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00)
#100
서프라이즈!
당찬 손짓으로 화면을 가리키며 군자가 활짝 웃었다.
“저 노래는 어떻습니까?”
“음?”
“유교우먼! 제목만 들어도 사대부의 기상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유교우먼이라고?”
제목을 들은 영의정이 깔깔 웃으며 배를 잡았다. 군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영의정 외에도 모두가 웃는 분위기였다.
“군자야, 저건 유교우먼이 아니야.”
“무어라?”
“화면에 뭐가 묻었나 본데?”
“···제, 제가 닦아 볼게요···.”
유찬이 화면을 슥 훔치자, 검은 얼룩이 지워지며 노래의 원래 제목이 드러났다.
‘유교우먼’이 아닌 ‘유고우먼’. 영의정이 그룹 활동을 접고 솔로 활동을 시작할 무렵의 메가히트곡이었다.
“군자, 나 섭섭하다? 어떻게 내 노래를 몰라 줄 수가 있니?”
“아니, 그런 것이 아니오라···.”
영의정에게 열심히 변명을 하면서도 군자는 시무룩한 모습이었다. 유교우먼이었다면 참 좋았을 것을. 고작 점 하나가 빠졌을 뿐인데, 노래의 제목이 달라져 버리는구나.
점 하나만 더 있었더라면···.
그 순간, 군자의 머릿속에 번개 같은 영감이 팍 스쳐 지나갔다.
“···점이라, 점···.”
잠깐만, 이거 꽤나 괜찮은 발상 아닌가!
* * *
[노래해 듀오>에 7IN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팬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미니 1집 수록곡 외의 신곡이 또 나온다는 것을 반긴 팬들이 있는가 하면, ‘혼성 듀오’라는 프로그램 조건에 우려를 표하는 팬들도 있었다.
[아니 노듀 출연 이거 맞는거야?;;] [안그래도 노듀 지난시즌 때도 스캔들 두개나 터졋잔음] [아 에바야진짜] [ㅠㅠ누가 신인남돌한테 이런거시킴ㅠㅠ] [이런건 박영제처럼 연차좀 된 애들이 나오는거지] [솔라시스템 일 잘한다고 좋아했는데 이 선택은 좀;;] [아 혼성미션,,,,,,장난하냐고ㅋㅋㅋㅋ] [ㅋㅋㅋ너넨 진자 머릿속에 머가 듬?] [ㄴ무슨뜻인데] [혼성으로 무대하면 꼭 머 생김? 존나 찐따들이세요?] [ㄴ응 쿨병 꺼져~] [ㄴ실상은 그 누구보다 ㅂㄷㅂㄷ중]이렇게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한 와중에도, 낙관론을 유지하며 성난 민심을 달래는 팬들도 있었다.
[다들 너무 걱정하지마] [솔라시스템이 바보도 아니잔음 그동안 일 잘했고] [설마 또래 여돌 섭외하고 그런 미친짓 하겟음?] [ㄴ너 말도 일리있긴 해] [근데 어중간한 중견가수 섭외해도 문제야] [그렇게 되면 어차피 존재감 없이 묻힐텐데ㅠㅠㅠㅠ] [괜차나! 우리 애들이 다 살려줄거임!] [ㄴ아니 그것도 한계가 있다고······.] [글고 듀엣미션에서 혼자 다하면 나댄다고 욕먹는거 몰름?] [ㅈㄴ걍 생각할수록 개뻘짓이야] [ㅁㅈㅁㅈ 노듀 출연할바에야 명품진품 고정패널로 드가는게 100배나음] [ㅋㅋㅋㅋㅋㅋ그건 진짜 쫌 끌리는뎅]그러나 팬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노래해 듀오> 촬영일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여섯 팀 중 가장 빠르게 듀엣 음원을 완성한 것은 역시 박영제였다.
파트너 섭외가 빨랐기 때문에 컨셉을 정하고 곡의 방향성을 잡아 나가는 데에도 무리가 없었다. 게다가 노엘이 미리 곡의 기반을 다져 놓았기에, 편곡 전문 프로듀서들이 붙자 마자 곡의 완성도는 순식간에 올라갔다.
실력파 솔로 박영제와 ‘베리타스’의 혜진이 콜라보레이션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서도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소속사 네이션스가 발삐르게 기사를 뿌리고 바이럴 작업을 한 결과였다.
“영제야, 벌써 반응 좋은데?”
“저도 봤어요. 여자애들이 혜진이를 워낙 좋아해서.”
“어떻게, 걔랑은 잘 맞는 것 같아?”
“예, 착하던데요.”
“낼모레부터 합주실 가지? 너 또 뻘짓 하면 안된다.”
“뻘짓이요?”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지?”
“아 형, 걔 내 스타일 아니에요.”
“그래,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그냥 일만 하라고, 일만.”
“그래야죠. 무조건 이겨야 되니까.”
문득 제작회의 때의 군자를 떠올린 박영제였다.
고등학교 땐 말대꾸 한번 제대로 못했던 놈인데, 언제 그렇게 겁대가리를 상실하게 된 걸까.
생각만 해도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이제 예전처럼 개망신을 줄 순 없겠지만, 적어도 프로그램 내에서만큼은 철저히 찍어 누르고 싶었다.
“칠린 애들, 섭외는 잘 하고 있대요?”
“안 그래도 좀 알아봤는데, 이상하게 잠잠하더라.”
“그래요?”
“사실 오퍼 넣어 볼 만한 여가수가 많진 않잖아. 그런데 아무 데도 연락을 안 하고 있다더라고.”
“어쩌려고 그러지?”
“내 말이. 어디 트로트 가수라도 모셔오려고 그러나?”
“크크, 벌써 포기한 거 아니에요?”
“그럴지도 모르지. 출연 기사 다 내놓고, 파트너 섭외 실패로 하차하는 것도 웃기긴 하겠네.”
“그러게요.”
박영제와 그의 매니저 홍현석, 소속사 ‘네이션스’는 7IN의 실패를 예측하고 있었다.
지난 몇 주 동안 부지런히 움직인 네이션스에 비해, 7IN의 소속사인 솔라시스템은 이상하리만치 아무런 액션이 없었으니까.
[노래해 듀오> 녹화 당일, 최종 리허설을 하던 순간까지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최종 리허설 시작 직전, 마침내 7IN의 듀엣 파트너가 편한 트레이닝복과 커다란 후드 차림으로 스튜디오에 나타났다.
“미안, 스트레칭 하다가 좀 늦었어~”
“대감 마님, 오셨군요.”
“응. 양갱이랑 초콜렛 좀 사 왔는데, 먹을래?”
“망극하옵니다-.”
저건 또 누구야.
누군데 저렇게 대충 입고 리허설을 온 건데.
기본이 안 돼 있구만, 기본이.
그렇게 생각하며, 트레이닝복 차림 여성의 얼굴을 들여다본 순간이었다.
“——!?!?”
드디어 그녀의 신원을 파악한 박영제가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 버렸다.
세상에, 세상에, 영의정이다. 저 사람이 여기엔 왜 왔지? 아니, 연예계 은퇴한 거 아니었나? 그런데 왜 저기서 노가리를 까고 있지?
설마, 설마 쟤네 파트너로 온 건가?
“···미, 미친···.”
“영제, 왜? 칠린 애들 파트너 왔나 보네?”
“···.”
“왜 대답이 없어? 누구길··· 꺄아아악-!”
홍현석 역시 영의정의 얼굴을 확인하곤 까무러치게 놀라며 까마귀 소리를 냈다. 20대 중반인 박영제와 달리, 영의정의 전성기를 직접 겪은 홍현석은 훨씬 더 크게 놀란 것 같았다.
“으, 의정이 누나가··· 아니, 저 누나가 왜 여기서 나와···?”
“실장님, 쟤네 일 안 했다면서요···.”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좆됐다. 말 그대로 좆망해 버렸다.
영의정이 은둔 생활을 접고 방송에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화제가 될 거다. 그런데 그 방송이 무려 음악 방송이라니. 그것도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신인 아이돌과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한다니!
화제성으로 저걸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이다. 시청률은 폭발할 것이고, 클립 조회수는 천만을 넘어설 테다.
심지어 무대를 완전히 조진다고 해도, 그건 또 그것대로 화제가 되겠지.
“···망했다···.”
박영제와 홍현석의 얼굴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우는 사이, 김석훈 PD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다.
“아니, 영의정이 내 프로그램에 나온다고오~”
처음 서은우 팀장의 연락을 받았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려 영의정과 교섭 중이라니.
컨택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그런데 심지어 섭외를 성공했단다. 몇 년 동안 방송은커녕 광고 하나 찍지 않던 영의정이, 다시 한번 카메라 앞에 선다는 거다.
소식을 전해듣자 마자 김석훈 PD의 심장은 터질 것 같았다. 1분에 한 번씩 호들갑을 떨고 싶었다. 당장 기자들을 불러모아 소리치고 싶었다. 우리 프로에 영의정 나온다!
그러나 소속사 솔라시스템 측에선 극도로 조심스러웠다. 방송 예고편이 나가기 직전까지 그 어떤 보도자료도 나가지 않기를 원했다. 김석훈 PD로서는 아쉬운 일이었다.
“아니, 어째서요? 미리미리 기사도 뿌리고 어그로도 끌어야 화제성도 더 팍팍 올라가죠. 안 그렇습니까?”
“한 번으로 끝나는 경연이 아니잖습니까. 첫 방송이 나가고 나면 화제성은 금방 따라올 겁니다.”
“그거야 그렇긴 한데···.”
“무엇보다, 7IN 멤버들이 그걸 원하고 있습니다.”
“아하···.”
“기사, 절대 내지 마십시오. 엠바고 유지 안 되면, 영의정 님 출연은 없던 걸로 하겠습니다.”
“헙, 아, 알겠습니다. 절대 입 단속!”
솔라시스템은 조금 심할 정도로 아티스트의 의사를 존중해 주는 회사였다. 화제성 면에서 손해를 조금 보더라도, 아티스트가 그걸 원한다면 그렇게 진행하는.
덕분에 촬영 당일 리허설 전까지 핵심 스태프들마저 영의정의 출연 소식을 알지 못했다.
“어머, 촬감님! 오랜만이에요~”
“의, 의정이냐?”
“으이구, 면도 좀 잘 하고 다니시라니깐.”
“와하핫, 이게 얼마 만이냐!”
영의정의 등장으로, 촬영장은 거대한 깜짝파티 현장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정작 영의정은 리허설 무대 준비에 집중하려는 모습이었으나,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가만 두지 않았다.
“언니이!”
“예진아아! 미쳤나 봐, 어떻게 여기서 만나니!?”
“언니, 여기 나오면 나온다고 말 해 주지!”
“흐흐, 나 단기계약한 소속사가 비밀로 하라고 했거든.”
“넘 오랜만이에요 언니. 나 눈물 날라 그래.”
군자에겐 참으로 귀감이 될 만한 모습이었다.
모두가 대감 마님과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나 보구나.
대감 마님 본인은 소싯적 좀 놀았던 나쁜 여자였다고 말씀하셨으나 그럴 리가 없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진심으로 환대받는다는 것은 분명 대감 마님이 주변인들을 소중히 대했기 때문일 터.
“나도 저렇게 되고 싶구나···.”
군자가 흐뭇한 미소를 짓는 동안, 대기실로 이동한 박영제와 홍현석의 표정은 이미 잔뜩 구겨져 있었다.
“영제야, 일단 침착하자, 침착하고.”
“형, 내가 지금 침착하게 생겼어요?”
“뭐 어쩌겠냐. 이렇게 된 이상 부딪혀야지. 영의정은 영의정이고, 방송은 방송이잖아.”
“그건 그렇지만···.”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거 없어. 화제성이야 잡아먹힐지 몰라도, 실력으로는 너희가 더 앞설 거다. 분명히!”
“···.”
“칠린이 아무리 날아다닌다 해도 결국 콜라보 무대 아니겠냐. 분량이 공평하게 배분되지 않으면 전문가 평가에선 좋은 점수 못 받아.”
홍현석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노래해 듀오>에는 퍼포먼스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전문가 심사위원단이 존재했으니까.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밸런스다. 아무리 좋은 무대가 나온다 해도, 두 사람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면 전문가들은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
“결국 영의정도 노래 부르고 춤 추고 다 해야 한다는 건데. 솔직히 은퇴한지 5년도 넘은 가수가 너희를 이길 거라는 생각은 안 든다.”
그렇게 말하며 홍현석이 박영제의 어깨 위에 손을 턱 얹었다.
“야, 쫄지 마. 저 누나 원래 라이브 안 좋아.”
“···.”
“실력으로는 충분히 압살할 수 있으니까, 자신감 갖고 올라가라고. 알았지?”
“···알았어요.”
대답과 함께 박영제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어느덧 촬영은 한 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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