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10)
#110
정말 당하신 겁니까
朴永悌無親索鬼 (박영재무친색귀)
親悍倜疫何口癩 (친한척역하구나)
日盡佯鴉恥出身 (일진양아치출신)
親舊末誥加害者 (친구말고가해자)
그것이 군자가 박영제에게 보낸 편지의 전문이었다. 물론 박영제가 그것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저 군자 자신의 방법대로 박영제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냈을 뿐.
한문을 읽을 줄 모른다는 것을 들키기 싫었는지, 박영제는 편지를 받자 마자 그것을 구기듯 접어 주머니에 쑤셔박았다. 덕분에 촬영 카메라에 거의 잡히지 않았으니, 편지가 방송을 탈 일은 없다고 생각한 군자였다.
그러나 팬들은 박영제가 편지를 받아 든 찰나의 순간조차 놓치지 않았다.
어떻게든 그 편지의 내용을 캡쳐하여, 글자 하나 하나 풀어 내더니 결국 의미까지 유추해 냈다.
[미친 이거 진짜임? 합성아냐?] [ㄴㄴ합성아님 절대로] [노듀2화 1:02:08 부터 15초정도 직접확인해바] [그럼 이거 완전 학폭 고발문이잖아;;] [일진양아치출신 친구말고가해잨ㅋㅋㅋㅋ] [이것까지 장난은 아니겟지?] [누가 친구한테 장난을 이렇게 치냐] [ㅁㅈ 일단 박영제는 알아먹지도 못할텐데ㅋㅋㅋㅋ] [군자랑 박영제가 고등학교시절 천자문 듀오였을 가능성은?] [ㅋㅋㅋㅋ영제빠 희망회로 돌리는거봨ㅋㅋㅋ] [천자문 듀옼ㅋㅋㅋㅋㅅㅂ제발정신좀차려] [근데 원래 한시라는게 이렇게 쓰는거임? 그냥 소리만 끼워맞춰서?] [ㄴㄴ아마 뜻 해석도 될걸?] [군자 명품진품때도 그렇게 시 써서 가짜교수 엿먹임] [머야;;; 아이돌이 왜 저런거 할줄아는건데] [ㄱㄷㄱㄷ지금 내가 뜻풀이도 해봄]팬들의 뜻풀이는 군자의 의도와도 거의 비슷했다.
박영제와 군자는 친구가 아닌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다. 박영제는 가식을 부리고 있다.
독음에 이어 뜻풀이까지 찾아낸 팬들의 술렁거림은 점점 커져 갔다.
[아니 뭐야그러면ㅋㅋㅋ] [진짜 박영제가 일진출신이엇다고?] [근데 왜 지금까지는 이렇게 잠잠했지?] [ㅈㄴ교묘하게 약한 애들만 괴롭힌거 아니냐] [근데 유군자가 약해 보이진 않는데;;;] [또 모르지 고등학겨땐 지금이랑 완전 다른 사람이었다자나] [난 유군자 왜케 졸렬해보이지ㅠㅠㅠ] [ㄴ얜뭐임또ㅋㅋㅋ] [아니 굳이 저렇게 의미 숨긴 시 같은걸로 공격하는게··· 할말있으면 그냥 대놓고 하지] [ㄴ머리통 뿌서진 영제빠 여기 한명 더있네] [ㄴ넌 뭔 개소리함ㅋㅋㅋ방송중에도 내내 군자는 똑같았어] [ㅁㅈㅁㅈ 셔틀 어쩌고 그게 다 장난이 아니었던거지] [진짜 소름돋네;;;] [근데 이쯤 되면 제보자 나올 때도 됐는데] [그러게 이러다 역풍맞는거 아냐?]완전히 수면 위로 떠오른 학폭 논란을 지켜보며, 군자의 동료들은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진짜 군자 넌 천재인 것 같아.”
“이거 다 설계였냐?”
“설계라?”
“생각해 봐여. 방송에서 대놓고 학폭, 왕따, 이런 단어 써 가면서 고발하려고 했으면 아마 씨알도 안 먹혔을 거자나여. 아무리 김피디님이 화제성에 미쳐 있어도 그런 분량까지 그냥 내보내는 분은 아니니까.”
“근데 그걸 절묘하게 한시로 돌려서, 뒤늦게 그 의미가 전달되도록 했다는 거 아냐.”
“아하하하, 폭탄이 아니라 시한폭탄을 던졌네~”
“이러니 우리가 널 천재라고 생각 안 하고 배기겠니.”
“흐음,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동료들의 칭찬에도 군자는 그저 겸손하게 몸을 굽힐 뿐이었다. 그는 그저 그에게 익숙한 방식을 사용하여 박영제에게 메시지를 전달하였을 뿐이니까.
허나 결과적으로 그 편지가 박영제의 학폭 논란을 수면 위로 끄집어 냈다.
그러나 여론은 아직 팽팽한 편이었다. 이런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 그 증거가 아직 부족한 상태였으니까.
증거나 증인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오히려 군자 측을 공격하는 사람들도 꽤나 많았다.
[ㅋㅋㅋㅋ난 유군자 못믿겠음] [맞아 얘가 어수룩해 보이는데 멍청한 애가 절대 아니라니깐] [일단 나보다는 무조건 똑똑함;;;] [교묘하게 이런 논란 만들어서 선빵치는거아냐?] [둘이 고등학교때 친했다며ㅋㅋㅋ] [사실 유군자도 가해자였던 거 아니냐고] [ㄴㄴ그건 절대아님] [윗댓 넌 뭔데 그렇게 단정을 지음?] [나? 유군자랑 박영제 동창ㅇㅇ] [그래? 그럼썰좀풀어바] [그때 같은 학교 다녔던 애들 중엔 알만한 사람도 있을텐데 박영제 쟤 그렇게 착한애 아니었음] [ㅋㅋㅋㅋㅋㅋ증거는? 인증은?] [그런 말은 나도 할수잇겟닼ㅋㅋㅋㅋ] [사실 유군자는 야쿠자였음] [이름도 유쿠자였는데 유군자로 개명한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창이라던 애 어디갔니? 인증은?]보통 이런 사태가 터지면, 첫 증언을 시작으로 증인들이 우수수 나오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엔 아직 증인이 등장하지 않고 있었다.
물론 7IN 멤버들은 군자의 말을 100% 믿었지만, 그럼에도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우리는 통쾌하긴 한데··· 팀장님한테 혼나는 거 아니냐.”
나도 그게 좀 걱정이긴 해여.”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마침 서은우 팀장이 멤버들을 회의실로 불러들였다.
“헐, 무서워···.”
“군자야, 쫄지 마. 혼나도 같이 혼나는 거니까.”
“그래! 뭣하면 그 시는 내가 썼다고 할게!”
“태웅아, 과연 팀장님이 그 말을 믿을까?”
“뭐? 나 어렸을 때 마법천자문 열심히 읽었거든? 마법천자문 무시하냐?”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회의실로 들어간 군자였지만, 서은우 팀장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유군자 씨, 송캠프에서 쓴 한시 말입니다.”
“네, 팀장님.”
“아주 잘하셨습니다.”
“···?”
“덕분에 제보자가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군자와 멤버들은 걱정했지만, 서은우 팀장의 입장에서도 군자의 도발은 호재였다. 덕분에, 지금까지 나오지 않던 제보자들이 하나 둘 씩 튀어나오기 시작했으니까.
“지금은 아마 확실한 증거, 혹은 증언을 들고 나오는 분이 없을 겁니다. 우리가 유군자 씨의 동창생을 전수조사하다시피 탐문하고 있으니까요.”
“우와···.”
“하지만 지금까지는 유력한 증언을 확보하기 어려웠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동창생들은 박영제가 유군자 씨를 괴롭혔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겁니다.”
“아니, 어떻게 그런대여? 그래도 동창인데?”
“관심이 없었거나, 어쩌면 박영제의 행동이 괴롭힘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유군자 씨가 직접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을 시사한 뒤부터는, 동창생들의 태도 역시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와, 이제 와서요? 어이가 없네.”
“이제라도 알았다는 게 어딥니까.”
증인과 증언이 모이기 시작했다는 말과 함께, 서은우 팀장은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제 물꼬가 트였으니, 곧 더 많은 증언을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그것을 모아서 한 방에 공개할 생각입니다.”
“네.”
“다만, 그 전까지는 군자 씨를 향한 부정적인 여론 또한 존재할 수 있겠지요.”
서은우 팀장의 말에 군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합당한 말씀이다. 얼핏 증거도 없이 사람을 모함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겠지. 그러나 멤버들, 그리고 서은우 팀장만큼은 단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군자의 말을 믿어 주었다.
“당분간은 여론 때문에 힘들 수도 있겠지만, 잠깐만 나를 믿고 기다려 주세요.”
“예, 팀장님.”
당연히 믿어야지.
이토록 굳건히 내 말을 믿고 일을 해 주시는 분인데, 나라고 믿지 못할 것이 없다.
대화를 정리한 서은우 팀장이 곧 새로운 화두를 꺼냈다.
“하지만 아마 여론이 완전히 돌아서는 일은 없을 겁니다. 재미있는 소식이 꽤 많거든요.”
“재미있는 소식이요?”
“이번에 박영제가 듀엣 파트너를 바꿀 거라더군요.”
“어? 그럼 이제 혜진 님이랑 안 하는 건가여?”
“네. 아마 그렇게 될 겁니다.”
“헐, 손절당했나 보네.”
“손절이라?”
군자에겐 또 생소한 단어였다. 손절은 무슨 뜻인가. 혜진이란 낭자가 박영제의 손모가지라도 잘랐다는 뜻인가?
어찌 됐든, 동료들의 반응을 보니 우리 측에 희소식인 것 같았다.
“하긴, 걸그룹도 이미지 관리에 엄청 신경 써야 하니까. 괜히 학폭 논란 묻은 애랑 관계성 생기면 안 좋지.”
“그래도 이렇게 단칼에 손절 때릴 줄은 몰랐네여.”
“현재야, 손절이 무엇이냐?”
“뭐긴여, 손을 뚝 잘라버리는 게 손절이지.”
“허억.”
“무섭져? 흐흐.”
군자가 손절의 잔혹성에 놀라는 사이에도 대화는 계속해서 진행됐다.
“그럼 박영제는 이제 다음 회차부터 누구랑 나올까요?”
“아마 네이션스 소속 걸그룹 멤버와 짝을 지어서 나오겠지요. 그 쪽에도 솔로 데뷔를 준비하는 멤버들이 몇 명 있으니까.”
“혜진 님이 손절 친 거 보면 사람들도 박영제가 진짜 나쁜 놈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겠네여.”
“네. 그래서 우리에게 호재라 한 겁니다.”
말을 마친 서은우 팀장이 이번엔 군자 쪽을 바라보았다. 아까와는 달리, 약간의 호기심이 어린 눈빛이었다.
“저기, 유군자 씨.”
“네 팀장님.”
“이건 개인적인 궁금증입니다만.”
“···?”
“그 한시 말입니다. 정말로 뜻 풀이도 가능한 겁니까?”
서은우 팀장의 질문에, 군자가 인자하게 웃으며 품 안에서 붓펜을 꺼냈다.
프레젠테이션을 인쇄한 종이 뒤에 막힘 없이 써 내려가는 뜻풀이를 보며, 서은우 팀장과 멤버들은 입을 떡 벌렸다.
朴永悌無親索鬼 (박영제무친색귀)
박영제 당신과는 친분이 없는데, 귀신이라도 찾은 것인가.
親悍倜疫何口癩 (친한척역겹구나)
참으로 정성스럽고 대범하게 친목을 과시하니, 내 입에 염병과 문둥병이 돋을 지경이오.
日盡佯鴉恥出身 (일진양아치출신)
태양은 사라지고 검은 거짓만이 존재하는 욕된 곳에서 오셨구려.
親舊末誥加害者 (친구말고가해자)
친우 관계는 끝났으며, 고하되 당신은 가해자이오.
입을 다물지 못하는 멤버들과 서은우 팀장을 바라보며 군자가 싱긋 웃어 보였다.
“한자는 소리와 뜻을 함께 담은 문자이지요. 그것을 독음의 용도로만 쓴다면, 그 기능의 절반만 사용하는 꼴 아니겠습니까.”
* * *
불거진 논란 속에서도 [노래해 듀오> 2차 경연 촬영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하위 두 팀이 탈락하고 이제 남은 팀은 총 네 개.
지난 경연에서 듀엣 파트너가 공개됐으니, 모든 팀이 자신의 파트너와 함께 자리에 앉아 있었으나 박영제의 옆자리만이 비어 있었다.
MC 정해진이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갔다.
“모두 파트너와 함께 앉아 있는데, 박영제 씨 옆자리만 비어 있네요. 어떻게 된 일이죠?”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박영제가 태연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아, 지난 경연에 함께한 혜진 님은 일정 문제로 함께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하, 그렇군요···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혜진님 못지 않은 아주 멋진 파트너를 새로 섭외했으니까, 무대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네, 그럼 박영제 님의 두 번째 깜짝 파트너 공개도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2차 경연을 시작해 볼까요!”
첫 번째 팀이 경연 준비를 하러 간 사이, 군자는 유독 박영제의 손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애써 외면하려 했지만, 그 뚫어질 듯한 시선이 부담스러워진 박영제가 군자에게 툭 쏘아 붙였다.
“뭘 보냐.”
“선배님의 손을 보고 있었습니다.”
“알겠는데, 그걸 왜 보냐고.”
“선배님께서 손절을 당했다고 하셔서···.”
“···뭐라고?”
“정말 절단 당하신 겁니까?”
애써 멘탈을 부여잡고 있던 박영제였으나, 군자는 만나자 마자 그의 멘탈을 조각내기 시작했다.
오