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93)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95화(95/385)
여보세요 나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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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올림픽 야구는, 결승까지 진출한다는 가정하에 총 8경기를 치르게 된다.
올림픽 최다인 12개 팀이 참가해, 6개 팀씩 2개 조로 나뉘어서 리그전을 펼친 후 각 조 1~4위 팀들 간의 토너먼트로 진행된다.
대한민국은 B조에 속했다.
A조는 미국, 대만, 쿠바, 도미니카 공화국, 캐나다, 이탈리아.
B조는 일본, 한국, 멕시코, 베네수엘라, 호주, 네덜란드.
한 조에 속한 팀 별로 한 경기씩 한 후, 각 조 5, 6위는 탈락한다.
A조 1위와 A조 4위 대결의 승자와 B조 2위와 B조 3위 경기의 승자가 맞붙는다.
B조 1위와 B조 4위 및 A조 2위와 A조 3위도 그렇게 경기해 각 블럭의 승자끼리 결승전에서 만나는 방식이다.
“1위다, 1위. 무조건 1위 노린다.”
감독님은 진지하게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이상한 조크를 하긴 하셨지만.
“거위는 안 된다. 거위는.”
잠깐 침묵이 감돌았고, 코치님 중 한 분이 코를 팠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깬 것은 배영한이었다.
“예?”
“…”
감독님이 이상한 표정을 지은 배영한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재미없었냐?”
“예? 재미요? 그런 것도 있었어요?”
“넌 짐 싸서 한국에 남아 이 자식아.”
“와. 감독님. 예전엔 되게 따뜻한 분이셨는데.”
“한국이 더 따뜻하니까 남아.”
“감독님 미국 가 보셨어요?”
감독님은 코치진을 쓱 둘러보더니 말했다.
“저 늙다리 뽑자고 한 게 누구야? 거 왜, 복현성이나 천제현 같은 젊고 잘 뛰는 애들 많잖아!”
이 만담에 가까운 대화는, 소집일부터 쭈욱 이어지고 있다. 추성태 감독 특유의 긴장 풀어주는 방식이다. 아까 코를 파던 코치님이 말했다.
“감독님이 배영한 꼭 넣어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내가 언제!”
“안 데리고 가면 평생 괴롭힐 게 분명하다고 꼭 데려가야 한다고…”
“너도 배영한이랑 같이 한국에 남아!”
어쨌거나, 팀 내에 불순분자가 없을 때면 효과적인 방식일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미국으로 떠났다.
오랜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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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올림픽 대표팀이 어떤 성과를 보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편이었다.
└호주 말곤 만만한 팀이 없음 ㅅㅂ
└네덜란드 못 잡음?
└네덜란드 본토 선수들은 별론데 퀴라소랑 아루바 출신들이 꽤 함
└미국 저 양아치 새끼들 올림픽에 관심 없는 척하면서 조 편성 보소
└어찌 보면 걍 4위 노리는 것도 괜찮음
└그게 노려진다고 노려지냐 ㅋㅋㅋㅋㅋㅋ
└4위 노린답시고 삽질하다 광탈각 나옴
└그래도 할만하지 않음? 이번 대표팀 개쎄보이는데
└메이저리거 하나 없는데 뭘 쎔
└근데 우린 건우 있잖음
└시발 꼴빠였네 어쩐지 야구 좆도 모르는 냄새 폴폴 나더라
그래도 국제대회, 특히 올림픽에서는 꽤 좋은 성과를 보였던 기억이 있기에 기대감이 컸다.
[강건우가 올림픽에서 존나 개쩔수밖에 없는eu.txt]군대 해결 못 하면 유리 누나 놔두고 군대가야함ㅋㅋ
└그러네 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상무한테 3타수 3홈런 때린 이유 ㅋㅋㅋㅋ
└솔직히 킹건우 정도면 메이저리거 데려와도 통하지
└야구 혼자 하냐? 건우 혼자 치고 딴 놈들 삽푸면 어쩌게??
└꼴션스 새끼들 역겹네 ㅋㅋㅋㅋ 아무리 강건우가 잘 해도 시바 ㅋㅋㅋ 선 넘지 말자
어쨌거나, 몇몇 선수들은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기대감에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대표팀 선발 투수 Big 3는 그런 부담감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일본전은 내 거다.”
“형 때문에 탈락하면 어떡하게요?”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형은 안돼.”
“나 말고 누가 1선발이냐.”
“저죠.”
“나지.”
언제나 셋이 국제대회 때 소집되면 하는 말다툼이었다.
셋 중 최연장자인 민승기가 발끈했다.
“150 초반 밖에 못 던지는 것들이.”
김권종이 대답했다.
“구속이 다가 아니에요, 형.”
셋 중 막내인 박용재도 끼어들었다.
“형들은 새가슴이라 안 돼.”
새가슴 1, 2가 반응했다.
“새가슴이라니.”
“맞아. 새가슴은 승기 형이지.”
“뭐?”
“구속으로 야구 하나? 그럼 강건우가 최고지.”
“권종이 형이 맞는 말 했네. 강건우가 형한테 160도 못 던지는 좁밥이라고 하면 뭐라고 할 겨?”
“이…싸가지 없는 새끼들…”
셋은 은근한 라이벌 의식이 있기는 하지만, 꽤 친하게 지내는 사이기도 하다.
2002년생의 민승기, 2003년생 김권종, 2004년생 박용재.
그들에게도 2009년생 강건우는 꽤 주목할만한 선수였다.
“근데 강건우 걔, 승기 형이랑 친하지?”
“나를 도와 오션스 우승을 함께 할 인재지.”
“갸 형 없이도 우승시키겠던데?”
민승기가 부들부들 떨었다.
“너희. 올림픽 끝나면 오션스한텐 절대 지지 마라.”
“오션스 팬이면서 왜 그렇게 말해요?”
“아, 권종이 형. 이 형 자기 없이는 오션스 우승 못 하게 만들려고 그러는 거잖어.”
“근데 뭐, 승기 형 있다고 오션스가 우승하나?”
“나 있으면 가능하지.”
“아냐, 형. 내가 우승해봐서 아는데. 야구만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포스트시즌 안 겪어본 애들 거기 가면 아주 우르르 무너진다고. 용재, 너도 그렇게 생각…아. 용재 포스트시즌 못 나가봤나?”
원래 셋이 있으면 수시로 타겟이 바뀌는 법이다.
“내가 메테오스만 아니었어도…”
“팀 탓하지 마라.”
“다이아몬즈 지금 꼴찌면서 그런 말이 나와?”
“아무튼 내 탓은 아니다.”
세 투수가 티격태격하고 있을 때, 강건우가 통화하면서 그 앞을 지나갔다.
“어, 누나. 도착해서 시차 적응 중이지. 응. 괜찮아. 안 힘들어. 누나 없는 거 말곤 괜찮아. 그게 좀 큰 문제긴 한데.”
셋은 잠깐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다 함께 강건우를 불렀다.
“강건우.”
“요, 막내.”
“건우!”
하지만 강건우는, 대표팀 막내 같은 모습은 개나 줘버린 듯, 스마트폰을 잠깐 떼놓고 대답했다.
“아. 선배님들. 제가 급한 일이 있어서요.”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강건우를 보며, 대한민국의 에이스 투수들이 한 마디씩 내뱉었다.
“와. 저놈 저거 대찬 거 봐.”
“급한 일 있나 보지.”
“큭큭. 강건우…”
어쨌거나, 감독 판단으로 컨디션이 가장 좋고 상대 상성이 좋은 선수가 가장 중요한 경기에 나서게 될 것이다.
“운동이나 할란다.”
“아마추어처럼 열심히 하는 척해서 감독님 눈에 들려고?”
“지금 운동해도 구속 안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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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애리조나주 메사에 위치한 컵스 파크에서 쿠바와 연습 경기를 가지기로 했다.
여기는 애리조나 가을 리그가 열리는 경기장이다. 10월부터 11월까지 열리는 리그고 경기를 위해 잠깐 임대했다고 들었다.
나도 여기서 잠깐 뛰었던 적 있다.
한 팀의 마이너리거들이 같은 팀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다섯 개 팀의 마이너리거들이 한 팀에서 뛰게 된다.
오클랜드 에슬레틱스도 메사 솔라 삭스에서 뛰고, 메사 솔라 삭스의 홈구장이 여기 컵스 파크다.
가을 리그의 경기장들은 밀집되어 있다. 그리고 KBO가 아닌 메이저리그로 향했을 나는 3달 뒤쯤 여기서 플레이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오래 머물렀던 곳은 아니지만, 그때가 조금은 떠오른다.
나는 꽤 날카로웠고, 유리가 날 걱정하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을까 싶지만,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서.
“건우는 오늘 3번으로 가자.”
“예.”
“2번 할래?”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3번 해.”
“예.”
싱겁게 정해진 걸까.
오늘 라인업은 이랬다.
정부원(중견수)-정조준(좌익수)-강건우(유격수)-서우주(3루수)-윤태호(1루수)-양대근(지명타자)-조용한(포수)-이현동(2루수)-송병재(우익수)
타순은 딱히 신경 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기분 탓이거나, 일부 선수들에게는 자존심일 뿐.
어쨌거나 송병재 같은 타자를 9번으로 쓰는 것은 신기한 일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스몰볼을 추구하는 편인 추성태 감독의 의도를 조금은 알 것 같긴 하다.
9번 송병재가 안타를 치고 나가면 1번 정부원이 번트를 대고 정조준 혹은 내가 노린다.
출루에 소질이 있는 서우주가 찬스를 이어가면 장타력 있는 윤태호가. 그리고 대근이 형이.
뭐, 야구가 시나리오대로 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어쨌거나 그런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도 조준이 형이 번트를 대는 건 좀 상상이 안 가는 일이긴 한데.
그 형도 번트 거부하고 홈런 노리고 있을지도 모르지.
어쨌든, 여기 서 있으니 유리한테 미안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나는 요새 좀 어떠냐는 말에 화를 냈던 것 같다. 왜 그랬을까. 사실, 알고 있다. 그냥 오늘 경기가 마음에 안 들었을 뿐이었다.
유리는 잠깐 조용히 하더니, 어디서 누나한테 말을 그렇게 하냐고 화를 내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 전화해서는 우리 건우 많이 요새 많이 힘드냐고, 누나가 힘이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목소리에서 물기가 느껴졌다. 자기도 나한테 섭섭해서 울었으면서, 그래도 날 달래주려 했던 거다.
그냥 나도 어렸고 힘든 상황이었다고.
그렇게 생각하기엔, 유리한테 미안해서.
“여기 와 본 적 있어?”
“예…아니요.”
“되게 감성적으로 보여서.”
대근이 형이 슬며시 내게 말을 붙였다.
옛날 일은 옛날 일이라고 넘어간다기보다는, 이제는 유리한테 그렇게 대하지 않을 생각일 뿐이다.
“오늘은 연습 경기니까 쿠바 선수들 때리지 마세요.”
대근이 형이 슬쩍 웃었다.
“정당방위 아니면 안 때릴 거야.”
오늘 쿠바 선발은 펠릭스 칸이다.
옛날에는 쿠바 선수들을 보기 힘들었다곤 하지만, 쿠바 선수들도 메이저리그에 진출 가능하기에 메이저리그에서 쿠바 선수들과 함께 지내기도 했다.
그리고 펠릭스 칸은, 160km/h의 강속구를 던지는 유망주다.
뭐.
공만 빠르면 다가 아니라서.
메이저리그에서 실패하고 일본 리그로 건너갈 투수긴 하지만.
내가 왜 이렇게 자세히 아느냐면…
쟤도 에슬레틱스 소속으로 나랑 같은 팀의 투수였으니까.
어쨌든, 쿠바 선수들은 프로 리그에 진출하기 위한 쇼케이스의 목적으로 국가 대항전에 출전한다고 보면 된다.
메이저리그, 한국, 일본, 대만까지도.
“쟤가 공이 그렇게 빠르다며?”
“그래도 우리 막내가 더 빠르지 않냐?”
“우리 선발들은 쟤만큼 못 던지지?”
“건우야. 배팅볼 하나 던져봐라.”
“160으로 던질까요?”
잡담과 약간의 긴장, 그리고 조금의 흥분.
우리는 미국에서의 첫 경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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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대결해보지 않았던 상대와 경기하는 것인 조금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기준이 없다.
같은 리그의 선수라면 대충은 각이 나온다.
10번 나가면 3번은 치겠다느니, 약점이 무엇이니 어떻게 대처하면 된다느니.
하지만 생소한 리그의 생소한 상대와 맞붙게 되면 각이 전혀 서지 않는다.
심지어 한 수 아래의 상대라도 질 수 있다.
그래서 국제대회는 모르는 법이다.
딱!
1번 타자 정부원이 3구째 160km/h 패스트볼을 건드렸지만, 타구는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완만하게 낮은 내야 플라이. 정부원은 배트를 쓰다듬으며 입맛을 다셨다.
“느낌이, 약간. 음. 빠르긴 하지만 조금 밋밋한데…”
비교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쉽다. 송병재가 물었다.
“얼마나 밋밋해? 얼마나 빠르고?”
정부원은 살짝 내 눈치를 봤지만, 이내 대답했다.
“강건우 166보단 좀 느린데요.”
“그야 그렇겠지. 쟨 160이니까.”
“근데 훅 빨려 들어오는 느낌이 없어요. 그러니까…”
“아, 그냥 속 시원하게 말해.”
“오션스 이훈처럼…”
아하.
“작대기?”
“예.”
“좋아. 과감하게 쳐 봐.”
이훈 선배가 여기서도 고통받다니.
리그가 좁다 보니.
워낙 피홈런이 많은 편이긴 한데, 작대기 직구 하면 이훈이라는 공식이 여러 팀 타자들에게 있는 듯했다.
2번 타자인 조준이 형은 오늘 기분이 괜찮았다. 나는 약간 씁쓸한 기억이 떠올랐었지만, 아침 댓바람부터 캐치볼 하자고 난리였다.
대기 타석에 있다가 바로 나가서 우리가 한 이야기를 제대로 못 들었을 텐데도, 160km/h 패스트볼을 강하게 때려냈다.
따아악-!
순식간에 2루까지.
극단적인 거포는 아니지만, 어디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선수다.
물론 내야 수비는 못 한다.
벤치의 선수들이 정조준을 연호하며 벽을 두드려 대자, 조준이 형은 안 들리는 척했다.
저게 멋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내 차례다. 대표팀 선배 중 몇몇은 막내가 벌써 3번 친다고, 주전자 담당에서 시작해서 9번부터 천천히 올라와야 한다고 구박 같지 않은 구박을 해댔지만.
그런 게 어딨냐고. 벤치에서는 강공 싸인. 1사 주자 2루니 당연한 이야기다.
긴 기럭지의 투수가 피칭을 시작했다. 그냥 딱 보기에도 시원하게 다리를 뻗는다.
하지만 그 긴 다리를 활용하지 못한다. 성큼 발을 내딛고도 상체로 힘차게 던질 뿐.
빠르지만 밋밋한 공도 문제고, 어깨로만 던져서 60구가 넘어가면 구위가 확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따아아아아아아악-!
초구를 그대로 때려냈다. 토너먼트에서 쿠바를 만나게 될 수도 있으니 약간은 탐색전도 펼치라는 주문이 있었지만, 좀 아니까.
“우와! 강건우!”
“유리 누나 없는데 어떻게 쳤냐!”
벤치에서 선수들이 환호한다.
유리 누나라.
비어있는 관중석을 바라보다가, 살짝 눈물이 날 뻔했다.
펠릭스 칸에게 홈런을 쳐서?
그건 아니다.
그냥…
어느 날, 유리가 나한테 말도 없이 여기까지 날 보러 와서 관중석에 앉아있었던 그 날이 떠올라서.
피켓까지 만들어와서 흔들고 있었지.
음.
누나 미안해.
내가 더 잘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