 뒤풀이에 초대됐는데 거절하고 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유리는 내게 다녀오라고 말했다.
솔직히, 오기는 좀 귀찮았다. 차라리 유리랑 몇 마디라도 더 하는 게 더 좋은데.
어쨌거나, 나는 회식 장소에 도착했다. 시간이 조금 지났는데도 사람이 꽤 남아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아는 얼굴들이 꽤 있다. 물론, 친분 없던 선수도 이름과 얼굴 정도는 안다. 그러니까 회귀 전에 함께 국가대표에서 뛰었던 선수 중 이번에도 같이 뛰게 된 선수도 있다는 뜻이다.
회귀 전 2028 올림픽에는 뛰지 못했었다. 이때의 나는 마이너리그에 있었고, 혹시나 뽑히지 않을까 기대했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자. 늦었으니…”
바이킹스 마무리 투수 이대훈이 냄비에 술을 따르려 했다.
“잠깐.”
그런데, 대근이 형이 손을 잡아 멈췄다.
“우리 막내가 알콜 알러지가 있어서…”
대근이 형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마, 둘이 동갑이던가? 바이킹스 포수 조용한이 끼어들었다.
“야, 됐다. 거 무슨. 고등학교 졸업한 지 아직 반년도 안 된 애기한테 무슨 술을 그렇게 먹이려고 그러냐.”
약간 분위기가 이상해질 뻔했는데, 조준이 형이 투덜댔다.
“아니, 애기가 무슨 홈런을 그렇게 칩니까?”
투덜대는 뉘앙스가 조금 특이했는지, 모인 선수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조준이 형이 더 구시렁댔다.
“쟤 하는 거 못 봤어요? 아니, 올스타전에서 공 던진 척하고 발 떨어지니까 태그해서 아웃시키더라니까. 애기들 다 얼어 죽었나.”
“좆준이 삐졌네?”
“이야! 살다 살다 좆준이가 저러는걸 다 보네!”
“조준이 저 새끼 자기가 하면 잘난 척 오지게 할 텐데. 지가 당하니까 꾸시렁거리는 거 좀 봐라.”
오히려 분위기가 좋아졌다. 그리고 약간 떠들썩해진 사이, 승기 형이 날 노려보며 말했다.
“강건우.”
“예?”
“…내 옆에 와서 앉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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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거기서 그걸 치면 어떡하냐고. 누구 밥줄을 끊으려고.”
“야. 너만 맞았냐? 나도 맞고 권종이도 맞고 승기 용재, 잠깐만. 여기서 막내한테 홈런 안 맞은 사람?”
선더버즈 마무리 봉재석과 바이킹스 마무리 이대훈이 티격태격하다가, 이대훈이 여기 있는 투수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좌중이 조용해졌다.
“야. 없어? 진짜로? 손들어봐! 안 맞은 사람!”
엔진스 채지성이 먼 산을 보며 시선을 피했고, 메테오스 홍정수가 머쓱하게 손을 들자 아이언스 용종혁도 손을 들었다.
“와. 언더들만 안 맞았네. 비결이 뭐냐? 막내가 언더에 약한 거야?”
“저는 상대 해본 적이 없어서…”
“사실 저도…”
메테오스 선발 홍정수와 아이언스 셋업맨 용종혁은 이상하게 리그에서 상대해본 적이 없긴 하다.
그리고 시선을 피하는 엔진스 채지성을 본 엔젤스의 정수호가 슬쩍 말했다.
“지성이는 왜 저러냐?”
그러자 승기 형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한 번 만나서 볼넷만 세 개 줬거든요.”
“와. 민승기. 변태냐? 그걸 왜 니가 알고 있어?”
“정말로? 와. 여기 있는 애들 대부분 보통 애들이 아닌데. 그럼 뭐야. 상대 안 해본 애들이랑 쫄아서 피한 지성이 빼고 다 맞아본 거야?”
“아니, 수호형. 쫄아서 피했다뇨.”
“그럼 뭔데?”
“거, 전략적인 선택으로다가…”
홈런 맞은 투수들이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채지성을 비웃었다.
나는 여기 와서 말도 거의 안 했는데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이상한 시선들도 있다.
예를 들자면, 좆…아니, 조준이형…
“…”
어떻게 대해야 할까.
따지고 보면 여기서 제일 친하게 지냈던 사람이니만큼, 이 어색한 분위기가 가장 미묘하긴 한데 성격을 알다 보니 좀 더 애매한 부분이 있다.
사실, 유리와의 관계에서도 그런 면이 있었다.
우리가 쌓아왔던 이야기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그건 아니다. 나는 알고 있지만, 상대는 모르는 것들.
우리의 관계에서 잘못된 선택들을 고쳐나가는 것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유리와 더 행복해지고 싶었고, 그걸 위해 내 인생의 선택을 바꿔나가고 있다.
하지만 더 나아지기 위한 것이 아닌, 다른 관계들에 대해서는?
승기 형은 조금 다르다. 내가 알던 사람과 다르니까.
하지만 조준이 형은 내가 알던 그 사람 그 자체라서, 내가 마치 연기를 하는 것 같은 이 상황이 쉽지 않다.
“너네 뭐 하냐?”
복잡한 생각을 하며 바라보고 있었더니, 기 싸움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성격 좋은 불도저스 3루수 서우주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야. 조준이 막내한테 라이벌 의식 느끼는 거? 잘됐네. 원래 라이벌이 있어야 발전도 하고 그러잖아.”
“형이랑 병재 형처럼?”
송병재와 서우주. 잠실 라이벌인 엔젤스와 불도저스를 대표하는 선수들로, 고교 시절부터 라이벌로 유명하다. 올해 30살인 둘은 지난 시즌에도 타격왕과 출루율 왕을 나눠 가지며 양 팀 팬들의 논쟁에 불을 붙였다.
“아, 형. 라이벌은 무슨요. 올해 신인이랑 어떻게…”
“야. 라이벌이라고 붙여주면 네가 감사합니다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와. 형. 저 작년 MVP인데요.”
“작년 이야기는 작년에 가서 해야지.”
“내가 조준이 편들어주고 싶은데 이번엔 힘들겠다.”
“야야. 우리 조준이 기죽이지 마라.”
“용기형, 지금 같은 팀이라고 실드 치는겁니까?”
“내가 조준이 사람 만드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아, 용기형. 그렇게 말하면 내가 원랜 사람 아니었단 거 같잖아.”
“야이 조준아. 내가 내 아들보다 널 더 많이 돌봤는데 넌 형한테 그렇게 대들고 그러면 안 되는 거야.”
그 말이 정말인지, 조준이 형이 입을 꾹 다물었다.
떠들썩한 게, 그래도 나름 괜찮네.
뭐.
너무 고민하지 말자.
새로운 삶을 살 기회를 얻었으니 처음인 것처럼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완전히 새롭고 다른 인생을 살아가기로 한 만큼, 그냥 이런 상황도 즐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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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강건우.”
“형.”
“언제부터 알았다고 형이야?”
“형님.”
“…”
“…”
“시바. 차라리 형이라고 해라.”
“어, 형.”
“마. 형이라고 하랬지 누가 반말하랬냐?”
“형이 손용기 선배님한테 형이라고 하면서 반말하길래요.”
“그거랑 그거랑 같냐?”
“달랐다면 사죄드리겠습니다. 제 불찰입니다.”
“아, 이 새끼 노답이네.”
“형.”
“왜!”
“메이저리그 가실 거죠?”
“갑자기 뭔 소리야?”
“가실 거 같아서요.”
“아, 당연히 가야지.”
“왜 바로 안 가셨어요?”
“그거야 메이저리그 바로 가면 실패 가능성 크다는 헛소리에 속아서…시바. 울 엄마 집 사주려고 한국에 남았다. 계약금 받아서 미국 생활비로 다 쓸까 봐. 하. 술을 많이 마셨나. 내가 왜 이 싹수없는 놈한테 이런 말을 하지?”
“전화번호나 주세요.”
“뭐? 내가 왜?”
“다음에 캐치볼이나 같이 하죠.”
“내 짬밥에 너랑 캐치볼 하게 생겼냐?”
“예.”
“하. 진짜 이상한 놈이네.”
조준이 형은 그러면서도 얌전히 전화번호를 찍었다.
이 사람, 워낙 틱틱대는 성격이라 주변에 사람이 별로 없다. 그리고 특히 동생들에게 약하다. 입으로는 험하게 내뱉으면서 하란 대로 다 하는 편이었다.
“야. 연락하지 마라.”
이른 시일 내로 연락하란 뜻이다.
“캐치볼은 무슨.”
캐치볼 되게 좋아한다. 팀 후배들이 자기랑 안 해주려고 해서 섭섭했다고 말한 적 있었다.
“딱 봐라. 시즌 끝날 때 되면 귀신같이 내가 네 성적 따라잡을 테니까.”
할 수 있으면 해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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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전이 끝나고, 올림픽 대표팀 명단 최종 발표가 있었다.
[2028 올림픽 야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 발표.]―투수(10명)
-우완 : 민승기(다이아몬즈), 박용재(메테오스), 봉재석(선더버즈), 손용기(파이러츠), 채지성(엔진스)
-좌완 : 김권종, 이대훈(이상 바이킹스), 정수호(엔젤스)
-언더/사이드암 : 홍정수(메테오스), 용종혁(아이언스).
―포수(2명)
조용한(바이킹스), 백준섭(엔진스)
―내야수(7명)
-윤태호(선더버즈), 이현동(엔진스), 박정신(아이언스), 서우주(불도저스), 옥시경(파이러츠), 양대근, 강건우(이상 오션스)
―외야수(5명)
-정부원(엔진스), 정조준(파이러츠), 예지호(불도저스), 배영한(오션스), 송병재(엔젤스)
언제나 이런 선발에 논란은 있는 법이다. 군 미필 선수가 어느 팀에 더 많이 포함되었나부터 시작해서, 누구 대신 누가 들어가야 맞는 게 아니냐는 등.
[올림픽 야구 국대 감독 추성태, ‘군필 여부는 선발에 조금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어떤 논란이든,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 바뀌는 사항은 없을 것이다.
[국가대표 뉴 페이스 8명이 포함된 올림픽 야구 대표팀.]└정수호는 왜 들어갔냐?
└서현우보단 나으니까
└서현우가 거기서 왜 나옴?
└정수호는 걍 좌완이라 들어간거임 추성태가 그럼 그렇지 ㅅㅂ
└최지용 빠진거 존나 이해 안 가네
└그게 이해 안 가는건 니가 파이러츠 팬이라 그럼
└아니 김만재도 윤세환도 김산도 아니고 옥시경은 대체 뭔데 그럼???
└김만재 올시즌 타율 0.233이고 김산은 옥시경만큼 수비가 되냐? 그리고 윤세환은 ㅅㅂ 말할 가치도 없다
└옥시경 2루 3루도 됨 내야 만능 유틸로 넣을만 함
└왜 병성이 없냐…ㅠ
└병성이 들어가
└훈이 없는거 해명해라 씨발
└???
└어떤 훈이 말하는거임?
└유시훈? 정종훈? 박지훈? 걔네가 어케 들어감?
└이대훈 있는데?
└훈이면 당연이 오션스 이훈이지 십새들아
└훈이는 냅두라고
└시벌 뭔 개소리여 이훈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시벌
이훈 선배는 저 기사에서도 훈이단이 활약하는 걸 부끄러워했다. 노경우는 자기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에 조금 시무룩해 했는데, 아무래도 올스타에 뽑히니 자기가 국대에도 뽑힐 거라 큰 착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무리다, 애송이.
“어…건우. 잘 부탁한다.”
대근이 형은 소원을 이뤘다. 이번 시즌 다른 1루수들이 대체로 부진한 편이기도 하고, 그보다는 대근이 형 성적이 지금까지 상당히 좋았다.
타율 0.305, 출루율 0.415, 홈런 14개.
안 뽑힐 이유가 없는데, 본인만 자신감이 없는 듯하다.
“제가 뭐랬어요.”
“진짜 뽑힐 줄은 몰랐네.”
“대표팀에 벤클 전담 요원이 필요해서…”
“흠.”
대근이 형은 자기 왼손 주먹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고는, 오른손으로 왼손 주먹을 쓰다듬었다.
“보여주자. 대근아.”
“…”
“…야. 농담이다. 알지?”
어쨌거나, 내 판단으로는 절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션스의 약진에는 선발진의 안정도 있었지만 나를 포함한 2, 3, 4번의 응집력도 상당했다.
배영한은 원래 국가대표 외야수였던데다가 2번 타자로 3할 4푼의 타율에 영리한 주루 플레이로 맥을 이어주는데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고, 대근이 형은 충분히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아니, 그 이상이라고 해야 할 거다. 대근이 형마저 선풍기질을 하거나 똑딱거리고 있었으면 내가 앞에서 뭔 짓을 하더라도 우린 지금 이 순위를 기록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어쨌거나.
“자네가 그동안 푹 쉬었으면 좋겠지만, 이건 좋은 기회겠지. 메달을 따내면 군대 문제가 해결되는 건가?”
“예. 맞습니다.”
“그걸 생각하면 내 선수들을 대부분 보내주고 싶은데 말이야.”
감독은 껄껄 웃었다. 그렇게 나가면 메달 못 딸 텐데.
특히 외국인 투수 둘 빠지면…
메달은 무슨.
“아무튼, 건강하게 메달을 따 왔으면 좋겠어. 내 말뜻 이해했나?”
“예. 다치지 말고 돌아오라는 거죠?”
“다칠 것 같으면 엄살을 피워도 돼. 약간이라도 삐끗하면 그냥 그 부위가 부러진 것처럼 굴라는 이야기야.”
내가 그냥 웃자, 감독은 갑자기 정색하는 얼굴로 변했다.
그 뭐지, 고은태를 쫓아낼 때와 비견될만한 표정이었다.
“Fucking jean seme yeah.”
한국말이랑 영어랑 이상하게 섞어 쓰지 말라고요.
그리고 내가 국가대표팀으로 뽑힌 것은, 가문의 영광이 되었다.
예비 장인어른이 현수막을 만들어 아파트 입구에 걸어버리셨다.
(경)가야 아파트의 자랑, 강건우! 올림픽 국가대표팀 승선!(축)
-오션스럽 회원 일동
[김해의 아들 강건우 선수의 올림픽 금메달을 기원합니다]-104동 동대표 정종석
유리는 약간 부끄러워했다.
“아, 저게 뭐야. 2000년대 초반도 아니고.”
그래도 좋아하긴 했다.
“우리 건우 군대 가면 어쩌나 했는데. 군 면제 받아 올 거지?”
정확히 말하면 군 면제가 아니라 예술 체육요원이긴 하다.
하지만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까진 없겠지.
그것보다는, 올림픽이면 색 불문하고 메달을 따야 한다. 여기 뽑혔다고 대체복무가 되는 게 아니다.
“메달 따도록 노력해야지.”
내 말에, 유리가 이상한 얼굴로 날 쳐다봤다.
“왜? 자신 없어?”
“아니, 자신이 없는 게 아니라.”
“오션스도 우승시키겠다면서. 올림픽이 자신이 없어?”
이거 설마.
올림픽이 오션스 우승보다 쉽다는 이야기?
“야. 건우야. 누나 말 잘 들어봐.”
“응.”
“한국이 올림픽 야구에 여덟 번 나갔어.”
“응.”
“동메달만 따도 되는 거지? 근데 금메달 한 번에 동메달 한 번이었어. 그치?”
“맞지.”
“근데 오션스는?”
“…”
“…82년도부터 지금까지, 한국시리즈 우승 두 번.”
“…”
“정규 시즌 우승 0번.”
“…”
“이제 뭐가 더 쉽지?”
“올림픽이요…”
“옳지. 우리 건우 똑똑하다.”
유리가 기분 좋게 웃었고, 나는 묘하게 설득당하고 말았다.
오션스 당신은 도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