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05)
#105
이상형?
7IN의 모든 멤버들, 그리고 영의정 – 나우리 부부까지 카메라 앞에 앉자 라이브 방송이 시작됐다. 촬영 스태프 없이 셀프로 진행되는 라이브 방송이었기에, 스태프 대신 현시우가 직접 녹화 버튼을 누른 뒤 자리로 돌아왔다.
“안녕하세요!”
라이브 방송엔 이미 수십만의 시청자가 모여 있었다. 7IN의 팬들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영의정이 라이브 방송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이들도 있었다.
폭주를 우려하여 채팅 횟수를 제한했음에도, 방송이 시작되자 마자 채팅창은 거의 읽기 힘들 정도로 어지러워졌다.
[얘들아아아ㅏㅏ] [ㅠㅠㅠ서버 넘 잘 터져 겨우 들오왔어] [하아 오늘도 미모 열일] [의정 언니이이] [어엌ㅋㅋㅋㅋ나우리 삼촌은 왜 저깃움] [편하게 후드 입은것도 왜케들 귀여운거야ㅠㅠ] [군자 헤메 너무 예뻐] [친목썰 언제 풀어주시나여 두근두근]평소에도 라이브 방송 채팅을 읽는 데에 서툴렀던 군자지만, 오늘은 그 기세가 남달랐기에 더욱 잔뜩 긴장했다.
모든 말씀을 다 읽어 드릴 순 없지만, 그래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없어야 할 터인데.
눈을 부릅뜨고 채팅을 보기 위해 시력교정용 안경까지 들고 온 군자였다. 안경을 쓰고 긴장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뜨고 있으니 팬들이 먼저 군자를 걱정했다.
[근데 군자 표정이 왜그래ㅠㅠ] [헐 안경도 넘 예쁘다] [갓경! 갓경! 갓경! 갓경!] [근데 보통 라방때 안경 안쓰자나] [어디아파?ㅠㅠㅠㅠㅠ] [연습 너무 많이 해서 눈아픈거 아닌가ㅠㅠㅠ] [하ㅓㄹ헐ㄹ헐 안돼]“형아, 괜차나여? 왜 이렇게 긴장을 했어여.”
“그러게. 진짜 어디 안 좋아?”
시청자에 이어 동료들도 군자를 걱정했다. 내가 또 괜한 걱정을 끼친 게로구나. 미안한 마음에 군자가 안경을 벗으며 두 손을 다소곳이 모았다.
“아픈 것은 아니고, 오늘따라 평소보다 시청자 대화가 활발하여.”
“음?”
“팬들의 말은 하나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집중을 하다 보니···.”
조곤조곤한 군자의 고백에 동료들은 감탄사를 내뱉었고 팬들 역시 감격했다.
[ㅠㅠㅠㅠㅠㅜ너무 착해ㅠㅠㅠㅠ] [다들 채팅속도 조절해라] [우리 군자 눈알 빠지게 하고 싶으면 빨리치든가;] [천천히 어? 1분에 한마디씩] [근데 군자야 갓경은 다시 써줄수 없겟니] [동의]군자만큼이나 친절하고 다정한 팬들의 배려로 인해, 그 뒤부터는 한결 느려진 채팅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제는 안경이 없어도 모든 말씀을 다 읽을 수 있겠구나!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안경을 케이스에 넣으려던 군자는, 난데없는 폭동에 다시 한번 당황해야 했다.
[어어? 어어어어????] [안경 써줘어어어ㅓㅓㅓㅓ] [오늘은안경쓰자군자얖ㅍㅍ퓨ㅠㅠㅠ] [안경 안쓰면 채팅 빨리칠거임] [ㄴㄷㄴㄷ] [빨리 안경을 써주시오 도령] [갓경촉새단 모집 (1/??)] [제바류ㅠㅠㅠㅠ]“아, 알겠습니다. 쓰겠습니다.”
군자가 황급히 케이스를 열고 안경을 착용한 뒤에야 안경촉구 폭동의 기세는 가라앉았다. 그제야 준비된 라이브방송이 시작될 수 있었다.
사실 준비라고 할 것도 크게 없었다. 마침 식사시간이었기에, 영의정 – 나우리 부부가 준비해 온 제주도 특산물 도시락을 각자 하나씩 놓고 먹방을 시작했다.
모두 맛있는 음식이었기에 젓가락은 빠르게 움직였다. 미성년자 라인인 기유찬과 하현재가 유독 복스럽고 깔끔하게 음식을 먹어, 함께 식사를 하던 팬들의 많은 성원을 받았다.
[우와 문어초국수ㅠㅠㅠㅠㅠㅁㅊㄷ] [너무 맛있게 먹는거 아니니 유찬아ㅠㅠ] [와나 새콤새콤 너무 좋아하는데] [집에서 혼자 짜파게티 끓여먹고 있었는데 오늘은 외롭지 않구만] [의정언니 저 도시락은 얼마면 살수있나요] [언니 우리 아기들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ㅠ] [어뜨케 요리도 잘하시는거에여] [진짜 일등 신붓감···]일등 신붓감이라는 채팅이 올라오자 나우리가 조용히 두 팔을 들어 ‘X’ 표시를 해 보였다.
금방 채팅창에 물음표가 난무했으나, 나우리는 손가락으로 도시락과 자신을 번갈아 가리키며 ‘내가 한 거’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팬들도 그제야 납득한 것 같았다.
[Aㅏ···] [우리옵 기타 말고 요리도 잘하셨구나] [감사해요 삼촌ㅠㅠㅠㅠㅠㅠ] [삼촌이뭐냐 오늘은 오빠라구해;;;] [작곡 잘하고 기타 잘치고 요리 잘하고] [이정도 매력은 있어야 영의정이랑 결혼하는구나] [ㄷㄷㄷㄷ] [우리 오라버니 볼수록 매력덩어리 ㅋㅋㅋ] [이제 썰 풀어 주세여ㅓㅓㅓ] [맞아여 대체 어떠케 친해진거임 ㅋㅋㅋㅋ] [진짜 상상도 못한 정체 ㄴㅇㄱ 엿듬] [본방날 아마 다들 ㄴㅇㄱ 자세였을 것 가튼뎈ㅋㅋㅋ]시청자들의 요구에 따라, 먹방은 자연스럽게 썰 푸는 방송으로 전환됐다. 많은 팬들이 궁금해 하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7IN과 영의정 – 나우리 부부가 친해지게 된 것인지.
먼저 말문을 연 것은 영의정이었다.
“초여름 쯤이었나? 오빠랑 둘이서 몰래 탐라랜드 놀러 갔거든요. 근데 한라봉 익스프레스에서 무슨 희한한 쿵짝쿵짝 소리가 들려서 가 봤는데 글쎄-.”
영의정은 군자와 처음 마주친 순간을 회상하며, 팬들에게 구연동화처럼 썰을 풀어 주었다.
군자와 소울리스좌가 영혼의 랩배틀을 하는 모습을 보며 넋이 나가 버린 이야기, 마침내 승리한 군자가 잠시 쉬고 있을 때에 영의정과 나우리가 먼저 다가가 말을 건 이야기.
물론 영의정의 집에서 보낸 반나절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이야기가 거기까지 가자, 멤버들도 신이 나서 그 순간의 추억을 풀어 놓았다.
“정말 너무 너무 힐링되는 시간이었어여.”
“···마, 맞아요. 저, 저랑 웅이 형은 가, 가재도 잡았어요···.”
“민물가재는 랍스타로 해 먹을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풀어 줬습니다!”
“푸하학, 생각하니까 또 웃기네. 뭔 민물가재로 랍스타를 해 먹냐.”
“어? 지현수 넌 나우리 선배님 기타 듣고 울었잖아.”
“야, 그건 얘기하면 안되지!”
“아하하, 현수 콧물 되게 많더라~”
“눈물 많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콧물 많다는 건 또 뭔데여.”
아육시 본방에서도 전혀 공개된 적 없던 비화였기에, 팬들에게도 너무나 흥미진진한 떡밥이었다.
[아니 이정도면 VJ 직무유기 아닌가여] [그 대유잼 모먼트 안 찍어오고 머하셧스뮤ㅠㅠㅠ] [아무리 몰래 갔다지만··· 당신도 몰래 따라갈수 있었잖아···] [하아 이렇게 썰로만 들어도 좋다] [담엔 꼭 셀프캠 들고 가서 영상 찍어줘ㅠㅠㅠ] [그나저나 아이돌이 여자연예인 집 가서 놀고 왔다고 하는데 걱정이 1도 안됨ㅋㅋㅋㅋㅋㅋㅋㅋ] [맞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다시 생각해봐도 완벽한 파트너인듯] [의정언니 우리삼촌 감사해여] [왜 나우리옵은 삼촌인건데 나쁜냔아] [군자도 썰 풀어줘ㅠㅠㅠ] [군자 넌 머가 제일 좋았니]군자 역시 즐거웠던 기억이 떠올라 미소를 지었다. 금방 밥을 먹은 참이었는데도, 평상 위에서 먹은 능이백숙을 떠올리자 금방 군침이 돌았다.
“나는 능이백숙도 너무 좋았다.”
“아, 맞아 맞아! 능이백숙 진짜 짱이었지.”
“···저, 저도 너무 좋았어요. 할머니 생각도 나고···.”
“하아, 내 나이 열아홉··· 계곡 능이백숙의 맛을 너무 일찍 깨달아 버렸어여···.”
“푸하핫, 얘들아. 근데 너희 괜찮니? 우리야 아줌마 아저씨들이지만 너희는 신인 아이돌이잖아.”
그러나 괜한 걱정이었다.
쇼케이스 현장에서 유두잔치를 연 순간부터 7IN의 팬들은 이미 이 그룹의 컨셉과 방향성을 인지해 버렸다.
덕분에, 이제는 멤버들에 이어 팬들까지 함께 구수해져 가고 있었다.
[영의정,,,언니,,걱정,,,안하셔두,,,돼유,,~~] [계곡,,,능이백숙,,,고것이,,극락,,아니겠우~] [고 맛을,,,모르곤,,,뭐던더고,,,워터파크나,,다녀쌋는지,,,] [흐미,,,숭함시롱,,,] [무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치긴,,,무엇을,,,무쳣는가,,,] [요즘,,같으면,,,비름나물,,,무침이,,,제격인디,,,,] [그만해 이 미친놈들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팬들의 아재개그가 마음에 쏙 들었다는 듯, 나우리는 박수까지 치며 껄껄 웃었다. 기분이 업된 나우리가 기타 케이스에서 기타를 꺼냈다.
“이왕 온 거, 오랜만에 합주나 해 볼까?”
“네! 너무 좋습니다!”
군자 역시 합주가 즐겁다는 듯, 해맑게 웃으며 총총 달려가 비파를 들고 왔다. 곧 기타와 비파의 즉흥 합주가 시작됐다.
묘하게 이질적이지만 또 묘하게 잘 섞이는 두 악기의 소리를 들으며, 멤버들과 시청자들 모두가 두 눈을 감았다.
절묘한 연주로 군자와 호흡을 맞춰 나가던 나우리가 앞으로 치고 나오며 멜로디라인을 이끌기 시작했다. 7IN의 1집에 수록된 발라드곡 [몽중화>의 메인 멜로디였다.
지금까지 어쿠스틱 버전으로는 공개된 적 없는 노래였기에 팬들은 행복할 수밖에 없었다. 비트가 강한 노래 위주로 구성된 미니 1집에서도, 조용하고 감성적인 노래를 좋아하는 팬들은 [몽중화>를 최애로 꼽곤 했다.
그런 노래를 어쿠스틱 버전으로 들을 수 있다니. 그것도 나우리의 기타 반주로.
뜻밖의 혜자 라이브 방송에, 팬들은 기쁨의 몸살을 앓았다.
[하ㅏㅏㅏ 너무좋고] [몇곡만 더 해주세요ㅠㅠㅠㅠ] [녹음해서 개인소장해두 될까요] [솔라시스템 유튜브에 영상 올라오나요] [몽중화 어쿠스틱으로 내주세요퓨ㅠㅠㅠ]열화와 같은 성원이 마음에 들었는지, 나우리는 그 뒤로도 세 곡이나 더 연주했다. 아육시 경연곡을 어쿠스틱으로 즉석 편곡하기도 했고, 영의정의 예전 히트 넘버를 기타 버전으로 바꾸어 멤버들과 함께 부르기도 했다.
하이퀄리티의 방구석 미니 콘서트가 끝나고, 이어진 자유 질문 시간.
멤버들을 향한 수많은 질문이 쏟아지는 가운데, 영의정이 일일 MC가 되어 질문을 선정해 주었다.
“재미있는 질문 되게 많은데~ 오 이거 좋다!”
“어떤 질문인데여?”
“각자 이상형이 어떻게 되시나요?”
“이, 이상형?”
현수와 현재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서은우 팀장을 스윽 바라보았다. 그러나 서은우 팀장은 문제 될 것 없다는 듯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연애경험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이상형 정도야 뭐. 오히려 여기에서 괜히 몸을 사리는 것이 더 어색하다는 판단이었다.
물론 언제나 변수인 유군자가 있었지만, 적어도 이성 문제에 관한 한 군자도 문제 될 만한 발언을 하진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멤버들은 한 명씩 자신의 이상형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저는 밥 잘 먹고, 밥 잘 사주는 사람이 좋습니다!”
“아주 우렁찬 이상형이네여.”
“아, 근데 헬스장은 꼭 같이 다녔음 좋겠슴다!”
“···저, 저는 가족한테 잘 하는 사람이요···.”
“고등학생의 이상형 치고는 너무 성숙한 거 아니냐고.”
“···하, 하지만 가족은 중요해요···.”
“그거야 그렇지.”
“전 저를 많이 사랑해 주는 사람이 좋더라구여. 예를 들면··· 여러분들 같은?”
그렇게 한명씩 이상형을 말하는 사이, 군자도 턱을 괴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상형, 이상형이라. 그러고 보니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구나.
나는 어떤 이에게 이성적인 매력을 느낄까.
딱히 외모적인 이상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보고 배울 점이 많았으면 좋겠구나.
마음에서 우러나와 존경할 수 있는, 나보다 더 큰 덕(德)을 갖춘.
그렇게 생각하니, 자신의 이상형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한 군자였다.
“그럼 우리 군자는 이상형이 어떻게 될까?”
“저는···.”
군자의 대답에 서은우 팀장도 귀를 쫑긋 기울였다. 군자의 이상형이 무엇인지는 서은우 팀장 역시 궁금했으니까.
분명 서책을 좋아하는 여성이라거나, 초충도를 잘 그리는···.
“육덕(六德).”
“?”
“육덕을 갖춘 여성이 이상형입니다.”
“!”
뜻밖의 대답과 동시에, 서은우 팀장의 입에서 커피 방울이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