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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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칭찬할 게 너무 많아
댄스브레이크 구간에 왁킹을 넣어 보자는 것은 놀랍게도 차인혁의 아이디어였다.
연습이 한창이던 연습실에서, 영의정이 왁킹 동작을 하며 몸을 풀고 있는 것을 본 인혁이 조용히 말했다.
“선배님, 왁킹 멋져요.”
“오, 왁킹 알아?”
“예. 저 [스우파> 다 봤습니다.”
“그래에? [강철부대> 같은 것만 볼 것 같은데 완전 의외네?”
영의정은 반갑다는 듯 인혁의 거대한 어깨를 찰싹 치며 웃었다. 영의정의 최애 프로그램 역시 [스우파>였으니까.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들에게 소개된 ‘왁킹’은, 아름답고 우아하며 섬세한 표현이 중요했기에 주로 여성 댄서들이 많이 추는 장르였다.
그러나 남자라고 왁킹을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물론 실력만 제대로 갖춘다면.
[스우파>를 보고 나름 왁킹을 연습한 인혁은 시작부터 나름 모양새를 낼 줄 알았다. 크고 긴 팔과 힘있는 동작이 가미되니 살짝만 팔을 돌려도 충분히 느낌이 살았다.“오오.”
“혁이 형, 왁킹을 할 줄 아네여?”
“그러게. 크럼프만 할 것 같던 양반이···.”
군자 역시 왁킹이라는 춤이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대감 마님, 혁이 형님. 그 왁킹이라는 것을 한 번만 더 보여 주십시오.”
“그래.”
휘리리릭-.
두 팔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회전하는 왁킹은, 군자의 눈에는 마치 연못에서 피어나는 연꽃 같아 보였다.
“오오, 꼭 정자 아래 연못에서 피어나는 연꽃 같군요!”
“나도 연꽃 같아?”
“아뇨, 혁이 형님은 연못 옆에 선 커다란 장승이 화가 나서 팔다리를 휘젓는 것 같았습니다.”
“···.”
군자의 팩트폭행에 시무룩해진 인혁을 달래며, 현재가 좋은 해결책을 제시했다.
“우리 그럼 구 쌤이랑 소 쌤한테 도와달라 할까여?”
“아육시 구성준 선생님이랑 소예진 선생님 말이야?”
“넹. 우리 아육시 끝날 때 그랬자나여.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라고.”
“좋아. 연락 한 번 드려 봐야겠다.”
그렇게 구성준과 소예진이 7IN의 트레이닝 캠프에 합류했다.
두 사람의 도움으로 인해, 왁킹 파트는 빠르게 완성도를 높여 나갔다.
“좋아, 인혁! 이제 좀 많이 유연해졌네!”
“그, 그럼 이제 장승 같지는···.”
“어! 장승은 아니고, 이젠 행사장 풍선 정도?”
“아 쌤! 혁이 형 쉽게 상처받는 스타일이라고여!”
상처를 딛고 몇 번이고 일어선 인혁 덕분에, 멤버들 간의 기량 차이도 거의 나지 않았다.
마침내 본 무대 위에서 댄스 브레이크가 시작되는 시점에선, 7IN 멤버들과 영의정 모두 하나의 완벽한 연꽃이 되어 화려하게 피어났다.
파라라라락-.
마치 바람에 꽃잎이 흩날리듯 나부끼는 두 팔의 움직임.
통 큰 소매 사이로 맨 팔이 드러나자 그 움직임이 더욱 자세히 보였다. 겉어붙인 소매의 펄럭임은 왁킹 동작에 극적인 효과를 더해 주었다.
자리에 앉은 심사위원단 역시 주목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었다. 특히 댄서 출신의 심사위원단들은 유독 즐거워 보였다.
“이건 본격 왁킹인데요?”
“그러게요. 심지어 잘하네.”
종종 여자 아이돌이 왁킹을 응용한 댄스를 군무 파트에 삽입하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남자 아이돌이, 댄스브레이크 구간에 이렇게 대놓고 왁킹을 하는 경우는 결코 흔치 않았다.
“허어, 편견 없는 친구들이네.”
“그러니까요.”
“지난 번엔 텃팅도 하는 것 같던데, 그쵸?”
“맞아요. 텃팅으로 큰절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내더라고요.”
‘큰절 텃팅’처럼, 이번에도 소년들의 왁킹에는 특별한 포인트가 있었다.
현란하게 팔을 움직이다가도, 베이스가 크게 떨어지거나 비트가 음소거되는 순간엔 슬로우모션이 걸린 것처럼 움직임을 컨트롤했다.
그 절묘한 완급 조절은, 마치 왁킹 군무 사이에 전통의 승무(僧舞) 내지는 처용무(處容舞)가 삽입된 느낌마저 들었다.
“아니, 왁킹이 이렇게 동양적인 춤이었나···.”
“이건 너무 신선한데요.”
“심지어 태평소 멜로디에 추는데도 그럴싸하네요.”
심사위원의 입장에선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심사를 하러 온 자리에서 오히려 영감을 받고 있었으니까. 새로운 것으로 가득한 7IN – 영의정의 무대는, 아티스트들에게는 자극 덩어리나 마찬가지였다.
비트가 변주되며 춤 역시 템포를 끌어올렸다. 이번엔 중앙의 영의정을 중심으로 7IN 멤버들이 커다란 학익진을 만들었다. 뒤로 허리를 꺾어 돌리며 사방으로 팔을 휘젓는 동작은, 마치 한국의 전통 무용인 북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와, 이건 북춤 레퍼런스로 동작 딴 것 같은데.”
“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다 내는 거지?”
“그러게요. 영의정 선배님 얼굴에 점 찍은 것도 그렇고, 너무 재미있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V자 대형을 만든 멤버들이, 최전방의 영의정과 군자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팔을 크게 돌리며 댄스 브레이크를 마무리했다.
파바바바밧-.
마치 정교한 기계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움직임, 이후엔 조명과 비트가 동시에 변하며 대형은 원위치로 돌아갔다.
군자와 현재의 훅이 한 번 지나간 뒤엔, 마침내 군자가 전방에 서며 가사를 내뱉기 시작했다.
유교, 유교, 유교 in my mind.
충효, 충효, 충효 in my life.
공자님 말씀이 내 경전,
맹자님 서책이 내 법전,
6.25는 싫어도 유교는 좋고.
유흥은 싫어도 풍류는 좋으니.
이번엔 평소처럼 맹렬하고 전투적인 랩 대신, 펑키한 베이스라인을 따라 여유 있게 익살스러운 가사를 던지는 군자였다.
이제는 무대 위에서도 팬들의 얼굴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태양보다도 밝은 조명 빛이 눈을 어지럽게 했지만, 그 와중에도 행복에 겨운 그들의 얼굴은 그 빛보다도 강렬해 보였다.
우리 팬들, 치열이 참으로 고르구나!
신이 난 팬들의 모습을 보니 군자도 더욱 흥이 올랐다. 술은 한 방울도 안 마셨는데, 벌써 잔뜩 취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부모님 안방이 내 신전,
충효가 내 인생의 비전.
조회수 1억, 하지만 겸손이 미덕.
월급은 7억, 그래도 청빈이 기본.
클럽을 빌려? No, 사서오경 읽어.
슈퍼카 질러? No, 다릿심을 길러.
연습을 미뤄? No, 성실함이 비결.
얼굴에 필러? No, 스쿼트로 힙업.
지금까지는 준비한 것을 무대 위에서 쏟아내는 데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젠 무대 위에서 팬들과 ‘논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마치 자신의 안방인 것처럼 이리저리 무대 위를 누비는 영의정을 보니 더욱 확실히 알 것 같았다.
물론 군무 같이 맞춰진 동작을 할 때에도 제멋대로 움직여선 안 되겠지만.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표정도 보다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몸짓에 생기가 돌고 내 즐거움이 전달되니, 팬들도 분명히 그것을 느낄 것이고.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런 군자의 생각을 증명하듯, 방청석에 앉은 팬들은 적은 숫자로도 스튜디오 전체를 압도하는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군자의 벌스까지 끝나고, 다시 한번 반복되는 후렴구를 마지막으로 [유교우먼> 무대는 끝이 났다.
한 곳에 모인 7IN과 영의정이 엔딩 포즈를 취하는 동안, 팬들은 환호성을 멈추지 않았다. 심사위원단 역시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최고예요!”
“영의정 누나! 팬입니다—!!”
“어어? 심사위원단이 이렇게 편파적이어도 돼요?”
“그럼 어떡해! 영의정인데!”
쏟아지는 환호성, 만족감 가득한 동료들의 표정을 보며 군자는 난생 처음 무대가 끝난 것이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딱 1분만 더 이 무대 위애서 가무를 즐기고 싶구나!
* * *
[노래해 듀오> 경연은 심사위원단 점수, 방청객 점수를 통해 집계된다.1차 경연에서 하위 두 팀이 탈락하고, 2차 경연에서 남은 두 팀이 탈락하며, 마지막 3차 경연에서 남은 두 팀이 결승전을 치르는 방식.
상위권과 하위권의 점수 차는 압도적이었다.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참가자 두 명이 일찌감치 탈락이 확정되었다.
남은 네 팀 중에는 그나마 박영제가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선방했으나, 7IN의 스코어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심사가 진행되는 내내, 심사위원단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난 이 노래 도입부부터 좋았어요. 앞부분은 [유고우먼>을 오마쥬한 건가요?”
“예, 그렇습니다.”
“일단 아는 멜로디가 나오니까 기대감이 확 올라가더라고. 거기에 진짜로 영의정 씨가 나오니까 이건 뭐··· 이미 시작부터 끝난거지. 이 샘플링도 지현수 씨 아이디어입니까?”
프로듀서 지현수는 부끄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는 아육시 시절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히트곡을 양산해 내고 있었다.
“영의정 님 나올 땐 진짜··· 우리 다 깜짝 놀랐어요. 방송에서 정말 정말 보기 힘든 분이시잖아요. 근데 또 얼굴에 점을 찍었어. 유고우먼이 유교우먼 됐다는 말장난인데, 분명 웃기는 짓인데, 또 그게 멋졌어요. 포스가 있었어요.”
“아유, 너무 칭찬하시는 거 아니에요~?”
영의정은 손사래를 치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그럼에도 칭찬 폭격은 멈추지 않았다.
“와, 그리고 후렴에 그 곰방대 안무··· 그거 진짜 멋지더라고요.”
“저도! 저도 그거 진짜 너무 멋졌어요.”
“곰방대도 일종의 담배잖아요? 신인 아이돌 입장에서 그런 아이템을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너무 잘 살렸고. 특히 영의정 님이 너무 무게중심을 잘 잡아 주신 것 같아요.”
“다들 그 퇴폐적인 느낌을 너무 잘 살리시던데, 혹시 흡연하시는···.”
“아닙니다! 안 핍니다!”
“호호, 제주도 가면서 끊었죠~”
엇갈리는 7IN과 영의정의 대답에 다시 한번 웃음이 터졌다. 박영제 사단에겐 굴욕적인 순간이었다. 그가 두어 개의 어중간한 칭찬을 받는 동안, 7IN의 무대는 수십 개의 극찬 세례를 받고 있었으니까.
“와, 이거 봐요. 보면서 종이에다 좋은 거 쓰고 있었는데, 나중엔 쓸 자리가 없더라고요.”
“근데 또 왁킹 얘기도 안 할 수 없어요.”
“아, 너무 좋았지.”
“난 남자들이 왁킹 좀 더 많이 했으면 좋겠어. 남자들이 왁킹을 하면 또 매력이 있다니까요. 게다가 그냥 애매하게 한 것도 아니고, 너무 잘 살려 주셨잖아요.”
“차인혁 님은 왁킹은 정말 안 어울릴 것 같았는데, 너무 예쁘게 표현해 주셔서 감탄했어요.”
“!”
인혁이 칭찬에 몸둘 바를 몰라 하자, 멤버들이 모여 그의 등짝을 퍽퍽 두들겼다.
“아하하하핫, 인혁이 기분 좋구나~”
“혁이 형, 내가 뭐랬어여! 하면 된다니까.”
“크으, 역시 멕시코 갱단이야.”
“···그거 아니라니까.”
이쯤 되니 1, 2위를 가리는 것이 무의미할 지경이 되어 버렸다. MC 정해진은 딱히 시간을 끌 생각도 없다는 듯 결과를 발표해 버렸다.
“[노래해 듀오> 1차 경연 1위는··· 축하합니다, 7IN – 영의정 조합!”
그렇게 압도적인 승리로 1차 경연이 끝났지만, 방송이 나가기 전까지 온라인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여전히 혜진을 섭외한 박영제의 팬들이 기세등등한 상황이었으며, 파트너 소식이 없는 7IN의 팬들은 불안에 떨고 있었다.
[아 나 영제혜진 너무 기대됨ㅠㅠㅠ] [탱고 한다는 말이 있던뎅] [헐ㄹㄹㄹ라틴 분위기 넘 좋지않냐] [혜진이 레드블랙 착장 진짜 찰떡일드슈ㅠㅠㅠ] [이와중에 7IN 파트너 소식 없는거 실화임?] [아니 왜 이번엔 스포도 안뜨는데;;;] [ㅋㅋㅋ이번엔 영제혜진이 압살할 것 가튼뎅] [응 영제혜진 열애설 엔딩이야~ㅋ] [ㄴ이년 추한거봨ㅋㅋㅋㅋㅋ] [ㄴ응 소속사에서 이미 다 해명했어~] [ㄴ딱봐도 악질 칠린줌ㅋㅋㅋㅋㅋㅋ] [나 방청다녀왔는데 7IN 파트너 영의정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영ㅋㅋㅋㅋ읰ㅋㅋㅋ정ㅋㅋㅋㅋㅋ] [응 사실 영제 파트너는 이순신임] [ㅇㅇ맞음 둘이서 명량 한산 노량 트릴로지 부를 예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의정 드립은 진짜 얼탱이가 없넼ㅋㅋㅋ]그렇게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마침내 [노래해 듀오> 1화가 대중들에게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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