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9)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0화(10/385)
주머니 속의 개틀링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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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수석 코치 배유홍이 수비 코치인 나병훈에게 말했다.
“나 코치. 난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단 말이야.”
“뭐가 말입니까?”
입을 벌리고 청백전을 보고 있던 나병훈 코치가 멍청하게 되물었다.
방금 강건우는 2루 베이스를 맞고 튀어 오른 타구를 처리해냈다. 몸을 날려 완전히 빠진 타구를 잡아낸 슈퍼 플레이도 아니었고, 빨랫줄 같은 송구를 선보인 것도 아니었다.
별생각 없이 보면 그냥 적당히 안정적인 수비였을지도 모른다.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속도가 남다르게 빨랐지만 그저 공을 잡고 안정적으로 송구했을 뿐이다.
수석 코치가 타박했다.
“너 같으면 저 타구 저렇게 잡을 수 있겠어?”
그리 화려하진 않았지만,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며 1군에서 10년을 버텼던 나병훈은 자기도 모르게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아, 형님. 제가 저걸 어떻게 잡습니까?”
수석 코치는 그나마 안심했다. 이놈이 눈깔까지 삔건 아니구나 하고.
방금 타구는 불규칙 바운드로 경로 예측이 어려웠다. 그래도 거기에 그쳤더라면 반사신경으로 잡아낼 수 있다고 칠 수 있었다.
그런데 베이스를 맞고 튀어 오른 공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다.
그걸 미리 아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강건우는 공이 다 튀어 오르기도 전에 글러브를 아래로 엎어서 잡아챘다.
타구가 날아올 때부터 베이스에 튕길 거라는 것과 어디로 얼마나 튈지 예측한 게 아니라면…
“뽀록이죠, 뽀록. 저건 제가 아니라 야구 신이 와도 안 되는 겁니다.”
조금 맥이 빠졌다.
이런 새끼를 뭘 믿고 그렇게 목숨 걸고 해고를 막았을까.
“하…”
“예? 형님? 왜요?”
“수석 코치님이라고 불러, 이 새끼야.”
“윽!”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한 건, 저놈이 왜 메이저리그를 포기하고 오션스에 왔냐는 것이었다.
옆을 바라보자, 배트를 잡고 이상한 기도를 하고 있는 노경우가 보였다.
“제발강건우가전업투수가되게해주세요…”
양아치 같은 놈이 사라지니 이상한 놈이 생겼다. 수석 코치는 내장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온 한숨을 내쉬곤 노경우를 불렀다.
“경우야.”
“예! 감독님! 아니, 수석 코치님!”
수석은 자기도 모르게 코웃음을 치곤 물었다.
“건우 쟤 왜 메이저 안 가고 여기 왔는지 아냐?”
아무래도 얘가 그나마 저놈이랑 동갑인 데다 붙어 다니곤 하니까.
노경우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여친 때문에 미국 안 갈 거랍니다! 아니, 안 갔답니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그 말을 믿냐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뭐, 다행이지. 만약에…’
만약.
외국인 감독이 잘리고 나서 차기 감독 자리를 맡게 되면 저놈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야 한다. 아마 그리 오래 버티진 못 할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단장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회피하려고 외국인 감독을 데려온 것 같았고.
문제는 선수의 생각과는 별개로, 강건우가 단장의 작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수석 코치는 강건우를 확실히 자기 라인의 선수로 만들어야겠다고 결론지었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차분하고 자기 할 일 하는 녀석이지만, 그래도 다른 코치나 선수들 다루는 걸 보면 말이 안 통하는 타입은 아니다. 저놈은 분명히 터진다. 그걸 자신의 공으로 돌리려는 생각이었다.
원정팀의 공격이 끝났다. 수석 코치는 수비를 마치고 들어오는 강건우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말했다.
“좋아, 잘했어. 우리도 신인왕 한 번 내보자. 잘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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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번째 타석에서 2루타를, 세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때리고 교체되었다.
경기를 복기해보자면.
앤디 가필드를 상대한 첫 타석에서는 꽤 깔끔했다. 스윙도 타이밍도 훌륭했고, 임팩트는 더할 나위 없었다.
그 뒤로 가필드가 날 계속 바라보고 있기에 외면 중이다. 뒤끝이 좀 있는 타입인가.
두 번째 타석에서는 약간 먹힌 느낌이었는데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 상대는 우완 사이드암 불펜투수 박은수. 지난 시즌 평균자책점 4.89인데도 불펜의 양대산맥 소리를 들은 투수다. 그게 말이 되나?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밋밋하게 들어오는 싱커를 때렸고, 맞고 나서 2루에 들어간 내게 따봉을 날렸다.
음. 이 팀은 조금 많이 특이하다.
세 번째 타석에서는 130km/h 초중반대의 패스트볼을 때려 안타를 뽑았는데, 명백한 내 실수였다.
패스트볼을 치려는 생각이었는데 구속이 좀 느리다 보니 체인지업처럼 타이밍을 뺏겼다. 스윙을 시작하는 리듬을 좀 가다듬어야 할 것 같다. 억지로 스윙을 눌러서 안타로 연결되었으나 연습 경기에서 안타가 중요한 건 아니다.
사실, 그 외에도 운이 따른 부분이 있었다.
노경우의 수비 포지션이 유격수로 변경되었고, 내가 때린 타구가 그쪽으로 날아갔다.
나였으면 무조건 막아냈을 타구였다. 노경우가 의욕적으로 몸을 날렸지만, 몸을 날릴 필요가 없는 코스였다.
가끔 그런 놈들이 있긴 하다. 다이빙 캐치가 수비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노경우 같은 놈들이.
“내 유격수 수비를 뚫다니…”
“…”
“역시 전체 1번…”
노경우는 그 실책 같은 수비를 보여주고 교체됐다. 그리고 내 옆에 와서 헛소리를 하고 있다.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다.
현재 경기는 9대 12. 내가 뛴 홈 팀이 앞서고 있다.
1회에 맞붙은 용병들을 제외하고는, 투수들이 대체로 새 구종을 실험해보거나 제구력을 테스트하고 있는지라 안타가 많이 나왔다.
갑자기 메이저리그 시절 첫 등판이 떠오른다.
꽤 재밌었…
“어이, 강건우!”
“예, 코치님.”
“한 번 던져볼래?”
하긴, 그냥 자체 청백전이니까 교체 아웃 되고도 마운드에 다시 올라가도 상관없겠지.
미국과 한국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순간 ‘아니오’라고 대답하려다가, 던져보겠느냐는 말이 질문이 아니라 몸 풀라는 지시라는 것을 눈치챘다.
미국에서는 그만 던지라는 거 더 던질 거라고 땡깡을 부린 적도 있었는데.
그땐 어렸으니까.
“알겠습니다. 몸 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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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홈 팀이기에 9회 초.
3점 차 상황에서 나는 마운드에 올라왔다.
공 던지는 훈련은 조금씩 해왔다. 다만, 어깨에 무리가 갈 정도로는 하지 않았다. 그냥 감각을 잊지 않을 정도로만.
선발 투수를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음.
오션스 불펜을 보고 내가 언젠가는 불펜 투수로 던져야 우승을 노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내가 아무리 잘 치고 잘 막아도 이 불펜으로 우승은 불가능이다.
“네 구종이 뭐였지?”
나보다 세 살 많은 백업 포수 구윤호 선배의 질문이다.
“포심이랑 체인지업으로만 가겠습니다.”
“오케. 그럼 그냥 기본 사인으로 한다?”
“예.”
MLB 경력 초창기에는 160km/h의 속구와 슬라이더 위주의 피칭을 했었다.
그 뒤로 레퍼토리를 계속 늘려갔다.
커브나 싱커도 꽤 잘 던졌고, 마무리 투수를 할 때는 포크볼로 삼진을 왕창 잡기도 했다. 커터나 투심도 그럭저럭 던질 줄 안다.
하지만 체인지업은 딱히 주무기로 삼아본 적이 없다.
그런데 체인지업을 선택한 이유는, 단지 부상 위험도가 적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하필 타순이 양대근 선배부터 시작이다.
그 뒤는 울프팩.
감독이 나한테 투수로서의 재능을 버리지 말라고 항상 말했었는데, 실험을 해보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좌타자인 양대근 선배는 자신의 존을 설정해두고 거기로 들어오는 공만 때려내는 스타일이다. 힘이 워낙 좋아서 잘만 맞으면 넘어가고, 유인구에 잘 속지 않는다.
어설프게 빼면 손해 보는 타입. 커터로 몸쪽으로 쑤셔 넣는 것도 좋지만, 그건 안 던질 거라서. 회귀 후 커터를 연습한 적도 없고.
초구는 패스트볼. 그냥 정중앙에.
“스트라이크!”
주심을 보고 있는 코치가 일부러 크게 외쳤다. 덕아웃에서 박수를 치는 몇몇 사람들이 보인다. 구속이 얼마나 나왔으려나. 대충 150은 넘는 것 같은데.
양대근 선배는 뭐가 오건 하나 지켜볼 생각이었던 것 같다. 조금도 움직임이 없었다.
두 번째도 패스트볼. 이번에는 조금 높게.
딱!
파울 타구다. 타자로서 꽤 감각은 좋아 보인다.
포수가 체인지업을 요구하길래,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덩치답지 않게 밀어치기를 잘하는 타자다. 타이밍을 뺏으면 3유간으로 힘없이 굴러오는 타구를 유도할 수 있을 거다.
패스트볼을 던지는 것처럼. 같은 폼과 같은 릴리스 포인트, 같은 팔 스피드가 나와야 한다.
손에서 공이 떠난다. 이건 좌타자가 보기에는 존 안으로 들어오는 것처럼 보이다가 존 밖으로 뚝 떨어져 나가는 걸로 보이는 서클 체인지업이다.
스윙이 나온다. 땅볼을 유도하려 했지만, 엉덩이가 좀 엉거주춤하게 빠졌다.
부웅-
이건 헛스윙이다. 삼진으로 첫 아웃카운트를 잡을 수 있다.
툭!
그런데 문제는, 바운드 된 공도 아닌데 포수가 그걸 놓쳐버렸다는 것이다. 아니, 굳이 체인지업이 좀 뚝 떨어진다고 말해줘야 했나?
“세이프!”
포수는 자기 발 뒤에 있는 공을 자기 발로 뒤로 차버렸다. 저 거구가 뒤뚱뒤뚱 걸어서 세이프될 만큼 허술했다.
그냥 웃음이 나서 웃었다. 포수는 입술을 깨물었고, 덕아웃 분위기가 싸해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유리가 맨날 포수 욕했던 것 같기도 하다.
흠. 이 팀을 우승시키려면 포수를 해야 하나?
아니, 그럼 내가 던질 땐 누가 받아?
타석에 울프팩이 들어온다.
공갈포 뚱땡이다.
포수가 포심 사인을 냈지만 나는 고개를 흔들었고, 아까보다 더 뚝 떨어지는 서클체인지업을 던졌다.
딱!
“아웃!”
“아웃!”
누가 봐도 패스트볼 노리고 있는데 거기서 패스트볼을 왜 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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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TV 라.이.브! 오션스 자체 청백전!]ㄴ건우야………….ㅠ
ㄴ우리가 미안해ㅠㅠㅠㅠㅠㅠㅠ저런 포수밖에 없어서 ㅠㅠㅠㅠㅠ
ㄴ다음 시즌 홈런왕 구속 157까지 나오는거 실화냐?
ㄴ신인왕 꼴레발에 이어 홈런왕까지???
ㄴ킹건우면 신인왕+MVP+유격수 골글+투수 골글+타격7관왕 정도는 껌이지 아 ㅋㅋㅋ
ㄴ님 투수 3관왕 빼먹으심
ㄴ아차차 이런
ㄴㅂㅅ들 꼴값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아차차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이새끼들아;;; 건우 잘 던지긴 했는데 포수랑 용병타자 걱정해야 하는거 아니냐????
ㄴㄹㅇㅋㅋㅋ울프팩 떨공삼 시즌내내 볼듯 ㅋㅋㅋㅋ
ㄴ구멍호 체인지업 놓치고 뒷발질 하는거 존나 웃김
ㄴ그게 웃기냐 씨발 시즌 내내 저꼴 봐야 하는데
ㄴ백업 포수를 왜 시즌 내내 봄?
ㄴ개새끼야 주전이나 백업이나 똑같으니까 그러지
ㄴ오 건우 마지막 타자 삼진!!!
ㄴ김지호 상대로 삼진은 우리 조카도 잡음 꼴레발좀 그만치셈
ㄴ아 ㅋㅋㅋ 킹션스 20승에 50홈런 투타겸업 천재 생김 ㅋㅋㅋㅋ
ㄴ오늘 산불나면 꼴빠쉑 행복회로 불타다 불똥튀어서 그런거임 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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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팀에서 자체적으로 중계해준 청백전을 함께 본 강건우와 정유리의 가족들은 모두 신나 있었다.
“와. 건우 형 저러다 20승에 50홈런 치는 거 아냐?”
정현수는 그렇게 말하고는 중계 영상에 댓글을 달았다.
“여보. 우리 이제 다시 사직 가는 거지?”
“건우 하는 거 보니 가야겠다.”
“엄마 깃발에 섬유유연제 뿌렸더라?”
“처박아놨더니 퀴퀴한 냄새가 나서.”
오션스 팬들의 행복회로가 불타고 있었다.
그리고 강건우의 아버지, 강현재는 입맛을 다셨다.
“저렇게 잘할 거 그냥 메이저 가라고 할 걸 그랬다.”
그 말을 했다가 오션스 팬들에게 집중 공격을 받았다. 오션스 영구결번한테 못 하는 소리가 없다며.
“언니, 야구장 갈 때 나도 데려가. 야구에 취미 좀 붙여봐야겠어.”
“그래. 건우 엄마도 같이 가자.”
순식간에 외톨이가 되어버린 강현재는 찬물만 들이켰다.
한참이나 강건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으로 돌아가려 할 때.
울리는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한 정유리가 하이톤으로 외쳤다.
“어? 건우 전화왔다!”
정유리는 주위를 둘러보며 검지를 입에 가져다대며 ‘쉿!’ 하고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괜히 심드렁한 척 전화를 받았다.
“어.”
강현재는 쓸쓸하게 현관문을 닫고 나서며 중얼거렸다.
“아들놈 키워봤자 아무 소용 없다더니…”
부인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
“언제는 효자라며?”
“내가 언제?”
“당신 치질 발견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