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90)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92화(92/385)
오션스 당신은 도대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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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야구 대표팀은 원래 올림픽에 40인 로스터 내에 든 선수가 참가하지 않지만, 이번 대회는 미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니만큼 꽤 극적으로 합의를 이루어냈다. 25인 로스터는 불가능하지만, 40인 로스터에 든 선수 중 나머지 15인은 가능한 것으로.
25인 로스터에서 누군가 빠지게 된다면 언제든 빅리그 무대를 밟을 준비가 된 선수가 참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객관적으로 25인 로스터 내의 선수들이 출전해서 최선을 다한다면 아시아 팀의 승리는 농담에 가까운 일이 될지도 모른다.
미국도 그렇게 나오고, 일본은 올림픽 금메달에 눈이 시뻘게지는 족속이다.
올림픽에서 강세를 보인 바 있는 한국 대표팀의 전력을 분석하려는 것은 몹시 당연한 일이었다.
메이저리그 아시아 스카우트들도 그렇고, 지리적으로 인접한 일본의 전력 분석팀도 마찬가지.
현 한국 대표팀은 해외파가 전멸한 상태지만, 메이저리그나 일본 NPB에 진출할 만한 잠재력 있는 선수들이 꽤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투수 중에는 Big 3로 불리는 박용재, 김권종, 민승기.
타자 중에는 정조준.
종종 다른 이름도 들리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유의미한 발자취를 남길만한 재능은 이 정도였다.
그런데 올림픽에 출전하는 다른 팀 전력분석원들이 주목하고 있는 선수는 그 넷이 아니었다.
[칸 곤우, 오린핏쿠 야큐 난바완 경계대상. 74경기 30호무란의 강타자이자 166km/h를 던지는 쿠로오자.]└이도류는 일본이 원조랄까나.
└칸고쿠 리그의 수준은 얼마나 낮은거야? 고졸 루키가 74경기에서 30홈런을 칠 수 있는게 이상하지 않아?
└방심하지 마. 21세기 들어 일본은 한국 대표에게 올림픽에서 항상 밀려왔다고.
└wwwwwww반도인들이 일본 야구를 망치러 온다wwww
└그보다는 민 슨기를 볼 수 있어서 기뻐 눈물의 왕자가 한신에 와주지 않을까?
└166? 103마이루? 아무래도 조작이겠지wwww
지난 다이아몬즈와 오션스의 경기에서 민승기가 눈물을 흘린 것은 해외에서도 꽤 이슈가 되었었다.
어쨌거나, 강건우의 존재는 다른 팀들에게도 알려지고 있었다.
[한국에서 뛰는 친군데, 이름이 좀 살벌해. 일단 영상을 좀 봐.]└Gun woo Gang? 아무리 봐도 갱단 이름인데?
└스윙 좋네.
└영상 후반부를 보면 103마일을 던져. 투심이 95마일을 넘기고.
└우리 팀에 필요한 인재야.
└실제로 A’s가 영입에 근접했고, 양키스를 포함해 여러 팀이 오퍼를 넣었어.
└그런데 왜 안 온 거지? 빌어먹을 에슬레틱스를 구원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여서 화가 나.
└저 친구의 애인이 한국에 있는 한 개막장 팀을 우승시켜달라고 했나 봐.
└퍽킹 로맨티시스트.
└얼마나 막장인데?
└일종의…그러니까, 메츠 같은 팀이지.
└맙소사.
└한국 프로 야구는 1984년부터 시작했는데, 저 팀의 마지막 우승은 1992년이야.
└메츠보다 낫네.
└6년밖에 차이 안 나거든?
└메츠는 1962년에 창단했잖아.
└공통점은 또 있지. 저 팀도 단 두 번 우승해봤어.
└오션스라. 어쩐지 정이 가는 이름이야.
야구 애호가들에게 조금씩 이슈가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 미국 전역의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어떤 국제대회가 열리더라도 어차피 최고는 메이저리그라는 미국 야구 팬들의 자부심 때문이기도 했다.
└난 그냥 다 마음에 안 들어. 올림픽이고 지랄이고 그냥 야구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메츠 팬이야?
└내가 메츠팬인게 왜?
└메츠 팬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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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기간 리그가 중단되는 한국에서는 올림픽 브레이크 이전 최대한 많은 경기를 소화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평소라면 비가 많이 올 시기임에도 비가 그리 많이 내리지 않아 경기를 꽤 많이 소화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일종의 마른장마.
물론, 선수들의 체력 고갈이 심화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습하고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고, 가끔 우천 취소가 되어 쉬는 날 체력을 회복할 기회가 없다.
하지만 올림픽 야구가 있는 시즌이니만큼, 야구 팬들의 여론은 다소 남다른 곳이 있었다.
팬들이 선수들의 체력을 걱정하는 건 아니었다. 그보다는, 한국이 마른장마에 시달릴 때 자연스레 따라오는 일본의 물 폭탄급 호우 때문이었다.
[일본의 존재 의의는 한반도의 방파제 정도지]└ㅅㅂ존나 덥다 비 10분의 1만 나눠주지
└10분의 1정도면 괜찮네
└중국도 거의 워터파크 수준이던데
└중국에 비 존나오니까 미세먼지 없어서 좋긴 함
└아 ㅋㅋㅋ 중국 일본 터지면 킹정이지
어쨌거나, 한국에서 야구는 계속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프로야구팀 감독들은 올림픽 브레이크를 반기고 있었다.
부상자뿐만 아니라 지친 선수들이 속속 나타나며 성적이 이상해지고 있는 시점.
아이언스와의 2연전에서 1승씩을 나누어 가진 오션스 선수들이 대전으로 이동했다.
“여기도 덥네…”
“대구보단 낫지…”
“이 날씨에서 대구에서 야구하는 건 진짜…”
“사실 대구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
대구 엔진스는 여름스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었다. 여름만 되면 치고 나간다고 해서 붙은 별명인데, 아마 엔진스 팬들에게는 꽤 아쉬운 타이밍일 것임이 확실했다.
엔진스는 무섭게 치고 나오고 있고, 오션스는 최근 살짝 주춤한 경향이 있었다.
아무래도 풀타임 시즌을 치러보지 않은 몇몇 선수들이 체력 분배 노하우도 없으니 더욱 그랬다.
“야. 넌 어떻게 그렇게 쌩쌩하냐…?”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는 노경우는 이게 너무 궁금했다.
똑같이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다. 신장도 비슷하다. 근육량에서 조금 차이가 나긴 하지만, 덩치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강건우는 쌩쌩하다. 여전히 홈런을 치고, 150~160km/h의 공을 던진다.
강건우는 눈을 감고 대답했다.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했어야지.”
“나도 열심히 하는데.”
“열심히 한다고 말하는 놈치고 열심히 하는 놈이 없지.”
“나쁜 새끼…”
물론 노경우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더위에 살살 녹고 있는 이시욱은 당 충전을 하겠답시고 초코파이를 꺼냈다가 나라 잃은 표정을 하고 말했다.
“초코파이가…녹았다…좆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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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은 좀 어때?
원정 경기를 치르느라 떠나 있을 때마다 유리는 내 걱정이 태산이다.
사실, 체력 문제는 준비하기 나름이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유산소 운동을 적절히 섞되, 시즌 전에 확실히 몸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시즌 중에는 불가피한 일이 아니라면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한다. 이번 시즌 동안 불가피한 일은 세 번 정도 있었는데, 두 번은 유리랑 데이트하는 게 너무 즐거워서 시간을 놓쳤을 때고, 한 번은 올스타전 뒤풀이였다.
“난 괜찮아. 누난 어때? 나 안 보고 싶어?”
스마트폰 너머로 유리가 괴상하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으헿헿힣히.’
-아, 난 괜찮지! 아니! 안 괜찮지!
원정을 떠나 있을 때,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홈 경기 때? 출근 전에 유리 얼굴 잠깐 보고, 경기 끝나고 유리랑 수다 떠는 시간.
-근데 그거 알아?
“뭘?”
-요새 좋은 볼 진짜 안 오지?
“응.”
당연한 일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벌써 홈런 30개를 때렸다. 30호 홈런도 되게 오랜만에 친 거였다. 대놓고 볼만 던지는 투수가 워낙 많았어서.
-걱정 좀 했거든.
“그랬어?”
-보통 견제 엄청 들어오면 마음 급해져서 타율만 까먹으니까…
타율은 별거 아니다. 하지만 내 생산성이 떨어지면 팀의 하위 타순까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근데 우리 건우, 우와. 타율 살짝 떨어지나 싶더니 출루율이 타율 떨어진 거보다 더 많이 오른다?
한동안 타율이 좀 내려갔다. 지금 타율은 0.409.
하지만 출루율이 0.532로 상승했다. 유리가 기분 좋아 보여서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반했어?”
-……
유리가 말이 없다. 그냥 기다렸다. 잠시 후, 유리가 숨을 크게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후와. 강건우. 진짜 이 요망한…그래, 반했다. 어쩔래? 어?
살짝 틱틱대는 유리가 귀여워서, 나도 유리처럼 이상하게 소리 내서 웃고는 말했다.
“어쩌긴. 누나가 나한테 반해서 너무 좋다는 뜻이지.”
-어? 너무 좋으면, 어? 오늘도! 나가서! 홈런 때리고! 세이브도 하고! 어?
나는 당연히 그러겠노라고 약속했다.
“걱정 마. 다 부수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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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강건우의 그 약속은, 3회 말에 박살이 나버리고 말았다.
오늘 경기 오션스가 내세운 선발 투수는 이훈.
최근 굉장히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었기에 주변의 커진 기대감을 감당하지 못한 건지, 2.1이닝 9실점을 하고 말았다.
“무! 적! 대! 전!”
“무! 적! 대! 전!”
신난 메테오스 팬들이 우렁차게 소리를 질러댄다.
잘 하다가도 갑자기 터지곤 하는 게 투수라 별일 아닐 수도 있지만, 문제는 다음에 올라온 불펜 투수도 0.2이닝 3실점을 저질러 돌이킬 수 없는 경기가 되었다는 점이었다.
복기하자면, 이훈은 2회 말에 만루 홈런을 맞았다. 텍사스 안타를 맞고 시작했고, 풀카운트에서 던진 포크볼이 타자의 발등에 떨어졌으며, 제구가 흔들려 볼넷을 내준 후 그냥 한 방 맞아버렸다.
어떻게 그 이닝을 끝내긴 했지만, 3회 말이 시작하자마자 또 홈런.
그리고 주자를 쌓더니 또 만루 홈런.
이런 날도 있는 법이다.
[훈이단 이제 나대면 다 죽는다 진짜로]└오늘 경기 전에 노힛노런각이라고 꼴레발떤 훈이단 씹새들 진짜 다 뒤졋으면 좋겟네
└훈이는 영원하다
└꺼져 좀
└우리 훈이가 노히트 노런은 못해도 예스히트 예스런 정도는 충분하지ㅎ
└오션스 갤러리 일동은 후니단 척결에 동참합니다
└후니단 탄압을 멈춰주세요..
└2.1이닝 9실점 하는 꼬라지를 보고도 후니소리가 나오냐?
└후니후니
└현피 함 뜨자 씨발아
└후니?ㅠ
└눈깔 뽑아버리고 싶네 진심
└감독 교체 타이밍 존나 늦음 짱나네
평범한 상황에서 따라잡기에 13점은 너무 큰 점수였다.
그것도 최근, 만년 약체 야구단이 아닌 중위권으로 도약한 메테오스에게는.
하지만 메테오스도 선발 투수가 내려간 이후, 불펜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김재성이 올라와 3타자 연속 볼넷을 내주며 만루를 만들어준 후.
올림픽 브레이크 기간에 교체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울프팩에게 그랜드 슬램을 맞아버린 것이다.
“울프팩! 울프팩!”
“점마는 죽었다 싶으면 만루 홈런을 때리네!”
사실이었다. 부진해서 몇 경기 동안 타점을 올리지 못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랜드 슬램을 때려 버리는 것이 울프팩이었다.
벌써 다섯 번째 만루 홈런.
홈런 다섯 방으로 올린 타점만 20개.
“Howooooooooohooooo!”
울프팩 본인도 신나서 알통 세레머니를 하며 소리 질렀고, 오션스 선수들도 울프팩의 머리를 두드리며 함께 기뻐했다.
비록 약점이 분명해 꾸준한 모습을 보이진 못하지만, 선수들 사이에서 꽤 인기가 많은 울프팩이었다.
극단적인 공갈포, 선풍기형 타자라는 점에서 팬들에게 평가가 엇갈리긴 하지만, 울프팩을 좋아하는 팬도 꽤 있었다.
[훈프팩 만루홈런 ㅅㅅㅅㅅㅅㅅ]└훈프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ㅋㅋㅋㅋㅋㅋ
└투타에 기복 개쩌는 놈 한 놈씩 있네 ㅅㅂㅋㅋㅋㅋㅋ
└별명 지대로임 슬슬 방출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할 때마다 한 개씩 해주는 게 훈이랑 비슷함
└기대감 주고 한동안 버로우 타는 것도 똑같음
└훈이를…모욕하지마라…
└아직 훈이단 남아있었냐?
어쨌거나, 오션스도 메테오스 불펜을 꽤 두드리긴 했지만 경기를 뒤집기는 힘들었다.
최종 스코어 15대 10.
[돌꼴전 개꿀잼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내가 알던 돌꼴전인데 요새 이상하더라
└메)꼴션스랑 비교 좀 하지마라…자존심 상한다…
└니네 수비 개쩔더라?
└오)불쌍해서 한 번 봐줬다
└봐주긴ㅋㅋㅋㅋㅋㅋㅋㅋ존나 열심히 하더만ㅋㅋㅋㅋㅋ
└오늘 약간 작년 돌꼴전 느낌 나서 좋았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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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응. 누나. 나야.”
-다 부수고 온다더니 다 부서졌더라?
“음. 좀 그랬지?”
-괜찮아. 오늘은 기분이 좋거든.
“왜? 무슨 좋은 일 있었어?”
-궁금해?
“당연하지. 누나가 기분 좋은 건 다 알고 싶어.”
유리는 ‘헛헛허’ 하고 웃더니 목소리를 깔았다.
-사실, 훈이단을 한 놈 검거했어.
그러고 보니, 유리는 이훈 선배를 크게 좋아하진 않는 편이었다.
“훈이단?”
-누구게?
검거했다고 하면, 당연히 현수겠지.
아무래도 오션스 팬들 사이에서 이훈 선배는 오늘 역적 취급일테고, 현수는 인터넷에서 온갖 괴상한 짓은 다 하고 다니니까.
그나저나, 훈이 단이었을 줄이야.
“현수?”
-맞아.
유리가 깔깔 웃었다. 오션스가 졌는데도 기분이 좋은 건, 아무래도 순위표의 역할이 클 것이다.
1위 하다가 한 경기 지는 건 그럴 수 있지만 꼴찌 하다가 한 경기 지면 리그 해체까지 들먹이는 게 오션스 팬이다.
내가 그런 오션스 팬이랑 결혼해봐서 아주 잘 안다.
-아니, 최근 작성 글 보니까 죄다 이훈 찬양밖에 없더라고.
“그래? 팬인가 보지.”
-이훈이 마무리로 뛰면 강건우보다 낫지 않냐는 글도 썼더라.
많이 팬인가보다.
-이훈이 투타 겸업하면 지금쯤 메이저 갔을 거라고.
그 정도야 뭐. 팬이라고 생각하면 나름 귀엽게 봐줄 수준이다.
-그래서 내가 오늘 2.1이닝 9실점 어떻게 생각하냐니까 뭐라는 줄 알아?
“뭐래?”
-훈이는 승리밖에 모르는 한국 야구에 경종을 울리는 혁명가 같은 존재라나…
급기야, 나도 빵 터지고 말았다.
“진짜 쟨 이상한 놈들만 좋아한다니까.”
그러고 보니, 현수가 이시욱 선배도 좋아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유리는 동생 욕을 한참이나 하다가 갑자기 다른 게 생각이 났는지 목소리 톤을 바꿨다.
-건우야아.
“응?”
-민아 노경우랑 잘 돼가는 것 같더라?
“온천장 불나방?”
-응.
“잘됐네.”
-잠깐만. 내가 메시지 캡쳐 보내줄게. 노경우 너무 순진해서 재미없다고 하더니, 이제 그렇게 귀엽다네?
“노경우가 귀여워?”
-몰라. 그냥 나한테 왜 연하 만나는지 알겠다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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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ㄱㅌ노경우 : 안녕하세요!
-ㅅㄱㅌ노경우 : 저 홈런 쳤어요!
-ㅅㄱㅌ노경우 :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ㅅㄱㅌ노경우 : 홈런 하나 칠 때마다 데이트 한 번씩 해주시면 안 될까요???
-ㅅㄱㅌ노경우 : 시욱이 형보다 많이 치진 못하지만8ㅅ8 괜찮으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